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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는 플레이어-221화 (221/381)

221 화

숲 속을 돌아다니다 보니 금방 난 장이 하우스를 소환할 공터를 찾아 낼 수 있었다.

공터 앞으로는 깊은 시냇물이 흐르 고,뒤로는 절벽이 있어서 무슨 일 이 생기든 대응하기 좋은 지형이었 다.

난장이 하우스를 미리 깔아 두면 자리를 비운 사이에 누가 침입할지 도 모르기에 잘 시간이 되면 꺼내기 로 했다.

강현은 요들의 축제에 참가하기 전 에 좀 더 숲 안을 둘러보고자 했다.

“숲 안쪽으로 들어가 보는 게 좋겠군.”

“그러죠. 숲 안에 다른 단서가 있 을지도 몰라요. 숲의 지형을 알아 둘 겸 돌아다녀 보죠.”

“높은 나무 위에 올라가면 숲 전체 를 한눈에 보면서 특이점이 있는지 찾아볼 수 있을 텐데 말이지.”

“요들의 노래에 나무 위론 올라가 지 말라는 가사가 있었던 걸로 기억 해요. 근데 규칙을 어기면 쫓겨난다 고 말했었는데 뭘 어떤 식으로 추방 한다는 걸까요?”

“오빠,언니. 저기 봐 봐! 저기 넝 쿨 타고 오고 있는 사람,팡이지?”

한창 김혜림과 의견을 나누던 차에 루나가 나무 사이를 가리켰다.

나무 사이에선 팡이 나무넝쿨을 능 숙하게 옮겨 타며 강현 일행에게로 다가오는 중이었다.

머리의 무게를 오묘하게 이용하여 넝쿨에 속도를 붙여 이동하는 것이 었다.

일종의 묘기와도 같은 이동방법이 었다.

팡은 강현 일행에게 다가와선 넝쿨 을 놓으며 높이 점프했다. 그리고 공중에서 두 바퀴 돌며 가볍게 착지 했다.

보기와 달리 물 찬 제비처럼 날랜 몸놀림이 었다.

팡은 묘기를 마친 재주꾼마냥 두 팔을 좌우로 벌리며 장난기 섞인 미소를 띠었다.

“짜잔? ,요들 숲의 재주꾼 팡이 왔 습니다요?! 곧 있으면 축제가 시작 해. 혹시나 길 잃었을까 싶어서 직 접 데리러 와 줬어. 고맙지?”

축제 시작 시간이 다 되어도 마을 에 돌아오지 않으면 직접 데리러 오 는 건가.

어지간히도 축제에 참가시키고 싶 은가 보군.

마침 잘됐어.

이참에 정보를 뽑아내 볼까.

강현은 일부러 이마에 손바닥을 얹 으며 열이 나는 척 연기했다.

“팡,미안하지만 축제에 참가하지 못할 것 같군. 열이 나고 어지러운게 몸이 안 좋은 것 같아.”

사정이 있어 축제에 참가하지 못한 다고 하면 어떻게 반응할까?

팡은 장난기 섞인 미소를 유지한 채로 사근사근 말을 꺼냈다.

“괜찮아? ,축제에서 즐겁게 놀다 보면 아픈 건 순식간에 날아갈걸?”

“다음에 참가해야겠어. 지금도 서 있는 게 고작이야.”

“그럼 어쩔 수 없네. 축제에 참가 하지 않으면 추방이야. 당장 나가.”

말과 함께 팡이 바지 주머니에 손 을 집어넣었다.

곧 주머니 바깥으로 나온 건 트럼 프 카드 사이즈의 붉은색 카드였다.

퇴장의 의미를 담은 레드카드라는

건 말하지 않아도 알 일이었다. 규칙을 어기면 어떻게 추방하나 싶 었는데 추방 능력을 가진 보구를 가 지고 있던 것이었다.

이만하면 얻고 싶은 정보는 다 얻 었다.

강현은 이마에서 손을 떼며 천연덕 스럽게 방금 전 말을 철회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축제에 참 가해서 쉬어도 되겠군. 가만히 앉아 있어도 축제에 참가한 걸로 쳐주 나?”

팡은 강현의 말을 듣곤 종전의 장 난기 가득한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당연하지! 요들의 축제는 엄청나 게 즐겁다고! 아픈 건 금방 잊어버리고 같이 춤추게 될 거야! 얼른 가 자!”

강현 일행은 팡을 따라 요들의 마 을로 향했다.

팡은 먼저 돌아갈 수 있음에도 불 구하고 아장아장 걸으며 강현 일행 을 안내했다.

표면상으로는 길을 잃을까 봐 마을 까지 함께해 주겠다고 했지만 감시 받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김혜림은 앞서 걷던 팡을 지켜보다 가 낮은 목소리로 강현에게 속삭였 다.

“아까 레드카드 봤어요? 추방 수단 이 따로 있었네요. 전 규칙을 어기 면 요들들이 힘으로 내쫓는 건 줄 알았어요.”

