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254화 (254/381)

254화

위치되감기를 썼다간 레귤러가 우 글우글 모여 있는 장소 한복판으로 되돌아갈 거다.

강현은 버둥대며 빠져나가려 하지 않고 마나기류에 몸을 맡겼다.

비틀렸던 시야가 원래대로 돌아오 면서 황량한 고원의 풍경이 보였다. 고원으로 들어서는 입구에는 덩그 러니 나무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그랜드 우드의 영역 1층 공략법]

[고립된 고원에 사는 인형 요정들 에게 2층으로 가는 방법을 알아내 라.]

패러사이트의 아공간 개방 때문에

4층에서 1층으로 되돌아오고 말았 다.

원래 요들의 숲이었던 1층은 강현 일행이 공략한 이후에 초기화되면서 고립된 고원이라는 곳으로 바뀌어 있었다.

꾸역꾸역 아인족들이 뒤통수치려는 것 타파하며 4층까지 올라갔는데 다 시 처음부터 올라가야 한다.

아무리 파이팅이 넘치는 사람이라 도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다시 4층까지 올라간다 해도 또 패러사이트에게 당하여 아공간에 빠 지면 또다시 1층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쯤 되면 체념하고 탈출을 시도해 도 이상할 게 없다.

그러나 강현 일행 중에서 낙담하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아직 4층에 니아와 지트가 있다. 강현 혼자라면 군단의 서로 당장 4층에 복귀할 수 있기에 아직 희망 의 끈을 놓는 건 일렀다.

김혜림은 손바닥으로 강현의 등을 강하게 치며 기운차게 말했다.

“먼저 올라가요. 금방 따라갈게요.”

“둘이서 할 수 있겠어?”

“그깟 1,2,3층 정도야 강현 씨 없어도 충분해요. 그치 루나야?”

“오빠 없어도 할 수 있어!”

“다시 1층부터 오르면서 기력 낭 비,시간 낭비 할 바엔 강현 씨 혼 자서라도 계속 위층을 뚫는 게 나아 요. 강현 씨는 계속 위로 이동하고 저희가 분발해서 빨리 따라잡는 게 효율적이지 않겠어요?”

강현의 손에는 지금 당장 패러사이 트를 재공략할 수 있는 기회가 쥐여 져 있다.

지트와 니아가 버티는 데에도 한계 가 있을 테니,지금 올라가지 않으 면 재공략 기회는 후일로 미뤄진다. 다 같이 올라가자고 당장의 기회를 버리는 건 너무 아까운 일이다. 게다가 패러사이트가 또다시 아래 층에 간섭하여 제2의 파로스를 만들어 낼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강현 혼 자서라도 놈을 처리해 두는 게 낫 다.

김혜림과 루나라면 걱정할 거 없 다.

강현이 4층을 공략하고 스탬프를 받지 않은 채 다음 층으로 넘어가면 4층은 초기화되지 않고 공략된 상태 가 유지된다.

즉 김혜림과 루나가 1,2,3층만 공략하면 4층을 건너뛰고 바로 5층 까지 이동할 수 있다.

아니,잘 생각해 보니 4층은 초기 화를 시키지 않고 그냥 넘어가야 한 다.

초기화했다가 또 아공간 개방 능력

을 지닌 중간보스가 생성되면 공략 내내 방해를 받을 거다.

스탬프 욕심 때문에 기껏 잡은 중 간보스를 되살리는 건 미련한 짓이 다.

어쩌면 4층 스탬프를 포기하는 게 올바른 공략법일지도 모른다.

“4층 공략이 끝나면 스탬프를 찍지 않고 5층에 가 있도록 하지.”

“그래야겠죠. 초기화돼서 다른 중 간보스가 나타나면 골치 아프니까 요. 중간보스는 패러사이트 하나만 으로도 충분해요.”

“3층까지만 빨리 공략해. 그럼 바 로 5층에서 합류할 수 있을 테니.”

