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270화 (270/381)

270화

그랜드 우드가 스킬을 2개 가지고 있다는 건 파악했다.

원거리 공격을 가능케 하는 투영 스킬.

근거리에서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가능케 하는 리라이트 스킬.

둘 중 하나만 없어도 그랜드 우드 공략이 한결 수월해진다.

그래서 일부러 위험을 감수하며 지 트를 그랜드 우드에게 접근시킨 것 이었다.

포이즌 소드에 박힌 유령광대의 소 울 효과로 인해 지트의 스킬과 그랜 드 우드의 스킬이 강제로 교환되었다.

그랜드 우드는 투영 스킬 대신 가 속 스킬이 자리 잡고 있음을 확인하 곤 크게 분노했다.

“하찮은 것들 주제에! 감히 이 몸 의 스킬을 가져가? 버러지들 주제에 감히!”

천지가 진동한다는 말은 이럴 때나 쓰는 말이리라.

그랜드 우드의 포효에 발광이끼가 들썩이고 먹구름이 일렁였다.

그랜드 우드는 스킬을 가져간 장본 인인 지트부터 노렸다.

온몸을 쥐어 터뜨릴 작정인지 그랜 드 우드가 손을 뻗어 지트를 움켜잡 으려 했다.

허나 그를 가만히 두고 볼 강현이 아니었다.

강현은 군단의 서 효과로 지트에게 이동한 즉시,지트를 붙잡고 신속하 게 그랜드 우드에게서 멀어졌다.

강현 때문에 번번이 헛손질을 하게 되면서 그랜드 우드의 짜증이 극에 달했다.

“할 줄 아는 게 도망치는 것밖에 없느냐! 이 몸을 공략한다고 표명했 으면 덤비란 말이다! 얄팍한 수작만 부릴 줄 아는 소인배 자식아!”

잘난 듯이 여유를 부리던 오만함은 온데간데없고 저급한 도발을 나불거 리는 그랜드 우드였다.

서서히 강현의 페이스에 휘말리고

있다는 걸 느끼곤 저도 모르게 조급 해진 것이었다.

원거리 공격수단인 투영 스킬이 사 라지면서 하늘은 강현의 영역이 되 었다.

강현은 지트를 안고 하늘로 날아올 라 니아의 등에 지트를 도로 앉혔 다.

적은 화가 나서 조잡한 도발을 하 고 있고,강현은 유유자적 계책을 적중시키기 시작했다.

김혜림은 못 당하겠다는 듯 어깨를 으쏙이며 싱그러운 미소를 지었다.

“아래에서 위대하신 존재가 화통이 라도 삶아 드신 것 같은데,어떻게 생각해요?”

“위대하다고 자부한 것치곤 속이 좁군.”

“강현 씨가 강제로 속마음 평수를 줄이는 걸요.”

“숨통이 트였으니 다음 단계로 넘 어갈 수 있겠군.”

“그랜드 우드를 베려면 그 전에 무 한 재생력부터 어떻게 해야 돼요. 발광이끼부터 무력화시킬 방법이 필 요해요.”

“다 긁어내.”

“전부 다요?”

“그래. 전부 다.”

발광이끼가 있는 이상 백날 그랜드 우드를 베어 봤자 회복해 버린다.

평원의 넓이를 감안하면 말도 안

되는 미친 짓이다.

하나 그 미친 짓을 해내야만 공략 에 이를 수 있다.

김혜림은 마나포션을 꺼내어 엄지 로 뚜껑을 땄다.

풍!

그리고 터프하게 마나포션을 들이 켜곤 소매로 입가를 슥슥 닦았다.

“한 번 해보죠. 길이 그것밖에 없 으면 아무리 험난해도 걸을 수밖에 없잖아요?”

“나쁘지 않은 대답이군. 시작하지.”

“다들 들었지? 오늘은 어질러도 혼 나지 않는 날이니까 실컷 어질러 보 자.”

