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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는 플레이어-217화 (217/381)

217화

커뮤니티 본부의 지하감옥에는 오 로지 중범죄자만이 갇힌다.

원래라면 중범죄자라 하더라도 재 판을 하고 판결을 내리는 등의 절차 를 밟도록 되어 있다.

형식뿐인 절차이지만 말이다.

소위 말하는 권력자들의 싸구려 격 식이다.

그 싸구려 격식조차도 생략하고 바 로 세이아나를 지하감옥에 가뒀다. 그게 의미하는 바는 분명했다. 세이아나는 쇠사슬에 매달린 채로 태평하게 발가락을 꼼지락거렸다.

‘허례허식만큼은 꼭 지키는 장로회

노인네들이 절차를 다 생략했다 이 거지. 장로회는 내 처분을 비공식으 로 처리하려나 보네.’

커뮤니티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지 역장이 커뮤니티를 배신했다는 게 알려지면 커뮤니티의 위상은 크게 실추되고 만다.

쥐도 새도 모르게 죽는 건 사양이 다.

세이아나는 여태까지 겪은 일을 토 대로 현재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궁리해 보았다.

‘그랜드 마운틴 쉘터가 습격당한 걸로 내가 최강현과 같이 다니고 있 다는 걸 알았다고 했었어. 내 쉘터 가 습격당했다는 건데 누가 습격했으려나. 누군지는 몰라도 간덩이 한 번 크네.’

습격자는 강현이 처리했을 거다. 만약 강현이 당했다면 커뮤니티가 날 미끼로 쓸 이유가 없다.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걱정이 강 현 걱정이기도 하니 녀석은 크게 신 경 쓰지 않아도 될 거다.

‘보구는 아공간 목걸이에 죄다 넣 어 뒀고 바코드도 찍어 놨으니까 다 른 사람 손에 넘어갈 일은 없어. 내 아공간 목걸이를 귀중품으로 분류했 으려나. 그러면 본부 1급 창고에 보 관해 놨겠네.’

아공간 보구에 넣은 물건은 꺼낼 물건의 이미지를 머릿속에 그리지 않으면 꺼내지 못한다.

보통 타인의 아공간 보구에 무엇이 들었는지 세세하게 알 수 없기에 사 실상 본인만 사용할 수 있는 보구나 다름없다.

아공간 목걸이만 되찾으면 탈출할 가능성이 생긴다.

그 이전에 쇠사슬과 봉인 수갑부터 풀어야겠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여기서 어떻게 탈출한 다. 수갑만 풀면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 볼 법한데.’

다리를 들어 매달리듯 쇠사슬을 당 겨 보았지만 풀릴 기미가 안 보였 다.

쇠사슬을 푼다 하더라도 팔목을 구

속하고 있는 봉인 팔찌가 남아 있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일단 쇠사슬을 풀 방법은 떠올려 두었다.

얼마쯤 매달려 있었을까.

철창 너머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리 더니 잿빛 제복 차림의 간수가 배식 용 웨건을 밀며 나타났다.

사각 쟁반 위에 놓인 꿀꿀이죽과 곰팡이 핀 빵이 세이아나에게 주어 질 식사인 듯했다.

간수는 세이아나의 발치에 사각 쟁 반을 내려다 놓았다.

“규정대로라면 물 한 모금조차 허 락되지 않지만 위에서 특별히 먹을 것을 주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상부의 은혜에 감사하며 먹도록.”

팔이 천장을 향해 묶여 있는데 어 찌 바닥에 있는 쟁반에 손을 댈 수 있겠는가.

세이아나는 발끝으로 사각 쟁반을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야,손이 안 닿거든? 눈이 있으면 보지 그래?”

“아직 덜 굶주렸군.”

“발로 먹으라는 개소리를 지껄일

생각은 아니지?”

“조만간 발을 써서라도 집어 먹게 될 거다. 전 지역장이 발로 빵을 집 어서 먹으려고 허덕이는 모습이라. 돈 주고도 못 볼 진풍경이겠군.”

간수가 기대한다는 듯 한껏 비웃음을 흘렸다.

한때 머리 위에 있던 자가 추락한 꼴을 보며 즐기고 있었다.

간수에게 있어 세이아나의 투옥은 갑갑한 감옥 업무 중에 다시는 없을 오락거리인 셈이었다.

세이아나는 사각 쟁반 아래로 슬쩍 발가락을 밀어 넣으며 간수를 불렀 다.

“야,이거 필요 없으니까 도로 가 져가.”

간수가 몸을 돌림과 동시에 세이아 나가 사각 쟁반을 힘껏 걷어찼다. 사각 쟁반이 높이 뜨면서 꿀꿀이죽 이 간수의 전신을 뒤덮었다.

와장창! 쨍그랑!

쟁반 엎어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 려 퍼졌고,공중에 떴던 그릇이 바 닥에 떨어지며 산산조각 났다. 간수는 질퍽하게 얼굴을 타고 흐르 는 꿀꿀이죽을 손으로 쓸어 털었다. 그러곤 사나운 눈매를 띠며 대뜸 세 이아나에게 주먹을 날렸다.

퍼억!

우악스러운 주먹이 세이아나의 여 린 얼굴을 강하게 후려쳤다.

세이아나의 고개가 강하게 옆으로 돌아갔다.

맞은 부위에는 시뻘건 자국이 남았 다.

간수는 살벌하게 세이아나의 머리 채를 잡아당기며 으르렁댔다.

“네가 아직도 지역장인 줄 아나 보 지? 네가 여기 있는 동안 조금이 라도 편히 지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 는지 잘 생각하고 행동해라.”

간수가 다른 손으로 세이아나의 뺨 을 툭툭 건드렸다.

