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253화 (253/381)

253화

나무표지판을 읽고 자신이 있는 곳 으로 오란다.

방금 들린 목소리의 주인이 중간 보스 패러사이트일까.

적어도 환영하는 목소리는 아니었 다.

그보다 훨씬 공격적인 느낌이 강했 다.

어떤 공략자가 오건 퇴치할 자신이 있는 자의 목소리였다.

강현 일행은 숲에 들어가기 전에 나무표지판부터 확인했다.

[그랜드 우드의 영역 4층 공략법]

[그랜드 우드의 영역 중간보스인 패러사이트를 공략하라.]

공략법이라 할 수 있을까 싶을 정 도로 단순한 문구였다.

1층부터 그래 왔지만 나무표지판의 내용을 액면 그대로 믿어선 안 된 다.

공략하라는 게 패러사이트를 죽이 라는 건지,패러사이트를 이용하라 는 건지 알 수가 없다.

김혜림은 선선한 바람이 부르는 걸 느끼곤 로브를 걸쳤다.

“여긴 그나마 가을 날씨라서 살았 네요. 또 더운 곳이었으면 냉기의 화살이라도 소환할 뻔했어요.”

“대지의 화살로 집 지을 수 있지 않냐는 말만큼이나 바보 같은 소리 군.”

“농담이에요,농담.”

마법석이나 스킬의 효과로 소환한 화살은 시위를 떠난 후에 일정 시간 이 지나면 사라진다.

시위를 당기고 있으면 화살이 유지 되기는 한다.

그렇다고 땀 하나 식히자고 계속 시위를 당기고 있을 순 없는 노릇이 다.

김혜림은 루나에게로 로브를 입히 곤 앞단추를 잠가 주며 입을 열었 다.

“탐색전 들어가기 전에 3층에서 얻

은 CP를 어떻게 할지 정해야 하지 않아요?”

3층에서 파로스와 샤일록을 이용하 여 15억 CP를 얻었었다.

15억 CP 중에서 4, 000만 CP는 부 활 항목을 사는데 썼으니 정확히는 14억 6, 000만 CP7} 남은 셈이었다.

1층에서 스텟을 올릴 때 대부분의 CP를 소모한 터라,현재 강현 일행 이 보유한 CP는 3층에서 얻은 14억 6, 000만 CP가 전부라 할 수 있었 다.

약 14억의 CP를 소모하여 스텟에 투자할지 남겨 둘지 정해야 한다. 강현은 남기는 쪽을 택했다.

“스텟 조금 올린다고 공략이 쉬워

진다거나 하진 않을 테지. 3층에서 처럼 CP가 필요한 경우가 생길지도 모르니까 남겨 두는 게 나아.”

“그 편이 낫겠네요. 쓸 일이 없어 서 CP7} 남으면 그때 가서 써도 되 니까요.”

“너희는 여기 남아서 입구 근처를 살피고 있어. 나 혼자 들어가지.”

숲 안에서 자신만만하게 들어오라 고 하는 걸로 봐선 함정이 있을 수 도 있다.

함정이 있다면 언제든 군단의 서 효과로 빠져나올 수 있는 강현 혼자 들어가는 게 낫다.

입구 근처에 발견하지 못한 단서가 있을지도 모르고.

강현은 만약을 대비해서 지트와 니 아를 모두 소환했다.

지트로 하여금 니아의 등 위에 올 라타서 상공에서 숲의 구조를 확인 하라고 지시해 두었다.

김혜림과 루나는 숲 입구를,지트 와 니아는 상공을,강현은 숲 안으 로 들어가 정면에서 공략을 위한 정 보를 수집하기로 했다.

강현은 숲 안으로 발을 들이며 로 브 앞섶을 두럽게 겹쳤다.

단순히 자신의 모습이 비치는 것만 으로도 난이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걸 우드맨을 통해 뼈저리게 느낀 참 이다.

공략자가 웨이브를 공략하려는 것

처럼,웨이브도 공략자를 공략하려 한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

‘나무가 전부 똑같아. 방향 감각에 혼란을 주려고 일부러 같은 나무를 배치해 둔 건가.’

