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257화 (257/381)

257화

광대옷을 입은 페어리 한 마리가 성가지게 머리 위를 붕붕 날아다닌 다.

카니발 페어리는 몸에 딱 붙는 광 대옷을 입고 있었기에 옷 위로 드자 굴곡이 드러나고 있었다.

크기만 작다뿐이지 비율 자체는 황 금 비율이나 다름없는 여성 페어리 였다.

예로부터 페어리는 드래곤과 같이 유년기 땐 중성이고,성체가 되면 스스로 성별을 정할 수 있다 하였 다.

허나 지금 중요한 건 페어리의 성

별이 아니다.

나무표지판에는 카니발 페어리를 이용하라는 말이 없었다.

공략에 있어 카니발 페어리를 이용 하는 건 필수적인 요소가 아닌 부가 적인 요소임을 뜻한다.

CP7} 모자라면 카니 발 페어리 라도 잡아서 CP를 층당하라고 배치해 둔 게 아닐까 싶다.

무시해도 되지만 정보는 많을수록 좋다.

강현은 정보수집 차원에서 카니발 페어리의 말에 대꾸해 주었다.

“첫 인사치고는 센스가 없군.”

“까르르, 곤란해 보여서 필요한 말 부터 던져 봤던 거야. CP 필요해?”

“초면에 CP를 그냥 빌려줄 린 없 을 거고. 빌리는데 따로 조건이라도 있나?”

“하루에 10퍼센트 복리. 어때 양심 가득한 금리지?”

“여기 양심 이식이 필요한 환자가 있군.”

“CP 필요 없어? 그럼 내려가서 네 번째,다섯 번째 스탬프를 찍어서 오던가.”

스텟량 10분의 1 페널티를 받은 채로 마나기류를 통과하려면 기본 수억 CP가 필요하다.

강현 일행처럼 15억 CP를 확보한 자들은 없을 테니 대다수가 카니발 페어리에게서 CP를 빌릴 거다.

그러려면 전제조건으로 카니발 페 어리가 수억 cm 가지고 있어야 한다.

실제로 수억 CP를 보유하고 있기 에 저리 자신만만하게 빌려준단 말 을 꺼낼 수 있을 것이리라.

혹자는 어차피 위층에 올라가면 안 볼 사이인데 빌리고 안 갚으면 된다 는 식으로 나설지도 모른다.

그러나 카니발 페어리도 먹튀 정도 는 감안하고 있을 터.

강현은 비양심적으로 높은 이자에 함정이 숨겨져 있을 거라 여겼다.

“만약 빌리고 못 갚으면 어떻게 되 지?”

“빌리면 반드시 갚으려고 해야 정

상 아냐? 빌리기도 전에 못 갚을 것부터 걱정하네. 설마 떼먹으려고 그러는 건 아니지?”

빌린 것은 갚는다는 주의인 강현이 지만 이번 경우엔 정보를 뽑아내기 위해 먹튀를 할 것처럼 연기를 펼쳤 다.

“잘 알고 있군. 안 갚아도 페널티 가 없다면 굳이 비싼 이자 물어 가 며 갚을 이유가 없지.”

“까르르,양심 없기론 그쪽이 더 한걸? 떼먹고 튀는 건 꿈도 꾸지 마. 나한테 갚아야 할 돈이 5억 CP 를 넘기면 페어리의 저주 때문에 즉 사하거든. 죽고 싶다면 안 갚아도 상관없지만 말야.”

“페어리의 저주란 건 모든 카니발 페어리가 구사할 수 있는 건가 보 지?”

“물론이지. 참고로 날 죽여도 이자 는 계속 불어나니까 허튼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아.”

카니발 페어리의 발언 중에서 흥미 로운 점을 발견했다.

카니발 대륙에서 카니발 페어리란 존재는 붙잡을 시 무작위로 CP를 주는 보너스 몬스터로 알려져 있었 다.

그러나 그 정체는 CP를 빌려준 대 가로 사람의 목숨을 받아 가는 악질 몬스터 였다.

카니발 페어리와 접촉하면 강제로

고금리의 사채를 지급 받게 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자가 불어 나서 죽게 되는 것이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지 않은 건 죄수 들이 떠안게 된 금액이 소액이라 이 자가 5억 CP로 불어날 때까지 몇 달이나 걸린다는 점 때문이리라. 접촉 이후 몇 달이 지난 뒤에 죄 수가 돌연사 했는데,원인이 카니발 페어리라고 생각할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페어리의 저주로 말할 것 같으면.

1. 상대와 접촉해서 강제로 CP를 빌려준다.

2. 빌려준 CP에 이자가 붙어 갚아 야 할 금액이 5억 CP까지 늘어난다.

