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251화 (251/381)

251 화

세븐즈 교와 커뮤니티 병력의 충 돌

역사에 길이길이 기억될 두 세력의 첫 충돌은 세간의 시선이 닿지 않은 오지에서 펼쳐졌다.

평균레벨 300수준의 소환수 4마리 를 포함한 병력과 평균레벨 150의 12마리를 포함한 병력이 혈전을 벌 였다.

허나 싸움의 결과는 불 보듯 뻔했 다.

숫자가 많다곤 하나 평균레벨이 2 배나 차이가 난다.

이쯤 되면 호랑이 4마리와 들개

12마리의 싸움이라고 봐도 무방하 다.

숫자로 압도하기엔 가진 능력과 체 급의 격차가 너무 컸다.

와이번 로드,헤드 스콜피온,자이 언트 테러버드,데스 오드는 지미의 소환수들을 어렵지 않게 찢어발겼 다.

지미의 소환수가 제압당한 이후에 는 그야말로 일방적인 학살의 향연 이 펼쳐졌다.

평균레벨 300의 소환수들이 조직 원들의 몸을 헤집었고,고깔 마스크 를 쓴 자들도 가세하여 조직원들을 베어 넘겼다.

전투가 시작된 지 1시간은 지났을

까.

계곡에는 커뮤니티 조직원들의 시 체가 산을 이루었다.

지미는 전세가 불리함을 깨닫고 도 망치려 했으나 와이번 로드에게 붙 잡혀선 세븐즈 교 사제들 앞에 내동 댕이 쳐졌다.

“크옥! 내,내가 누군지 알고 이딴 식으로 대하느냐?”

와이번 로드의 주인이 지미에게 접 근하며 가소롭다는 투로 말했다.

“커뮤니티의 불량채권 중 하나인 패트릭 지미. 그 오명대로 하찮은 실력이더군.”

“커뮤니티를 건드리고도 무사할 성 싶더냐?”

“무사하고말고. 고메즈와 세이아나 가 없는 커뮤니티 따윌 두려워할 이 유가 없지.”

커뮤니티의 지역장이 악명 높은 이 유는 고메즈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의 절망을 즐기는 그의 성격상 수많은 사건사고를 일으켜 지역장에 대한 경외감을 조성했었다.

실력은 두말할 것도 없었고 말이 다.

세이아나로 말할 것 같으면 조금만 커뮤니티 사정에 밝은 자라면 누구 나 인정하는 실력자였다.

메모라이즈 스태프를 이용한 무제 한 포격과 범용성이 넓은 스킬들. 혁명군 이외에도 카니발에 수많은 세력이 음지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일부러 커뮤니티를 자극하지 않은 건 두 사람의 존재 때문이었다. 하지만 고메즈는 죽었고,세이아나 는 커뮤니티와 척을 졌다.

두 지역장의 억제력이 사라지면서 커뮤니티에서 경계해야 할 인물은 수령밖에 남지 않았다.

앞으로는 세븐즈 교만이 아니라 음 지에서 활동하던 수많은 세력들이 커뮤니티를 압박하리라.

지미와 와이번 로드의 주인이 말을 섞던 중 고깔 마스크를 쓴 자들이 다가왔다.

“라파엘라 대사제님,포로들은 무 사합니다. 영양실조와 탈수 증세를 보이는 자들이 많긴 해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어 보입니다.”

“그들에게 식량과 물을 배급하고 구출하러 왔음을 공지하게.”

“그리하겠습니다. 실험체……. 아 니,포로들은 어디로 인솔할까요?”

“제5신화급 웨이브. 그곳밖에 더 있겠나.”

“알겠습니다.”

지미는 라파엘라라고 불린 자를 노 려보며 이를 갈았다.

“크옥,처음부터 포로를 노리고 온 것이었나. 포로들로 무엇을 할 속셈 이지?”

“할 말은 그것뿐인가? 마지막 말 정도는 들어 주지. 날 만족시킬 만한 유언을 남겨 보도록.”

“아직 내 말은 끝나지 않았다. 날

죽이는 것보다 살려 두는 것이

라파엘라가 마스크의 눈구멍 사이 로 갈색 눈동자를 번뜩이며 손을 위 로 들었다.

그 손짓에 따라 지미를 물고 왔던 와이번 로드가 앞발을 위로 들었다.

이내 곧 라파엘라가 손을 아래로 내리그었는데,그 모양새가 마치 하 잖은 파리를 쫓아내는 듯했다. 그리고 와이번 로드가 앞발을 내리 찍으면서 지미의 몸이 핫케이크 반 죽마냥 뭉개졌다.

우지직!

파리를 죽인 것에 무슨 성취감이 있으랴.

