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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는 플레이어-276화 (276/381)

276화

최진철은 니케 역할을 떠맡게 되면 서 이전과 다른 대우를 받게 되었 다.

첫 번째로 말단 사제 숙소에서 3 급 사제 숙소로 옮겨 갔다.

새로 배정 받은 숙소는 리리가 지 내는 여사제 숙소와는 5분 거리에 있었다.

두 번째로 최진철에게 각종 방어형 보구가 지급되었다.

누가 뭐라 해도 유일하게 리리를 움직일 가능성을 가진 사람이다. 리 리를 현장에 투입하게 되면 최진철 도 따라나서야 한다.

최소한 최진철이 자기 몸을 지킬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한 것이었다. 지급 받은 방어형 보구는 대개 A 급이었고,그마저도 기껏해야 도주 용으로 쓸 수 있는 효과밖에 없었 다.

만족스러운 대접은 아니었지만 적 어도 말단 사제로 지내는 것보단 나 았다.

허나 대접이 나아졌다고 교단 내 생활이 편해진 건 아니었다.

모든 스텟이 각각 W밖에 안 되는 약골이 성녀의 오빠람시고 갑자기 3 급 사제 숙소에 들어간 꼴 아니던 가.

3급 사제들이 최진철을 따돌리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 할 수 있었다.

“야야,동생 팔아서 3급 사제로 승 급한 놈 들어온다. 아침부터 밥맛 떨어지네.”

“저놈 스렛이 전부 10이라며? 리 빙 고스트 부대에나 지원하라고 해. 여동생 팔아서 승급이라니. 쪽팔리 지도 않나?”

“쪽팔리면 저리 꼬박꼬박 밥 처먹 으러 오겠냐? 저 새끼 매일매일 성 녀님 보필 명목으로 맨날 여사제 숙 소 들어가는 거 알지? 조만간 사고 친다에 10만 CP건다.”

아침식사를 위해 식당에 들어선 최 진철이다.

아침 댓바람부터 최진철을 반기는

건 먼저 온 3급 사제들의 험담이었 다.

3급 사제 숙소에 들어온 지 사흘 이 지났건만 저놈의 험담은 도무지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3급 사제쯤 되면 리리가 단순 병 기에 불과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성녀란 꼬리표는 그저 하급 사제들 의 사기진작을 위해 붙여 놓은 것일 뿐이며 병기의 또 다른 이름에 불과 했다.

다만 최진철이 가짜 오빠 행세 중 인 걸 아는 자는 1급 이상의 고위 사제들뿐이었다.

최진철이 말단 사제 숙소에 지낼 때,이미 그의 본명을 전해 들은 자들은 전부 타 신전으로 발령을 보냈 다.

때문에 3급 사제들의 눈에는 최진 철이 리리를 조종하는 역할이 아닌, 그저 여동생을 팔아 승급한 무능력 자로만 비춰졌다.

최진철이라고 험담이 곱게 들릴 리 없었다.

‘또 시작인가. 질리지도 않고 지리 멸렬한 짓만 골라서 하는군.’

최진철은 식판에 빵과 샐러드,수 프를 받아다가 빈자리로 향했다. 식탁 사이로 난 좁은 길을 걷고 있는데,갑자기 무언가에 발이 걸려 몸의 균형이 흐트러지고 말았다.

“어엇!”

와장창!

간신히 넘어지는 건 면했지만 들고 있던 식판을 놓치면서 음식물이 몸 쪽으로 쏟아졌다.

최진철이 입고 있던 옷은 음식물범 벅이 되었고,빵이며 샐러드가 바닥 에 떨어져 먼지투성이가 되었다.

최진철의 발을 건 것은 식사 중이 던 3급 사제의 발이었다.

젠장,유치한 놈들.

고전적인 수법이지만 식판 때문에 발밑이 보이지 않는 터라 작정하고 발을 뻗으면 걸릴 수밖에 없다.

발을 건 3급 사제는 비꼬는 말투 로 마음에도 없는 사과의 말을 건넸 다.

