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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는 플레이어-222화 (222/381)

222화

덮쳤다는 게 어떤 의미로 덮쳤다는 건지 모르는 이는 없었다.

요들들은 기본사양으로 달고 있던 웃음기를 지우며 매서운 표정을 지 었다.

사제복을 입고 있다 한들 옷 안의 몸은 남자의 것이다.

종교인이라고 성욕이 없을까.

하물며 극한의 무욕을 요구하는 생 활이 다.

사제 중에서 욕구를 분출하고 싶어 하는 자가 생겨나도 이상할 게 없 다.

상대가 인간이 아닌 요들이라 할지

라도 말이다.

데일리는 대번에 스태프를 꺼내면 서 살기를 풀풀 풍겼다.

“빌어먹을,또 변질자가 생겼군.”

나무기둥에 등을 기대고 상황을 살 피던 강현이 예사롭지 않은 눈빛을 띠었다.

데일리의 말 속에 ‘또’라는 수식어 가 붙어 있었다.

욕망을 이기지 못한 자가 발생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뜻이었 다.

요들들도 한두 번 겪은 일이 아닌 지 데일리에게 책임을 물었다.

“데일리,자꾸 이런 일이 발생하면 곤란해.”

“미안하다. 대신 우리가 책임지고 변질자를 처분하마. 머핀,변질자는 어디로 갔느냐?”

“훌쩍훌쩍,너무 무서워서 추방시 켰어.”

팡뿐만 아니라 머핀이라는 요들 소 녀도 레드카드를 가지고 있다고 한 다.

모든 요들이 레드카드를 가지고 있 는 게 아닐까 싶다.

강현이 시종일관 단서를 잡으려고 사소한 부분까지 관찰하고 있는 동 안 데일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 는가?

시종일관 요들의 기분을 살피기 바 빴다.

데일리는 훌쩍거리는 머핀을 측은 히 여김과 동시에 변질자에게 분노 를 느꼈다.

“숲 바깥에 묶여 있겠군. 변질자 처분을 위해 임시 종교재판을 열겠 다! 숲 입구로 이동해라!”

데일리와 세븐즈 교 사제들은 분노 를 표출하듯 콧김을 흑흑 내뿜으며 발걸음을 떼었다.

동료인 자가 범죄 중에서 가장 악 질적인 범죄로 분류되는 행위를 시 도하려 했다.

더구나 상대는 요들이다.

세븐즈 교의 명예에 누를 끼친 데 다,인간으로서 해선 안 될 행위를 꾀했는데 어찌 용서하랴.

데일리와 세븐즈 교 사제들은 빠른 걸음으로 숲 입구를 향해 움직였다. 강현은 조용히 몸을 일으키며 김혜 림과 루나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확인해 볼게 있어. 따라와.”

세븐즈 교 사제들이 문제없이 자리 를 뜨는 걸로 보아 축제가 중단되면 자리를 떠도 되는 모양이었다.

그 증거로 강현 일행이 자리를 뜨 는데도 요들들은 제지하지 않고 제 자리를 지켰다.

강현은 김혜림에게서 카모플라쥬를 받아 모습을 감추며 요들들을 힐끗 보았다.

요들들은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둣 다시 웃음기를 머금고 있었다.

기분 탓일까.

요들들의 웃음에서 섬뜩한 느낌이 희미하게 풍겨 왔다.

어째서 섬뜩한 건지 지금으로선 알 수가 없었다.

강현 일행은 카모플라쥬로 모습을 감춘 채 숲 입구로 향했다.

숲 입구에선 한창 그들만의 종교재 판이 한창이었다.

“데일리 사제! 믿어 주십시오! 다 섯 신수에 맹세코 요들에게 손을 대 지 않았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안 했습니다!”

추방당한 자로 추정되는 사제 한 명이 숲 바깥의 벌판에 서 있었다. 사제의 뒤로 벌판이 이어져 있건만 사제는 보이지 않는 벽에 가로막힌 듯 더 이상 물러나지 못했다.

웨이브 내의 풍경은 끝없이 펼쳐져 있는 것처럼 보여도 입장지점은 보 이지 않은 벽이 펼쳐져 있어 일정 구역 이상 벗어나는 게 불가능했다. 추방당하면 숲에 발을 들이지 못하 고,뒤로는 투명한 벽이 가로막고 있어 사실상 웨이브 입장지점에 갇 히게 되는 구조인 것 같았다.

‘추방당하면 어떤 불이익이 있는 건가 싶었는데 입장지점에서 오도 가도 못하게 되는 거였군.’

강현이 소리 없이 관찰에 집중하는 동안 종교재판은 계속 진행되었다. 데일리는 쓰레기를 보는 양 멸시가득한 눈으로 사제를 노려보았다.