“힘 대 힘이면 세븐즈 교가 요들들 을 상대로 쩔쩔매고 있을 리가 없겠 지. 막무가내로 사냥한다고 공략할 수 있는 곳이 아냐.”

“아까 관찰해 봤는데 바코드가 찍 혀 있지 않았어요. 뺏으면 우리도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나도 방금 그 생각을 하고 있었는 데.”

“우리 방금 같은 생각하고 있었단 말이죠?”

“조금만 방심하면 바로 파고드는 군.”

“후후후,예전의 제가 아니라고요.”

강현과 김혜림은 농담을 일단락하

며 진지하게 레드카드에 대해 고찰 했다.

레드카드가 공략의 열쇠임은 분명 하다.

레드카드로 요들을 추방하여 2층으 로 가는 방법을 알아내거나,레드카 드 그 자체가 2층으로 가는 정보로 교환할 수 있는 물건일지도 모른다. 허면 지금의 기회를 놓쳐선 안 된 다.

팡 혼자만 마을에서 동떨어져 있는 지금이 레드카드를 손에 넣을 절호 의 기회이지 않은가.

강현은 마나를 끌어올리며 검 손잡 이 쪽으로 손을 옮겼다.

그러나 검 손잡이에 손을 올리기도

전에 방해가 들어왔다.

“팡,뒤를 조심해라. 거기 있는 인 간이 널 공격하려고 하는구나.”

수풀 사이에서 데일리를 비롯한 세 븐즈 교 사제들이 불쑥 솟아나며 무 기를 겨누었다.

아까 위협에 실패한 이후에 그대로 돌아간 줄 알았는데,몰래 숨어서 계속 감시를 한 모양이었다.

강현은 검 손잡이에서 손을 멀리 떼며 두 손을 위로 들었다.

“깨우친 자라고 자처하더니 스토킹 에 통달했단 뜻이었나 보군.”

“입 놀리는 것 하나는 일품이구나. 방금 네놈이 팡을 공격하려는 걸 똑 똑히 보았는데 어디서 발렘하느냐?”

“그런 거면 팡을 너무 얕보는 거 아닌가?”

“무슨 되도 않은 소리를 하느냐!”

“이간질하면 팡이 속아 넘어가서 날 추방할 줄 알았나 보지?”

“팡! 저놈의 말을 듣지 마라! 방금 저놈이 널 공격하려 했다! 내 말을 믿어다오!”

“두 손을 들고 있는 쪽과 무기를 들고 있는 쪽. 어느 쪽이 공격적인 사람인지는 지나가던 개도 알 테 지.”

팡은 강현과 데일리를 번갈아 쳐다 보았다.

강현은 흐트러짐 하나 없는 무표정 인 반면,데일리는 맹수처럼 사나운 표정이었다.

제3자가 보기에 어느 쪽이 의심스 러워 보일까.

팡은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으며 강현의 편을 들었다.

“데일리! 아까도 그러더니 또 그러 네! 여기 까망까망이는 아픈데도 우 릴 위해서 축제 참가해 주고 있단 말야! 오늘따라 데일리 이상해! 다 른 사람 올 때는 아무 말도 안 했 으면서!”

“다른 사람들은 교단에서 온 지원 자들이니까……

“자꾸 분쟁 일으키려고 하면 추방 할 거야! 함께 지낸 사이라도 규칙 을 어기면 용서 안 해!”

팡의 바지 주머니 위로 레드카드가 절반쯤 드러났다.

레드카드의 일부가 드러나자 데일 리가 흠칫거리면서 무기를 거두었 다.

“미안하다. 이번에도 내가 착각한 것 같구나.”

데일리는 허리를 굽히며 사과했지 만 그의 입가는 웃고 있었다.

요들과 살아왔■다면 요들이 가진 레 드카드가 공략의 열쇠라는 것쯤은 당연히 알아차렸을 거다.

강현이 레드카드를 노린다는 걸 알 고 끼어든 것이리라.

공략을 포기할 때까지 사사건건 방 해할 작정이다.

인간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분쟁을 아는지 모르는지 팡은 천진난만하게 걸음을 재촉했다.

“에헤헤,데일리는 착각도 심하다 니까. 까망까망! 데일리! 빨리 마을 에 가자! 이러다가 축제 시작하겠 어!”

얼떨결에 강현 일행과 데일리 일행 은 함께 마을로 향하게 되었다. 상반된 목적을 지닌 무리가 나란히 걷는데 분위기가 좋을 리가 있겠나. 눈싸움은 기본이고,일부러 어깨를 툭툭 치며 아슬아슬한 신경전을 벌 였다.

데일리는 일부러 강현의 신발 뒤쪽 을 밟아 시비를 걸며 말을 꺼냈다.

“네놈이 뭘 노리는지 모를 것 같으 냐?”

일부러 강현의 장기인 신경전을 걸 어오고 있다.

아까 당했는데도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있나 보다.

강현은 신랄하게 데일리의 말을 맞 받아쳤다.

