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249화 (249/381)

249화

떨어진 것은 다름 아닌 우드맨의 몸통이 었다.

가슴팍에 구멍이 뚫린데다 몸통이 쭈글쭈글 메말라 있었다.

한눈에 봐도 파로스에게 당한 우드 맨임을 알 수 있었다.

강현은 소리잔을 꺼내기 위해 로브 안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러나 강현이 움직이기 전에 파로 스가 먼저 공세를 취했다.

파로스는 오로라 단검을 소환하여 역수로 쥐곤 사마귀가 먹잇감을 공 격하듯 거세게 내리찍었다.

강현은 수정 스텟 효과로 오로라

단검을 오묘하게 비껴 내며 뒤로 물 러났다.

동작이 큰 장검이나 도끼와 달리 단검은 한 번 공격이 빗나가도 공세 를 유지하기가 쉽다.

파로스는 한 번 빗맞은 것에 아랑 곳하지 않고 연이어 단검을 휘둘렀 다.

강현은 수정 스렛 효과를 유지하며 회피에 중점을 두고 움직였다.

“김혜림,뒤로 물러나 있어. 내가 신호하면 카모를라쥬를 써.”

“알겠어요! 조심하세요.”

공격을 피하는 와중에 강현은 소리 잔을 꺼내어 지트에게 연락을 넣었 다.

“지트,물건 배송 완료다. 부활 구 매해.”

강현이 파로스의 시선을 끌고 있는 동안 김혜림은 멀찍이 뒤로 물러났 다.

카모플라쥬를 쓰려면 오로라 단검 의 빛이 닿지 않는 거리까지 물러날 필요가 있었다.

김혜림은 강현과 파로스에게서 십 수 미터가량 떨어진 위치에서 신호 를 보내 오기만을 기다렸다.

‘지트에게 부활 항목을 사라고 지 시했어. 우드맨을 부활시켜서 파로 스로 변하게 한 다음에 싸우게 할 생각이려나.’

우드맨이 부활하면 가장 강한 파로

스의 모습으로 변할 거다.

온전히 둘을 싸우게 하기 위해선 우드맨과 파로스 둘만 남겨 두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아마 강현은 우드맨 부활과 동시에 군단의 서로 김혜림에게 이동하여 카모를라쥬로 모습을 감출 생각인 것 같다.

한데 강현의 신호를 기다리고 있던 차에 김혜림은 큰 실수를 범했음을 깨달았다.

'아차! 오로라 단검에 스킬 봉인 능력 있다는 거 말해야 하는데!’ 강현은 파로스에게 오로라 단검이 란 스킬이 있단 것만 알지 어떤 효 과를 가지고 있는지까진 모른다.

스킬의 효과를 알려 주려고 김혜림 이 입을 여는 순간이었다.

그녀가 채 말을 꺼내기도 전에 강 현이 신호를 보냈다.

“지금 써!”

파로스와 지척에서 접근전을 벌이 고 있기에 오로라 단검의 불빛을 찍 고 있던 강현이다.

한데 어떻게 된 건지 강현은 아무 렇지도 않게 군단의 서 효과로 김혜 림에게 돌아왔다.

의문이 산더미같이 생겨났지만 질 문을 할 여유가 없었다.

김혜림은 강현이 이동한 타이밍에 맞춰 카모플라쥬를 발동했다.

‘카모를라쥬!’

강현과 김혜림의 몸에 녹색빛이 둘 러지며 주변의 환경에 녹아들었다.

더불어 샤일록이 있는 장소에 있던 지트도 움직인 것 같았다. 샤일록에게 부활을 구매했는지,니 아가 떨어뜨렸던 우드맨의 몸통에서 머리와 팔다리가 솟아났다.

부활한 우드맨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파로스를 모방하여 모습을 바꾸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파로스의 모습을 띤 나무인간이 늘어났다.

파로스를 모방한 우드맨은 서슴없 이 베낀 스킬을 활용했다.

