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8화
김혜림과 루나는 더더욱 강현의 생 각을 읽을 수 없었다.
네 번째,다섯 번째 스탬프를 찍고 5층으로 되돌아오면 저주가 풀려서 10분의 1로 줄어들었던 스렛이 원 래대로 돌아가긴 한다.
그리되면 CP를 소모하지 않고 15 억 CP를 고스란히 저축해 둔 채 6 층으로 갈 수 있다.
하지만 스탬프를 찍고 오면 중간 보스가 리젠되지 않는가.
일단 강현이 확신에 찬 걸음걸이로 되돌아가는 걸로 보아 쓸 만한 작전 이 떠오른 것 같다.
김혜림과 루나도 강현을 믿고 4층 토템이 있는 나선계단으로 되돌아갔 다.
앞서 나선계단으로 들어간 강현은 벌써 토템에 스탬프 카드를 넣고 있 었다.
강현은 스탬프 카드에 도장 두 개 가 추가된 걸 확인하곤 토템 앞에서 물러났다. 그러고 나선 바로 5층에 올라가지 않고 나선계단에서 대기했 다.
“너희들도 찍어 둬.”
김혜림과 루나가 토템에 스탬프 카 드를 넣어서 각자 도장을 추가했다. 그동안 강현은 카니발 페어리에게 손짓을 하여 그녀를 불러들였다.
“어이,할 말이 있어. 이리 와 봐.”
카니발 페어리는 필요 이상으로 강 현에게 밀착했다.
접촉하자마자 카니발 페어리의 더 듬이가 희미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더듬이에 불이 들어온 상태는 곧
CP를 넘길 수 있는 상태가 되었음 을 의미했다.
강현은 시험 삼아 실드를 끌어올려 보았다.
강현의 몸 주위에 종이 한 장 두 께의 열은 막이 둘러졌다.
스렛량이 아무리 높아도 실드의 두 께는 종이 한 장 두께로 발현된다. 실드 자체가 인간과 똑같은 온도를 띠고 있기에 카니발 페어리는 실드가 둘러졌음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 다.
강현은 실드 위에 들러붙어 있는 카니발 페어리를 유심히 살폈다.
실드에 들러붙어 있는 상태에서도 카니발 페어리의 더듬이는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었다.
‘실드에 들러붙어도 접촉한 걸로 치는군. 이만하면 충분히 작전을 시 행할 수 있겠어.’
그나저나 아무리 매료에 걸렸다지 만 들러붙어도 너무 들러붙는다. 매료의 몇 안 되는 단점 중 하나 다.
안 그래도 스킨십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자꾸만 불필요한 스킨 십을 하려고 한다.
게다가 인공적으로 만든 감정에서 우러나오는 스킨십이다 보니 부드러 움이 결여되어 있다.
굳이 비교하자면 사생팬과 아이돌 의 관계가 가장 비슷하지 않을까 싶 다.
사생팬이 아이돌과 만났을 때 잡아 먹을 듯 만지려 드는 느낌이랄까.
한 대상에게 오래 유지하고 싶은 능력은 아니다.
강현은 집게손가락으로 얼굴에서 카니발 페어리를 떼어 내며 말을 꺼 냈다.
“네게 시킬 게 있어. 잘해 내면 좋 은 걸 주겠어.”
“뭔데,뭔데? 뭘 주려고 그래?”
“어떤 상인지 알려 주는 건 줄 때 의 기쁨으로 남겨 두지.”
“대충 어떤 걸 줄지 짐작이 가는 걸? 내가 바라는 건 하나밖에 없거 든. 까르르,엉큼하기도 해라.”
좋은 거라고 말했을 뿐인데 멋대로 선물의 정체를 상상하며 몸을 배배 꼬는 카니발 페어리였다.
강현은 카니발 페어리의 귀에 대고 지시를 내리면서 한 가지 ‘술책’을 부려 두었다.
지시를 전해 받은 카니발 페어리는 허공을 빙판 삼아 피겨선수처럼 팽 그르르 돌았다. 그러곤 우아하게 허 리를 앞으로 숙이며 지시를 받아들였다.