“그동안 허송세월을 보냈군. 여기 서 계속 지냈으면 레드카드 한 장 정도는 받을 수 있었을 텐데 말이 지.”

“잘도 입을 놀리는구나. 조만간 레 드카드를 얻으면 네놈부터 추방시켜 버리겠다.”

강현과 데일리 둘 다 레드카드를

노리고 있다.

다만 강현과 다르게 데일리는 레드 카드를 얻어서 공략에 임하지 않고, 다른 공략자들을 추방할 용도로 레 드카드를 이용할 속셈이었다.

그는 요들을 잘 구슬리면 레드카드 를 얻을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는 것 같았다.

강현은 데일리를 두고 한 마디 날 렸다.

“신수를 섬기다 보면 허무해지지 않나?”

“방금 뭐라고 지껄였지?”

“아무리 신앙심을 부르짖어도 신수 의 눈에는 한낱 공략자에 불과할 테 지.”

“천둥벌거숭이 같은 놈아 아무것도 모르면 그냥 입 닥치고 있거라. 신 화급 웨이브를 공략하면 이 세상이 끝난단 말이다.”

방금 이 세상이 끝난다고 말했었 나.

세계의 의지에 의한 초기화에 대해 알고 있는 듯한 말투다.

신화급 웨이브를 공략하면 창조급 웨이브가 등장한다.

창조급 웨이브에서 세계를 초기화 할 절망자가 탄생한다는 것까지 알 고 있는 듯하다.

즉,세븐즈 교는 신수를 신성화하 며 최종적으로 창조급 웨이브의 등 장을 막는 것에 의의를 둔 종교였던 것이다.

현자의 의향과는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집단이라 할 수 있다.

현자는 절망자가 무조건 선정될 것 이며,무조건 선정될 바엔 세계를 초기화시키지 않을 자가 선정되게 만들려고 했다.

“딱히 동의하고 싶은 마음은 안 드 는군. 공략 안 하면 모든 게 해결되 는 단순한 시스템은 아니라고 생각 한다만.”

“뭘 알고 지껄이느냐?”

“알다마다. 초기화를 말하는 거 아 닌가?”

초기화를 언급하자 데일리의 눈이 왕방울만 하게 커졌다.

“네놈이 어떻게 그걸……

“설마 초기화에 대해 알고 있어서 깨우친 자라고 자처한 거였나? 착각 을 해도 아주 대단한 착각 속에서 살았군.”

“크윽,재수 없는 자식! 말 한 마 디를 해도 사람 신경을 박박 긁으며 말하는구나.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는 몰라도 옳은 건 우리다. 네놈 따 위가 우리의 숭고한 희생을 알 성싶 더냐.”

같은 과제를 놓고 서로의 해석이 다르다면 충돌하기 마련이다. 왈가왈부해 봤자 결론이 나지 않는 다.

뼈와 살이 깎여 나갈 때가 돼서야

어느 쪽이 옳았는지 알게 될 것이 다.

지금으로선 어느 쪽이 뼈와 살이 깎여 나갈지 알 수 없기에 무슨 얘 길 하든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도 사람들의 발은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고,어 느덧 강현 일행과 데일리 일행은 요 들의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의 모습은 처음 보았을 때와 달리,나무기둥마다 붉은색 발광이 끼를 가져다 붙여 신비한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었고,마을 중앙에는 과 일을 산더미처럼 쌓아 놨으며,과일 을 중심으로 하모니카와 아코디언을 든 요들들이 빙글빙글 돌며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다.

마치 동화 속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메르헨 분위기의 축제였다. 그러나 축제의 서막이 오르기 직전 에 장발의 요들 소녀가 옷이 반쯤 찢어진 채로 축제의 장에 뛰어들어 왔다.

“도,도,도와줘! 이,인간이…… 인간이 날……

여기저기 맞은 흔적과 새하얗게 질 린 안색으로 보건데 예사롭지 않은 일을 겪은 것 같았다.

요들들은 일제히 악기 연주와 춤을 멈추고 요들 소녀에게로 몰려갔다.

“머핀!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다들 진정해! 머핀이 정신없어 하

는데 무작정 다그치면 어떻게 해? 머핀,물부터 마시고 진정해.”

머핀이라 불린 요들 소녀는 팡이 주는 물컵을 받아 힘겹게 물을 삼켰 다.

사시나무처럼 파르르 떨던 머핀의 몸이 진정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잠시 후,겨우겨우 정신을 되찾은 머핀이 심호흡을 하려다가 다시 울 음을 터뜨렸다.

“ㅎ ㅎ옥 ㅎ O O윽 ”

-,   I, ?-I ?

“머핀,괜찮아?”

“팡,데,데일리네 사람이 날 덮쳤 어.”

세븐즈 교 사제가 요들을 덮쳤다

고?

그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데일리를 비롯한 세븐즈 교 사제들 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 와중에 강현만이 손으로 귓바퀴 를 어루만지며 눈빛을 가라앉혔다. 지잉-

‘거짓말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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