우드맨 또한 파로스를 따라 오로라 단검을 소환하면서 데칼코마니마냥 똑같은 모습,똑같은 무기를 쥐고 대치했다.

똑같은 스텟과 똑같은 스킬,똑같 은 특수능력을 지닌 자들끼리 싸울 때 가장 유효한 방법이 뭔 줄 아는 가?

바로 선공을 잡는 것이다.

헌데 특이하게도 파로스는 지레 겁 을 먹은 양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파로스가 물러난 만큼 우드맨이 오 로라 단검을 뻗었다.

파로스와 우드맨의 움직임을 살피 던 강현이 무의식중에 조곤이 중얼 거렸다.

“그래,그런 거였나. 저 기술 덕분 에 문 엘프 최후의 생존자가 될 수 있었던 거였군.”

우드맨이 단검을 뻗기 무섭게 파로 스가 검지를 위로 까딱였다.

그러자 놀랍게도 우드맨이 쥔 오로 라 단검이 허공으로 치솟았다.

우드맨의 오로라 단검은 파로스의 명령을 받는 양 파로스의 주변에 머 물렀다.

문 엘프 중 파로스만이 가지고 있 는 특수능력.

‘무지개 단검’,‘오로라 단검’ 등의 문 엘프가 쓰는 단검 스킬을 소유권 구분 없이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던 거다.

문 엘프끼리의 싸움에서 이보다 강 력한 능력은 없을 터.

파로스가 문 엘프 중에서 특이한 존재였던 건지,아니면 어떤 특별한 경위를 통해 능력을 얻은 건지.

그 진위 여부는 이제 와서 확인할 도리가 없었다.

우드맨도 파로스의 능력을 모방했 기에 똑같이 단검 조종 능력을 갖고 있긴 할 거다.

허나 숙련도 면에서 파로스가 훨씬 뛰어나기 때문에 단검의 소유권을 되찾지 못하고 끙끙거렸다.

파로스는 자신의 단검과 우드맨의 단검을 모두 활용하여 우드맨의 양 팔을 잘라 냈다.

서격!

더불어 파로스의 손이 우드맨의 가

슴을 관통하면서 드레인을 시전했 다.

즈즈즈즈 I

드레인이 지속될수록 싱그러운 나 뭇결을 자랑하던 몸통이 고목처럼 말라 갔다.

종국에는 가느다랗게 비쩍 마른 두 다리가 비쩍 마른 몸통조차 지탱하 지 못하며 와르르 무너졌다.

우드맨이 가지고 있던 스텟은 고스 란히 파로스에게 흡수되었다.

어찌 보면 중국계 이세계인이었던 융륭의 스텟 강탈 스킬과 아주 흡사 했다.

융륭은 상대방을 죽여야지만 상대 스렛의 일부를 가져을 수 있었으니,파로스의 드레인은 그보다 두세 단 계 상위의 스킬이라 할 수 있었다. 김혜림은 파로스가 2배로 강해진 것을 두고 잔뜩 긴장했다.

‘등귀어진 작전은 실패했어. 너무 운에 맡기는 작전이야. 강현 씨가 짤 법한 작전이 아냐.’

알쏭달쏭한 나머지 고개를 갸웃거 리는 김혜림과 달리 강현은 침착하 게 소리잔을 입에 대었다.

“지트,다음 부활 시행해.”

지시가 떨어지기 무섭게 하늘에서 또 다른 우드맨 몸통이 떨어졌다. 우드맨은 공중에서 부활하여 우직 하게 착지했다.

두 번째 우드맨도 아까와 다를 것

없이 같은 전철을 밟았다.

파로스로 변신했고,단검 조종 숙 련도에서 밀려 양팔을 잘렸으며,드 레인에 당하여 스텟을 빼앗겨선 죽 지도 살지도 못하는 몸뚱이 되었다. 두 번째 시도에서도 동귀어진 전략 은 실패했다.

이어지는 세 번째,네 번째,다섯 번째 시도도 결과는 매한 마찬가지 였다.