숲 안의 나무는 모조리 똑같은 모 양을 띠고 있었다.

나무의 높이,나뭇가지가 뻗은 방 향,나뭇결의 모양새까지.

새어 보진 않았지만 나뭇잎의 개수 까지 똑같지 않을까 싶다.

흡사 복사 붙여넣기 한 리포트 같 은 느낌의 숲이다.

실제 리포트였다면 D-를 줬겠지만 던전 구조로선 A+를 받고도 남을 구조였다.

똑같은 형태의 나무가 불규칙하게 늘어서 있어서 방향을 감지하기가 어렵다.

하늘에는 짙은 구름이 깔려 있어서 태양의 위치로 방향을 가늠하는 방 법을 쓰지 못하기에 더더욱 효과가 지대하다.

똑같은 풍경만 계속 이어지다 보니 까 집중력이 떨어질 것 같다.

강현은 지나온 길목마다 나뭇가지 를 부러트려 온 길을 표시했다. 그 러면서 소리잔을 꺼내 지트와 연락 을 취했다.

“지트,위에서 보니까 어때?”

- 위에서 봐도 특별히 눈에 띄는 점은 없습니다. 좀 더 낮게 비행하면서 살필까요?

“고도는 그대로 유지해. 그보다 내 위치를 확인해서 브리핑해 줘.”

- 주군께선 숲 중앙을 향해 똑바 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방향 감각은 흐트러지지 않았군. 알겠어. 다음 지시가 있을 때까지 계속 정찰해.”

소리잔을 도로 로브 안주머니에 넣 고 고개를 드는데 처음으로 다른 형 태를 띤 나무와 맞닥뜨렸다.

지금까지의 나무들과 높이며,나무 결 등의 요소는 똑같았지만 나무기 둥 중간에 얼굴 형태의 주름이 잡힌 나무였다.

3층의 샤일록과 비슷하다면 비슷한

외견이라 할 수 있었다.

나무는 강현이 도착했음을 감지했 는지 눈을 게슴츠레 떴다.

“공략자여. 헤매지 않고 잘 도착했 구나.”

“방향 감각은 좋은 편이라서 말이 지.”

“하하하,당돌하군. 조금은 경계하 지 그러나.”

“조언과 오지랖은 종이 한 장 차이 라지?”

“내 말이 조언으로 들렸나 보군.”

“오지랖을 자각하지 못할 때 아저

씨가 되었다고들 하지.”

“말솜씨 하나는 신화급이로구나.”

“죽기 직전의 아첨치고는 달달한

맛이 떨어지는군.”

나무 측에서 먼저 공격을 하려는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강현은 속을 떠보기 위해 로브 사 이로 빙백검을 뽑아 들었다.

푸르런 검신에 황금빛 오러가 맺히 며 공격 의사를 아낌없이 표출했다.

“베기 전에 확인 차 묻지. 네가 패 러사이트인가?”

“패러사이트가 아니라고 한다면?”

지잉_

“거짓말이군.”

강현이 석화의 마안을 발동하며 패 러사이트를 응시하면서 빙백검으로 는 빙결 오오라를 발동했다.

패러사이트는 강현의 눈동자가 선

명한 보라색으로 바뀌는 걸 보곤 시 선을 아래에 두며 눈을 마주치지 않 았다.

빙결 오오라의 경우 패러사이트의 나무껍질 근처에서 와해되었다.

패러사이트가 무적 능력을 두르고 있다는 걸 반증하는 현상이었다. 강현은 빙백검을 넣고 양날 도끼를 꺼냈다.

“또 즐거운 벌목 시간이 돌아왔

마롱의 허물로 만든 양날 도끼가 자태를 뽐냈다.

패러사이트는 나뭇가지를 넝쿨처럼 유연하게 꼬아선 팔처럼 만들어 검 지를 좌우로 까딱였다.

