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화
강현을 둘러싼 돌개바람이 쉴 새 없이 바람의 칼날을 쏟아 냈다. 강현은 실드를 끌어올려 바람의 칼 날을 막아 냈다.
대타 스텟 속에 남아 있는 흡수 실드 효과에 의해,흡수되고 있는 데미지가 실시간으로 머릿속으로 흘 러들어왔다.
[흡수 실드 : 556/7, 03이
[흡수 실드 : 1, 112/7, 030]
[흡수 실드 : 1, 668/7, 030]
바람의 칼날이 부딪칠 때마다 흡수
실드에 데미지가 차곡차곡 쌓였다.
데미지량으로 보건데 공격 스텟 500이상의 실력자로 추정되었다. 강현은 흡수 실드에 쌓인 데미지를 사방으로 한꺼번에 방출했다.
누적된 데미지가 반사데미지 형태 로 뻗어 나가며 돌개바람을 흐트러 뜨렸다.
돌개바람 때문에 흙먼지가 뭉게뭉 게 피어올라 공기 중에 먼지가 가득 했다.
강현은 로브 앞섶을 끌어올려 입과 코를 가리며 빙백검을 강하게 휘둘 렸다.
휘잉!
빙백검의 후폭풍에 먼지가 걷혀 나
가면서 전방의 시야가 탁 트였다. 나무 사이에선 붉은 벨벳을 두른 데다 눈구멍이 뚫린 고깔 형태의 복 면을 뒤집어쓴 자들이 서 있었다. 아까 웨이브 보석 앞을 지키던 자 들과 똑같은 복장과 복면이다. 세븐즈 교의 사제들이군.
방금 요들들에게 손대지 말라 했던 가.
예상대로 웨이브 안에서 웨이브를 지키고 있는 거였어.
강현은 빙백검을 앞세우며 세븐즈 교 사제들과 대치했다.
“성격 한번 급하군. 같은 동료일지 도 모르는데 말이지.”
복면을 쓴 사제들 중에서 돌개바람
을 소환했던 자가 나무 사이로 빠져 나왔다.
사제는 미스릴 스태프로 땅바닥을 강하게 찧으며 날이 선 목소리로 말 했다.
“깔보는 것이냐? 본교의 사람이라 면 사제복을 입고 있었을 터. 어디 서 되도 않은 말장난을 씨부리느 냐?”
“그럴까 하는 생각도 들긴 했는데 너무 악취미적인 옷이라 입을 생각 이 안 들더군.”
“시건방진 놈이로군.”
“데일리 사제,방심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놈이 이곳에 나타났다는 것은 계곡에 설치한 수많은 함정과 3급 사제들을 뚫고 왔다는 뜻 아니 겠습니까?”
실제로 세븐즈 교의 함정은 커뮤니 티 8성급 지부의 병력까지 막아 낼 수준이었다.
원래는 보이드의 위장덫처럼 밟아 야만 발동하는 함정들인지라 계곡에 들어선 즉시 함정이 발동해야 했었 다.
허나 올해 최악이라 할 수 있는 폭설로 인해 계곡 내에 눈이 두껍게 쌓였다.
그로 인해 강현 일행은 하늘계단을 깔아서 계곡을 통과했고,함정을 밟 는 일 없이 무혈입성하게 된 것이었 다.
그러나 웨이브 안에 있는 자들은, 바깥에서 눈이 오는지 비가 오는지 모르고 있었다.
강현 일행이 겨우 셋만으로 수많은 함정과 3급 사제들을 뚫고 온 거라 고 판단하곤 경계심을 드높였다. 세븐즈 교 사제들이 신중해진 만큼 강현도 섣불리 움직일 순 없었다. 서로가 탐색전을 펼치려고 타이밍 을 엿보던 중.
요들들이 두 무리 사이에 끼어들며 두 팔을 위로 들었다.
“요들 숲에서 싸움은 안 돼,안 돼!”
“싸우는 사람은 요들 숲 출입금지 야!”
“맞아 맞아! 여긴 싸우는 곳이 아 냐!”
요들들의 손에 빛이 머물더니 그들 의 몸 주변으로 빛의 결계가 생겨났 다.
빛의 결계는 점점 크기가 커지면서 반경 수십 미터 크기로 확장되었다. 그로 인해 강현 일행은 물론이고 세븐즈 교 사제들까지 결계 안에 갇 혀 버렸다.
아까 데일리라 불린 자가 스태프 대신 단검을 꺼내 양손에 쥐며 외쳤 다.
“팡! 스킬 봉인 결계를 풀어! 놈은 아직 검을 들고 있단 말이다!”
“데일리가 잘못했어! 이 까망까망
은 우리한테 길을 물어보던 중이었 단 말야!”
“정신 차려! 놈들은 적이다! 놈들 이 여기 있단 것 자체가 바깥의 사 제들을 베고 들어온 적이란 뜻 아니 냐!”
“싫어싫어! 요들 숲에서 싸움은 안 돼! 규칙이야!”