“그 정도 일이야 식은 죽 먹기지. 확실하게 처리하고 올 테니까,일 끝나면 상 주는 거다? 약속 어기면 안 돼.”
“일 끝나고 돌아오면 주도록 하 지.”
“어찜 이리 차갑게 말할 수 있을까 나. 그 점이 매력이지만 말야.”
어떤 모습인들 매력적이지 않겠나. 매료에 걸린 입장에선 강현이 숨만 쉬고 있어도 화보의 한 장면처럼 비 칠 거다.
카니발 페어리는 강현에게 끈적한 윙크를 보내곤 4층을 향해 내려갔 다.
강현은 카니발 페어리가 4층으로 이어지는 아공간으로 들어가기 전에 김혜림과 루나를 불러들였다.
“지금이야. 4층을 초기화시켜야 하 니까 바로 올라가자.”
강현이 먼저 5층으로 을라갔고,김 혜림과 루나가 바쁘게 그 뒤를 따랐 다.
네 번째,다섯 번째 스탬프를 받고 5층에 들어섰으니 지금쯤 4층은 초 기화됐을 거다.
카니발 페어리는 초기화된 4층에 들어서게 될 거고 말이다.
뿐만 아니라 네 번째,다섯 번째 스탬프를 받고서 5층에 들어섰기에 중간보스의 저주가 풀렸다.
강현은 저주가 풀렸는지 확인하기 위해 상태창을 확인해 보았다.
[최강현(LV. 250)]
관통 : 1, 170 대타 : 703 감지 : 750 홉기 : 700 보급 : 704 보너스 포인트 : 300 보유스킬 : 각성의 서(?),세이덴의 독주머니(S),마나폭검(S),석상 호 걸의 갑옷(S), 쉐도우 리퍼의 외갑 (SS), 명계의 서(?),위치 되감기(S), 개화의 서(‘?),제왕의 화염검(S), 군 주의 서(?),석화의 마안(SS),엘레멘탈 웨펀(SS),개방의 서(?),업적 의 서(?),매혹(A),해신의 축복(SS), 드림 윙(SSS),초월의 서(?)
특수능력 : 간파,분할
스렛이 원상복구되었으니 스텟을 사지 않아도 마나기류를 통과할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되었다.
이왕 상태창을 확인한 김에 보너스 포인트 정리도 해 둬야겠군.
공격 스텟과 마나 스텟의 실제 효 율을 놓고 비교하자면 아직 마나 스 렛 효율이 월등히 높다.
정제마나의 효과로 마나가 스렛의 2배 효율을 내고 있고,거기에 다시 보급의 효과로 3배 효율이 곱산 되어 사실상 700x6의 효과를 내고 있다.
현재 가진 마나 스텟만으로도
4, 200분량의 관통 스텟을 감당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동안 관통 스텟만 올려도 전투 엔 지장이 없겠군.’ 강현은 300포인트를 모조리 관통 스렛에 투자했다.
이로써 관통 스텟 수치는 1,470으 로 올랐다.
순수마나 스텟의 효과 때문에 실질 적으론 최대 2, 940의 위력까지 낼 수 있다고 보면 되었다.
강현이 상태창을 정리하는 동안 김 혜림,루나도 상태창을 정리했다.
몇 초 후,상태창 정리를 마친 세 사람이 동시에 눈을 떴다.
김혜림과 루나는 가만히 서서 강현 을 쳐다보았다.
척하면 척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느 낄 수 있었다.
여전히 두 사람은 왜 강현이 5억 CP를 받지 않았는지,카니발 페어 리가 왜 갑자기 사라졌는지 모르고 있었기에 그에 대한 설명을 듣고자 하는 것이었다.
강현은 호수로 이어지는 오솔길을 가리켰다.
“가면서 얘기하지.”
