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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는 플레이어-265화 (265/381)

265화

반란세력의 원형 포위망이 좁아지 다가 이내 곧 격전지에 도달했다. 서로 치열하게 치고받고 싸우던 지 배세력으로선 무척이나 당황스러울 거다.

안 그래도 미디엄 때문에 지배세력 의 병력이 100명이나 이탈했다. 거기다 미디엄과 추종자들이 예상 외로 거세게 저항했기에 생각보다 병력 소모가 심했다.

미디엄의 병력이 50,레어의 병력 이 800쯤 남았을 즈음.

반란세력이란 이름의 거대한 을가 미가 죄여 들기 시작했다.

저희들끼리 싸우며 기력과 심력을 소모한 지배세력에게,등 뒤에서 밀 려드는 3, 000병력을 막아 낼 재간은 없었다.

격전지에서 발생한 혼란과 절규가 멀리 떨어진 북쪽 언덕까지 전해져 왔다.

웰던은 지배세력 병력이 줄어드는 광경을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자네 말대로 미디엄은 처음부터

CP교환기를 가로챌 생각으로 동맹 을 제안한 것이었군.”

미디엄이 웰던에게 접촉한 이후에 웰던은 마을로 돌아가지 않고 강현 을 찾아갔다.

웰던과 미디엄 사이에 맺힌 응어리

는 단 한 번의 대화로 풀릴 것이 아니었다.

견원지간이나 다름없는 관계에 놓 인 자가 이제 와서 갑자기 저자세로 나오는데 수상하게 느낄 수밖에 없 잖은가.

강현과 상의하자 묘안을 내주었다.

1. 먼저 레어와 접촉하여 뽑기 대 리를 의뢰.

2. 반란세력에 CP교환기를 돌리되

CP는 모금하지 않는다.

3. 레어의 부하들을 통해 비어 있 는 CP교환기를 전달.

미디엄이 배신할 생각이라면 CP교 환기를 가로챌 테니,레어의 부하들 을 약간이나마 줄이면서 내분을 일으킬 수 있다.

혹여나 미디엄이 배신하지 않아서 레어에게 빈 CP교환기가 전달된다 하더라도 상관없다.

원래 일으켰어야 할 궐기가 몇 시 간 더 앞당겨질 뿐이니까.

번외로 웰던이 미디엄과 손을 잡고 강현을 치려 했어도 강현은 손해 볼 게 없다.

카모를라쥬를 쓴 김혜림이 줄곧 웰 던을 감시하고 있었기에.

웰던이 강현을 치려고 CP를 모금 했다면 김혜림이 미디엄의 추종자들 보다 앞서 운반 중이던 CP교환기를 가로채서 강현에게 전달했을 거다. 웰던으로선 이번 작전에 얼마나 많은 수가 가미되었는지 모른 채 작전 의 일부만 보고 감탄을 연발했다. 강현은 지배세력의 병력이 거의 다 정리되어 가는 것을 확인하곤 입을 열었다.

“이 싸움이 끝나면 자이언트 푸드 우드를 내주도록 하지.”

“바로 위층으로 올라갈 건가?”

“그럴 생각이야. 끝까지 올라가야 하니까.”

“자네들에겐 몇 번을 감사해도 모 자랄 은혜를 입었네. 부디 몸조심하 고 꼭 바라는 바를 이루게나.”

맺혔던 한이 풀린 것마냥 후련한 표정을 짓고 있는 웰던이었다. 그토록 바랐던 소원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이제부턴 모두가 차별 없이 숲의 풍요로움을 만끽하며 지낼 수 있으 리라.

더 이상 바랄 게 없었다.

말하는 뉘앙스로 보건데 공략자가 위로 올라가면 초기화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았다.

‘알고 있다면 저리 말할 수 없지.’

6층까지 오면서 그 어떤 아인족도 초기화를 염려하지 않았다.

오로지 자기 종족에게 부여된 목적 을 이루는 것에만 열중했었다. 공략자와 협력하여 종족의 비원을 이룬다 한들 공략자가 위층으로 올 라가 초기화시켜 버리면 모두 사라져 버린다.

허나 그 어느 아인족도 초기화를 언급하지 않았고,초기화를 염려한 적도 없었다.

처음부터 아인족은 초기화가 존재 하는지도 몰랐던 것이었다.

아마 세계의 의지가 처음부터 초기 화에 대한 지식은 가지지 못하도록 설계해 둔 것이리라.

초기화에 대해 알고 있었다면 종족 의 비원보다 공략자를 죽이는데 중 점을 두고 움직일 테니까.

그리되면 공략자를 엿 먹이는 구조 가 아닌 단순한 힘 싸움이 되어 버 린다.