“거참 성질 급한 친구일세. 그런 걸로 내 몸을 쳤다간 기둥이 옆으로 넘어갈 걸세.”

“그럴 생각으로 꺼내 든 도끼다 만?”

“자네가 1층에서 3층까지 공략하 는 걸 계속 주시해 왔네. 무력도 무 력이지만 지략이 특히 뛰어나더군.”

“아까보단 말 속의 당도가 높아졌 군. 하지만 목숨 구걸하기엔 늦었 어.”

“거래 제안일세. 다음 층으로 가는 문을 열어 주지. 자네는 갈 길 가 고,나는 목숨 걸고 싸울 필요가 없 어지고. 어떤가? 상당히 공평한 거 래라고 생각하네.”

패러사이트가 양쪽 손바닥을 합장 하듯 모았다가 좌우로 펼쳤다.

양쪽 손바닥 사이로 공간이 비틀리 더니 시커먼 아공간이 생겨났다.

아공간 안쪽에선 다음 층으로 이동 할 때나 나타나는 마나기류가 소용 돌이 치고 있었다.

패러사이트는 아공간을 유지하며 단내나는 말로 강현을 유혹했다.

“웨이브 안이라고 꼭 피 터지게 싸 워야 하는 건 아니지. 싸우지 않고 이득을 취한다. 그게 최고 아니겠는 가?”

지잉-

강현은 귓가를 강타하는 노이즈를 들으며 무덤덤하게 한 마디 내뱉었다.

“그것도 거짓말이군.”

인상 좋게 웃고 있던 패러사이트의

표정이 광대 가면처럼 음흉하게 바 뀌었다.

히죽거리는 입꼬리에서 비열함이 묻어 나왔다.

패러사이트는 새로운 타입의 완구 를 발견한 것처럼 즐거워했다.

“눈치 빠른 애송이로구나.”

“신화급 내에서라면 어디든 아공간

을 열 수 있다지? 1층으로 이어지 는 문을 열어 놓고 거래라니 뻔뻔하 기도 하군.”

“샤일록이 많이도 주절거렸나 보구 나.”

“양날 도끼 2개가 부러질 때까지 쥐어 됐더니 술술 불더군.”

“그럼 레귤러에 대해서 들었을 텐 데도 내게 덤비겠다? 똑똑한 놈인 줄 알았는데 정작 중요한 구간에서 미련하게 구는구나.”

패러사이트가 아공간을 풀며 검지 를 튕겼다.

손가락 튕기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 려 퍼지면서 땅바닥이 들썩거렸다. 바닥에 묻혀 있던 레귤러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냈다.

헌데 레귤러들의 외견이 왠지 모르 게 익숙했다.

1층에서 죽은 요들,2층에서 죽은 토르,3층에서 죽은 문 엘프족이 나 무인형으로 변한 모습이었다.

전원이 강현 일행이 층을 오르는 동안 죽은 자들이었다.

잠식 나무로 인해 생전의 능력을 유지한 채로 무적 관통 능력,무적 능력을 지닌 레귤러가 되어 있었다. 요들 수십 명,토르 수십 명,문 엘프족 수백 명.

모두 합쳐 대략 400명에 달하는 레귤러가 강현을 포위했다.

강현은 사방에서 죄여 오는 압박감 속에서 머리를 차갑게 식혔다.

‘아래층에서 시체가 생길 때마다 아공간으로 회수한 거군. 우드맨이 없는 건 우리가 4층으로 이어지는 문을 여느라 우드맨 시체를 전부 태워 없애서 회수하지 못한 걸 테고. 요들과 토르보단 문 엘프 300명이 골치 좀 썩이겠군.’

요들족과 토르족의 전투력은 그리 높지 않다.

요들족이 가진 스킬 봉인 결계는 낮에만 쓸 수 있는데 벌써 날이 어 두워지고 있으니 문제없다.

토르족도 마롱의 허물로 만든 양날 도끼가 있을 때나 성가시지,무기가 없는 토르족은 긴팔을 지닌 저레벨 고블린이나 마찬가지다.

성가신 건 문 엘프족이다.

