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232화 (232/381)

232화

쌓여 있는 마대자루 사이로 중년 사내의 얼굴이 빼꼼 드러나 있었다. 모르는 얼굴이었다.

어디선가 봤는데 기억이 안 나는 걸까.

기억을 더듬어 봤지만 역시나 초면 인 자였다.

중년 사내는 세이아나의 경계심을 감지했는지 서둘러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혜림이 아빠일세. 강현 군을 지원 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으니 의심 말 고 오게나. 시간이 없네.”

거짓말인 것 같진 않다.

함정이라면 구태여 커뮤니티 본부 의 쉘터까지 숨어들어서 유인할 이 유가 없긴 하다.

밑져야 본전이다.

어중간한 지인을 찾아가는 것보단 나으리라.

세이아나는 쓰레기장 뒤로 돌아 들 어갔다.

쓰레기장 뒤에선 흑발에 묵직한 인 상을 지닌 동양인 중년 사내가 소리 잔에 대고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여긴 김윤중. 남쪽 담벼락 너머에 서 세이아나와 합류했다. 북쪽 인원 은 철수,진혜는 기회를 봐서 임시 거처로 되돌아와라.”

- 오케이,나중에 보자고.

- 알겠어. 본부 경비대의 눈에 띄 지 않게 움직일게.

중년 사내는 본부 남문을 통해 본 부의 추격대가 빠져나오는 걸 보곤 자세를 낮췄다.

“예상보다 대응이 빠르군. 여기 오 래 머물러서 좋을 건 없네. 일단 안 전한 장소로 이동하세.”

중년 사내가 쓰레기장 뒤쪽에 위치 한 비탈길을 미끄러지듯 타고 내려 갔다.

세이아나는 중년 사내를 따라 비탈 길 아래로 내려가며 질문을 날렸다.

“혜림이 아빠라 하셨는데 정말인가 요?”

“김윤중일세. 한때 혁명군 소속이

었지.”

“줄리안이 협조해 줬나 보군요. 역 시 빚은 만들어 두고 볼 일이네요.”

“그……. 하아,아무것도 모르나 보 군.”

“네?”

“아닐세. 긴 이야기가 될 것 같으 니 자세한 건 안전한 장소에 가서 이야기하세.”

*

김윤중과 세이아나는 최대한 사람 의 눈을 살피며 시가지의 뒷골목으 로 들어갔다.

김윤중이 통행인의 유무를 확인하

고 골목 하나를 지나는 방식으로 조 심스럽게 이동했다.

최종적으로 그들이 도착한 곳은 뒷 골목 중에서도 가장 후미진 곳에 위 치한 구멍가게였다.

말이 구멍가게지 간판은 나사가 헐 거워져 비뜰어져 있고,선반의 물건 은 절반쯤 비어 있어서 발을 들이기 꺼려지는 분위기였다.

적당량의 식량을 대놓고 놔둘 수 있다는 점과 사람이 들지 않는다는 면에선 최적의 은신처라 할 수 있었 다.

김윤중은 구멍가게 안쪽의 문을 열 어 세이아나를 안으로 들였다.

“여기라면 안전하니 안심하고 쉬게

나. 욕실이 있으니 씻고 옷을 갈아 입게. 옷은 대충 옷장 안에서 맞는 옷으로 갈아입도록 하고. 이야기는 그 후에 하세.”

“고마워요.”

“혹시나 불안하다 싶으면 스태프를 들고 들어가게나.”

“후후,너무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세이아나가 한시름 놓으며 방으로 들어가려던 찰나.

그녀의 기다란 은발이 김윤중의 코 끝을 스쳤다.

김윤중은 코를 강타하는 구린내에 하마터면 뒤로 넘어갈 뻔했다.

“자네 5분 뒤에 씻어도 괜찮겠나?”

“네? 아하,혹시 여기 욕실 바깥에 서 물 길어다 쓰는 방식인가요?”

“그게 아니라 비누가 떨어진 것 같 아서 말일세. 잠깐만 기다리게나.”

김윤중이 CP교환기를 챙기며 급하 게 바깥으로 나갔다.

