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219화 (219/381)

219화

마나 마스터급의 실력자 W명과 그랜드 마스터급 실력자 1명.

어느 쪽이 강하다고는 단언할 수 없다.

사용하는 무기에 따라,보유한 스 킬에 따라,싸우는 환경에 따라 결 과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경우에는 명백히 후자 가 압도적으로 강하다.

붉은 제복의 사내들은 숨을 몰아쉬 며 포위망을 풀었다.

“하아하아,젠장! 아무리 그랜드 마스터라지만 이쪽은 10명이라고!”

경악하며 절규하는 사내의 발치에는 이미 다섯 구의 시체가 나뒹굴고 있었다.

전투를 개시한 지 고작 몇 분 만 에 일어난 일이었다.

인원이 절반으로 줄었는데 포위망 이고 뭐고 형성할 수나 있겠나.

붉은 제복의 사내들은 산개하여 슬 금슬금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들의 뒤에는 신화급 웨이브 보석 이 길을 막고 있었다.

신화급 웨이브 보석으로 들어갈게 아니라면 도망칠 길은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강현은 빙백검을 사선으로 늘어뜨 리며 차츰차츰 거리를 좁혔다.

“슬슬 무기를 버리고 질의응답 시

간이나 가지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은 데 말이지.”

“까불지 마라! 순순히 베여 줄 성 싶으냐!”

사내들은 무력의 차이를 실감했음 에도 불구하고 악바리를 쓰며 무기 에 마나를 부여했다.

그러나 더 이상 그들의 무기에는 마나 웨펀이 부여되지 않았다.

거의 다 쓴 치약튜브를 짜내듯 마 나통을 쥐어 짜내 보았지만 헛된 몸 부림에 불과했다.

강도가 높은 숯일수록 발화점이 높 은 것처럼 마나 웨펀을 발현하려면 일정량 이상의 마나가 필요하다.

현재 사내들에겐 마나 웨펀을 발현

할 정도의 마나조차 남지 않은 것이 다.

사내들로선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벌써 마나가 고갈됐다고? 싸운 지 몇 분밖에 안 됐는데?”

“놈이 괴이한 수작을 부린 게 틀림 없다! 살아남으려면 데일리 사제에 게로 갈 수밖에 없어!”

“하지만 한 번 안으로 들어가면 나 을 때가 문제라고! 게다가 교단의 규칙은 어쩌고?”

“지금 여기서 죽는 것보단 나아!”

사내들이 일제히 웨이브 보석 쪽으 로 뒷걸음쳤다.

사내들의 행동에서 몇 가지 정보를 뽑아낼 수 있었다.

먼저 데일리 사제란 자에게 가야 한다면서 웨이브 보석 안으로 들어 가려 한다는 점.

웨이브 보석 안에 사내들의 동료들 이 들어가 있고,그중 강현에게 대 항할 수 있을 만한 실력자가 있는 모양이었다.

두 번째론 교단,사제란 호칭을 썼 다는 점.

종교 집단에서 쓰는 호칭이다.

그를 통해 이들이 종교집단임을 알 수 있었다.

세 번째론 교단의 규칙을 언급했다 는 점.

이들은 자신들 외에 다른 이들을 신화급 웨이브 안으로 들이지 않기 위해 이곳에 배치된 병력인 것 같았 다.

강현은 막 전투를 시작한 것마냥 빙백검에 마나를 한껏 불어넣었다.

“질의응답 시간은 필요 없을 것 같 군.”

빙백검의 빙결 오오라가 한껏 발현 되며 사내들의 몸에 서리가 끼기 시 작했다.

현재까지 마나를 펑펑 써 댔지만 강현의 마나는 여전히 꽉 차 있는 편이었다.

처음에 순진한 척 연기하며 주저리 주저리 떠들 때부터 흡기 스텟의 효 과는 발동되고 있었다.

사내들이 전투를 벌이며 스스로 소

모한 마나까지 더해져서 고작 몇 분 만에 마나가 고갈된 것이었다.

반면에 강현은 사내들에게서 마나 를 계속 빨아들였고 말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커멓게 때가 낀 눈밭 위에 새하얀 얼음상 다섯 개가 생겨났다.

전투가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사내들에게서 다른 곳에 연락을 취 하는 낌새는 없었다.

혹시나 또 다른 병력이 있진 않을 까 싶었는데 기우에 불과했나 보다. 강현이 얼음상을 차례차례 깊은 괴 암절벽 아래로 밀어 넣는 동안 김혜 림과 루나가 다가왔다.

김혜림은 허연 김을 내뿜으며 말을

꺼냈다.

“정보는 어디까지 뽑아냈어요?”