김혜림이 강현과 나란히 걷고,강 현과 김혜림 사이에 루나가 끼어들면서 셋이 나란히 오솔길을 걸었다. 김혜림은 가이아 보우를 꺼냈다. 오솔길 입구와 달리 숲 속은 그늘진 곳과 수풀,바위 등의 엄폐물이 많아서 항상 경계를 늦춰선 안 된 다.
기분이 들쑥날쑥한 와중에도 공략 의 기본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김 혜림이 었다.
김혜림은 경계태세를 유지하며 말 을 꺼냈다.
“저랑 루나가 스탬프 찍을 때 카니 발 페어리랑 이것저것 얘기하던 것 같은데 뭐라고 했어요?”
“크게 대단한 이야기는 없었어. 4 층을 초기화시킬 거니까 내려가서 증간보스에게 5억 CP를 빌려주라고 말했지.”
“아!”
“O 卜’’김혜림과 루나가 동시에 탄성을 내 질렀다.
정말 간단한 일인데 왜 떠올리지 못했을까.
마치 콜럼버스의 달걀과 같다. 카니발 페어리가 한방에 5억 CP를 빌려주면 채무자는 즉시 사망하고 만다.
중간보스도 예외는 아닐 터.
카니발 페어리를 꼬셔 5억 CP를 무이자로 빌리느니,스탬프 2개를 더 받고 중간보스를 처리하는 게 낫다.
이 작전의 장점은 기존에 소유하고 있던 15억 CP를 아낄 수 있다는 점 이었다.
위로 올라가다 보면 또다시 대량의
CP7} 필요한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비축해 둘 수 있는 CP는 그대로 비축해 두는 게 좋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득은 스탬프 2개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 얻은 스탬프 2개는 나중에 공략을 마쳤을 때 큰 효력을 발휘할 거다.
원래는 인간의 탐욕을 시험하기 위 해 만들어진 것마저도 자신에게 이득이 되도록 조작한 셈이었다. 김혜림은 감탄으로 인해 벌어졌던 입을 오므리며 말을 꺼냈다.
“좋은 작전이긴 한데,작전 성공여 부를 확인하지 않고 올라가도 괜찮 을까요? 리젠된 중간보스의 성향에 따라서 카니발 페어리가 5억 CP를 못 빌려줬을 수도 있어요.”
“카니발 페어리한테 중간보스를 처 리하라고 하면서 미리 군단 관계를 맺어 놨어. 다시 5층으로 올라오고 있는 걸 보니까 별탈 없이 중간보스 를 처리했나 보군.”
“군단원 위치까지 파악할 수 있는 거였어요?”
“웨이브 내에서라면.”
정확히는 군단원에게 이동할 수 있 는 텔레포트 효과를 응용한 것이었 다.
군단원에게로의 텔레포트를 시전하 려면 군단원의 위치를 감지해야 한 다.
텔레포트 능력을 발동하여 위치를 감지한 후 능력을 중단하면 군단원 의 위치만 감지하는 레이더 효과를 낼 수 있다.
김혜림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슬그 머니 질문을 건넸다.
“그거 혹시 군단원이 뭐 하고 있는 지까지 알 수 있어요?”
“알 수 있는 건 위치가 전부야.”
“휴우,다행이다.”
“걱정 안 해도 네가 매일 쓰고 있 는 일기는 안 훔쳐보니까 안심해.”
“그건 오히려 봐 줬으면 해요. 제 가 얼마나 강현 씨를 생각하는지 알 려 줄 수 있거든요.”
“왜요? 갑자기 말이 없으시네.”
“가끔 너한테 매료를 걸면 얼마나 위험해질지 생각해 보곤 해.”
“별 걱정을 다하시네. 기껏 해야 덮치기밖에 더하겠어요?”
“에이,농담이에요.”
“됐으니까 켈피나 꺼내.”
대화에 열중하는 동안 어느덧 호숫 가에 다다랐다.
예전 같았으면 강현이 마나를 소모 하면서 빙판길을 만들었을 거다. 지금은 켈피가 있기에 켈피의 등에 올라타서 호수 중앙에 있는 호수섬 으로 갔다.