기다리는 동안 세이아나는 방 안에 서 어정쩡한 자세로 앉아 방을 둘러 보았다.

방의 넓이는 10평 안팎 정도 될까.

여러 사람이 한 방에서 생활하고 있는건지 빨래 건조대에 갖가지 사 이즈의 옷이 걸려 있었다.

잠시 후,바깥에 나갔던 김윤중이 돌아와서 세이아나에게 비누를 건넸 다.

“꼭지를 온수로 돌리고 30초 정도 기다리면 뜨거운 물이 나오니까 양 껏 쓰게. 비누도 양껏 쓰고.”

“네. 그럼 실례 좀 할게요.”

세이아나는 갈아입을 옷을 챙겨서 욕실로 들어갔다.

씻기 위해 옷을 벗고 수도꼭지를 돌렸는데 수도꼭지 옆에 비누가 비 치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어라? 아까 비누 없다고 하지 않 으셨나? 여기 있는데 또 사 오셨 네.’

비누가 있는데 새 비누를 쓰는 건 낭비 아니겠는가.

새 비누는 찬장에 넣어 두려고 했 는데 비누 포장지에 적힌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레몬향 비누. 묵은 때는 싹싹! 찌 든 냄새는 쏙쏙! 이거 하나면 당신 도 깔끔쟁이!]

세이아나는 자신의 체취를 맡곤 비 누를 사 온 진의를 깨닫게 되었다. 그러곤 말없이 포장지를 뜯으며 온 수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끼얹었다. 쏴아!

*

세이아나는 사투 끝에 찌든 때와 악취란 강적을 몰아내고 깔끔함을 되찾았다.

새 옷을 입고 욕실에서 나오니 방 안에 사람이 늘어 있었다.

김윤중을 제외하고 네 명의 사람이 추가되었다.

그중 한 명은 중년 여성이었는데, 커뮤니티 본부의 청소부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청소부 유니폼을 입은 중년 여성이 세이아나를 보며 흥미로운 듯 위아 래를 훑었다.

“안녕,세이아나. 듣던 대로 미인이 네. 난 장진혜. 잘 부탁해.”

“잘 부탁드려요.”

“내 옷을 입었구나. 근데 어째 내 가 입었을 때보다 허리가 남는 것 같다?”

“장진혜,나이를 생각하라고. 젊은 애랑 경쟁하기엔 밥그릇 차이가 너 무 많이 나잖아.”

“내가 일주일만 더 젊었으면 비교 해 볼 만했을 텐데 아쉽네.”

“야야,누가 저 아줌마 좀 말려라.”

농담이 오가는 가운데 김윤중이 손 뻑을 치며 분위기를 환기했다.

“농담은 그쯤 해 둬. 상황이 썩 좋 지 않아. 일단 세이아나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상황 설명부터 해야겠군.”

“어쩌다가 혁명군이 협조하게 됐나 요? 그 부분부터 듣고 싶네요.”

“후우,어디서부터 설명해야 될지 감이 안 잡히는군. 대강 어디까지 알고 있나?”

“커뮤니티에서 저랑 최강현의 관계 를 알고 있고,절 호출한 게 함정이 라는 것 정도일까요. 아참, 제 쉘터 가 습격당했다던데 누가 습격했죠?”

그랜드 마운틴 쉘터 습격 사건이 거론되자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 다.

김윤중은 피곤함에 눈 사이를 손가 락으로 주무르다가 눈을 떴다.

“거의 처음부터 설명해야겠군. 실

김윤중의 입을 통해 혁명군이 그랜 드 마운틴 쉘터를 습격한 일부터, 김윤중과 김혜림이 재회한 일,혁명군이 궤멸된 일,강현이 모든 사태 를 꿰뚫어 보곤 곧바로 신화급 웨이 브로 직행한 일까지 전부 설명했다. 세이아나는 자신이 없는 사이 많은 일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놀랄 만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 다만 그중에서도 강현의 판단력이 가장 놀라웠다.

“거의 단서가 없는데도 잘도 꿰뚫 어 봤네요. 어설프게 절 구하러 왔 으면 다 죽었을 거예요.”