“어라? 이거 미안하게 됐구만. 자 네가 지나가는 줄 몰랐거든.”

최진철은 소매 끝자락으로 손등에 묻은 수프를 닦아 냈다.

뜨거운 수프가 걷혀 나간 자리에 시뻘겋게 달아오른 손등이 드러났 다.

화상 때문에 쓰라림이 느껴지는 가 운데 최진철이 3급 사제를 강하게 쏘아보았다.

“3급 사제씩이나 되면서 이따위 유 치한 수작이나 부리다니 부끄럽지도 않나?”

“자자,화내지 말라고. 사과했잖 나.”

“크옥,일부러 걸어 놓고……

“종알종알종알종알. 여사제 숙소에 드나들어서 그런지 성격도 여자처럼 변했구만. 아하,처음부터 그런 성격 이었던 건가?”

“하하하!”

“하하하하!”

적나라한 갈굼과 함께 주변에서 웃 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따돌리는 공기가 무겁게 최진철의 몸을 짓눌렀다.

홀로 별세계에 떨어진 양 자꾸만 머릿속이 새하얘지고,사제들의 얼 굴이 시커떻게 물들며 웃는 눈 모양 과 길게 늘어진 입모양만 눈에 들어 왔다.

최진철은 떨어뜨린 식판을 집어 들

어 잔반통 옆에 놓곤 도망치듯 식당 바깥으로 나갔다.

시간을 보니 슬슬 여사제 숙소로 가서 리리와 만날 시간이 다 되었 다.

‘아침은 글렀군.’

최진철은 식당 뒷마당으로 터벅터 벅 걸어가선 털썩 주저앉고 벽에 등 을 기댔다.

주머니에서 담배와 성냥을 꺼내서 성냥갑에 성냥을 그었다.

탁! 탁! 치익!

。후우?”

연기가 폐부 깊숙이 파고들며 나른 함이 온몸에 퍼진다.

스트레스로 인해 경직되었던 몸이

이완되면서 조금이나마 두통이 가셨 다.

생활 속에서 자잘자잘하게 자꾸 신 경을 건드린다.

너무 유치한 수작이라 상부에 건의 하기도 애매하다.

당하는 입장에선 직접 해결하자니 힘이 없고,윗선에 호소하자니 본인 만 쪼잔한 사람 취급당하는 터라 성 가시기 짝이 없다.

‘참자. 엿 같아도 지금은 참는 수 밖에 없어. 성녀를 내 입맛대로 이 용할 수 있게 되면 단숨에 위로 치 고 올라갈 수 있을 거야. 세븐즈 교 를 주무를 그날까지 한 치의 실수도 있어선 안 돼.’

리리의 힘은 단독으로 세븐즈 교를 붕괴에 이르게 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리리의 힘만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게 되면 난 단숨에 세븐즈 교를 위협할 수 있는 존재로 떠오르게 된 다.

잘만 하면 세븐즈 교의 중추로 자 리매김할 수 있다.

그리되면 현재 겪고 있는 수모 따 위는 갚고도 남는다.

최진철의 손에 힘이 들어가면서 담 배가 꾸깃꾸깃 구겨졌다.

최진철은 검지를 튕겨 담배 불씨를 털어 내며 떨어진 불똥을 자근자근 짓밟았다.

‘커뮤니티 중추에 선다는 당초 계 획은 무너졌지만 조급하게 생각할 거 없어. 커뮤니티 중추에 올라서려 던 게 세본즈 교로 바뀌었다고 생각 하면 돼. 반드시 올라간다. 이딴 곳 에서 이용만 당하면서 썩는 건 사양 이야.’

?

실상은 병기에 불과할지라도 성녀 란 직위를 단 이상 리리는 예배에 얼굴을 내비칠 의무가 있었다.

다만 리리 본인은 항상 멍하니 앉 아 타인의 말을 무시했기에 그녀를 움직이게 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이전까지는 클로이를 비롯한 여사 제들이 리리에게 갖가지 방법으로 권유를 하여 예배에 참가토록 만들 었다.