“소속은 종교집단,웨이브 안에 또 다른 병력이 있다는 것까진 알아냈 지.”

“아직 정보가 추상적이네요. 한 명 쯤은 살려 두는 게 낫지 않았을까 요?”

“필요한 정보는 다 뽑아냈어. 부족 한 부분은 여기서 채우면 되고.”

강현은 사제들이 머무르던 건물 안 으로 들어갔다.

건물 안은 공동생활의 흔적이 역력 했다.

십 수 개의 관물대와 침대가 놓인 커다란 방,식당을 겸한 넓은 부엌,잡다한 생활용품을 넣어 둔 창고와 예배실이 있었다.

예배실 가장 안쪽의 내벽에는 커다 란 액자가 달려 있는 게 보였다. 액자 속에는 나무와 사신,악마와 상어,광대가 외젠의 작품을 본뜬 느낌으로 그려져 있었다.

강현은 예배당에 비치되어 있던 책 자 몇 개를 주욱 훑으며 입을 열었 다.

“이름은 세븐즈 교라는군. 깃발의

S문양은 세븐즈의 앞 글자를 딴 거 였나.”

“이 그림 말인데 신화급 웨이브를 관장한다는 다섯 신수를 표현한 것 같아요.”

“섬길 게 없어서 신수를 섬기고 앉 았군.”

“그림 한번 엄청 웅장하네요. 실제 로 신수를 보기라도 한 걸까요?”

“상상도겠지.”

세븐즈 교의 성서를 훑어본 결과 놈들의 성향을 대강 파악할 수 있었 다.

성서의 문구가 갈릴리 호수를 걷던 자를 섬기는 종교와 비슷하여 이해 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중요한 부분만 추려 내자면 이렇 다.

세본즈 교는 기본적으로 신수를 섬 기며,신수를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종교다.

어엿하게 교주가 존재하며,교주는 신수의 계시를 들을 수 있는 자로 표현되고 있다.

최종 목표는 이 세상의 멸망을 막 는 것이라고 적혀 있다.

허풍이 꽤 섞여 있어서 전부 다 믿을 순 없다.

다만 성서를 보고 있자니 의문이 발생한다.

‘다른 사제들이 웨이브 안에 있는 것처럼 말했었어. 신수를 지키려는 놈들이 신수를 공략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아.’

생각해 볼 수 있는 건 두 가지다.

신수를 공략하는 게 신수를 지키는 것이라고 믿고 있거나,웨이브 안에서 살고 있거나.

제한시간이 없는 웨이브이니 후자 쪽이 아주 가능성 없는 건 아니다. 강현은 세븐즈 교의 성서를 챙기며 생각했다.

‘그런데 왜 이름이 세븐즈 교인 거 지? 신수는 다섯 마리야. 신수의 숫 자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다른 의미 에서 세븐즈 교라 지은 건가.’

이후에 강현 일행은 건물 바깥으로 나가서 신화급 웨이브 보석으로 향 했다.

웨이브 보석 아래에서 보석에 손을 대었다. 그러곤 머릿속으로 들어가 는 이미지를 그렸다.

그러자 웨이브 보석에 원형 마나기

류가 생겨나며 강현 일행을 빨아 당 겼다.

우우응!

이내 곧 비틀렸던 시야가 원상복구 되면서 신화급 웨이브 내부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눈앞에 끝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숲이 펼쳐져 있었으며,하늘에는 두 개의 태양이 떠 있었다.

특이한 건 태양 하나가 서쪽 지평 선 아래로 떨어지고 있는데,반대편 에선 또 다른 태양이 뜨고 있다는 점이었다.

낮이 가고 밤이 오는 게 아니라, 낮이 가고 낮이 오고 있는 셈이었 다.

숲 입구에는 나무표지판이 떡하니 세워져 있었다.

강현 일행은 나무표지판에 적힌 문 구를 읽어 보았다.

[그랜드 우드의 영역 1층 : 요들의 숲 공략법]

[1 층에 사는 요들족에게서 2층으로 가는 방법을 알아내라.]

공략법은 고작 한 줄의 문구였다.

1층에 요들족이 살고 그들에게서

2층으로 가는 방법을 알아내란다. 김혜림과 루나는 나무표지판 앞뒤 를 번갈아 살피며 어이없어 했다.

“요들족에게서 알아내라? 이게 끝

이야?”

“뒷면에도 아무런 글자가 없어요. 공략 열쇠는 요들족이 쥐고 있는 것 같네요.”

“언니언니,요들족이 누구야?”

“글쎄. 나도 자세히는 몰라. 아마 요정의 일종이었나,난장이었나 그 쪽 부류였던 걸로 기억해.”