단순한 힘 싸움으론 강력한 힘을

지닌 절대자는 탄생할지 몰라도 강 력한 힘을 지닌 절망자는 탄생시키 기 힘들다.

모든 것이 절망자의 탄생을 위해서 준비된 것이다.

강현은 아무것도 모른 채 마냥 기 뻐하는 웰던에게서 눈을 돌렸다. 더불어 니아를 타고 상공을 날며 전황을 살피던 김혜림과 루나가 강 현이 있는 언덕으로 날아왔다.

“강현 씨,끝났어요. 격전지에 있던 지배세력은 전멸했고,다른 곳에 지 배세력이 남아 있는 흔적은 없어요. 아마 이제 곧 위층으로 가는 문이 열릴 거예요.”

“미디엄과 레어는?”

“전투 초기에 죽었어요. 미디엄이 침대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레어를 먼저 죽이려다가 레어의 부하들에게 당했죠. 아무래도 레어를 먼저 제거 하면 레어의 부하들이 갈팡질팡할 거라고 생각했나 봐요.”

“시도는 나쁘지 않았군.”

“시도까지는요. 또 보고할 만한 게……. 아,레어는 그 뒤에 들이닥 친 반란세력에게 당했어요. 뭐 움직 이지 못하는 몸뚱이였으니까 당연하 다면 당연한 일이겠죠.”

지배세력이 전멸당했으니 위층으로 가는 문이 열릴 거다.

아마 마지막으로 죽은 지배세력의 웨어피그에게서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을까 싶다.

자세한 사항을 알아보려면 직접 가 서 살필 필요가 있다.

강현은 내려가기 앞서 웰던에게 먼 저 내려갈 것을 권했다.

“먼저 내려가서 웨어피그들에게 물 러나라고 전해 둬.”

“전투는 끝났잖나. 달리 할 일이라 도 있는 건가?”

“우리가 내려가면 다들 엎드려서 벌벌 떨 테니까. 거사 성공 직후에 벌벌 떠는 건 모양새가 살지 않지.”

“그것도 그렇군. 자네 의외로 배려 심이 깊구먼.”

“별로.”

“얼른 가서 물러나라고 하겠네. 여

기서 기다려 주게나.”

비원을 이룬 뒤라 그런지,언덕 아 래로 내려가는 웰던의 발걸음이 매 우 가벼워 보였다.

강현 일행은 언덕 비탈길에서 숲 경계선을 내려다보며 반란세력이 물 러나길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루나가 니아와 놀 고,옆에서 라이가 처량한 모습으로 엎드려 있던 걸 제외하면 별다른 일 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도 반란세력이 물러날 기미가 안 보였다.

강현은 바위에서 엉덩이를 떼며 김 혜림을 불렀다.

“김혜림. 웰던이 내려간 지 얼마나

됐지?”

지트를 세워 두고 강현의 지독한 요리 실력에 대해 논하던 김혜림이 회중시계로 시간을 확인했다.

“으음, 한 1시간 정도 지난 것 같 은데요.”

“물러날 기미가 안 보이는군.”

“내려가서 어떻게 된 일인지 확인 하고 올까요?”

“홍에 겨워서 물러나란 명령이 제 대로 전달되지 않는 모양이군. 그냥 날아서 출구 앞에 바로 도착하는 게 더 빠르겠군.”

“그러죠. 니아? 나랑 루나 태워 줘?”

“어이,김혜림.”

“네? 또 뭐 시킬 일 있어요?”

“조만간 내 요리 먹고 맛있다고 하

는 날이 올 거야.”

김혜림은 턱을 매만지며 강현의 무

뚝뚝한 표정을 따라했다.

“으음,강현 군,이번 생애 안에

이루어졌으면 좋겠군.”

으음,쓸데없는 것까지 전부 가져 가고 있군.

?

강현은 드림 윙을,김혜림과 루나 는 니아의 등에 타서 숲의 경계를 따라 비행했다.

얼마쯤 날자 지배세력 웨어피그의

시체 더미 중간에 아공간이 열려 있 는 것이 보였다.

아공간은 레어가 죽은 자리 위에 펼쳐져 있었다.

움직이지 못하는 돼지여도 왕은 왕 이라는 건지,상징적인 의미에서 그 가 다음 층으로 가는 시발점이 된 모양이었다.

강현과 니아는 아공간이 열린 곳으 로 내려갔다.

날개를 펄럭이며 사뿐하게 바닥에 착지한 순간.

강현 일행은 아공간 주변에 펼쳐진 장엄한 풍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아공간 주위로 반란세력 웨어피그 들이 줄지어 돌도끼를 지팡이 삼아 서선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게 아닌 가!

마치 구원자를 맞이하는 광경을 보 는 듯하다.

종족 특성을 이겨 내기 위해 돌도 끼를 지지대 삼아 간신히 버티며 강 현에게 경의를 표하고 있다.