요들족은 기본적으로 싸움을 싫어 하는 모양이다.
결계 안에 있으면 스킬을 발동할 수 없으며,요들 숲 내에서 분쟁은 금지인 듯하다.
요들족은 2층으로 가는 방법을 알 고 있으면서 모른다고 잡아떼고 있 다. 그러면서 정작 요들숲에선 분쟁금지란다.
싸우지 않고 요들족을 구슬려서 2 층으로 가는 방법을 찾아내야 하는 건가.
‘좀 더 정보를 모을 필요가 있겠 어. 지금은 요들족의 장단에 맞춰 주는 게 낫겠군.’
강현은 빙백검을 검집에 넣으며 요 들족의 규칙을 따르겠단 의사를 표 명했다.
다만 만약을 대비하여 실드는 끌어 올려 둔 채로 유지했다.
“현지에선 현지의 규칙을 따라야겠 지.”
“까망까망이는 말이 잘 통하네. 데 일리도 무기 넣어. 규칙을 어기면 강제 추방이야!”
“큭,대신 저놈들이 허튼짓을 할 기미가 보이면 공격하겠다. 정당방 위까지 규칙을 적용하진 않겠지?”
“어떤 이유든 간에 싸움은 안 돼!”
데일리는 어쩔 수 없이 단검을 도 로 의복 안의 검집에 되돌려놓았다. 무장을 거뒀지만 그의 복면 사이로 비치는 눈동자에선 여전히 적의가 번들거리고 있었다.
규칙이라는 이름하에 전투가 중단 되었지만 어디까지나 휴전에 불과했 다.
불안한 공기 속에서 강현은 천연덕 스럽게 요들들에게 말을 걸었다.
“요들숲에 머무르면서 2층으로 가
는 방법을 찾고 싶은데 허락해 주겠 어?”
“새로운 손님은 언제나 환영이야! 얼마든지 머물러!”
“그거 고맙군.”
“따라와! 요들숲을 안내해 줄게!”
요들들은 축제라도 벌일 태세로 왁 자지껄 떠들며 강현 일행을 안내했 다.
요들들을 따라가는 강현 일행 뒤로 세븐즈 교 사제들이 뒤따라왔다. 어찌나 적의에 찬 눈빛을 보내는지 뒤통수가 따끔거렸다.
그러나 공격할 기미는 보이지 않았 다.
이곳에 살며 요들족을 지켜야 하기
에 요들족의 규칙을 깨지 못하는 입 장인 것 같았다.
숲 안쪽으로 얼마쯤 걸어들어 가자 요들족의 마을이 나타났다.
아름드리나무에 딱따구리의 둥지마 냥 구멍이 뚫려 있고,각 구멍마다 자그마한 요들들이 머무르고 있었 다.
수많은 요들들이 나뭇가지에 휘감 은 넝쿨을 이동수단 삼아 나무와 나 무 사이를 오갔다.
요들들이 살고 있는 나무에는 주먹 크기의 과일이 풍성하게 맺혀 있어 서 언제든지 배를 채울 수 있었고, 혈액 속에 엔돌핀이 기본사양으로 흐르고 있는지 하나같이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무기라곤 조금도 보이지 않았으며, 미니 사이즈의 우물과 빨랫줄에 걸 려 있는 의복,각종 수제 놀이기구 만이 존재했다.
마치 크기를 줄여 놓은 낙원 같았 다.
강현을 안내하던 요들 중에서 돼지 코에 유난히 더 통통한 몸집을 지닌 요들이 목청껏 다른 요들들을 불렀 다.
“얘들아! 새로운 손님이 왔어!”
요들들은 새로운 손님이란 말에 반 응하며 모여들기 시작했다.
바깥에서 뛰어놀던 요들은 물론이 고,나무구멍마다 요들들이 망치게임의 두더지마냥 고개를 쏙쏙 내밀 며 넝쿨을 타고 아래로 내려왔다. 순식간에 요들들이 강현 일행의 주 변을 둘러쌌다.
요들들은 저희들끼리 어깨동무를 하곤 강현 일행 주위를 돌며 노래를 불렀다.
작은 이들의 숲에 올려다봐야 할 이가 왔네.
우리는 다툼을 싫어한다네. 친구가 되어 함께 어울리세.
나무 위는 탐하지 말게,땅에 맺힌 나무 그늘을 양보하겠네.
축제에는 무조건 참가하게나,자네 를 즐겁게 해 주겠네.
규칙을 지키면 우리의 친구일세, 규칙을 어기면 당신을 쫓아낼 걸세. 우리는 40과 50사이에 위치하는 자 요들.
낮엔 봉인의 힘을 가진 빛을 펼치 고,밤에는 무적을 두른다네. 환영하네,환영하네,우리가 모르는 세상에서 온 자네들을 환영하네.
언뜻 들으면 환영의 노래 같지만 노랫말에 요들숲의 규칙이 담겨 있 었다.
해석하자면 전투는 금지되어 있고, 요들의 사생활을 지켜 주며,요들의 축제에는 무조건 참가해야 한다.