“오히려 혼자 쭉쭉 올라가서 그랜

드 우드까지 처리하는 거 아닌가 몰 라.”

“너무 늦으면 혼자 갈지도 모르 지.”

“금방 따라잡을 거예요. 강현 씨 쫓아가는 거라면 절 따라올 사람이 없는 걸요.”

김혜림은 자신이 말하고도 쑥스러 운지 해맑은 웃음으로 멋쩍음을 때 웠다.

정말이지 이상한 일이다.

항상 보는 미소인데도 볼 때마다 새롭다.

매일 설렐 수 있다는 건,그것만으 로도 축복 받은 인연인 셈이다. 강현은 김혜림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라이 소환석과 난장이 하 우스 구슬을 꺼냈다.

“라이와 난장이 하우스를 줄 테니 까 쓰도록 해. 없는 것보단 낫겠지.”

“강현 씨는 어쩌고요? 오랜만에 침 냥에서 자면 불편하지 않겠어요?”

“정 불편하면 니아의 날개라도 덮 고 자면 되겠지.”

“공략하면서 생긴 시체는 전부 불 태울게요.”

“그래야지. 녀석이 계속 시체를 회 수하면……

당연한 사실을 당연하게 옮조리던 중 강현의 말이 몇었다.

그래,패러사이트는 아래층에 시체 가 생기면 아공간을 열어서 회수하잖아.

녀석의 아공간 개방 스킬엔 치명적 인 약점이 있어.

이 약점을 파고들면 쉽게 공략할 수 있을지도 몰라.

강현은 김혜림과 루나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하며 말을 꺼냈다.

“둘 다 내 쪽으로 바짝 붙어 봐. 좋은 작전이 떠올랐어.”

“사람이 모처럼 각오를 다지고 있 었는데 바로 엎어 버리네요. 무안하 게시리.”

“좋은 작전이라곤 해도 성공률은 그리 높지 않아. 일단 들어 보고 판 단해.”

“무슨 작전이길래 그래요?”

강현과 김혜림,루나가 머리를 맞 닿으며 머리를 한데 모았다.

강현은 낮은 목소리로 두 사람에게 방금 떠올린 작전을 알려 주었다. 작전을 을는 동안 김혜림과 루나의 안색이 서서히 굳어 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작전 설명이 끝 났다.

김혜림은 작전을 들은 것만으로도 피곤한지 목 스트레칭을 하며 뒷목 을 주물렀다.

“엄청 피곤한 작전이네요.”

“잘만 먹혀들면 단숨에 패러사이트 를 공략할 수 있어.”

“생각대로 잘 풀린다고 해도 성공 확률은 낮아요.”

“우리가 리스크 같은 걸 따지면서 작전을 펼쳤던가?”

“하긴 그것도 그렇네요. 강현 씨 작전대로 가죠. 최대한 집중해 볼게 요.”

강현은 김혜림에게 건네려던 라이 의 소환석과 난장이 하우스 구슬을 아공간 주머니에 도로 집어넣었다.

지금쯤 4층에선 지트와 니아가 고 군분투 중일 거다.

작전을 시행하려면 강현이 4층을 휘저어 줘야 한다.

작전을 쌌고,작전을 시행할 준비 도 갖춰져 있다.

무엇을 망설이랴.

강현은 습관적으로 루나의 머리를

북북 쓰다듬으며 군단의 서 효과를 발동했다.

“조만간 4층에서 다시 보도록 하 지.”

*

군단의 서 효과로 지트가 있는 곳 으로 이동하자 발아래가 매우 허전 했다.

지트와 니아가 비행 중이었기에 강 현도 공중에서 나타나게 된 것이었 다.

지트는 갑자기 강현이 나타난 것에 놀라 허둥지둥 손을 뻗었다.

“주군! 제 손을 잡으십시오!”

필사적으로 손을 뻗어 보았지만 안 타깝게도 지트의 손에 잡힌 건 차가 운 공기뿐이었다.

발 디딜 곳이 없는 탓에 강현의 몸이 빠르게 아래로 추락했다.

