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261화 (261/381)

261 화

한국식 운영법이라는 말에 김혜림 과 루나가 동시에 고개를 갸웃거렸 다.

루나야 한국이 어딘지도 모르니 짐 작할 수 있는 게 없다 해도,김혜림 은 한국에서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무슨 의미인지 감조차 오지 않았다. 한국식 행정운영? 한국식 기업운 영? 한국식 게임운영?

“한국식이 붙은 것치고 좋은 평 듣 는 게 있던가요?”

“시점 차이야. 벌어들이는 입장에 선 한국식만큼 좋은 것도 없지.”

“번다는 수식이 붙는 걸 보니까 기

업식 운영을 적용하자는 거군요.”

“그냥 기업이 아니라 게임회사가 쓰는 운영법으로 가자고.”

“게임 같은 걸 별로 해 본 적이 없 어서 뭘 할지 감이 안 잡히네요.”

“나도 많이 해 본 적은 없어. 옆에 서 데미지 기댓값 같은 걸 계산해 준 적은 많지만.”

박인환이 대학 자퇴 후에 게임 비 제이를 한다며 N사의 게임에 빠져 있을 무렵, 옆에서 재미 삼아 여러 차례 구경했었다.

당시에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구경 했던 것이 지금에 와서 도움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강현은 바닥에 한껏 떨어져 있는

푸드스톤을 몇 개 챙기며 걸음을 뗐 다.

“자세한 건 한숨 자고 나서 얘기하 는 게 좋겠군.”

김혜림과 루나의 눈이 시뻘겋게 충 혈되어 있었다.

4층에서 패러사이트를 공략한 후에 6층 피그숲까지 올 때까지 한숨도 자지 않았다.

피로가 한계치를 넘은 지 오래인지 라 본인이 피곤한 걸 인지하지 못하 는 단계에 이르러 있었다.

김혜림과 루나는 강현의 제안을 받 아들여 난장이 하우스를 펼칠 만한 장소를 찾아다녔다.

돌아다닌 끝에 숲 북쪽에서 적당한

공터를 찾아냈다.

강현 일행은 난장이 하우스 안에 들어가 차례차례 목욕에 나섰다.

김혜림이 먼저 루나를 데리고 목욕 을 하고 나와선 루나를 침대에 뉘였 다. 그러고 나선 수건으로 젖은 머 리카락을 토닥거리며 거실 의자에 앉았다.

“물 다시 덥혀 놨어요. 강현 씨도 씻고 나오세요.”

“바깥에 지트와 라이,니아를 세워 뒀어. 오늘은 불침번 생각하지 말고 푹 자 둬.”

“그래야겠어요. 목욕하고 나니까 피로감이 확 몰려오네요. 근데 아까 부터 뭘 보고 있어요?”

“아까 가져온 푸드스톤.”

“지배세력 영역 쪽 푸드우드에서 떨어진 열매네요.”

“웨어피그들이 센의 부모님처럼 아 주 맛깔나게 먹더군.”

“먹었다가 우리도 돼지가 되는 건 아니겠죠?”

“그리되면 루나가 유바바 밑에서 여관 일을 하면서 원래대로 되돌려 주겠지.”

가져온 푸드스톤은 4개였다.

1개는 루나의 몫으로 따로 빼놓았 기에 나머지 3개를 둘이서 나눠 먹 으면 되었다.

강현은 1개만 자신이 집어 들고 남은 2개는 김혜림에게 내밀었다.

“2개 먹어.”

“흐응? ,갑자기 챙겨 주는 거 보니 까 수상한 걸요? 또 장난치려고 그 러죠?”

“눈치가 빨라졌군.”

“무슨 장난을 해 놨어요?”

“먹어 보면 알아.”

목욕하는 동안 열매를 재료 삼아 몰래 요리라도 해 놓은 걸까.

김혜림은 속는 셈치고 푸드스톤 중 하나를 베어 물었다.

와삭!

과육에 앞니 자국이 생기며 과즙이 물씬 흘러나왔다.

과연 이걸 과즙이라 할 수 있을 까?

마치 황궁 요리사가 내놓은 최고급 스테이크 같았다.