김혜림은 무한정 강해지고 있는 파 로스를 두고 넌지시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너무 운에 맡기는 작전인 것 같아 요.”

걱정하는 김혜림과 달리 강현은 이

미 작전이 성공한 양 느긋하기만 했 다.

“앞으로 길어도 3회,빠르면 2회 안에 끝나.”

“동귀어진이요?”

“동귀어진? 그건 뭔데?”

“아녜요. 제가 잘못 짚은 것 같네 요.”

강현의 예언대로 여덟 번째 우드맨 의 몸통이 떨어졌을 때,파로스의 몸에서 심상치 않은 조짐이 발견되 었다.

나무로 이루어진 파로스의 몸에 서 서히 균열이 생기고 있었다.

김혜림이 놀란 나머지 탄성을 내지 르려다가 억지로 소리를 삼켰다.

무슨 마법을 부린 거야?

여태껏 그 어떤 우드맨도 파로스에 게 일격을 가하지 못했잖아!

강현은 차분한 말투로 김혜림에게 질문을 던졌다.

“너 체중 너무 떨어지지 않게 조절 하지?”

“네,너무 떨어지면 근육량이 모자 라니까요.”

“근육량이 떨어지면?”

“공격력은 공격 스텟의 효과로 커 버한다 쳐도 몸이 화살 반동을 못 버티죠.”

“모든 사람이 똑같아. 단련하지 않 으면 공격 반동을 이겨 낼 수가 없 지. 하지만 단련이 무색해질 정도로 공격 스텟이 높으면 어떻게 될까?”

김혜림은 뒤늦게 강현의 작전을 깨닫곤 낮은 목소리로 감탄사를 자아 냈다.

“아? ,등귀어진 작전이 아니라 자 멸 작전이었던 거군요.”

“빨리도 알아차리는군.”

“처음부터 완성본을 알고 퍼즐 맞

추는 사람이랑,하나씩 알아보면서 맞추는 사람이랑 똑같나요.”

“거의 끝날 때가 됐군.”

여덟 번째로 떨어뜨린 우드맨에게 드레인을 시전하던 파로스가 갑자기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연이은 전투와 육체의 내구성을 뛰 어넘는 강한 공격력.

공격력이 강해진 만큼 소모되는 마 나량이 많은 탓에 그 부작용도 여실 히 나타났다.

파로스의 몸에 생겨났던 균열이 단 번에 벌어지면서 파로스의 몸이 발 끝에서부터 서서히 소멸되기 시작했 다.

감당하지 못할 만큼의 마나량을 한 꺼번에 다뤘을 때 나타나는 마나폭 주 증세 중 하나였다.

상대방의 공격력을 낮추지 못한다 면 아예 높여 버리면 될 일이다. 발상을 바꾸어 파로스의 자멸을 유 도한 셈이었다.

파로스는 소멸하는 와중에도 여전 히 허기에 찌든 양 입을 크게 벌리고 허우적거렸다.

“왜……. 왜 채워지지 않는 거야. 이렇게나 가득 먹었는데……. 이렇 게 잔뜩 함께하는데……. 어째 서……

이윽고 파로스의 머리가 소멸하면 서 파로스란 존재는 완전히 지워졌 다.

그가 마지막에 내비친 허기가 무엇 에 대한 허기인지는 알 길이 없다. 정말로 배가 고파서 식탐에 허덕였 던 건지,더 강해지고 싶은 욕망을 채우고 싶었던 허기였던 건지.

어쩌면 계속 혼자 지낸 탓에 외로 움에 내비친 허기였던 걸지도 모른 다.

프랑스의 어느 사팔뜨기 철학자도 이리 말하지 않았던가.

사람은 가장 큰 허기를 느꼈을 때 자신을 던지기 가장 높은 장소를 찾 게 된다고.

외로움이란 이름의 허기를 말이다.

강현은 괜스레 김혜림의 머리에 손 을 올리고 단발머리를 북북 쓰다듬 으며 말했다.