레귤러들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수 십 미터 상공을 날고 있던 지트와 니아다.

제아무리 강현이라도 수십 미터 높 이에서 떨어지고 무사할 리 없었다. 지트는 니아의 목덜미에 돋아난 돌 기를 잡으며 다급하게 아래로 가려 했다.

“니아! 얼른 하강하십시오! 주군을 구해야 합니다!”

“뀨우?”

“하강하라는 말 들리지 않습니까!”

“뀨우?”

“이런 답답한 용대가리를 봤나! 하 강이 무슨 뜻인지 모릅니까!”

“호들갑 떨지 마.”

강현이 죽을까 봐 공황상태에 빠져 있던 지트는 갑자기 옆에서 들려온 강현의 목소리 놀라 몸을 들썩였다.

옆에선 드림 윙을 펼친 강현이 니 아와 나란히 비행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강현에게는 드림 윙이 라는 비행 스킬이 있었다.

워낙 급작스럽게 강현이 나타난데 다 추락하는 모습 때문에 혼란에 빠 진 나머지 드림 윙이 있단 걸 깜빡 했다.

니아는 강현이 혼자서도 날 수 있 다는 걸 알기에 태평하게 있던 것이 었다.

지트는 혼자 난리법석을 떨었다는 걸 깨닫곤 무안한 나머지 먼 산을 바라보았다.

“가끔씩만 소환되다 보니까 자꾸 한 가지씩 잊어버리게 되는군요. 그 럴 수도 있죠. 전 가끔씩만 소환되 는 소환수니까요.”

“규우우!”

“으아아! 흔들지 마십시오,니아! 떨어집니다! 떨어진다고요! 용대가 리라 한 거 사과드릴 테니 용서해 주십시오!”

말실수 한 번 했다가 난데없이 공

중 로데오를 하게 된 지트였다. 타입은 다르지만 명색이 같은 주인 을 둔 소환수라 그런지 금세 친해진 모양이다.

적어도 강현의 눈에는 친해진 것처 럼 보였다.

강현은 니아와 나란히 비행하며 지 상을 유심히 관찰했다.

지상에선 패러사이트와 레귤러가 강현과 니아,지트를 쳐다만 보고 있었다.

“지트,내가 없는 동안 있었던 일 을 보고해.”

“처음에는 문 엘프족이 단검을 던 지면서 공격하더군요. 근데 고도를 높이니 공격하지 않고 계속 쳐다만 보고 있습니다.”

“아공간을 이용한 공격은?”

“적어도 저희에겐 한 번도 쓰지 않 았습니다.”

레귤러들이야 사정거리가 닿지 않 으니 가만히 있어도 이상할 게 없 다.

하지만 패러사이트가 가만히 있는 건 조금 이해가 안 간다.

공중에 아공간을 열면 언제든지 지 트와 니아를 1층으로 보내 버릴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공간을 열긴 커녕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마 아공간을 열지 않은 게 아니 라,열지 못한 것이리라.

'아공간 개방에도 재사용대기시간 이 있나 보군. 처음에 날 속이려고 한 번 열었었고,그 뒤에 우릴 1층 으로 보낸다고 열었었지. 간격은 30 분 정도였던가. 그럼 아공간 개방 스킬 재사용대기시간은 30분 내외 란 게 되는군. 생각보다 짧은걸. 빨 리 움직여야겠어.’

강현은 아공간 주머니에서 양날 도 끼 두 자루를 꺼냈다.

두 자루의 도끼 중에서 한 자루는 강현 자신이 쥐고,다른 한 자루는 지트에게 주었다.

“아래로 내려가서 레귤러를 벤다. 베이지 않고 베도록. 할 수 있겠 지?”

“이 정도에 당해서야 주군의 기사 를 자처할 자격도 없지요. 맡겨만 주십시오.”

“내가 먼저 패러사이트의 주의를 끌겠어. 요들의 모습을 하고 있는 레귤러부터 쓸어 버려.”