이 두 가지 조건이 성립되면 상대 방을 즉사시키는 저주라 할 수 있 다.

즉 일정량의 CP를 떠맡는 대신 목 숨이 날아간다.

인간의 가치는 5억 CP에 불과하다 는 양 카니발 페어리가 멋대로 목숨 값을 매기는 것 같아 불쾌하기 짝이 없다.

강현과 카니발 페어리의 대화가 이 어지던 와중에 김혜림과 루나가 눈 을 떴다.

두 사람 가운데 루나가 먼저 자신 의 스렛량을 말했다.

“오빠,계산해 봤는데 지금 총합

스텟량 꼴랑 90밖에 안 돼.”

“보너스 포인트는?”

“보너스 포인트는 110포인트가 쌓 여 있어.”

총합 스렛량 90에 보너스 포인트

110를 합치면 200포인트에 달한다. 루나가 6층으로 이어지는 마나기류 를 통과하려면 앞으로 800포인트를 더 구매해야 한다.

루나는 스텟 포인트 할인율이 없으 니까 1포인트당 10? 만 CP를 써야 된다.

루나가 6층으로 가는 마나기류를 통과하려면 총 8억 CP7} 필요하다 는 계산이 나온다.

남은 여유분은 5억 5천만 CP였다.

김혜림의 ‘총합 스렛량+보너스 포 인트’의 수치가 450만 넘으면 무난 하게 6층으로 올라갈 수 있다. 김혜림은 조곤하게 자신의 스렛량 과 보너스 포인트 수치를 을었다.

“전 총 스텟량은 150이고 대신 보 너스 포인트가 200포인트 쌓였네 요.”

“합치면 350포인트군. 나와 루나는 각각 1억 5천,8억이 필요해.”

“1억 5천에 8억을 더하면 9억 5 천. 전 6억 5천이 필요하니까 총합 16억 CP7} 필요해요. 강현 씨 팅커 벨로 얻은 CP 있지 않아요? 일단 모을 수 있는 CP는 다 모아 보죠.”

“그 팅커벨로 모은 것까지 다 합쳐서 15억이 남은 거야.”

3층에서 15억 CP를 확보했으나, 그중에서 4천만 CP를 우드맨 부활 에 소모해 버렸다.

그간 팅커벨로 모은 CP가 4천만

CP 인지라 플러스마이너스가 되어 딱 15억 CP가 남았던 거였다.

어찌 됐든 마나기류를 통과하는데 있어 1억 CP가 모자라게 되었다. 카니발 페어리는 강현 일행이 CP 때문에 곤란해 하는 걸 눈치채고는 OO 자 모양으로 붕붕 날며 요란법석 을 떨었다.

XP7} 부족하지? 1억이나 부족한 거지? 나한테 5억 CP가 있으니까 1 억쯤은 쿨하게 빌려줄게! 근데 한 명이 1억 빚을 감당하는 건 많이 부담스럽겠네. 세 사람이니까 공평 하게 3천 4백만 CP씩 분할해서 빌 려 가는 건 어때? 괜찮아,괜찮아. 3천 4백만 CP면 당장은 죽지 않으 니까 차근차근 힘내서 갚으면 돼.”

어떻게든 사람 하나 죽는 꼴을 보 고 싶은지 CP를 빌려주려고 난리를 치고 있었다.

바보 같을 따름이다.

갚아야 할 금액이 5억 CP7} 되면 즉사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5억 CP를 가지고 있으면 굳이 쪼 개서 빌려줄 것 없이 바로 빌려줘서 죽이면 될 일이다.

접촉만으로 CP를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 사람 한 명 죽이는 건 일도 아닐 터.

헌데도 5억 CP를 몽땅 투자하지 않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일 거다.

방금 카니발 페어리가 언급한 3명 다 공평하게 빚을 짊어지라는 말이 힌트다.

‘공평하다는 빌미로 모두에게 빚을 지워서 공략자 전원을 죽이고 싶어 하는군. 마음에 안 들지만 지금 우 리에게 1억 CP가 필요한 건 부정할 수 없어.’

카니발 페어리 외에 1억 CP를 충 당할 방법을 찾아볼까.

순간 강현의 머릿속에 벼락처럼 떠

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아니지. 굳이 총 스텟량 1, 000을 맞출 필요가 있긴 하나?

더 좋은 방법이 있잖아.

방금 카니발 페어리가 5억 CP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 것이 강현에게 영감을 주었다.

총 스텟량 10분의 1 페널티를 지 울 수 있는데다,스탬프 도장 2개를 추가로 얻을 수 있고, 중간보스의 위협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최상 의 작전이 말이다.

강현은 카니발 페어리와 눈을 마주 치며 입을 열었다.

