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7화
난장이 하우스 바깥으로 나오자 강 한 햇살이 목덜미를 뜨겁게 데웠다. 햇살뿐이면 그나마 나은데,습기까 지 짙어서 여간 더운 게 아니었다.
더위와 습도의 콜라보가 불쾌지수 를 대폭 상승시켰다.
도저히 로브를 두르고 다닐 만한 날씨가 아니었다.
김혜림과 루나가 덥다고 연발하는 이유를 알겠다.
장마철 도심 같은 건 우스운 수준 이군.
강현은 무심히 난장이 하우스 안으 로 되돌아가 빙백검을 뽑아 왔다.
김혜림과 루나의 열띤(?) 항의가 있었지만 가볍게 묵살해 주었다.
빙백검의 냉기 효과를 유지한 채로 검집에 꽂아 넣자 로브 안에 차가운 공기가 가득 찼다.
‘어디 보자. 어제 30명을 사냥했었 지. 어젠 오후부터 했는데도 30명이 었으니까,오늘은 오전부터 오후까 지 돌면 50? 60명은 잡을 수 있을지 도. 그리고 이제 남은 양날 도끼가 열다섯 자루……. 아껴 쓰면 앞으로 몇 층 정돈 더 쓸 수 있겠군.’
남은 70명 중 66명은 무기 없는 김혜림으로 변화시켜 잡으면 된다. 강현으로 변한 4명의 우드맨을 잡 을 때부터가 본격적인 승부처라 볼 수 있다.
강현은 난장이 하우스 앞에 파둔 구덩이를 들여다보았다.
구덩이 안에는 어제 잡은 우드맨 30명치의 잔해가 차곡차곡 채워져 있었다.
여기에 70명치의 잔해를 더 채워 넣어야 한다.
‘애들 깨어나기 전에 15억을 회수 하고 와야겠군.’
강현은 폭포 쪽으로 방향을 잡고 샤일록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파로스가 결정을 내렸다면 어제 중 에 부활을 구매하러 갔을 거다.
그걸 예상하고 CP를 지불해야 할 원형 마법진 중앙에 CP교환기를 심어 두었다.
때문에 CP를 지불하려고 했다면 샤일록이 아닌 강현의 CP교환기로 먼저 지불되었을 것이다.
샤일록이 CP를 받고 문 엘프를 살 릴지,우드맨을 살릴지 모르는데 멋 대로 지불하게 놔둘 수야 있겠는가. 어차피 잘못 쓰일 CP라면 가로채 자고 생각하여 미리 판을 짜 놓았 다.
강현은 우드맨과 마주치지 않게 드 림 윙을 펼쳐 고공에서 단번에 사일 록이 있는 곳까지 날아갔다.
폭포는 얼어붙었던 부분이 모두 녹 아 본래의 장엄함을 되찾은 뒤였다. 폭포의 물결을 따라 수직으로 하강하자 샤일록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샤일록의 모습이 이전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노인네 말투치곤 탱탱한 나무껍질 과 풍성한 잎사귀를 자랑했었는데, 지금은 다 말라 버린 고목의 모습이 었다.
강현은 나무 기둥에 달려 있는 샤 일록의 입 부분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 보았다.
‘미약하지만 숨이 새어 나오고 있 어. 죽은 건 아닌 건가.’
죽었다면 다시 탱탱한 모습으로 되 살아났을 거다.
비쩍 말라도 아직은 숨이 붙어 있 기에 새로 자라나지 않는 것이었다.
땅바닥에는 강현이 심어 두었던 반 지형 CP교환기가 떨어져 있었다.
CP교환기를 박아 두었던 부분에 구멍이 생겨서,심어 두었던 CP교 환기가 떨어진 모양이었다.
강현은 반지형 CP교환기 안에 있 는 잔액을 확인했다.
[15 억 CP]
예상대로 파로스는 15억 CP를 지 불했다.
허면 파로스가 15억 CP를 지불한 이후에 샤일록이 비쩍 말라 버렸다 는 건데…….
‘파로스가 엘프왕으로 각성하면서
드레인 스킬을 얻었었지. 드레 인……. 흡수라……. 이게 드레인의 효과라면 샤일록을 이리 만든 건 파 로스라는 게 되는데 말이지.
파로스 에겐 무적을 뚫는 능력이 없는데 어 떻게 샤일록을 공격했을까? 흠,내 가 눈을 땐 사이에 변수가 발생했다 고 봐야겠군.’ 변수가 발생하는 일 정도야 항상 있는 일이니 놀라울 것도 없다. 불확실한 부분은 제외하고 확실한 부분만 짚어 보자.
파로스가 무적을 뚫는 능력을 얻었 고,샤일록에게 드레인을 사용했다. 기억하기로 드레인은 상대방의 스 렛을 송두리째 빼앗는 스킬이었다.
만약 녀석이 우드맨과 조우하면 또 하나의 파로스가 생기는 셈이다.