강현이 날개를 크게 펼쳐 공중에서 U턴을 하였다.

역풍을 거스르며 패러사이트의 머 리 위로 날아가선 원을 그리듯 제자 리를 빙글빙글 돌았다.

강현은 역풍이 순풍이 되도록 방향 을 바꾸며 아래로 급강하했다.

강현의 신형이 사냥감을 노리는 물 총새처럼 쏜살같이 아래로 떨어졌 다.

문 엘프의 모습을 띤 레귤러들은 강현을 격추시키기 위해 무지개 단 검을 위로 쏘아 올렸다.

소나기처럼 수많은 무지개 단검이 사방에서 강현을 노리고 날아들었 다.

어찌나 단검의 숫자가 많은지 감지 스텟의 효과로 생겨난 단검의 궤적 이 시야 가득 도배되었다.

성가신 건 단검의 숫자가 많은 만 큼 단검끼리의 간격이 물샐 틈 없이 촘촘하다는 점이었다.

사람은커녕 쥐새끼 한 마리 빠져나 갈 구멍조차 없었다.

강현은 급격하게 방향을 틀며 제비 처럼 지면에 달라붙듯 저공비행을 펼쳤다.

이천여 개에 달하는 무지개 단검이 방향을 틀어 강현을 추격했다.

저공비행 중 강현이 공중제비를 하 듯 몸을 한 바퀴 굴리며 한쪽 발을 땅에 붙였다.

디: ㄷ ㄷ 드I - ? ? - ?.

미끄러지듯 땅을 긁으며 제동을 건 강현은 토르족 레귤러의 한복판에 서게 되었다.

문 엘프 레귤러들은 토르족 레귤러 가 죽든 말든 무지개 단검을 쏟아 부었다.

무지개 단검이 떨어진 자리에서 굉 음과 함께 높은 먼지구름이 솟아올 탔다.

쿠르르르!

이쯤 되면 단검으로 찌르는 게 아 니라 아예 포격 수준이라 할 수 있 었다.

먼지구름 사이로 나무 조각 파편들 이 쉴 새 없이 비산했다.

단검 세례에 적중당한 토르족 레귤 러들이 산산조각 나면서 생겨난 파 편들이 었다.

토르족 레귤러들이 흔적도 없이 찢 겨 나갔는데 강현이라고 다를 바 있 겠는가.

강현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던 패 러사이트는 폭소를 터뜨렸다.

“푸하하하! 기껏 돌아와선 한다는 게 자살행위더냐! 희극이 따로 없구나!”

강현이 4층으로 돌아왔을 땐 적잖 이 놀랐다.

층을 넘나드는 스킬을 가지고 있을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그런데 어딘지 이상했다.

교묘한 작전을 짜 온 것도 아니고, 혼자서 무식하게 돌진해 오는 게 아 닌가.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줄 알고 잔뜩 긴장했는데 예상과 달리 허무 하게 죽어 버렸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따로 없 다.

패러사이트가 한참 기둥 중앙을 잡 으며 웃고 있는데 돌연 문 엘프 레귤러가 무지개 단검을 소환했다.

패러사이트는 무지개 단검의 날이 자신을 향해 있음을 깨닫곤 웃음을 멈췄다.

잠식 나무로 레귤러가 된 자들은 패러사이트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바 친다.

레귤러가 패러사이트를 공격할 일 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러사이트에게 검을 겨누고 있다는 건 패러사이트 자신 주변에 적이 있음을 의미했다.

패러사이트는 냉큼 위를 올려다보 았다.

한데 대체 어찌된 영문일까?

꼼짝 없이 죽은 줄로만 알았던 강

현이 저 먼 상공에서 드림 윙을 접 으며 좀 전과 똑같이 급강하를 시도 하고 있었다.

“끈질긴 놈. 부질없는 짓을 몇 번 이나 반복할 셈이냐. 레귤러들이여! 당장 저 끈질긴 놈의 숨통을 끊어 버려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