“짐승만도 못한 놈 같으니! 요들이 험한 꼴로 도망쳐 나온 건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

“진짜 아무것도 모르겠습니다. 어 제 축제 때 취한 이후에 정신을 차 리니까……

“술에 취했다고 하면 모든 게 용서 될 줄 아나? 네놈은 인간으로서 해 선 안 될 짓을 한데다 세븐즈 교의 사명에 해가 되는 행동을 했다. 교 리에 따라 나 데일리를 심판자,사 제들을 배심원 삼아 임시 종교재판 을 거행하겠다. 코숀이 유죄라고 생 각하는 자는 거수해라.”

쿄숀이라 불린 자 이외의 모든 이

가 오른손을 들었다.

어긋난 형태로 욕구를 분출하려 한 자는 죽어 마땅하다.

모두가 그리 생각하며 만장일치로 유죄에 표를 던졌다.

데일리는 스태프에 마나를 불어넣 으며 코숀에게 사형선고를 내렸다.

“과반수 이상이 유죄를 선언했기에 나 데일리가 심판자로서 3급 사제 코숀을 참수형에 처한다.”

“기,기다려 주십…… 끄아악!”

코숀이 필사적으로 스스로를 변호 해 보려 했지만 의미 없는 짓이었 다.

데일리가 스킬을 시전하면서 돌개 바람이 코숀을 집어삼켰다.

돌개바람 속에서 코숀의 비명 소리 가 애절하게 새어 나왔다.

돌개바람이 사라졌을 때.

코숀이 서 있던 자리에는 바람의 칼날에 난도질당한 시체 하나만이 눕혀져 있었다.

그나마 어떻게든 살아 보겠다고 실 드도 끌어올리고 온갖 발광을 했기 에 사람 모습이라도 남아 있는 것이 었다.

강현은 사제들이 시체를 땅에 묻는 것까지 확인하고 숲 안쪽으로 발걸 음을 옮겼다.

카모를라쥬가 풀림과 동시에 강현 이 입을 열었다.

“코숀이라는 사람의 말에 노이즈는

섞이지 않았어.”

“그 뭐지…… 거짓말을 구별하는 능력이라 했었죠? 죽은 사제가 거짓 말을 한 게 아니라면 머핀이라는 요 들이 거짓말을 한 거군요. 어딜 가 든 거짓 추행 신고로 남자 인생 망 치는 쌍년들은 있는 법이네요.”

“거칠게도 말하는군.”

“열 받잖아요. 거짓말 중에서도 최 악의 거짓말이라고요.”

“중요한 건 왜 최악의 거짓말을 했 냐는 거지. 데일리의 말로 짐작해 보자면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닌 듯 해. 거짓말을 해서라도 인간을 이간 질해야 할 이유가 분명 있을 거야.”

확실한 건 공략자를 줄이기 위해 이간질하는 건 아니다.

그럴 거면 전투금지 따위의 성가신 규칙을 고수할 이유가 없다.

세븐즈 교 사제들과 우리가 싸우게 놔두면 알아서 공략자 숫자가 줄어 들 테니까.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인간을 이간 질한 이유라…….

인간들이 속아서 저희들끼리 죽고 죽이는 걸 즐기는 미치광이 기질을 가지고 있는 건가.

흠,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는 아냐.

근데 그럴 거면 코숀이 사형당하는 장면을 구경하러 왔어야 하지 않나. 카모를라쥬 상태에서 계속 둘러봤 는데 구경하러 온 요들은 한 명도 없었어.

어쩌면 너무 생각이 멀리 가서 답 이 안 나오는 걸 수도 있겠군.

차라리 단순하게 생각해 보자. 요들을 사람으로 생각하니까 자꾸 범죄심리 쪽으로 생각이 뻗어 가고 있어.

몬스터라고 가정했을 때,몬스터가 인간을 죽이려고 하는 이유가 뭐지? 본능 때문이야.

몬스터는 본능적으로 인간을 먹으 려 하니까…….

머릿속에 마인드맵이 뻗어 가던 중 에 문득 번갯불 한 줄기가 스쳐지나 갔다.

그런 거였나. 그거라면 모든 상황

이 맞아떨어지는군.

김혜림은 강현이 턱을 매만지는 걸

보곤 팔꿈치로 옆구리를 콕콕 찔렀 다.

“해답을 찾았나 보네요. 하여간 꾀 돌이 아저씨라니까.”

“떠오른 게 있긴 있다만 아직 가설 에 불과해. 실제로 확인할 때까진 안심할 수 없어.”

“저도 한 가지 떠오른 게 있는데 혹시……

김혜림이 주변을 살피며 아무도 없 는 걸 확인하곤 강현의 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온 가설은 강 현의 가설과 상당 부분 일치했다.