“계산해 보니까 1억 CP7} 모자라 는군.”

“까르르,나도 다 듣고 있어서 알 아. 그래서 방금 1억 CP를 빌려준 다고 한 거고. 빌릴 거지? 빌릴 수 밖에 없지?”

“빌릴지,말지 결정하기 전에 한 가지만 묻지. 빌려준다는 행위의 목 적이 살인에 있다면 왜 ‘갚을 돈이 5억이 되면 죽는다’는 페널티를 스 스로 발설했지? 패널티를 숨긴 채로 빌려주면 네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 을 텐데? 저주를 거는 조건에 미리 페널티를 말해 줘야 한다는 규칙도 포함되어 있나?”

“까르르,그런 조건은 없어. 넌 내 가 CP를 빌려줘서 사람을 죽이는 게 최대 목적인 것처럼 말하는데,나로선 갚을 수 있으면 갚아 주면 고맙거든.”

페어리의 저주에 걸린 자가 빚을 갚지 못해 죽어도 즐겁고,갚으면 갚아 주는 대로 원금 회수 및 막대 한 이자로 CP를 벌 수 있으니 어느 쪽이든 좋다는 거다.

듣고 싶은 정보는 모두 들었다.

강현은 카니발 페어리의 눈에서 시 선을 떼며 시원스레 결단을 내렸다.

“CP는 빌리지 않겠어.”

김혜림과 루나는 곧 강현의 판단에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잘 생각해 보면 강현이 CP를 쓸 필요는 없다.

강현을 제외한 김혜림과 루나 두

사람만 총 스텟량 1,000을 만들어 마나기류를 통과하게 만들면 된다. 그 후,강현은 군단의 서로 손쉽게 이동이 가능했다.

굳이 페어리의 저주에 걸려 가며 통과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김혜림과 루나의 예상과 달 리 뜻밖의 상황이 이어졌다.

카니발 페어리가 돌연 태도를 바꾸 어 강현에게 친밀감을 표하기 시작 했다.

“괘……. 괜찮다면 무상으로 그냥 줄 수도 있어. 같이 다닐 수 있게만 해 준다면 말이야.”

카니발 페어리가 얼굴에 홍조를 띠 며 몸을 배배 꼬기 시작했다.

흡사 사랑에 빠진 소녀마냥 말이 다.

김혜림과 루나는 카니발 페어리의 성별이 여성임을 깨닫곤 강현이 무 엇을 했는지 알아챘다.

김혜림은 눈을 가늘게 뜨며 손으로 강현의 어깨를 과악 잡았다.

“강? 현? 씨?. 카니발 페어리한테 매료 걸었죠?”

“뻔한 질문을 하는군. 보면 모르 나?”

“몰라서 묻는 게 아니라고요. 후우, 이게 가장 효율적이라는 건 알지 만……

김혜림이 양손을 마주 잡곤 양쪽 엄지손가락을 빙글빙글 맞물리며 우물쭈물했다.

머리로는 공략을 위한 행동이라는 걸 알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질투심을 느끼고 싶었다.

마음에 안 든다고 말하자니 속 좁 아 보이고,그러자고 가만히 있자니 기분이 언많고.

혼자 안절부절못하며 강현을 물끄 러미 보는 게 김혜림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투정이었다.

어쩌겠나 공략을 위한 일인데.

언많은 기분을 해소할 방법은 얼른

6층으로 올라가는 것뿐이었다. 매료를 걸었으니까 카니발 페어리 에게서 5억 CP를 무상으로 제공받 을 수 있다.

김혜림은 기분을 환기시키며 애써 냉정을 되찾았다.

“어쨌거나 CP문제는 해결됐네요. 얼른 5억 CP 받고 스렛 올려서 위 로 가죠.”

가진 15억 CP에 카니발 페어리의 5억 CP를 추가하면 총 20억 C^} 된다.

16억 CP를 쓰고도 4억 CP나 남는 다.

이만하면 충분히 이득 봤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김혜림의 예상과 달리 강현 은 생각지도 못한 발언을 내뱉었다.

“5억 CP는 받지 않아.”

5억 CP를 받으려고 매료를 건 게

아니었던 건가!

지략적인 면에서 조금은 따라잡았 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강현의 수 를 완벽하게 파악하는 건 무리였다. 김혜림은 강현이 5억 CP 이상의 것을 노리고 있음을 파악하곤 심상 치 않은 표정을 지었다.

“이번에는 또 뭘 하려는 거예요?”

강현은 머리 위에서 구애의 춤을 추고 있는 카니발 페어리를 무시하 며 4층 나선계단 쪽으로 걸음을 옮 겼다.

“설명은 나중에. 일단 안 찍고 온 스탬프나 찍고 오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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