강현은 나무표지판을 당겨 보았다. 어찌나 단단히 박혀 있는지 힘껏 당겼음에도 불구하고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다음으로 빙백검에 그랜드 소드를 부여하여 나무표지판의 기둥 부분에 날을 대어 보았다.

빙백검의 검날이 기둥을 자르지 못

하고 맥없이 튕겨 나왔다.

나무표지판 자체에 무적 능력이 걸 려 있는 듯하다.

강현의 행동을 지켜보던 루나가 의 문을 표했다.

“나무표지판은 왜 괴롭혀?”

“조작 흔적이 있나 확인해 보려

고.”

앞서 들어간 사람이 있고,그들은 신수를 지키려 한다.

공략을 하러 온 자들에게 혼란을 주려고 나무표지판에 장난질을 쳐 놨을 수도 있다.

확인해 본 결과 신화급 웨이브의 나무표지판은 장난질을 할 수 없게 만들어진 듯하다.

나무표지판의 내용에 조작이 없다 면 요들족이 공략의 열쇠를 쥐고 있 단 것도 사실이겠군.

강현은 빙백검을 도로 검집에 집어 넣다가 문득 숲 입구의 수풀을 보았 다.

수풀 사이에서 조그마한 그림자 몇 개가 꼼지락거리며 수군대고 있었 다.

“손님이 왔어. 손님이 왔어.”

“세븐즈 교 아저씨들이 아냐. 사제 복을 안 입고 있잖아.”

“사제복에 케첩을 흘려서 다른 옷 을 입고 온 걸 거야.”

“바보! 사제복은 빨간색이잖아. 케 첩 묻어도 티 안 나는데 뭐 하러 갈아입겠어?”

“그럼 머스타드를 흘렸겠지.”

“아냐,타타르 소스일 거야.”

“난 핫소스가 제일이더라.”

처음에는 강현 일행의 정체를 궁금

해하더니 지금은 저희들끼리 최고의 소스를 두고 싸우고 있다.

강현은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다가 가 수풀을 양옆으로 젖혔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수풀 너 머에 있던 자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신장은 100cm가량에 머리가 동글 동글하고 보랏빛 피부를 가진 2등신 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서글서글한 눈망울과 통통한 젖살, 오동통한 손가락과 짧은 다리까지.

기본적으로 귀여운 인상을 가진 종 족인 것 같았다.

강현은 이들의 정체를 확실히 해 두고자 질문을 날렸다.

“너희들이 요들족인가 보지?”

요들들은 강현을 올려다보다가 목 이 뻐근한 듯 뒷목을 부여잡았다.

“아야야,인간은 키가 너무 커서 보기가 힘들어.”

“몸을 낮춰 줘! 아니면 한 발자국 물러나 주던가!”

“몬스터치곤 요구하는 게 많군.”

“푸흡,얘들아 우리 보고 몬스터

래.”

“거기 까망까망! 우리 몬스터 아니 라 요들이라고. 다음부턴 착각하지 마!”

요들들의 목소리에서 노이즈는 섞 이지 않았다.

몬스터가 아니라 엘프,드워프처럼 요들족이라는 아인족이 따로 있는 건가.

아니면 본인들은 몬스터인 걸 자각 하지 못하고 있는 걸지도.

어느 쪽이든 인간을 적으로 여기는 종족은 아닌 듯하다.

강현은 쪼그려 앉아서 요들족과 눈 높이를 맞추었다.

“주의하도록 하지. 그보다 우린 2 층으로 가는 방법을 찾고 있는데 너 희에게 물으라더군.”

“2층으로 가는 방법 같은 거 모르

는데. 얘들아,혹시 알고 있어?”

“몰라.”

“나도 몰라.”

처음으로 요들들의 말에 노이즈가 섞였다.

2층으로 가는 방법을 알고 있는데 도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강현은 간파 능력이 어째서 ‘모든 존재’의 거짓말을 간파하도록 만들 어졌는지 이해했다.

‘신화급 웨이브 내의 종족들은 거 짓말로 공략자를 농락한다 이거군. 사람이 아닌 모든 존재란 조건을 붙 인 이유는 이거 때문이었나.’

순진한 얼굴을 하고는 겉과 속이 정반대로군.

알려 주지 않는다면 알려 주게 만 들면 될 일이다.

강현은 빙백검 손잡이에 손을 올렸 다.

그러나 빙백검을 뽑기도 전에 울창 한 숲 속에서 굵직한 톤의 경고가 날아들었다.

“이놈! 당장 요들들에게서 떨어져 라!”

스킬 시동어와 함께 강현의 발아래 에 바람이 모여들었다.

바람은 곧 세찬 바람의 칼날이 되 어 강현을 집어삼켰다.

휘이엉!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