그러나 최진철이 니케 행세를 하면 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

리리는 최진철만 오면 활기를 띠었 고,최진철이 예배당으로 가면 알아 서 따라나섰다.

오늘도 최진철은 리리를 예배당으 로 데려가기 위해 여사제 숙소로 들 어갔다.

여사제 숙소에서도 최진철을 보는 시선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동생을 병기 재료로 팔아넘겨 승급한 무능력자.

그 이상도,그 이하도 아니었다.

최진철은 쏟아지는 경멸의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리리의 방 앞에 도달 했다.

헌데 리리의 방 안에서 급박한 외 침이 연이어 들려왔다.

“아아아아!”

“성녀님! 정신 차리세요! 성녀님!”

“또 발작이 시작됐어! 누가 가서 1 급 사제님들을 불러와! 빨리!”

여사제들의 목소리가 들리나 싶더 니 문이 벌컥 열리면서 한 여사제가 뛰쳐나왔다.

여사제는 경황없는 와중에 최진철 이 온 걸 보곤 방 안을 향해 외쳤다.

“사제님! 성녀님의 오라버니 니케 가 왔어요!”

“그게 뭐 어쨌다고! 1급 사제님들 을 불러오라니까!”

“아! 네!”

여사제가 정신없이 최진철을 지나 치며 건물 바깥을 향해 뛰어갔다.

열린 문을 통해 방으로 들어가자 쑥대밭이 된 방의 풍경이 눈에 들어 왔다.

리리에게 안정감을 주기 위해 무작 정 들여놓은 라벤더 화분은 죄다 깨 져서 바닥을 온통 홁투성이로 만들 어 놨고,아기자기하게 배치해 둔 인형은 바느질 자리가 터져 솜을 드러낸 채로 홁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침대 위에선 리리가 발작을 일으킨 둣 허리를 들썩이며 희멀건 기운을 뿜어내는 중이었다.

닿는 족족 모든 것을 없애 버리는 기운.

바로 소멸의 기운이었다.

고메즈가 사용하던 소멸 부여와 같 아 보이지만 리리의 소멸 능력은 훨 씬 더 강력했다.

세븐즈 교에서 리리에게 심은 물건 은 '소멸의 돌’이라는 마법석이다. 소멸의 돌에는 네 가지 효과가 있 었다.

1. 마나 없이 소멸의 기운을 사용 가능.

2. 보구 효과 봉인 면역(저주에 의 한 보구 효과 봉인에도 면역).

3. 무적 관통.

4. 소멸시킨 대상의 생명에너지를 흡수하여 육체 회복.

소멸이라는 최상위 공격수단에 봉 인당할 염려도 없고,혹시나 피해를 입더라도 상대방을 소멸하면 금방 회복할 수 있다.

그야말로 병기란 이름에 걸맞은 능 력이 다.

하지만 사기적인 능력을 가진 만큼 그에 걸맞는 페널티가 존재한다고 한다.

몇 가지 페널티가 있는 걸로 아는 데 세븐즈 교 내에서도 극비사항인지라 거기까진 모른다.

다만 라파엘라가 페널티 중 하나만 큼은 알려 줬는데,‘마법석 이식 성 공확률 0.1%’였다고 한다.

리리는 이식에 성공했어도 때때로 발작을 일으키며 소멸의 기운을 내 뿜기에 완벽하게 제어되는 병기라 보긴 힘들었다.

여사제들은 침대가 소멸함과 동시 에 소멸의 기운이 더욱 커지는 걸 보곤 대피명령을 내렸다.

“전부 나가! 나가라고! 소멸의 기 운 확장되는 거 안 보여? 나가!”

항상 발작을 일으켜도 리리의 주변 반경 1미터까지만 확장하는 게 고작 이었다.

그런데 어찌 된 게 이번에는 3미 터 이상 뻗어 나오고 있었다.