“응!”

“뀨우!”

강현은 평원 오른쪽을,김혜림들은 평원 왼쪽을 맡기로 하며 좌우로 흩 어 졌다.

강현의 경우,마나 소모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마나폭검보단 환영검을 이용하여 땅을 헤집었다.

환영검이 갈퀴처럼 일정 간격으로 늘어서선 힘차게 발광이끼를 긁어냈 다.

김혜림 일행의 경우,김혜림은 애 시드 에로우를,루나는 파이어볼을, 지트는 바꿔치기로 얻은 투영 스킬 을,니아는 마룡 포효로 충격파를 발산하여 광범위하게 발광이끼를 지 지고 볶았다.

발광이끼 제거 작업에 돌입한 지 몇 분도 되지 않아 평원의 일부가 황폐화되었다.

처음에는 이 넓은 평원에 있는 발 광이끼를 어떻게 다 헤집나 싶었는 데,막상 시작하니까 눈 깜짝할 사 이에 작업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마땅한 반격 수단이 없는 그랜드 우드는 평원의 발광이끼가 줄어드는 것을 손 놓고 바라보고만 있어야 했다.

“크으옥,하찮은 존재들이 내 영역 을 헤집는 걸 보고만 있어야 하다 니……

투영 스킬 없이는 강현 일행을 제 지할 수단이 없었다.

발광이끼가 없으면 생명에너지를 전송받을 수 없고,회복력을 잃으면 강대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거대한 몸은 되려 약점이 되어 거대한 표적 으로 전락해 버린다.

하다못해 레귤러 중에서 원거리 스 킬이나 비행스킬을 가진 종족이 있 다면 좋았을 텐데 그마저도 아니다. 각 층을 초기화시키면 다른 아인족 이 생성될 수도 있으나,그랜드 우 드나 패러사이트는 초기화를 시키지 못한다.

초기화에 필요한 재료는 오직 공략 자만이 얻을 수 있었기에.

그랜드 우드는 너무 성급하게 레귤 러를 긁어모은 것을 자책했다.

'제기랄! 지상을 점유한다고 성급 하게 레귤러를 모은 게 화근이 됐 어. 차라리 패러사이트의 아공간 스 킬이라도 아껴 뒀으면 놈들을 견제 할 수 있었을 거야.’ 하필 패러사이트가 아공간 개방 스 킬을 쓴 직후에 투영 스킬을 빼앗기 고 말았다.

운 좋은 놈.

아공간 개방 스킬 재사용대기시간 이 아니었으면 저리 마음껏 날뛰지 못할 텐데 말이다.

그랜드 우드는 분노를 곱씹으며 닭 쫓던 개마냥 강현 일행을 노려보았 다.

시간이 흘러 평원에 있던 발광이끼

의 9할이 소멸되었다.

변전소 역할을 하던 발광이끼가 줄 어든 만큼 전송되는 생명에너지의 양도 줄어들었다.

댐에 물이 가득 차 있는데 10개였 던 배출구가 1개로 줄어든 셈이었 다.

팔을 잃어도 즉시 재생시킬 수 있 었던 것이 차츰차츰 재생된다고 보 면 된다.

남은 1할은 그랜드 우드 주변에 심어진 발광이끼였다.

강현은 평원 끝자락에서 민둥민둥 해진 땅바닥을 둘러보다가 소리잔을 꺼냈다.

“이만하면 됐어. 그랜드 우드 쪽으

로 복귀해.”

- 조금 있으면 아공간 개방 재사 용시간이 되돌아와요. 혹시 모르니 까 어딘가에 라이를 미리 소환해 두 세요.

“미리 쓰면 의미가 없어. 나중에 타이밍을 봐서 소환하는 게 나아.”

- 알겠어요. 아공간 대응은 강현 씨에게 맡길게요.

“그랜드 우드에게 접근하면 양팔부 터 공격해.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하지.”