“강현 군도 그것만큼은 피하려고 자네를 구하지 않는 쪽을 택했네. 버린 게 아니니 그 부분은 이해하게 나.”

“어머,섭섭하게 여기면 적반하장

인 걸요. 여기에 온 건 제 선택이 고,거기서 생긴 문제는 제가 해결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

“괜한 참견이었군. 못 들은 걸로 하게.”

“결과적으로 여러분은 혁명군 잔존 세력이라기보단 새로운 혁명군이라 고 봐야겠네요.”

“최강현이 커뮤니티를 무너뜨려 줄 거라 믿고 그를 지원할 생각일세. 당장은 자네를 도와 장로회의 봉인 석 작전에 대해 캐낼 생각이었네 만.”

김윤중과 신 혁명군 단원들은 커뮤 니티 본부 안팎으로 움직이며 세이 아나를 지원하려 했었다.

이전부터 본부에 잠입해 있던 장진 혜가 세이아나의 현황을 조사하고, 바깥에서 다른 단원들이 동서남북에 서 언제든 탈옥을 도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신 혁명군이 움직이기도 전 에 세이아나가 먼저 탈옥했고,본부 안의 장진혜가 세이아나의 행방을 실시간으로 브리핑해 주면서 가까스 로 그녀를 확보한 것이었다.

세이아나는 아공간 목걸이에서 서 류봉투를 꺼냈다.

“1급 보관실에서 장로회 회의록 몇 개를 빼 왔어요. 내용물이 당첨일지 아닐지 모르지만 당첨이길 바래야겠 죠. 혹시 이 중에서 봉인의 썰을 강제로 열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는 분 계신가요?”

“봉인의 썰을 강제로 여는 방법은 없는 걸로 알고 있네.”

“어쩔 수 없네요. 꽝이라 생각하고 포기하는 수밖에.”

“그보다 장로회에서 지미를 인솔자 삼아 수백 명의 포로를 그랜드 마운 틴으로 보냈다네. 신화급 웨이브를 봉인하려는 것 같은데 그것부터 저 지하도록 하세.”

어쩐지 본부 안에 병력이 얼마 없 다 싶었다.

신화급 웨이브 봉인을 하러 보낸 거였구나.

사정을 알게 된 세이아나가 느릿느

릿 팔을 저었다.

“저지하니 마니 할 거 없어요. 어 차피 현지에 도착해 봤자 봉인 못해 요.”

“음? 어째서인가? 신화급 웨이브는 원래 봉인할 수 없는 웨이브이기라 도 한 건가?”

“그게 아니라 봉인 마법진을 그릴 공간이 없어요. 3면이 절벽으로 막 혀 있어서 마법진을 그릴 수가 없거 든요.”

불칸에서 웨이브 봉인 마법진의 구 조를 살펴봤었던 세이아나다.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하는 마법 진의 특성상 굴곡이 많고,험난한 지형에선 그리기가 힘들다.

목소리만 높일 줄 아는 장로회,편 한 일만 찾는 지미가 신화급 웨이브 에 직접 찾아가 본 적이 있을 리가 없다.

신화급 웨이브의 주변 지형지물이 어떤지,마법진이 얼마나 그리기 까 다로운 것인지 알 리가 있겠나. 세이아나는 신 혁명군 단원들의 표 정을 살피며 한 마디 덧붙였다.

“혁명군 포로들을 구하고 싶다면 지금 당장 쫓아가는 게 맞겠지만 요.”

“그런 건 아닐세. 설사 그들을 구 출한다고 해도 당장에 포로들을 감 당할 능력이 없네. 게다가 그들에게 더 이상 의리를 바라는 건 무리일 것 같고.”

김윤중이 필사적으로 서신을 날려 서 위험을 알렸으나 무시했던 자들 이다.

김윤중을 조금도 믿지 않았다는 거 다.

구해 준다 한들 고마움을 느낄지 의문이다.

결정적으로 어중이떠중이들로 머릿 수를 늘리고 싶지 않다. 어중이떠중이들을 다 받아들였다가 망한 경우를 몸소 겪었는데 같은 실 수를 반복할 수야 있겠는가. 구한다는 말이 나온 김에 세이아나 는 엘리스를 언급했다.