강현은 김혜림의 머리를 손으로 북 북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나랑 거의 일치해.”

“후후,앞으론 머리 나쁘다는 말 안 들어도 되겠네요.”

“뭐 그럭저럭이라 해 두지.”

“강현 씨의 그럭저럭이면 최고의 찬사죠.”

“됐고. 난장이 하우스에서 눈 좀 붙여 둬. 가설을 확인하려면 밤에 움직여야 되니까.”

강현은 저 멀리 나무 사이로 드문 드문 보이는 요들의 마을을 보았다. 요들의 마을에선 언제 안 좋은 일 이 있었냐는 양 요들들이 과일을 따 먹으며 뛰놀고 있었다.

*

요들숲에 들어온 지 만 하루가 다 되어 가건만 밤이 될 기미가 안 보 였다.

알아본 결과 요들숲의 밤낮은 특이 한 편이었다.

해와 달이 각각 2개씩 있는데 첫 번째 해,두 번째 해,첫 번째 달, 두 번째 달 총 4개의 해와 달이 있 었다.

첫 번째 해가 지면 두 번째 해가 뜨고,두 번째 해가 지면 첫 번째 달이 뜨고,첫 번째 달이 지면 두 번째 달이 뜨는 식이었다.

즉 바깥에선 12시간 기준으로 밤 낮이 바뀌는데,요들숲에선 24시간 기준으로 밤낮이 바뀌는 셈이었다. 시간이 흘러흘러 두 번째 해가 지 면서 첫 번째 달이 떠올랐다.

24시간 내내 쉴 새 없이 놀던 요 들들은 나무 기둥 위의 구멍에 들어 가 잠을 청하기 시작했다.

요들들이 잠에 빠지자,낮에는 그 리도 시끌벅적하던 숲이 언제 그랬 냐는 둣 침묵에 잠겼다.

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강현과 김혜 림은 카모플라쥬를 두른 채로 숲 입 구에 갔다.

강현은 낮에 코숀의 시체를 묻었던 장소로 가서 몽환검을 땅에 박았다.

그러곤 삽을 쓰듯 몽환검을 뉘여 홁 을 퍼냈다.

퍼석!

흙덩이가 한꺼번에 밀려나면서 구 멍이 파였다.

구멍 속에는 원래 묻혀 있어야 할 코숀의 시체가 사라지고 없었다. 김혜림은 남아 있는 핏자국과 분비 물을 살피며 심상치 않은 표정을 지 었다.

“분비물의 양으로 봐선 어두워진 이후에 파내 간 것 같아요.”

세븐즈 교 사제들이 가져간 건 아 니다.

직접 죽여서 묻은 자를 다시 파낼 인간은 없다.

부관참시 등의 이미 사라진 형벌을 가할 게 아니라면 말이다.

그렇다면 소거법에 의해 범인은 요 들밖에 남지 않는다.

“요들의 마을로 가지.”

“가서 낮에 논의한 방법으로 나무 위를 확인하면 되죠?”

“그래야지. 설치할 때 조심해서 설 치해.”

강현과 김혜림은 발소리를 죽인 채 로 신중하게 요들의 마을로 직행했 다.

어두운 요들의 마을 변두리에서 김 혜림이 조심스럽게 하늘 계단 2개를 소환했다.

하늘 계단의 색을 바꾸어 아말감

질감의 은색을 입혔다.

하늘 계단 하나는 허공에 소환했 고,다른 하나는 바닥에 소환했다.

두 하늘 계단은 45도로 기울어진 상태에서 서로 마주 보도록 소환되 었다.

다시 말해 즉석에서 잠망경을 만든 것이다.

허공에 떠 있는 하늘 계단이 나무 위에 있는 구멍 안을 비췄고,그 광 경이 반사되어 바닥에 있는 하늘 계 단에 비춰졌다.

강현과 김혜림은 바닥에 있는 하늘 계단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나무 구멍 안에선 요들이 흙 묻은 인간의 팔을 우적우적 씹어 대고 있었다.

조그마한 아인족이 오밤중에 인간 의 시체를 먹고 있는 광경은 괴기 그 자체였다.

순진한 모습 뒤에 괴기스럽기 짝이 없는 본성이 숨어 있던 것이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두 사람은 동 시에 마른침을 삼키며 똑같은 생각 을 했다.

‘예상은 했지만 상상 이상이군.’

요들의 본성을 확인한 이상 돌아가 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강현과 김혜림이 몸을 돌리려는데 바닥 쪽 하늘 계단에 요들이 움직이 는 게 비춰졌다.

요들은 밤이 되어 시커떻게 그늘이

진 눈으로 거울을 보며 입을 달싹였 다.

거리가 멀어 들리진 않았지만 이리 말하는 듯했다.

'봤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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