여사제들이 급한 김에 창문으로라 도 몸을 던지려 했으나 소멸의 기운 이 확장하는 속도가 더 빨랐다. 소멸의 기운은 방 안의 물건은 물 론이고,여사제들을 집어삼키며 소 멸시 켰다.

최진철이라고 딱히 다를 건 없었 다.

나가라는 말을 듣는 순간 소멸의 기운이 방 안 가득 들어찼기에 피하 니 마니 할 순간조차 없었다. 허무하기 짝이 없는 마지막이었다. 여태껏 몇 번이나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을 겪었지만,바퀴벌레 같은 생명력으로 끈질기게 살아남았었 다.

근데 이게 뭔가.

리리를 데리러 왔다가 갑작스런 발 작에 휘말려 죽는 최후라니!

세븐즈 교의 중추에 오르겠노라고 다짐한지 얼마나 됐다고 일이 이리 꼬이는가.

최진철은 허망한 나머지 눈을 감으 며 소리 없는 탄식을 자아냈다.

‘이 따위로 죽으려고 필사적으로 살아온 게 아닌데……

……자괴감 들어.

끝을 예감하고 있는데 특이한 현상 이 발생했다.

이상하게도 최진철만은 소멸되지

않고 멀쩡한 게 아닌가.

최진철은 소멸의 기운 속에서 자신

이 사라지지 않은 걸 두고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사라지지 않았어? 이건 소멸의 기 운이 아니었던 게…… 아니,그건 아냐. 다른 사람들은 소멸됐잖아. 왜 나만 없어지지 않은 거지?’

최진철에게 소멸의 기운을 막아 내 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 다.

헌데도 소멸되지 않고 있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넋 놓고 있을 순 없었다. 소멸의 기운이 점점 뻗어 와서 벽 과 천장에 닿으려 하고 있었다.

리리가 누워 있던 침대는 없어진 지 오래고,바닥에 쓰러진 리리는 발작을 일으키며 소멸의 기운으로 바닥마저 점점 갉아먹어 들어갔다. 소멸의 기운 속에서도 멀쩡한 건 좋은데,뭘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지 떠오르지가 않았 다.

그때,방 바깥에서 라파엘라의 외 침이 들려왔다.

“심적으로 불안해져서 발생한 발작 이야! 접근해서 그녀를 달래!”

아까 빠져나간 여사제가 라파엘라 를 불러온 듯하다.

하지만 달래라고 한들 무엇을 어떻 게 달래야 할지 알 수가 있어야지.

누군가를 달래 본 적도,달래져 본 적도 없는 최진철이다.

그나마 기억나는 거라곤 어렸을 적 에…… 아직 어머니의 손에 굳은살이 박히기 전에...

유원지에서 미아가 되었던 나를 찾 아 당신의 그 따뜻한 손으로 등을 토닥여 준 기억밖에 없다.

최진철은 스스로에게 가식을 덧씌 우며 발작 중인 리리를 조심스레 끌 어안았다. 그러곤 자신이 기억하는 유일한 달래는 방식을 리리에게 적 용했다.

토닥토닥.

“아아아! 아으으으!”

손으로 등을 토닥여 보지만 리리의

발작은 멈출 기미가 안 보였다. 방식이 잘못된 걸까.

리리의 발작이 더욱 심해지자 라파 엘라가 답답한 둣 최진철을 재촉했 다.

“좀 더 진심을 담지 못해? 누가 어려운 주문을 했어? 얼른 하란 말 이야,무능력한 놈아!”

말이야 쉽지 진심으로 사람을 달랜 다는 건 보통 애정으론 어림도 없는 일이다.

리리가 병기로 보이는 건 최진철도 다를 바 없다.

상대가 상대인데다 줄곧 가식적인 모습으로 지내던 자에겐 너무나도 어려운 주문이었다.

최진철은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뜨며 마음을 다잡곤 리리의 등을 부드러 이 토닥였다.

병기라 생각하지 않고 사람으로, 이용할 대상이라 생각하지 않고 가 족이라 생각하며.

그가 짜낼 수 있는 최대한의 다정 한 목소리를 내었다.

