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255화 (255/381)

255화

다시금 무더기로 소환된 단검들이 강현을 꿰뚫기 위해 날아올랐다. 그러나 파도처럼 밀려오는 단검 따 윈 벌써 강현의 안중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

강현은 단검보단 방금 소멸시킨 토 르족 레귤러의 숫자부터 파악했다. ‘토르족 레귤러는 전멸했군. 이걸 로 얼추 50명가량 속아 냈어.’

단검의 숫자를 감안하면 150? 200 명은 처리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게다가 일부러 단검의 공격범위 끄 트머리에 패러사이트가 포함되도록 유도했다.

그런데 단검이 적중하기 직전,갑 자기 밀집도가 확 높아지면서 범위 가 대폭 줄어들었다.

'패러사이트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 록 문 엘프 레귤러 스스로 범위를 조절한 건가. 혹시 몰라서 시도해 봤는데 꽝이로군.’

이걸로 레귤러는 패러사이트에게 위협이 될 만한 행위는 하지 않는다 는 게 확실해졌다.

사전에 상의한 작전을 실행하는 김 에 즉흥적으로 시도해 본 것이니 먹 혀들지 않아도 크게 아쉬울 건 없 다.

강현은 날아드는 단검 세례를 피해 몸을 기울여 급격하게 방향을 바꾸었다.

이번에도 단검 세례를 이끌고 레귤 러 사이에 착지하여 저희들끼리 피 해를 주도록 만들고자 했다.

위치되감기는 아까 썼기 때문에 이 번에는 군단의 서 효과로 단검을 피 할 생각이었다.

허나 똑같은 수법에 두 번 걸리진 않는다는 건지,패러사이트가 우렁 찬 목소리로 레귤러를 지휘했다.

“건방지게 또 같은 수작을 부려? 날 어디까지 얕보는 거냐! 문 엘프 들이여! 단검을 위로 올려라!”

강현을 추격하던 단검 세례가 후크 모양의 궤적을 그리며 위로 치솟았 다.

동시에 강현은 요들족 레귤러가 모 여 있는 자리에 착지했다.

요들족 레귤러가 기다렸다는 양 강 현을 물어뜯으려 들었다.

때마침 요들을 베어 넘기고 있던 지트가 달려와선 강현에게 덤비던 요들족 레귤러들을 양날 도끼로 후 려 쳤다.

뎅겅!

“너희들의 더러운 이빨이 나의 주 군에게 닿는 일은 없을 거다. 단념 하고 물러나는 걸 추천하마.”

기사의 품격을 가진 지트답게 도발 보다는 경고의 느낌이 강한 멘트를 날렸다.

기껏 지트가 품새 좋게 경고를 해

줬건만 요들족 레귤러들은 입 사이 로 수액을 질질 흘리며 고기를 탐했 다.

“인간 고기 맛있어. 인간 고기 먹 고 싶어.”

“과일보다 인간 고기가 좋아. 머리 부터 발끝까지 와작와작 먹어 줄 거 야.”

레귤러가 되었어도 인육을 먹고 싶 어 하는 건 여전했다.

요들족 레귤러의 식탐이 끓어오르 는 시기에 맞춰 패러사이트가 그들 에게 힘을 실어 주었다.

“문 엘프족이여! 요들족들에게 단 검을 지급해라!”

무식하게 물어뜯는 것보다 단검이

라도 쥐는 게 더 위력적이다.

지급할 단검이라면 대량으로 소환

되어 있었다.

문 엘프 레귤러들은 요들족 레귤러 들에게 일인당 두 자루씩 단검을 띄 워 주었다.

요들족 레귤러들이 양손에 단검을 부여잡고,문 엘프 레귤러들도 양손 에 단검을 잡으면서 전투의 양상이 근접전으로 바뀌었다.

토르족 레귤러가 전멸하긴 했으나 그래도 레귤러가 300여 명 이상 남 아 있었다.