이 세 가지 규칙 중 하나라도 어
기면 숲에서 쫓겨나나 보다.
거기에 낮에는 봉인의 힘을 가진
빛을,밤에는 무적을 두른다 했다. 해가 떠 있는 동안은 스킬 봉인 결계를 쓸 수 있고,달이 떠 있는 동안은 무적 능력을 갖추는 거라 볼 수 있었다.
‘40과 50 사이라는 건 레벨을 의 미하는 건가. 신화급 웨이브 안에 있는 것치곤 너무 약해. 4(卜50레벨 의 무력으로 규칙을 어긴 자를 힘으 로 추방할 순 없을 테고…… 봉인 결계와 무적 능력 외에도 신화급 웨 이브 수준에 속하는 수단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겠군.’
노래가 끝나자 돼지코 요들이 짧은
다리로 폴짝폴짝 뛰며 힘차게 외쳤 다.
“손님이 왔으니까 축제를 벌이자!”
“와! 광주리에 과일을 담자!”
“와! 악기를 꺼내자!”
“와! 꽃 왕관을 만들자!”
요들들이 축제 준비를 위해 사방으 로 흩어졌다.
규칙에 따르면 무조건 축제에 참가 해야 한다.
강현은 축제에 참가하기 앞서 머물 곳부터 마련하고자 돼지코 요들에게 말을 걸었다.
“어이,궁금한 게 있어.”
“팡이라 불러.”
“그래,팡. 머물 장소가 필요한데
머무는 자리에도 규칙이 있나?”
“나무 위만 아니면 아무데서나 자 도 아무도 뭐라 안 해. 데일리네 숙 소가 몇 채 비었으니까 거길 쓰는 건 어때?”
“사양하지. 얼굴 감추고 다니는 녀 석들 중에서 제대로 된 녀석은 없더 군.”
강현 일행을 감시한답시고 근처에 서 서성이던 세븐즈 교 사제들이 대 놓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복면 때문에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 만 그들이 분노를 억누르고 있단 것 쯤은 알 수 있었다.
팡과의 대화를 마무리한 강현은 축 제가 시작되기 전에 난장이 하우스를 소환할 공터를 찾아다녔다.
시끌벅적한 요들의 마을에서 벗어 나자마자 김혜림이 입을 열었다.
“정말로 이곳에 요들밖에 없는 걸 까요? 명색이 웨이브 안인데 몬스터 가 없다는 건 이상해요.”
“전투가 금지된 숲이야. 몬스터가 없어도 이상할 건 없지.”
“나무표지판은 요들에게서 2층으로 갈 방법을 찾아내라 했어요. 근데 요들들은 2층으로 가는 방법을 모른 다고 했죠. 요들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겠네요.”
“가능성이 높은 정도가 아니라 확 실하게 거짓말을 하고 있어.”
“경고하지. 공략을 포기해라. 신화
급 웨이브는 공략해선 안 되는 곳이 다.”
마지막에 튀어나온 경고는 김혜림 이 한 말이 아니었다.
목소리의 주인공을 쫓아 고개를 돌 리니 나무 사이에 세븐즈 교 사제가 서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목소리로 구분컨대 데일리라는 자 인 것 같았다.
미행이 붙은 낌새를 느끼긴 했으나 전투금지 규칙 때문에 가만히 놔두 고 있었다.
그런데 저쪽에서 먼저 강현의 말에 반응하여 제 스스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데일리는 복면을 벗었다.
복면이 걷히면서 도톰하게 살이 오 른 갈색머리 중년 사내의 얼굴이 나 타났다.
강현은 대화를 하러 왔다는 제스처 임을 알아차리곤 방금 막 날아든 경 고에,말로서 대응했다.
“너희들이 섬기는 신이 공략당하는 꼴을 보고 싶지 않나 보지?”
“인간의 몸으로 신수를 이길 수 있 다고 생각하나?”
“그럼 공략하게 놔두면 되겠군. 네 말대로라면 어차피 죽을 사람인 거 아닌가?”
“말귀를 못 알아먹는구나. 기껏 사 람이 충고를 해 줬건만.”
“그런 걸 두고 쓸데없는 오지랖이
라 한다지?”
“정녕 우리를 적으로 돌리겠다 이 말이냐?”
“으름장을 놓아도 몬스터를 섬긴다 는 건 변함없지. 그 복면은 스스로 부끄러운 걸 아니까 쓰고 다니는 건 가?”
말이 오갈수록 데일리의 표정이 구 겨 졌다.
말로 강현을 상대할 수 있는 자는 몇 없다.
무슨 말을 하든 표정 변화 한 점 없이 몇 배로 되돌려준다.
결국 상대만 혼자 열 내다가 답답 함에 말문이 막힐 뿐이다.
데일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데일리는 제 분을 이기지 못하고 이를 빠득빠득 갈다가 몸을 돌렸다.
“네놈들은 큰 실수를 범했다. 깨우 친 자인 우리를 적으로 돌리고도 무 사할 성싶으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