“난장이 하우스로 돌아가서 불 피 울 준비해. 지금쯤이면 라이가 우드 맨 시체 전부 옮겨 뒀을 거야.”

“강현 씨는 안 돌아가요?”

“말라붙은 우드맨들 처리해서 옮겨 야지.”

김혜림은 알겠다는 짧은 대답과 함

께 난장이 하우스로 돌아갔다.

강현의 작전에 감탄한 나머지 김혜 림은 마땅히 던졌어야 할 질문에 대 해 까맣게 잊고 말았다.

스킬 봉인 상태에 빠졌음에도 불구 하고 군단의 서,아니 정확하게는 히든 등급 스킬을 사용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한 질문을 말이다.

*

그랜드 우드가 지배하는 신화급 웨 이브와 이어지는 계곡에 수백 명의 무리가 들어왔다.

지미를 필두로 한 커뮤니티의 부대 와 600명에 달하는 혁명군 포로들이었다.

그들은 신화급 웨이브를 봉인하기 위해 바빌론에서부터 먼 길을 걸어 왔다.

혁명군 포로들의 몰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참했다.

10인용 감옥수레에 20명씩 꾸역꾸 역 밀어 넣어 이동 내내 쭈그려 앉 아 있어야만 했고,음식과 물이 제 대로 지급되지 않아 피부 거죽에 뼈 모양이 선명하게 찍힐 지경이었다.

지미는 포로들에게서 풍겨져 나오 는 냄새 때문에 눈살을 찌푸렸다.

“어휴,젠장 할 냄새하고는. 망할 장로회 늙은 것들 때문에 이 무슨 고생이람.”

포로들이 죽지 않게 관리하느라 조 직원들의 피로도가 극에 달해 있었 다.

모든 포로가 순순히 실의에 빠져서 맥없이 쭈그려 앉아 있으면 좋으련 만 개중에 꼭 발악을 하는 작자들이 섞여 있었다.

반항하는 것들까지 모두 살려서 수 송하느라 머리카락의 절반은 빠진 느낌이었다.

하지만 고생도 이제는 끝이다.

신화급 웨이브에 도착했으니 잽싸 게 봉인 작업을 완수하고 돌아가면 될 일이다.

지미는 임무가 끝난 후에 즐길 쾌 락을 상상하며 헤픈 웃음을 홀렸다.

“흐흐흐,이번 일이 끝나면 장로회 도 당분간은 내게 일을 맡기지 못할 테지. 돌아가면 바로 호화찬란한 파 티부터 벌여 볼까. 마담 로즈를 불 러다 야들야들한 아이들을 전부 데 려오라고 해야겠군.”

“훌륭한 계획이십니다. 저도 참가 해도 되겠습니까?”

“돌아가는 길에 스레모토에 들리시 는 건 어떻습니까? 거기 유흥가에 설탕,흑설탕,황설탕 다 갖춰져 있 습니다.”

“하하,녀석들 안달 내기는. 내가 너희들의 고생을 모를 정도로 무심 한 지역장으로 보이더냐? 임무만 끝 나면 너희들에게 쉰다는 게 어떤 건지 톡톡히 알려 주마.”

“오오!”

지미는 본인을 포함한 조직원들의 사기를 한껏 끌어 올리며 계곡 안쪽 으로 들어갔다.

녹은 눈이 드문드문 쌓여 있는 계 곡을 아무 생각 없이 거슬러 올랐 다.

그러던 차에 지미가 몰던 데릭로우 스가 별 특징 없는 계곡 어느 지점 을 밟았다.

그 순간,계곡 전체가 지진이라도 맞이한 양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궁!

지미는 실드부터 끌어 올리며 꽥꽥 소리를 내질렀다.

“무슨 일이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봐라!”

지미가 탄 데릭로우스의 발 아래로 불길한 느낌의 붉은색 마법진이 드 러났다.

붉은빛이 지미의 전신을 휩싸더니 마법진에서 흑염 기둥이 솟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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