“괜찮아. 다 괜찮으니까 안심해.”

힘들 때의 괜찮다는 말은 왜 이리 도 짙게 스며드는 걸까.

갓난아이가 엄마를 부르는 것과 힘 들 때의 괜찮다는 말은 인간이 쓸 수 있는 유일한 용언이 아닐까 싶 다.

진심이 전해졌는지 리리의 신음 소

리가 잦아들며 빠르게 안정을 되찾 아갔다.

발작 정도가 심했기 때문인지 리리 는 안정을 되찾자마자 깊은 잠에 빠 졌다.

라파엘라는 소멸의 기운이 걷힌 걸 거듭 확인한 후에야 방 안으로 들어 왔다.

엉망이 된 방을 둘러보던 라파엘라 가 혀를 차며 말했다.

“쯧쯧,이래서 발작이 더 심해질 수도 있으니까 별채로 옮기자고 했 는데 말귀를 못 알아먹어요. 이래서 야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구 만. 숙소 보수하느라 돈깨나 깨지겠 군.”

라파엘라는 복도에서 서성거리고 있는 여사제들을 보곤 눈살을 찌푸 렸다.

“뭣들 해? 빨리 성녀님 별채로 모 시지 않고.”

“죄,죄송합니다. 근데 성녀님이 발 작하시면서 몇 사람이 휘말렸는데 그건……

“이미 죽었는데 어쩌자고? 죽은 사 람 명단 작성해서 교리대로 식을 치 르면 끝날 일이야. 그보다 클로이 는? 클로이는 성녀님 안 보살피고 뭐하고 있어?”

“네? 아! 클로이 사제님은 라파엘 라 사제님 명령으로 하실 일이 있다 고 하셔서 부재중이십니다.”

“아~ 내가 따로 시킨 일 있었지. 뭐 됐어. 얼른 성녀님 모시고 나가. 그리고 니케. 자네는 날 좀 따라와.”

최진철은 여사제들에게 자리를 내 주느라 뒤로 물러나다가 라파엘라를 따라나섰다.

라파엘라는 여사제 숙소에서 나와 선 대신전 지하예배당으로 최진철을 이끌었다.

라파엘라를 따라가는 내내 최진철 의 머릿속은 아까 상황을 정리하느 라 바빴다.

다른 사람들은 다 소멸되었는데 무 엇 때문에 나만 소멸되지 않은 걸 까.

내가 특별하기 때문은 아닐 거다.

무언가 이유가 있기 때문에 소멸되 지 않은 게 틀림없다.

설마 페널티?

리리가 강력한 힘을 얻으면서 함께 떠안게 된 페널티와 관련이 있지 않 을까.

최진철은 리리의 페널티에 대한 단 서를 잡았다고 여겼다.

리리의 페널티가 무엇인지만 안다 면 좀 더 리리를 다루기 쉬워질 거 다.

아까 진심으로 그녀를 달랬던 건 그녀가 죽으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방금 건 잊자.

필요에 의해 잠깐 진심이 되었던 것뿐이니까.

걷다 보니 발광이끼를 옮겨다 심어 놓은 지하예배당 깊숙한 곳에 이르 렸다.

세븐즈 교 창단 초창기 때 쉘터가 없던 세븐즈 교가 임시 대피소 겸 예배당으로 사용했던 곳으로,지금 에 이르러선 폐쇄되어 다목적 공간 으로 활용하고 있는 곳이었다.

과거에 기도를 드렸던 기도실로 들 어가자 클로이와 여러 사제들이 매 끈한 장갑을 낀 채로 대기하고 있었 다.

기도실 안은 기다란 직사각형 탁자 를 가져다 놓고 발광이끼를 천장에 달아 탁자만 훤히 비춰 두고 있었 다.

마치 수술실처럼 말이다.

라파엘라는 기도실 문을 잠가 퇴로 를 막아서곤 최진철에게 전달사항이 있음을 밝혔다.