“혹시 제가 갇힌 뒤에 엘리스가 어

떻게 됐는지 아시나요? 저와 함께 붙잡혔던 디스트로이예요.”

질문에 대한 답변은 장진혜에게서 흘러나왔다.

장진혜는 유감을 표하듯 고개를 약 간 숙였다.

“그 아이라면……

줄곧 커뮤니티 본부에서 청소부 노 릇을 하며 밀정 임무를 맡아 왔던 장진혜였다.

세이아나가 체포된 당일에도 커뮤 니티 본부에 머무르고 있었다. 세이아나의 일은 기밀에 부쳐졌지 만 일개 디스트로이였던 엘리스에 대한 소식은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었다.

당시 장로회에게 필요했던 건 세이 아나뿐이었다.

이용가치가 없던 엘리스가 여태껏 살아 있을 리 없었다.

세이아나는 허공을 응시하며 찬찬 히 엘리스의 처지를 옮었다.

“처형…… 당했나요?”

장진혜가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대 답을 대신했다.

어렴풋이 예상은 하고 있었다.

알고는 있었으나 어쩌겠는가.

약한 기색을 내비칠 수 없는 상황 이었다.

감옥생활 중 조금이라도 약한 기색 을 내보였다면 살아남을 수 없었을 거다.

‘잃는 건 몇 번을 경험해도 익숙해 지지가 않네.’

잃는 것에 익숙해지면 안 된다.

익숙해진다는 건 무감각해진다는 것.

피가 흐르는 인간으로서 잃는 것에 무감각해진다는 건 무서운 일이다. 그것이 소중한 것일수록 말이다. 그녀에게 있어 디스트로이들은 오 랜 친구이자,동생,동료였다.

불칸에서 대부분을 잃고 마지막 남 은 엘리스까지 잃고 말았다.

아아,내가 거두었던 작은 별의 마 지막 조각아.

네가 떨어지며 그린 궤적을 눈물자 국 삼아 미리 운 셈치리라.

날 위해 죽겠노라 맹세했기에 그 소임을 다한 이상 나도 내 소임을 다하마.

널 죽인 자의 몸을 향초 삼아 널 기리는 연기를 피우겠다.

세이아나는 아까 김윤중이 언급했 던 말을 되짚었다.

“아까 커뮤니티의 지역장 중 한 명 이 혁명군을 이용했다고 하셨죠?”

“그렇네. 니케를 이용하고,자네를 인질 삼아 최강현을 유인하려던 자 가 있었네. 정황상 이번 일로 가장 이득을 본 게 지미이니 범인은 지미 가 아닐까 싶다만.”

“제가 알기로 지미에겐 그럴 만한 역량이 없어요.”

“범인은 따로 있단 말인가?”

“짐작 가는 사람이 있긴 해요. 제 가 처음 갇힌 날,절 죽이면 안 된 다고 주장했던 자가 있었죠.”

지하감옥에 갇힌 첫 날.

사이젠이 세이아나를 죽이려 했을 때,인질로 삼아야 한다고 간언을 올렸던 자가 있다.

리군혁.

그가 이번 일의 원흉이다.

세이아나가 전의에 예열을 가하고 있던 중 장진혜가 세이아나의 손을 지목했다.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한숨 돌리 고 생각하도록 하고 거기 있는 서류 봉투부터 버리는 게 좋겠어. 추적 수단이 달려 있을 수도 있잖아?”

“그럴 걱정은 없어요. 보관물에 일 일이 추적 보구를 달아 놓진 않거든 요. 오버로드의 수정을 쓰면 모를 까…… 아!”

오버로드의 수정이란 단어를 언급 한 순간 세이아나는 전두엽을 자극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랜드 마운틴 쉘터에서 김혜림과 술잔을 나누면서 강현의 숱한 무용 담과 계략에 대해 들었었다.

강현이 적들을 농락해 왔던 이야기 중 오버로드의 수정을 이용한 이야 기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걸 이번 경우에 응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세이아아는 젖은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넘기며 김윤중 일행의 이목을 끌어 모았다.