오히려 더러운 것이 손에 묻어 기 분이 나빠질 따름이다.

라파엘라는 지역장을 죽였음에도 불구하고 욕구불만에 빠진 양 연신 투덜거렸다.

“커뮤니티 놈들은 하나같이 시시한 유언만 남기는군.”

“대사제님,신화급 웨이브 안에 들 어간 최강현은 어찌하실는지요?”

“아,그놈이 남아 있었지. 놔둬라. 놈이 몇 층에 있든 간에 쫓아가려면 우리도 상당한 피해를 감수해야 돼.”

“리군혁 1급 사제의 보고에 의하면

최강현이 신화급 웨이브를 공략할 수단을 손에 넣었다고 합니다. 만약 의 경우란 게 있으니 조치를 취해야 되는 게 아닌지요.”

“그 부분이라면 교주께서 특별히 리빙 고스트 부대를 파견했으니 그 들에게 맡기도록 하지.”

“리빙 고스트 부대라……. 흐음,그 수가 있었군요.”

“이해했으면 복귀 준비를 서두르도 록. 600명이나 이끌고 북쪽으로 가 려면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닐 테 니.”

“네!”

지미의 부대가 전멸한 계곡 안.

죽은 자들의 시체를 어루만지는 건

싸늘한 공기가 전부였다.

다만 해가 기울면서 계곡 그늘이 길게 늘어지며 시체 위를 어둡게 덮 었다.

고메즈와 세이아나의 공백으로 인 해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 건 비단 세븐즈 교만이 아니었다.

장로회에서 지역장 대표로 밀어주 던 지미가 그늘에 잠기는 게 커뮤니 티의 미래를 의미하는 것인지는 아 직 모를 일이었다.

“여러분을 안전한 곳으로 데려갈 겁니다! 다들 지시에 따라 차례차례 움직이십시오!”

“먼저 감옥수레에서 나온 자들부터

물과 음식을 지급하겠습니다!”

“몸이 아프신 분들은 미리 말씀해 주십시오!”

혁명군 포로들에게 세븐즈 교의 등 장은 그야말로 구원의 손길이나 다 름없었다.

커뮤니의 손에 이끌린 채로 자신들 이 어디로 가게 되든,도착한 곳에 서 어떤 취급을 받을지 몰랐으니 그 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사정이 그러하니 커뮤니티의 손아 귀에서 벗어나게 해 준 것만으로도 세븐즈 교가 은인처럼 느껴졌다. 감옥수레에서 하나둘 포로들이 빠 져나오는 가운데,한 여자만이 여전 히 감옥수레 구석에 쭈그려 앉아 있었다.

먼저 빠져나가던 포로들은 여자가 멍하니 있는 걸 보고 그녀를 재촉했 다.

“리리, 빨리 나와! 우린 해방됐어! 제물이 되지 않아도 된다고!”

“으어어어.”

“하여간 손이 많이 간다니까. 니케 그 자식이 허튼짓만 안 했어도……. 에휴,그렇다고 놔두고 갈 수도 없 고.”

포로들이 거칠게 리리의 팔을 잡아 당겨 감옥수레 바깥으로 끌어냈다.

리리는 의지가 없는 인형처럼 힘없 이 잡아당기는 대로 끌려다녔다. 이후에 세븐즈 교는 혁명군 포로들을 배불리 먹이고 북쪽으로 인솔했 다.

이동하는 내내 리리는 멍하니 하늘 만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동자엔 빈집에서 홀로 집 나간 아비와 오빠를 기다리는 소녀 마냥 공허함이 머물렀다.

텅 빈 마음에 무엇이 들어차게 될 까.

절망? 행복? 아니면 또 다른 무언 가?

제5신화급 웨이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모른 채 리리는 하염없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

커뮤니티의 본부가 있는 바빌론에 선 한창 환영 퍼레이드가 준비 중이 었다.

커뮤니티의 수령이 무려 몇 달에 걸친 카니발 대륙 남서 지방 시찰을 마치고 복귀하는 날이었다.

장로회는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여 거리를 꾸미고,바빌론 내의 각 구 역마다 공고문을 게시하여 시민들로 하여금 장대하게 수령을 맞이할 것 을 강요했다.

수령이 복귀하면 세이아나 탈옥 건 과 리군혁이 죽은 경위를 설명해야 한다.

세이아나를 놓쳤을 뿐만 아니라,

세이아나가 본부를 제 집처럼 드나 들며 유유히 리군혁을 제거하기까지 했다.

커뮤니티 본부의 권위를 크게 실추 시킨 사건을 두고 수령이 가만있을 리 없었다.

그러니 최소한 기분이라도 좋게 해 두면 조금이라도 처벌이 완화되지 않겠나 싶어 성대한 퍼레이드를 준 비했다.