푸드스톤의 껍질 안쪽엔 바삭한 질 감의 과육이,그 안에는 야들야들한 과육이 절묘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미지근한 느낌의 미디엄 레어 스테 이크 같다고 해야 하나.

과육에서 희미하게 새어 나오는 무 화과 향이 무화과 소스 풍미를 더해 주며 푸드스톤의 맛에 힘을 실어 주 고 있었다.

이쯤 되면 단순한 먹을거리가 치부 할 수준이 아니다.

푸드스톤 자체가 하나의 요리나 다 름없었다.

거기에 허기까지 더해져 맛이 배가

되었다.

김혜림은 허겁지겁 푸드스톤 하나 를 먹어치우곤 기분 좋게 늘어졌다.

“후아? ,황궁에서 먹었던 스테이크 맛이랑 비슷하네요. 지배세력 웨어 피그들이 살찐 이유를 알겠어요. 이 거라면 하루에도 몇 개씩 먹고 싶겠 는 걸요.”

“내 건 양고기 맛이군.”

“근데 무슨 장난을 친 거예요? 도 통 모르겠네.”

“다른 하나도 먹어 봐.”

또 다른 푸드스톤을 조리해 둔 걸 지도 모른다.

이쯤 되니 궁금해서라도 먹을 수밖 에 없다.

김혜림은 남은 푸드스톤 하나도 먹 었다.

이번에는 닭고기 맛 푸드스톤이었 다.

존득한 다리살만 모아서 달달한 소 스에 조려 낸 맛일까나.

뼈까지 먹을 수 있는 중화풍 찜닭 을 먹는 기분이었다.

또 다른 푸드스톤까지 다 먹었건만 딱히 달라진 게 없었다.

평범하게 기분 좋은 한 끼 식사를 마친 느낌이었다.

김혜림은 기분 좋은 와중에도 찜찜 함을 떨쳐 낼 수 없었다.

“이제 가르쳐 주실래요? 뭘 하려던 거였어요?”

“글쎄.”

김혜림이 기분 좋게 한 끼 식사를 마친 걸 본 후에야 몸을 일으키는 강현이 었다.

강현은 장난이 무엇이었는지 말하 지 않고 그대로 욕실로 들어갔다. 도대체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결국 뭐였던 거지?

별거 아니면 그냥 자기나 더 먹을 것이지.

자기가 더 고생했으면서.

한동안 늘어져 있던 김혜림은 가슴 언저리가 뜨뜻해지는 걸 느끼며 피 식 웃었다.

“풋,정말이지 솔직하지 못하다니 까.”

*

시간이 흘러 해가 지고 달이 떴다.

난장이 하우스 바깥에선 지트,니 아,라이가 배회하며 불침번을 섰다. 세 소환수의 태도는 저마다 달랐 다.

지트는 임무를 충실하게 이행하느 라 긴장을 늦추지 않았고,니아는 세상만사가 귀찮은지 연신 하품을 해 댔다.

그렇다면 라이는 무엇을 하고 있느 냐.

라이의 경우 니아를 경계하고 있었 다.

얼마 전에 새로 영입된 새로운 소 환수인데다 자신과 똑같은 맹수 타 입의 소환수다.

거기다가 하늘을 날 수 있어서 자 신보다 훨씬 자주 부름을 받고 있는 것 같다.

강현 일행의 귀염둥이 소환수 포지 션이었던 입지를 위협하는 상대다. 라이는 혼잣말을 하듯 낮게 으르렁 거렸다.

“그르르

흥,마침 잘됐어. 이참에 신참한테 자신의 위치를 알려 줘야겠군. 라이는 하품을 하고 있는 니아의 꼬리를 앞발로 툭툭 건드렸다.

“그르통.”

야,신참. 일어나. 불침번 중에 잠 이 와? 공략이 물로 보이냐?

“뀨우?”

네? 네? 방금 뭐라고 했어요?

“그르르,그릉

쯧쯧,새끼 얼 타는 거 봐라. 선배 가 부르면 잽싸게 몬스터 종류랑 성 명부터 대야 할 거 아니냐.