강현이 한 행동이 반란세력에게 있 어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반증하는 광경이었다.

웨어피그 사이에서 웰던이 걸어 나 오더니 강현에게 고개를 숙였다.

“미리 말하지 않아서 미안하네. 우 리를 고통에서 해방시켜 준 사람을 그냥 보낼 순 없지 않은가. 그래서 일이 성공하면 이러자고 미리 상의 했다네. 우리의 성의라 생각하고 받 아들여 주게나.”

처음에 강현이 반란세력을 두고 노 력할 줄 모르는 게으름뱅이라 칭했 었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을 두고 그들을 게으름뱅이라 책망할 순 없을 거다. 강현이 마법과 같은 계책을 하나둘 실행하는 동안 웨어피그들은 일어설 계기를 얻었고,끝내 자기 손으로 지배세력을 몰아냈다.

강현은 전신을 때리듯 몰려오는 감 사의 물결을 두고 조용히 몸을 돌렸 다.

“감사할 것 없어.”

그 말을 마지막으로 강현은 아공간

안으로 발을 들였다.

매정한 강현과 달리 루나는 활기차 게 두 팔을 흔들며 웨어피그들에게 작별을 고했다.

“피그들 바이바이!”

“루나,강현 씨 들어갔으니까 우리 도 얼른 가자.”

김혜림은 루나의 행동을 제지하듯 번쩍 안아 들며 출구로 들어갔다.

아공간 안에 휘몰아치듯 형성된 마 나 기류를 통과하자 나선계단이 나 타났다.

고개를 위로 들자 벌써 나선계단 위로 올라가고 있는 강현의 뒷모습 이 눈에 들어왔다.

김혜림은 루나를 바닥에 내려주며

황급히 강현을 따라갔다. 그러곤 강 현의 등 뒤에 바짝 붙으며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스탬프…… 받을 거죠?”

강현은 묵묵히 계단을 밟으며 침묵 을 고수했다.

나선계단을 올라가다 보니 6층 토 템이 나타났다.

토템 앞에서 스탬프 카드를 뽑아 든 후에야 강현이 입을 열었다.

“받아야지.”

김혜림은 눈동자에 안쓰러운 눈빛 을 담으며 강현의 뒷모습을 바라보 았다.

“괜찮은 거죠?”

“뭐가?”

“그…… 마지막에 웨어피그들이 한 거 있잖아요.”

웨어피그들이 종족 특성을 극복하 려고 안간힘을 쓰며 한자리에 모였 다.

오로지 강현에게 감사 인사 한 번 을 하기 위해서 말이다.

쉽지 않은 일이었을 거다.

그들에게 있어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었을 테고.

서프라이즈였던 만큼 강현도 조금 은 느끼는 바가 있을 거다.

허나 스탬프를 받으면 6층은 초기 화되고 만다.

기억에 남을 작별 인사를 선사해 준 이들을 곧바로 없애야 하는 게 그리 쉽지만은 않을 터.

그러나 김혜림의 걱정과 다르게 강 현은 흔들림 없이 한결같은 뚝심을 보였다.

강현은 스탬프 카드를 토템 안에 넣어 스탬프를 찍었다.

“김혜림. 기억해 둬. 웨이브 안의 아인족은 몬스터나 마찬가지야.”

“후우,알고 있는데도 이번 층은 자꾸만 감정이입을 해 버리네요.”

“실험장의 쥐랑 똑같아. 저들은 맞 춤 환경에서만 살아가도록 만들어진 존재들이야. 너무 깊은 의미를 부여 하지 마.”

“네,명심할게요.”

김혜림은 강현을 따라 토템에 스탬

프 카드를 넣었다.

알겠다고 대답했지만 마음 한구석 으론 걱정이 앞섰다.

이제 막 목표를 달성하여 기뻐하는 웨어피그들을 초기화로 지워 버린 일은 두고두고 마음에 남을 거다. 앞으로 신화급 웨이브를 공략하다 보면 몇 번이고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한 번뿐이라면 괜찮겠지만 같은 상 황이 몇 번이나 반복되어 계속 누적 되면,독이 퍼져 나가듯 마음을 좀 먹을 수도 있었다.

김혜림은 강현의 넓은 등을 바라보 다가 고개를 좌우로 휘휘 저었다.

‘강현 씨라면 괜찮겠지.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걱정이 강현 씨 걱정 이라잖아. 아마 괜찮을 거야. 암,그 렇고말고.’

이윽고 루나까지 스탬프를 받으면 서 강현 일행 전원이 스탬프를 획득 했다.

강현은 7층으로 이어지는 문을 열 고 안으로 들어갔다.

7층에 들어서자 그랜드 우드가 있 는 층까지 거의 다 왔음을 알리는 지표가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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