단검 세례를 퍼붓지 않아도 숫자 싸움에서 밀릴 리가 없다는 게 패러 사이트의 판단이었다.

“가라,나의 나무 병사들아! 저 건 방진 것들에게 오늘이 놈들의 마지 막 밤임을 알려 주어라!”

레귤러들이 단검의 날을 드세우며 둥글게 늘어섰다.

전후좌우에서 죄여 드는 살기가 바 늘처럼 피부를 찔러 댔다.

강현과 지트는 서로 등을 맞대며 입을 열었다.

“도끼를 사용해 보니 어때?”

“그럭저럭 사용할 만합니다. 포이 즌 소드와 유령광대 소울을 이용하 지 못하는 게 아쉽군요.”

“푸념을 할 정도의 여유는 있나 보 군.”

“기사가 어찌 주군께 푸념을 하겠

습니까. 혼잣말이라 여겨 주십시오.”

“못 들은 걸로 해 주지. 그나저나 저쪽의 나무 녀석이 우리에게 아침 해를 보여 주지 않겠다는군.”

“날이 흐리다고 예고한 모양입니 다. 중간보스가 아니라 기상학자였 나 보군요.”

“농담엔 익숙하지 않다고 하지 않 았었나?”

“말재주가 좋은 주군 밑에 있으면 싫어도 배우는 법이죠.”

“이제 온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베이지 않고 베도록 해.”

포위망의 전방에 있던 요들족 레귤 러가 단검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며 다가왔다.

강현은 요들족 레귤러가 좀 더 다 가오길 기다렸다가 양날 도끼를 힘 차게 휘둘렀다.

양날 도끼가 가속도를 붙이며 사정 거리 안의 요들족 레귤러들의 허리 를 관통했다.

서격! 서격! 서격!

들고 있던 양날 도끼의 내구도가 다 되었는지 도끼날이 부서지면서 덩그러니 자루만 남았다.

강현은 자루를 아공간 주머니에 쑤 셔 넣으며 새로이 양날 도끼를 꺼냈 다.

요들족 레귤러들은 두 동강난 동료 의 시체를 뛰어넘으며 줄기차게 몰 려들었다.

양날 도끼를 길게 긋는 건 준비 동작이 길어서 연이어 쓸 만한 기술 은 못 된다.

적이 난전을 원한다면 난전에 맞춰 전투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강현은 도끼 자루를 짧게 쥐며 요 들족 레귤러 사이로 뛰어들었다. 요들족의 눈에는 맛좋은 고기가 제 발로 뛰어 들어온 것처럼 보였다.

“고기가 찾아왔다! 야무지게 먹어 버리자!”

“근육이 많아! 살코기 좋아! 이 인 간,좋은 단백질이야!”

머릿수가 차이가 많이 나는 만큼 난전이 유리할 거라 여겨 근접전 태 세로 바꾼 걸 거다.

하지만 알고나 있을까.

패러사이트가 얕보고 있는 차가운 인상의 남자가 근접전의 스페셜리스 트라는 것을.

요들족 레귤러들이 강현에게 단검 을 휘둘렀다.

강현은 요들족 레귤러보다 더 낮은 위치까지 자세를 낮추며 단검을 피 하곤 양날 도끼를 앞으로 뻗었다. 그러곤 요들족 레귤러의 발목에 양 날 도끼의 날을 갈고리 걸치듯 가져 다 대고 발목을 그었다.

뎅겅!

나무 재질의 발목이 잘려 나가며 요들족 레귤러가 균형을 잃고 팔을 허우적거렸다.

그 때문에 요들족 레귤러의 단검이 다른 레귤러 쪽으로 향하게 되었다. 강현은 양날 도끼를 바닥으로 기울 이면서 위로 솟구친 도끼 자루를 높 이 뻗었다.