“규,뀨우,끼유우!”

네! 아,네! 마룡 해출링 니아입니 다!

“크릉,그르르르

야야야,너무 각 잡지 마라. 누가 보면 군기 세우는 줄 알겠다. 내가 지금 너 혼내려는 것처럼 보이냐?

‘‘뀨?”

잔 것 때문에 혼내시는 거 아네 요?

“그르르. 크릉. 크르릉!”

인도적 교육 인도적 교육. 알겠냐?

아이고,요놈 발톱 보소. 너 개인정 비시간 때 잠만 자지?

“규……

네??????.

“그르르르. 그롱?”

기가 빠졌구만. 우리가 말이야. 어 쩌다 보니 소환수가 되었지만 완생 낭비라 생각하지 말고 주인 지킨다 는 자부심으로 소환수 생활을 보내 야 하지 않겠니?

“뀨우!”

시,시정하겠습니다!

“그릉그롱. 냐?”

좋아,이제야 좀 소환수다운 면모 가 보이는구만. 내가 소환수 생활 팁을 몇 개 알려 주지. 가장 중요한 건 말이야. 주인한테 너무 아양 떨 면 안 된다는 거야. 특히 루나 양한 테는 너무 응석 부리지 말도록 해.

“뀨우.”

음음,응석 부리지 않는다. 명심해 둘게요. 또 뭘 주의해야 하나요,라 이 선배님.

“냐? 냐?”

선배님. 그거 좋네. 앞으로 선배님 이라 불러.

“뀨우!”

네! 선배님!

“냐아? 。

너 의외로 말이 잘 통하는걸? 혹 시 너 식용정령 먹을 줄 아냐? 바 람의 식용정령이라도 먹으면서 얘기 할까?

“냐? 냐?”

“규우규우.”

어느새 찰싹 붙어서 사이좋게 바람 의 식용정령을 나눠 먹게 된 라이와 니아였다.

난장이 하우스 근처를 한 바퀴 돌 고 복귀한 지트는 라이와 니아를 보 곤 흐뭇해했다.

“하하,벌써 둘이 친하게 지내는군 요.”

소환수들끼리만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루할 틈이 없는 강현네 파티였다.

소환수들이 불침번을 서고 있는데 난장이 하우스 내부 조명이 꺼졌다. 강현 일행이 잠자리에 든 모양이었 다.

불이 꺼진 이후로 1시간쯤 지났을 까.

난장이 하우스 현관이 열리면서 강 현이 걸어 나왔다.

지트는 강현이 잠들지 않았음을 알 아차리곤 허리를 살짝 숙이며 예를 갖췄다.

“무슨 일이십니까,주군? 잠이 안 오십니까?”

“그럭저럭. 그런데 지트,내가 피그

숲의 현황을 말해 줬던가?”

“주군께선 말씀하지 않으셨지만 루 나 양이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럼 대강은 알겠군.”

“네.”

“이 피그숲의 규칙을 파악했을 때 감탄스럽더군. 피그숲은 정말 악질 적인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 절망자 를 탄생시키려는 의도에 걸맞는 공 략법이다 싶더군.”

“이해합니다. 지배세력을 지지해야 만 공략할 수 있게 만들어 놨더군 요.”

“지배세력을 지지해야만 한다라.”

“이곳 6층의 공략법은 모자란 저라 도 쉬이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반란세력과 지배세력의 자이언트 푸드 우드를 모두 빼앗아서 이긴 쪽에게 나무를 주겠다고 하면 서로 피터지 게 싸우지 않겠습니까.”

지트가 말한 공략법은 가장 모범적 인 6층 공략법이었다.

각 진영에서 식량 공급처라 할 만 한 건 고작 3미터짜리 나무 한 그 루밖에 없다.

3미터짜리 나무 한 그루면 평범한

20대 장정 한 명이 삽 한 자루와 수레 한 대만 가지고 있어도 옮길 수 있는 크기다.

두 나무를 가져다가 식량을 독점하 고 두 세력 중 이긴 쪽에게 나무를 준다고만 하면 된다.

그리하기만 해도 두 세력이 알아서 피 터지게 싸울 거다.