“방금 괜찮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잘만 하면 많은 걸 얻을 수 있을 거예요.”

*

세이아나가 탈옥하면서 커뮤니티 본부가 발칵 뒤집어졌다.

커뮤니티 본부가 어떤 곳인가. 커뮤니티에서도 가장 권위가 높은 곳이 다.

제아무리 수령이 없고,지미에게 병력을 붙여 줬다 하더라도.

그래도 커뮤니티 본부 아닌가.

지미를 배웅하고 돌아온 장로회는 세이아나의 탈옥 소식을 접하자마자 열이 바짝 오른 냄비마냥 펄펄 뛰며 경비대를 닦달했다.

쉘터 관문은 진작에 닫힌 지 오래 이니 세이아나가 나갈 구멍은 없었 다.

장로회는 수색본부를 세워 군혁을 책임자로 놓고,군혁에게 모든 수색 권한을 주었다.

그러나 대도시 저리 가라 할 크기 의 13성급 쉘터 안에서 꼭꼭 숨은 사람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세이아나가 탈옥한 지 사흘이 지났 건만 여전히 그셔의 행방은 오리무중이었다.

본부 안이 소란스러운 와중에 장로 회가 군혁을 호출했다.

군혁은 장로회가 무슨 용건으로 자 신을 호출했는지 예상하고 있었다.

‘제 몸 챙기기 바쁜 늙은이들이 할 생각이야 뻔하지. 탈옥 건의 책임을 나한테 뒤집어씌울 생각이군.’

수령이 돌아올 날짜가 다가오고 있 다.

호랑이 없는 곳에서 여우가 왕 노 릇한다고,수령이 없는 틈을 타서 큰소리 쳐 왔던 것일 뿐이다.

수령이 돌아와서 본부의 상황을 목 격한다면 필시 장로회를 가만두지 않을 터.

자신들의 몸보신을 위해서 이번 사 건의 책임을 군혁에게 몰아 버릴 생 각일 거다.

그러려고 일부러 군혁에게 수색권 한을 준 것이다.

그러나 순순히 당하고만 있을 생각 은 없다.

'이번 일만 잘 넘기면 수령이 장로 회를 문책하겠군. 차라리 잘됐어. 최 강현 따위보다 수령 쪽이 훨씬 더 확실한 청소수단이긴 하지.’

군혁은 장로회가 기다리는 회의장 으로 갈 준비를 했다.

제복을 입고 있는데 바깥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똑똑똑.

“리군혁 지역장님,쓰레기통 비우 러 왔습니다. 안에 계신지요?”

간부 숙소에는 기본적으로 개인 시 종을 붙여 준다.

군혁은 여러 가지 이유로 개인 시 종이 붙는 걸 거부했고,시종들에게 사흘에 한 번씩 쓰레기통만 비우러 와 달라고 말해 두었다.

‘저번에 쓰레기통 비운 이후로 벌 써 사홀이 지났나. 요즘 일이 많으 니까 잡다한 일은 건성이 되는군.’

군혁은 혹시나 쓰레기통에 정체가 탄로 날 만한 물건을 버리진 않았는 지 재점검했다. 그러고 나서야 문을 살짝 열어 복도를 향해 쓰레기통을 내밀었다.

살짝 열린 문틈으로 쓰레기통 뚜껑 여는 소리와 쓰레기를 마대자루에 붓는 소리,뚜껑 닫는 소리가 연달 아 들려왔다.

청소부는 쓰레기통을 도로 방 안에 밀어 넣고 문을 닫았다.

군혁은 발로 쓰레기통을 밀어서 원 래 자리에 놓아두고 복도로 나가 문 을 굳게 걸어 잠갔다. 그러곤 다른 방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청소부를 지나치며 장로회 회의장으로 향했 다.

저 멀리 복도 모퉁이 너머로 군혁 이 사라진 후.

복도에 홀로 남아 있던 청소부,아 니 장진혜가 조심스레 소리잔을 꺼내며 말을 전달했다.

“여기는 장진혜. 타겟의 방에 서류

봉투를 넣었어. 다음 단계로 돌입해 도 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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