바빌론 쉘터 시가지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본부 정문 앞.

사이젠은 쉘터 정문을 통해 들어오 고 있는 수령의 행렬을 보며 입을 열었다.

“다들 잘 듣게. 세이아나가 탈출한

건 리군혁이 배신했고,리군혁 외에 도 수많은 배신자가 있었기 때문일 세. 수령께는 그리 전달되어야만 하 네.”

사이젠과 함께 마중을 나온 장로들 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철저하게 증거를 조작해 두었으니 염려 마십시오. 배신자란 명목으로 몇몇 조직원들을 처분해 두었습니 다. 지역장과 경비대 인물들이 배신 자라고 해 두면 수령께서도 크게 저 희를 책하지 못할 겁니다.”

“그리고 리군혁의 방에서 발견된 서신도 적절한 타이밍에 꺼내야 하 니 준비해 두게.”

“걱정이 과하십니다. 설마 죽이기

까지 하겠습니까? 장로회가 아니고 선 법률 제정이며 개정이 전혀 안 될 텐데,저희 같은 고급 인력을 함 부로 하진 못할 겁니다.”

사이젠을 비롯한 장로회는 모두 원 래 세계에서 법조계에 몸담았던 인 물들이 다.

법이라는 것이 전문성이 필요한 만 큼 고급 인력으로 분류되고 있다. 교육환경이 열악한 카니발의 특성 상 새로이 고급 인력을 길러 내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장로회가 정치 쪽에서 헛발질을 해 도 크게 책임을 지지 않았던 건 커 뮤니티가 급성장하는 과도기에서 법 률 부문을 전담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장로들이 책임을 피하느라 바쁜 와 중에 찬물을 끼얹는 목소리가 끼어 들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책임을 지는 게 낫다고 봅니다.”

장로들은 산통이 깨진 양 언짧은 표정으로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아 헤떴다.

말을 꺼낸 건 동유럽 출신의 이세 계인인 코반이란 자였다.

50대 초반의 나이로 장로회에선 젊은 축에 속하며,그리스 법무부 관료 경력을 지니고 있었다. 경력으로 치나,나이로 치나 장로 회에선 거의 말석에 해당하는 편이었다.

말석에 있는 자가 다수의 의견에 초를 쳤는데 곱게 보일 리가 있겠는 가.

사이젠은 성을 내듯 코반을 다그쳤 다.

“쓸데없는 소리만 안 하면 누구도 피 볼 일 없네. 내 말 알아듣겠나? 대답하게. 알아들었나,못 알아들었 나?”

“어설프게 수령님을 속이려 드느 니,있는 그대로 말하고 정당하게 책임을 지는 게 낫다고 말씀드렸을 뿐입니다.”

“말귀를 못 알아듣는구먼. 무탈하 게 넘어갈 수 있는데 뭔 헛소리를 그리 주절주절 늘어놓나?”

코반은 대답 대신 눈을 가늘게 뜨 며 사이젠의 말을 귓등으로 흘렸다. 사이젠으로선 답답하기 짝이 없었 다.

거짓말로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면 당연히 거짓말을 해야 하는 거 아닌 가.

이 세상에 어느 누가 멍청하게 일 일이 다 책임을 지난 말이다.

사이젠은 코반에게 물러나라 말하 고 싶었지만 때마침 수령이 도착했 음을 알리는 목소리가 전해져 왔다.

“수령께서 오십니다! 정렬해 주십 시오!”

“큭,빨리도 오는군. 한 번만 더

말하겠네,코반. 잡소리 꺼낼 생각 말고 가만히 있게나. 자네의 직속상 관이 누구인지 명심하도록.”

사이젠은 단단히 엄포를 놓곤 환영 행렬의 끝으로 가서 수령을 마중할 준비를 했다.

이윽고 언덕길로 수령의 무리가 위 압감을 풍기며 올라오기 시작했다.

지상에선 수십 명의 수행원들이 데 릭로우스를 몰며 을라왔고,상공에 선 그리폰을 탄 수행원들이 V자 대 형으로 날며 수령을 호위했다.

무리의 중심에는 사자의 모습을 닮 은 레벨 200짜리 소환수인 레온 위 에 40대 중반의 남성이 올라타 있 었다.

남성으로 말할 것 같으면 신장이

190cm가 넘어가는 장사 기질의 거 구에,주홍빛의 머리카락이 갈기처 럼 곤두서 있었고,주름과 눈매가 칼같이 뻗어 있어 카리스마가 넘쳐 흘렀다.

그가 바로 커뮤니티의 창시자이자 카니발의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커뮤니티의 수장.

카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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