한 명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무적 능력을 뚫는데다 드레인 능력 을 지닌 우드맨이 1? 10명씩 탄생할 가능성도 있다.
강현은 신경을 곤두세우며 땅바닥 을 훑었다.
'귀찮은 상황이 발생하기 전에 파 로스를 정리해야겠어.’
파로스의 목적은 문 엘프 일족을 되살리는 것.
15억 CP를 지불하면서 더 이상 지 금은 보유한 CP7} 바닥났을 터.
다시 15억 CP를 모으려고 우드맨 들을 흡수하러 갔을 수도 있다.
경험 미숙의 파로스로선 우드맨들 에게 스킬과 모습만 넘죽 갖다 바치 고 당할 가능성이 높다.
그가 우드맨과 조우하기 전에 정리 하는 편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 다.
땅바닥을 살피니 젖은 바닥에 맨발 자국이 찍혀 있었다.
파로스의 발자국이었다.
발자국의 상태가 많이 뭉그러진 걸 로 보아 어젯밤에 이곳에 들렀다가 떠난 걸로 추정되었다.
강현은 발자국을 따라 폭포 위로 올라가는 오솔길로 들어갔다.
오솔길을 걸어 폭포 위로 올라가던
중 길 한복판에 무언가가 쓰러져 있 는 게 눈에 들어왔다.
말라비틀어진 나무토막 같은 것이 널브러져 있었다.
‘나무토막? 아냐,우드맨처럼 보이 는데 설마……
강현은 널브러진 것의 정체를 자세 히 살펴보았다.
우드맨이긴 한데 파로스의 모습을 닮았고,가슴에 구멍이 뻥 뚫린 채 로 말라비틀어진 몰골을 하고 있었 다.
우드맨마저도 샤일록과 똑같은 형 태로 당한 흔적이었다.
우드맨이 파로스의 모습을 모방했 고,그 뒤에 파로스의 드레인을 당한 모양이었다.
사태는 강현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 씬 안 좋게 흘러가고 있었다.
‘파로스의 스텟을 그대로 베낀 우 드맨이 파로스에게 스렛을 헌납한 셈인가. 녀석이 우드맨에게 드레인 을 쓸 때마다 파로스의 스렛이 2배 씩 늘고 있어.’
폭포 위로 올라가는 동안 몇 번이 나 가슴이 뚫린 우드맨과 조우했다. 우드맨에게 드레인을 써서 2배로 늘어난 파로스의 스렛을 다음 우드 맨이 모방하고,다음 우드맨에게 드 레인을 써서 스텟이 4배로,그다음 은 8배로,그다음은 16배로…….
드레인에 당한 우드맨이 늘어날수
록 파로스의 스렛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강현은 지트와 니아를 소환하여 가 사상태에 빠진 우드맨을 니아의 등 에 싣게 했다.
“지트,여기 사람처럼 생긴 나무토 막 전부 니아 등에 실어서 운반해.”
3층에 들어서고 처음 소환된 지트 이기에 밀림의 눅눅한 공기에 경악 했다.
“또 지독한 필드를 공략 중이시군 요. 어디로 옮기면 됩니까?”
“폭포 위로 올라가면 밀림이 있어. 강줄기를 따라서 날아가다 보면 난 장이 하우스가 나오니까,거기에 옮 기고 와. 소리잔 하나 줄 테니 비행중에 특이사항 있으면 연락하고.”
“그리하겠습니다.”
지트는 니아의 등에 말라붙은 우드 맨을 차곡차곡 싣곤 본인도 올라탔 다.
풀 플레이트 아머를 입은 기사가 용 위에 올라타니 제법 용기사 같은 모양새가 나왔다.
싣고 있는 게 말라붙은 나무인간 대신 랜스와 여분의 방어구였다면 좀 더 모양새가 살았을 거다.
지트는 니아의 목덜미에 난 뾰족한 비늘을 쥐며 입을 열었다.
“잘 부탁드립니다,니아. 비행은 익 숙하지 않으니까 살살 부탁드립니 다.”
“끼유우!”
니아가 기운차게 울음소리를 드높 이며 날아올랐다.
니아의 날개가 퍼덕일 때마다 고도 가 높아지면서 금세 폭포 너머로 사 라졌다.
지트와 니아가 사라진 지 얼마 되 지 않아 로브 안주머니의 소리잔에 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
로브 안감이 소리를 먹고 있는 탓 에 누구 목소리인지 정확히 구분이 안 갔다.
소리잔을 꺼내서 귀에 대자 지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주군,폭포 위로 을라오십시오!
가득! 한가득 있습니다!
“진정하고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봐.”
- 말라붙은 나무인간이 한가득 있 습니다!
지금까지 눈으로 본 숫자만 하더라 도 5마리에 이른다.
파로스는 15억 CP를 얻으려고 대 략 1, 200-1, 300 포인트의 스텟을 팔았을 거다.
파로스에게 남은 스텟이 약 300이 라고 가정하면 2의 5승,즉 300 x 32=9, 600에 달하는 스렛이 쌓였 을 거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라고?