요들족 레귤러의 팔이 도끼 자루에 밀려나면서 쥐고 있던 단검이 다른 레귤러에게 틀어박혔다.

푸욱!

작은 동작에서 작은 동작으로 연계 를 이어 나가면 움직임을 낭비하지 않고 쉴 새 없이 공격할 수 있다.

2층에서 토르족과의 전투,3층에서 우드맨과의 전투를 거치는 동안 양 날 도끼 숙련도가 쌓인 것이다.

검 숙련도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편이지만 마구잡이로 단검을 휘두르 는 레귤러들쯤이야 가볍게 처리하고 도 남을 수준까지 발전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강현의 동작은 매 끄러워지는 반면 레귤러의 숫자는 줄어들기만 했다.

한편 순조롭게 레귤러를 베고 있는 강현과 달리 지트는 고전 중이었다. 요들족 레귤러 왈.

“깔깔깔! 그만 저항하고 얌전히 벗 어! 갑옷을!”

문 엘프 레귤러 왈.

“공략자,패러사이트 님의 뜻에 따 라 얌전히 죽어 주길 바란다.”

상반된 두 가지 태도가 자꾸만 신 경을 거슬리게 한다.

두 종족 간에 공통점이 있다면 지 트를 죽이려 든다는 것뿐.

일단 가속 스킬을 발동하여 움직이 는 속도를 비약적으로 높여 두긴 했 다.

허나 지트의 주특기는 찌르기 중심 의 속검에 있다.

찌르기가 불가능한 양날 도끼로는 주특기를 봉하고 싸우는 거나 마찬 가지였다.

덤벼드는 요들족과 문 엘프 레귤러 를 상대로 공격을 피하기만 하다가 간간이 상대를 한 명씩 베어 내는 게 고작(?)이었다.

당하지 않고 조금씩이라도 적을 베 어 나가는 건데 고작이란 수식어는 너무 과소평가하는 감이 있긴 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반대편에서 쉴 새 없이 레귤러들을 벌목하는 어떤 분에 비하면 상대적 으로 미약한 성과에 불과하다 등 뒤에서 나무 베는 소리가 전해 질 때마다 강현을 향한 지트의 존경 심도 깊어져만 갔다.

‘그사이에 또 일취월장 하셨군요. 주군께서 나날이 발전하시는데 제가 가만히 있어서야 면목이 서질 않지 요. 분발하겠습니다,주군.’

지트는 강현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 해서라도 ‘베이지 말고 베라’는 명 령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양날 도끼를 휘둘렀다.

*

패러사이트가 위기감을 느낀 건 난 전이 벌어진 이후로 3시간이 지난 후였다.

바른대로 말하자면 1시간 이내에 강현과 지트가 정리될 줄 알았다. 그래서 아공간 개방 재사용시간이 지나 사용할 수 있게 되었는데도 쓰 지 않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처음에는 수백 명에 달하던 레귤러 가 3시간 만에 두 자리 숫자로 줄 어들었다.

단검 세례로 꿰뚫어 버리려 했더니

비행 스킬로 자멸을 유도.

근접전을 하려 했더니 일상적인 일 인양 기량으로 압도.

요들족,토르족 레귤러는 전멸당한 지 오래고 문 엘프 레귤러들도 계속 줄어드는 중이었다.

처음엔 400명이 넘던 머릿수가 두 자리 숫자로 줄어든 탓에 패러사이 트도 경각심을 가지고 신중히 지휘 를 내렸다.

“놈들을 죽이지 말고 수비에 전념 해라!”

공격에만 쏟아붓던 힘을 수비로 돌 린다면 지구전으로 몰고 갈 수 있 다.

강현과 지트가 선전하고 있는 건

오로지 마롱의 허물로 만든 양날 도 끼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시간의 전투로 강현과 지트 가 소모한 양날 도끼의 수량은 10 자루.

남은 건 대략 4? 5자루일 거다.