강현은 평원 중심부를 향해 전속력 으로 날아갔다.

중심부에 도달하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멀리서 무시무시한 살기를 품고 있 는 그랜드 우드가 시야에 들어왔다. 그랜드 우드는 계속 강현을 주시하 더니 팔을 들어 무언가 던지는 시늉 을 했다.

투석기가 작동한 것마냥 그랜드 우 드의 팔이 휘둘러지나 싶더니,어떤 물체가 강현을 향해 일직선으로 날 아들었다.

강현은 드림윙을 젖혀 급격히 위로 날아올랐다.

강현의 발 아래로 레귤러 몇몇이 지나갔다.

'레귤러를 던졌어? 도움이 안 되니 까 아예 무기로 쓰기로 작정한 거로 군.’

그랜드 우드의 악에 받친 레귤러 투척이 이어졌다.

“그깟 투영 스킬이 없다고 공격하 지 못할 내가 아니다! 덤벼라! 네놈 들이 얼마나 하찮은지 깨닫게 해 주 마!”

강현이 그랜드 우드에게 접근할 무 렵,반대편에서도 김혜림 일행이 그 랜드 우드에게 접근하고 있었다.

김혜림 일행은 그랜드 우드가 강현 에게 정신이 팔려 있는 순간을 노려 원거리 공격을 시도했다.

김혜림의 애시드 에로우와 루나의 애시드 필러,니아의 흑염이 그랜드 우드의 양팔을 향해 발사되었다. 그랜드 우드는 등 뒤에서 날아드는 공격을 감지했는지 리라이트 스킬을 발동했다.

“흥! 뻔한 수작을!”

김혜림 일행의 공격이 그랜드 우드 의 리라이트에 부딪치며 상쇄를 이 뤘다.

그랜드 우드의 리라이트는 전신에 서 마나를 방줄하여 공수를 동시에 겸하는 스킬이나,한 번 사용하면 몇 분간 재사용대기시간을 가진다.

김혜림은 그랜드 우드가 리라이트 를 사용하기만을 기다렸다는 듯 지 트를 불러냈다.

“지트!”

“네! 준비됐습니다!”

“베어 버려!”

지트는 니아의 등에 두 발을 딛고 일어서선 검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 쳤다.

“투영!”

투영 스킬.

원하는 위치에 손과 쥐고 있는 무 기를 투영할 수 있는 스킬이다. 스킬을 발동할 때 부여한 마나에 따라 투영한 손과 무기의 크기가 증 가하며,공격자가 가진 본래 무기의 공격력만큼 위력을 발휘한다. 단,투 영된 무기가 적중해도 무기가 가진 보구 효과는 발동하지 않으며 투영 된 무기로는 다른 스킬을 발동할 수 없다.

예를 들면 강현이 투영 스킬을 써

서 빙백검을 투영했다고 치면,투영 된 검으로는 마나폭검을 못 쓴다고 보면 된다.

지트가 투영 스킬을 발동함에 따라 포이즌 소드의 모습을 본뜬 투영검 이 그랜드 우드의 오른팔 위에 소환 되었다.

투영검이 지트의 움직임에 따라 위 에서 아래로 떨어지며 그랜드 우드 의 오른팔에 내리찍혔다.

카갸갸갹!

공격은 적중했으나 위력이 모자란 탓에 그랜드 우드의 오른팔이 3분의 1가량 베는 것에 그쳤다.

그랜드 우드는 강현을 견제하느라 계속 레귤러를 던지며 악바리를 썼다.

“패러사이트들아! 저 귀찮은 날파 리들부터 1층으로 보내 버려라! 흑 발 놈은 내 친히 이 자리에서 죽여 주겠다!”

강현만큼은 기필코 죽여 버리겠다 는 일념에서 나온 일갈이었다. 위대한 존재라 자부하는 입장에서 하찮은 존재들을 상대로 수세에 몰 리는 것 자체가 굴욕이었다.