강현은 드림 윙을 사용하여 폭포
너머로 날아갔다.
낮은 고도로 날자,아까는 높은 고 도로 날았던지라 못 봤던 밀림의 풍 경이 고스란히 눈에 들어왔다. 양치식물과 열대 나무가 난세를 이 루듯 어지럽게 자라나 있는 밀림 사 이로 드문드문 말라붙은 나무가 쌓 여 있었다.
그 수가 눈대중으로 세어도 수십 건에 달했다.
말라붙은 나무의 행렬은 강줄기를 따라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다. 강현은 사태가 악화되고 있음을 직 감하며 드림 윙을 넓게 펼쳤다.
“지트,니아랑 같이 우드맨 회수해 서 난장이 하우스로 가지고 와.”
“알겠습니다. 주군께선 바로 돌아 가실 생각이십니까?”
“아직은 여유가 있어. 정보 수집부 터 하고 돌아갈 생각이야.”
강현은 난장이 하우스가 아닌 샤일 록이 있는 폭포 아래로 향했다. 폭포를 타고 내려가던 강현은 양날 도끼를 꺼내서 가사상태에 빠진 샤 일록을 양단했다.
과지직!
고목이나 다름없는 마른 나무기둥 이 세로로 쪼개졌다.
쪼개진 부분 사이로 새싹이 돋아나 더니 잭이 마법콩을 심은 것처럼 금 방 새 나무가 자라났다.
샤일록은 다시 태어난 기분 속에서
상쾌함을 만끽하고자 했으나 그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눈앞에서 강현이 나무연쇄마마냥 시퍼런 도끼날을 들이대고 있었기 에.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 친절하게 대답해 줬으면 하군.”
?
김혜림은 강현이 자리를 비운 후로
1시간이 지나서야 눈을 떴다.
그녀는 머리끈을 입에 물곤 부스스 한 앞머리를 옆으로 넘겨 사과 머리 로 묶었다.
“어라,너무 잤나. 강현 씨는 아직
안 왔네.”
어제 하루 종일 밀림에서 땀을 뺀 탓에 충분히 쉬지 않으면 오늘 하루 를 버틸 수 없다.
이럴 줄 알았으면 2층에서 다이어 트 같은 건 하지 않는 건데.
체중이 너무 줄어들면 스태미나가 부족해져서 전투 유지력이 떨어진 다.
음냐,더위 먹어서 그런가. 식욕이 없네.
야채가 조금 남았으니까 냉국이나 끓일까.
아냐 아냐,오늘 하루 힘내기 위해 서라도 고기 종류를 먹어야 해. 김혜림은 수첩을 꺼내서 아공간 반지에 넣어 두었던 식재료 목록을 되 짚었다.
그랜드 마운틴 쉘터에서 얻어 온 식재료가 아직 꽤 남아 있는 편이었 다.
‘소시지 남은 게 있으니까 그거랑 빵이랑 해서 먹어야겠다. 루나는 좀 더 자게 놔둘까? 강현 씨도 생각보 다 늦네. 언제 오나 물어보고 만드 는 게 낫겠지? 음식은 따끈할 때 먹는 게 좋으니까.’
난장이 하우스 규칙 제1조 제1항.
웬만큼 급박한 상황이 아닌 이상 아침 식사는 함께한다.
가장 기본적인 규칙임에도 불구하 고 좀처럼 지키기 힘든 규칙이기도 하다.
아침잠에 빠져 있을 때 들려오는 밥 먹어라 소리는 이상하게 짜증나 지 않던가.
김혜림이 연락을 위해 소리잔을 찾 던 중.
별안간 현관 쪽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와지직!
김혜림은 황급히 부엌에서 뛰쳐나 왔다.
거실과 이어진 현관문은 우악스럽 게 뜯겨져 나가 있었고,기껏 청소 해 놓은 복도 바닥은 나무조각이 튀 어 흠집이 생겨나 있었다.
부서진 현관문에선 강현을 닮은 우
드맨 4마리가 검을 들고 무단침입을 강행 중이었다.
김혜림은 아공간 반지에서 가이아 보우를 꺼내 들며 막대를 시위에 걸 쳤다.
어제 강현이 우드맨을 공략하다가 양날 도끼의 도끼날이 상당수 부서 졌었다.
거기서 남은 도끼 자루만 얻어다가 화살 대신 걸친 것이었다.
처음부터 끝이 뾰족하게 다듬어져 있던 막대였던지라 화살이라기보단 쐐기에 가까웠다.
김혜림은 활시위를 강하게 당기며 익살스레 한 마디 날렸다.
“어머나,친절하게도 문으로 들어
와주셨네요. 손님 대접을 거하게 해 드리고 싶은데 받아 주실 거죠?”
말이 끝남과 함께 쐐기가 시위를 걸치며 현관을 향해 쇄도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극락까지 당 일배송해 주는 극진한 대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