양날 도끼가 모두 소모되면 더 이 상 무적 능력을 뚫을 수단은 남아 있지 않다.

뒤늦게 현실적인 판단을 내리긴 했 다만 오만했다는 점은 인정하지 않 을 수 없다.

처음부터 지구전으로 끌고 갔으면 레귤러를 잃지 않고도 양날 도끼를 모두 소모시키게 만들 수 있었을 거 다.

‘공략자 놈들은 양날도끼 10자루로

200명을 넘게 베었어. 4? 5자루로도 남은 레귤러를 베고 나한테 도달하 기엔 차고도 남아. 레귤러를 더 공 급하면 확실하게 놈들의 숨통을 끊 을 수 있을 테지.’

패러사이트는 그랜드 우드의 영역 한정 스킬인 ‘씨앗의 눈’을 발동했 다.

씨앗의 눈을 발동하면 1? 3층에 생 겨난 시체의 숫자와 위치를 낱낱이 파악할 수 있다.

씨앗의 눈을 발동하자 1층에서 수 십 구의 시체가 감지되었다.

3시간 전에 1층으로 되돌려 보냈 던 여성 공략자들이 1층에 있는 인형 요정을 상당수 처리한 모양이었 다.

‘당장 30구를 조달할 수 있겠군. 크흐흐,계집들이 빨리 합류하고 싶 어서 안달 내며 죽였나 보군. 시체 를 만들수록 내 병력만 늘리는 꼴인 줄도 모르고 말이지.’

패러사이트는 나뭇가지 팔을 뻗기 좋도록 자신의 코앞에 아공간을 열 었다.

허공에 균열이 일어나며 시커먼 구 멍이 생겨났다.

그랜드 우드의 영역 1층과 이어지 는 아공간이었다.

패러사이트는 씨앗의 눈을 유지하 며 나뭇가지 팔을 아공간 안으로 뻗었다. 그러곤 또 다른 스킬인 '잠식 포자’를 이용하여 1층 전체에 잠식 나무 스킬과 똑같은 효과를 지닌 포 자를 뿌렸다.

삽시간에 1층에 있는 모든 시체가 레귤러가 되었고,레귤러들은 패러 사이트의 명령에 따라 하나둘씩 아 공간을 통해 4층으로 올라왔다.

고작 몇 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4 층에 30구의 레귤러가 추가되었다.

이만한 숫자라면 반드시 강현을 죽 일 수 있을 거다.

패러사이트는 기세 좋게 인형 요정 레귤러들을 부렸다.

인형 요정 레귤러들아! 문 엘프 레 귤러들에게 단검을 지급 받아 저 시건방진 공략자 놈들로부터 나를 지 켜라!

뭐지? 왜 목소리가 나오지 않지?

힘껏 말을 내질렀는데도 입에선 헛 바람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상한 나머지 시선을 아래로 내렸 는데 이게 웬 걸!

패러사이트의 나무기둥 한복판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는 게 아닌 가!

동시에 패러사이트의 측면에 있던 나무들이 연이어 쓰러졌다.

우지끈! 우드드득!

무언가가 나무들을 관통하며 박살 낸 듯하다.

저 멀리서 나무들을 관통한 물체가 바위에 박혔다.

박힌 물체는 그랜드 에로우가 부여 되어 있는 쐐기였다.

누군가가 쏜 쐐기가 패러사이트를 관통하며 측면에 있는 나무까지 꿰 뚫은 것이었다.

더불어 패러사이트의 옆에서 녹색 빛이 반짝이더니 활을 들고 있는 여 성과 은발의 소녀가 모습을 드러냈 다.

활을 든 여성은 두 번째 쐐기를 시위에 걸치며 유쾌한 비아냥을 날 렸다.

“구멍을 열기만 했지 열려지는 건 처음이지?”

피잉!

두 번째 쐐기가 시위를 떠나면서 패러사이트의 얼굴이 있는 지점을 관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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