물론 레벨이 더 높은 지배세력이 이길 테고 말이다.

강현이라고 그 사실을 모를까. 정공법이 타당한가 아닌가를 논하 기 위해 꺼낸 말이 아니다.

좀 더 가벼운 기분으로 꺼낸 말이 건만 지트 혼자 너무 앞서 나갔다. 강현은 대화의 초점이 맞지 않는다 는 걸 깨닫곤 간단하게 상황을 일축 했다.

“혼자 너무 앞서 갔어. 이곳 구조 가 잘 만들어졌다고 말하려던 것뿐 이야.”

“네? 지배세력 같은 개자식들을 지

지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현실에 괴 리함을 느꼈던 게 아닙니까?”

“별로. 지배세력만 조질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아이러니 같은 걸 느 낄 필요가 있을까?”

웨어피그들에겐 공략당하지 않을 최상의 방법이 있다.

지배세력이 자신들의 자이언트 푸 드우드에서 열리는 열매를 반란세력 에게 나눠 주기만 하면 된다.

맛있는 푸드스톤을 공유하기만 해 도 두 세력은 한곳에 섞여 지낼 수 있을 거고,진영 자체가 하나로 합 쳐지면서 나무표지판의 공략법이 효 력을 잃고 만다.

양보를 잃은 시점에서 지배세력은

스스로 살아남을 기회를 포기했다고 볼 수 있다.

지트는 혹여나 강현이 흔들리는 게 아닐까 싶어 간언을 올린 것이 참견 에 불과했음을 깨닫곤 고개를 깊이 숙였다.

“죄송합니다,주군. 제가 주제넘게 참견을 했습니다.”

“고개 들어. 누구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권리는 있는 법이니까.”

“넓은 아량으로 용서해 주시니 감 개무량할 따름입니다.”

“잡담은 이쯤 해 두지. 슬슬 지배 세력을 공략하자고.”

“무엇을 하면 되겠습니까?”

강현은 바람의 식용정령을 나눠 먹

고 있는 라이와 니아를 힐끗 보곤 지트에게 명령을 내렸다.

“재들 둘이 데리고 가서 지배세력 자이언트 푸드우드를 이쪽으로 옮겨 오도록 해.”

“저지먼트 지트. 주군의 명에 따르 겠습니다.”

“이번 일은 너무 무게감 느낄 거 없어. 한국식 운영은 그리 폼 잡으 면서 할 만한 게 못 되거든.”

“아? 한국식? 네?”

“다녀오기나 해.”

“네! 라이 군,니아 군. 주군의 명 령입니다. 따라오십시오.”

소환수 셋을 보낸 강현은 빙백검을 뽑고 가장 가까이에 있던 나무에 다가갔다.

빙백검에 그랜드 소드를 부여하곤 차근차근 나무를 잘라 냈다.

그리하여 잘라 낸 나무에서 기둥은 판자 모양으로 다듬고,나뭇잎은 따 로 모았다.

밤이 깊어 가는 가운데 나무판자는 궤짝과 상자가 되었으며,나뭇잎은 집 안으로 들고 가선 일일이 글자를 새겨 넣었다.

모든 준비를 마쳤을 때.

유리창으로 어슴푸레한 여명이 내 리쬐기 시작했다.

강현은 밤샘 작업을 마무리하며 침 대에 엎어지듯 누웠다.

“서른이 다 돼서 그런가. 이젠 사

흘씩 밤을 새는 것도 자제해야겠 군.”

*

이튿날,지배세력이 발칵 뒤집어졌 다.

꼭두새벽부터 급전을 전해 받은 미 디엄은 무거운 몸을 뒤뚱거리며 헐 레벌떡 자이언트 푸드우드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지배세력의 자이언트 푸드우드가 있는 지점에 도착하여 현장을 목격 한 순간.

미디엄은 돼지 특유의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었다.

“꺼억꺼억꺼억! 이런 미친 것들을 봤나!”

자이언트 푸드우드는 감쪽같이 사 라졌으며,나무가 심어져 있던 자리 에는 깊은 구덩이만이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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