숫자가 300명이나 되는데다 무지 개 단검이란 단검 소환 스킬을 쓸 수 있다.

일인당 소환할 수 있는 단검은 7 개.

300명이 한꺼번에 7개씩 소환한다 면 2, 100자루가 날아드는 셈이다. 무적 관통 능력을 지닌 단검 2, 100자루라니.

고작 13자루 남은 양날 도끼로 상 쇄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중간보스라는 명함을 내밀 만하 군. 공략하려면 기습밖에 없겠어. 김 혜림과 합류한 다음에 작전을 새로 짜야겠군.’

레귤러를 일일이 상대하는 건 비효 율적일뿐더러 성공확률도 낮다.

패러사이트는 나무이며,지면에 고 정되어 있으니 회피력이 떨어진다.

김혜림과 합류했다가 돌아와서 강 현이 주의를 끌고,김혜림이 도끼 자루로 만든 쐐기를 쏘아 패러사이 트를 저격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다. 아주 잠깐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사방에서 문 엘프의 모습을 띤 레 귤러들이 무지개 단검을 소환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단검이 소환 되며 강현을 향해 사출되었다.

파파파파팟!

마치 단검이란 형태를 지닌 물고기 들이 떼지어 허공을 유영하는 듯한 장관이 펼쳐졌다.

강현은 일절 상대해 주지 않고 군 단의 서 효과를 발동했다.

순식간에 강현의 신형이 사라지면

서 강현이 서 있던 자리에 무지개 단검이 꽂혔다.

무지개 단검은 맨땅을 삽시간에 헤 집으며 사라졌다.

패러사이트는 벌집처럼 들쑤셔진 맨땅을 주시하며 조소를 머금었다.

“훗,도망 하나는 잽싸구나. 그래 봤자 내 손바닥 안인 것을.”

*

입구 근처를 샅샅이 살피던 김혜림 과 루나 앞에 돌연 강현이 나타났 다.

김혜림은 반사적으로 가이아 보우 를 겨눴다가 강현임을 알곤 활을 아래로 내렸다.

“금방 왔네요. 숲 안쪽은 어땠어 요?”

“레귤러가 우글우글 해. 정면 돌파 를 할 수 없게 대형을 갖춰 놨어.”

“정면 돌파 외에 다른 돌파구는 요?”

“저격으로 단숨에 숨통을 끊는 작 전으로 가지. 나무 모습을 띠고 있 으니까 저격이 어렵진 않을 거야.”

“나무라면 샤일록의 전례를 감안해 야겠네요. 죽어도 다시 재생할 가능 성은요?”

“그건 죽인 후에 생각하자고.”

“쐐기는 많으니까 한꺼번에 세 자 루를 쏴 볼게요. 니아를 불러 주세요. 공중에서 저격할게요.”

강현이 주의를 끌고,김혜림이 저 격하는 작전으로 가기로 결정되었 다.

혹시나 단번에 죽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서 김혜림은 기동성이 높은 니아를 이용해 하늘에서 저격을,강 현은 루나를 입구에 대기시켜 놓고 여차하면 군단의 서 효과로 빠져나 오기로 했다.

레귤러가 입구까지 오기 전에 바로 작전을 시행하는 게 좋았다.

강현은 작전의 첫 단계로 니아를 불러들이기 위해 소리잔을 꺼냈다. 하지만 작전을 시작하기도 전에 문 제가 발생했다.

갑자기 강현 일행의 발밑에 아공간 이 열리는 게 아닌가!

강현은 감각적인 반응속도를 선보 이며 옆으로 뛰었다.

“아공간! 큭,옆으로 피해!”

강현 일행이 제각각 몸을 날리며 아슬아슬하게 아공간의 범위에서 벗 어나나 싶었다.

그러나 아공간 안쪽의 마나기류가 강력한 흡입력을 발휘하면서 몸이 빨려 들어갔다.

마나기류에 휘말려 시야가 비틀리 는 와중에 패러사이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1층부터 다시 시작하거라. 애송 아.”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