호수섬은 울퉁불퉁한 바위와 짚으 로 만든 둥지 한 개,몇 안 되는 침 엽수 몇 그루로 이루어져 있었다. 나무표지판에 적힌 대로 호수섬 중 앙에는 6층으로 이어지는 문이 열려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나선 계단이 나왔 다.
강현 일행은 나선 계단 위로 올라 가선 5층 토템에서 스탬프 1개를 추가하곤 6층으로 올라갔다.
과연이 랄까.
여태껏 그랜드 우드의 영역이 계속 숲이었던 것처럼 6층도 숲이었다. 다만 지금까지와 다르게 숲이 2개 로 나뉘어 있었다.
6층 입구에 세워져 있는 나무표지 판을 경계로 갈림길이 있었는데 오 른쪽 길은 풍성한 나무로 이루어져 있는 숲,왼쪽 길은 빼빼 마른 고목 으로 이루어진 숲이었다.
강현은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두 숲을 두고 첫 인상을 밝혔다.
“미국 샌디에이고랑 티후아나의 국 경선을 보는 것 같군.”
“가 본 적 있어요?”
“교환 학생으로 계절 학기 때 잠깐 가 봤었지.”
“와,좋겠다. 전 비행기 타 본 적 한 번도 없거든요. 근데 비행기 탈 때 정말로 신발 벗고 타요?”
누구나 한 번쯤은 듣게 되는 비행 기 탈 때는 신발 벗고 타야 된다는 농담을 진짜라고 믿고 있었다.
그녀의 가정형편상 해외여행은 고 사하고 여행다운 여행은 거의 못해 봤을 거다.
공략자로서의 여행도 여행이라 할 수 있겠지만 그건 그거고,이건 이 거 아니겠는가.
비행기를 타 본 경험자로서 뭐라고 말해 줘야 할까.
강현은 한 치의 고민도 하지 않고 상식을 전파하듯 당당하게 말했다.
“비행기 청소하려면 장판 다 들어 내야 해. 그래서 최대한 안 더러워 지게 신발을 벗고 타는 거지.”
놀리는 말도 조리 있게 해야 잘 속지 않겠는가.
그럴듯한 이유에 김혜림이 검지로 턱선을 쓸어내리며 진지한 얼굴을 했다.
“아하? 그런 이유였군요. 역시 경 험자는 다르네요.”
“상식이 부족하군. 공부가 더 필요 하겠어.”
“근데 그 많은 사람이 신발 벗고 타면 발 냄새가 심하겠네요.”
“좌석마다 제취제 있어. 비행기 값 이 괜히 비싼 게 아냐.”
“아하! 그래서 비싼 거였구나.”
강현이 하는 말이 진짜인 줄 알고 하나하나 놀라는 김혜림이었다.
희로애락이 부족한 강현에 비해 희 로애락이 풍부한 김혜림.
극과 극은 홀극이 아닌 이상 붙을 수밖에 없다고 했으니.
강현 일행은 걷는 내내 몽실몽실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김혜림을 놀리면서 걷다 보니 어느 샌가 나무표지판 앞에 이르러 있었 다.
강현은 나무표지판에 새겨진 6층 공략법을 주우욱 읽어 보았다.
[그랜드 우드의 영역 6층 공략법]
[그랜드 우드의 영역 6층에서는 웨 어피그 지배 세력과 웨어피그 반란 세력 두 가지 진영이 있습니다. 어 느 한쪽 진영을 전멸시켜야 7층으로 가는 길이 열립니다.
-지배 세력 : 총 인원 1, 000명,평 균 레벨 120, 철제 무기,무적 관통 및 무적 능력 없음.
-반란 세력 : 총 인원 3, 000명,평 균 레벨 60, 나무 무기,무적 관통 및 무적 능력 없음.
공략자가 직접 웨어피그를 처치하 면,처치한 웨어피그 1명당 공략자 전원의 모든 스텟이 1씩 감소합니다 (소환수 이용,육체 및 정신 조작 스킬,독물 사용시에도 공략자가 처 치한 것으로 간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