“니케,몇 가지 알려 둘 게 있다. 아까 발작 사태를 겪어 봐서 알겠지 만 네가 아예 성녀님께 밀착해서 시 중을 드는 게 여러 가지 이유에서 안전할 것 같더군.”

“그거라면 저도 이견은 없습니다. 최대한 노력해 보죠. 근데 아직 이 곳에 데려오신 이유를 못 들었습니 다.”

“이것도 전달사항이네만 아무리 생 각해도 남자를 성녀님 곁에 바짝 붙 여 놓는다는 게 우리로선 영 꺼림칙하단 말이지. 그래서 말인데……

라파엘라가 갑자기 말꼬리를 흐렸 다.

그와 동시에 최진철은 온몸이 죄여 오는 압박감을 느꼈다.

실제로 어느샌가 최진철의 몸에는 쇠사슬이 칭칭 감겨 있었다.

등 뒤에 있던 클로이가 스킬을 발 동하여 최진철을 포박한 것이었다. 클로이는 아무 감정도 없다는 양 무표정으로 최진철의 등을 발로 밀 었다.

묶여 있던 최진철은 아무 저항도 못하고 허우적거리다가 직사각형 탁 자에 부딪쳤다.

무릎 뒤편이 모서리에 부딪치면서

절묘하게 직사각형 탁자 위에 누운 꼴이 되었다.

과당!

“으옥! 뭐,뭘 하시려는 겁니까? 성녀님을 곁에서 모시라는 것과 지 금 상황이 무슨 연관이 있는지 모르 겠습니다. 설명을 해 주십시오!”

클로이는 사이코키네시스 스킬로 또 다른 쇠사슬을 공중에 띄워선 최 진철과 탁자를 한데 묶었다.

고정 작업을 마친 클로이가 품에서 유리병을 꺼내 라파엘라에게 주었 다.

“분부대로 제노스의 독충을 가져왔 습니다.”

“그래그래,가져오라고 시켜 놓고

도 깜빡했단 말이지. 그나저나 니케, 무슨 연관이 있는지 모른다고 했었 나? 암암,당연히 연관이 있다마다. 나는 자네를 믿지만 다른 사람들은 자네가 성녀님께 해괴한 짓을 시도 할까 봐 괜한 걱정을 하더라고. 그 래서 자네의 신체적 기능 중 하나를 정지시키기로 했어.”

‘어차피 안 쓸 거면 제거해도 되 지?’ 라는 식으로 간단하게 말하고 있었다.

정지시키고자 하는 신체적 기능이 무엇인지는 따로 말할 것도 없었다.

최진철은 기겁하며 다리를 오므렸 다.

“기다려! 기다리라고! 안 돼! 그것

만큼은 안 된다고!”

“고놈 참 갑자기 말버릇하곤. 하긴 그 기분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 니까 봐주도록 하지. 하는 김에 제 노스의 독충도 넣을 거야. 자네는 영특하니까 제노스의 독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고 있겠지?”

“하지 마! 절대 건드리지 않아! 건 드릴 리가 없잖아!”

“난 수술이 끝난 후에 자네가 더욱 본교에 대한 신앙심이 깊어질 거라 고 생각해. 으음,살고 싶으면 싫어 도 깊은 신앙심을 보여야겠지만 말 이야.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아. 한숨 푹 자고 나면 모든 게 끝나 있을 거야.”

그리 말하며 꽃의 형태를 띤 보구 를 최진철의 얼굴에 가져다 대는 라 파엘라였다.

꽃향기를 맡는 순간 최진철은 마취 제를 투여 받은 것처럼 스르륵 고개 를 떨꿨다.

라파엘라는 최진철이 기절한 걸 확 인하곤 사제들에게 뒷일을 맡겼다.

“시작해. 깔끔하게 제거해 버려.”

중요한 기능의 제거와 독충을 심아 놓겠다니.

최진철이 성녀를 이용하려 들 가능 성을 사전에 미리 차단하려는 것이 었다.

최진철은 정신을 잃어 가면서 소리 없는 절규를 내질렀다.

안 돼!

내가…… 내가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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