굴욕을 선사한 강현을 죽이지 않고 서야 이 굴욕감을 어찌 청산하리오. 귀찮은 날파리들부터 정리하기 위 해서 네 마리의 패러사이트가 아공 간 개방 스킬을 사용했다.

그로 인해 김혜림 일행의 전후좌우

사방으로 아공간이 열렸다.

펼쳐진 아공간들이 진공청소기마냥 강한 흡입력으로 김혜림 일행을 빨 아들였다.

“뀨우우우시”

니아가 필사적으로 날개를 퍼덕여 보았지만 아공간의 흡입력을 이겨 내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김혜림 일행은 아공간 안쪽으 로 빨려 들어가며 1층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헌데 김혜림 일행이 완전히 아공간 안으로 사라지기 직전.

4개의 아공간 위로 붉은 화살이 연이어 솟구쳤다.

아공간에 빨려 들어가는 와중에 김

혜림이 혼신의 힘을 다해 화염의 화 살을 쏘아 올린 것이었다.

화염의 화살은 소름 끼칠 정도로 깨끗한 궤적을 그렸다.

마치 화염의 화살 주변에만 시간이 멈춘 듯 매끈한 포물선이 그려지면 서 그랜드 우드의 오른팔에 불길이 치솟았다.

화르륵!

화염 화살의 불꽃이 지트가 낸 상 처를 들쑤시면서 그랜드 우드의 오 른쪽 팔이 떨어져 나갔다.

그야말로 김혜림의 집념이 만들어 낸 성과였다.

그랜드 우드의 오른팔은 맥없이 추 락하여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과과콰콰콰과!

화염 화살이 불길이 그랜드 우드의 오른팔 전체로 퍼지면서 매캐한 연 기가 그랜드 우드의 전신을 감쌌다. 그랜드 우드는 남은 왼팔로 연기를 헤치며 시야를 확보하려 했다.

“콜록콜록! 빌어먹을 년! 얌전히 떨어지지 못하고 그새 되도 않은 짓 을 하는구나!”

산불이라도 일어난 양 둥게둥게 피 어오르는 연기 속.

그랜드 우드의 왼팔이 연기를 걷어 내기 위해 허망한 손짓을 반복했다. 그 순간,강현이 연기 속을 헤치고 튀어나왔다.

연기가 강현의 몸을 어루만지며 물

결을 이루었다.

흡사 연기로 이루어진 베일이 펄럭 이는 듯했다.

투신의 강림을 그린 풍경화마냥 성 스러운 광경 속에서 강현이 빙백검 을 내리꽂았다.

푸욱!

빙백검이 그랜드 우드의 왼팔에 박 혔다.

가진 마나를 전부 빙백검에 담아 두었기에 빙백검의 빙결 효과가 그 랜드 우드의 왼팔을 얼리기 시작했 다.

이로써 그랜드 우드의 양팔을 봉인 한 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랜드 우드는

자신의 우세를 점쳤다.

“크하하하! 고작 양팔을 봉하려고

그리 발광했던 것이냐! 네놈 혼자만 으론 날 베어 넘길 순 없을 터! 팔 만 회복되면 네놈이 느낄 수 있는 최대한의 고통 속에서 찬찬히 죽여 주마!”

그랜드 우드의 예상은 적중했다. 리필 스텟은 이미 써 버렸고,남은 마나를 빙백검에 모두 부여한 탓에 마나통은 텅텅 비어 있었다.

강현 혼자만의 화력으로 그랜드 우 드를 베어 넘기려면 많은 시간이 필 요했다.

그사이에 그랜드 우드는 양팔을 회 복할 거고 말이다.

강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등에 맨 몽환검을 빼내선 양손으로 힘껏 움 켜잡았다.

“얼마든지. 그때까지 살아 있다면 말이지.”

언제나처럼 무뚝뚝한 말 한 마디와 함께 몽환검이 그랜드 우드의 미간 에 틀어박혔다.

푸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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