그의 시선이 세이아나의 몸을 끈적 하게 훑었다.

그가 무슨 짓을 하든 아무도 그녀 를 도와줄 수 없다는 메시지이기도 했다.

역겨운 시선 속에도 불구하고 세이 아나는 웃고 있었다.

간수에게 맞으면서도 그녀의 발은 땅바닥을 자근자근 짓이기고 있었 다.

부서진 그릇이 맨발에 상처를 내면 서 피가 났다.

세이아나는 넓은 골반을 한껏 활용 하며 다리를 측면으로 들었다. 그러 곤 원을 그리듯 간수의 사각에서 발 을 올려 간수의 관자놀이에 하이킥 을 날렸다.

빠각!

“어억!”

간수의 머리가 크게 흔들리면서 일 순 몸을 휘청거렸다.

세이아나는 뻗었던 다리를 빠르게 접으며 이번에는 발바닥으로 간수의 눈을 걷어찼다.

퍼억!

간수가 눈을 감싸면서 볼씽사납게

바닥을 뒹굴었다.

“으아아악! 눈이! 눈이 타들어 가 는 것 같아!”

소란이 커지면서 다른 간수들이 우 르르 몰려왔다.

“무슨 일이야!”

“잭이 쓰러져 있다! 세이아나부터 포위해! 저년이 뭐가 한 게 틀림없 다!”

몰려온 간수의 숫자는 대략 10명 정도.

사람이 거의 없는 감옥치고는 간수 들의 숫자가 상당히 많다.

날 가두면서 보안을 강화한답시고 간수 숫자를 늘렸나 보네.

조금은 방심해 줘도 괜찮은데 말이

지.

간수들이 급하게 세이아나를 포위 하고 잭이란 사내를 바깥으로 데려 갔다.

뒤늦게 간수들 사이에서 검은색 완 장을 찬 자가 나타나선 호통을 쳤 다.

“웬 소란이더냐!”

“루텐하이저 간수장님! 잭이 식사 를 배급하다가 세이아나에게 당했습 니다!”

“고문실로 옮겨서 단단히 재교육을 해야 합니다! 제게 고문을 맡겨 주 십시오!”

“멍청한 것들! 소란 떨지 마라!”

루텐하이저는 세이아나의 발바닥을

보았다.

발바닥에 자잘한 상처가 나 있고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루텐하이저도 한때 지부장이었던지 라 세이아나의 피에 무엇이 섞여 있 는지 알고 있었다.

“네 이년,맹독이 흐르는 피를 이 용한 것이렷다.”

세이아나의 피에는 맹독이 흐르고 있다.

간수라 해 봤자 말단 조직원에 불 과하다.

말단 조직원에게 독 면역 스킬이 있을 리가 없다.

바깥으로 나간 잭은 벌써 죽어 있 을 거다.

세이아나는 루텐하이저의 허리춤에 열쇠다발이 달려 있는 것을 확인했 다.

‘저 열쇠 중에 봉인 수갑을 풀 열 쇠가 섞여 있겠군.’

발을 휘둘러 피를 뿌릴까 싶었으나 그 전에 루텐하이저가 부채를 꺼내 들었다.

묶여 있는 상태에서 세이아나가 할 수 있는 거라곤 피를 이용하는 것밖 에 없다.

그래서 미리 보구를 꺼내 들어 대 비한 것이었다.

당장 열쇠를 손에 넣긴 힘들어 보 인다.

열쇠를 얻지 못한다면 최소한 쇠사

슬만이라도 풀어야 한다.

세이아나는 피가 흐르는 발을 들어 올리며 간수들을 위협했다.

“내 체질을 알고 있다면 얘기가 빠 르겠네. 내 식사는 내 손으로 하겠 어. 쇠사슬을 풀어.”

“그 지경이 되어서도 당돌하군. 죄 수의 요구를 순순히 들어줄 거라 생 각하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매일같이 간수들이 죽어 나갈 텐데?”

세이아나가 발을 휘둘러 피를 흩뿌 렸다.

간수들은 잭의 모습을 떠올리며 지 레 겁먹고 뒤로 물러났다.

대신 루텐하이저가 재빨리 반응하

여 부채를 휘둘렀다.

“쳇,감히 같잖은 짓을!”

휘잉!

부채에서 바람이 뿜어져 나와선 핏 방울을 밀어냈다.

묶여 있는 협박범과 손발이 자유로 운 인질.

이다지도 이질적인 광경이 또 있을 까.

루텐하이저로선 굉장히 골치 아픈 상황이 되고 말았다.

상부에서 명령을 하달하길 세이아 나는 중요한 협상 카드이니 목숨에 지장이 갈 만한 행위는 하지 말라 했다.

제아무리 지역장이라 한들 스킬과

마나가 봉인된 이상 가녀린 여성에 불과하다.

고작 버릇 하나 들이겠다고 섣불리 고문했다가 죽기라도 하면 간수들은 물론이고 루텐하이저의 목도 날아갈 거다.

‘돌아 버리겠군. 간수들 중에서 독 면역 스킬이 있는 건 나뿐이야. 근 데 간수장인 내가 일일이 식사를 날 라서야 체면이 서겠냐고. 그렇다고 간수들에게 일일이 독 면역 스킬을 배부하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고 쇠사슬 정도는 풀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세이아나의 손이 자유로워지면 굳

이 간수가 문을 열고 발치에 식판을 내려 줄 것 없이 배식 구멍으로 식 판을 넣어 주기만 하면 된다.

게다가 쇠사슬을 푼다 하더라도 봉 인 수갑이 있는 이상 세이아나는 아 무것도 못한다.

봉인 수갑은 열쇠가 없으면 절대로 풀 수 없으며,항상 루텐하이저 본 인이 소지하고 다니니 만에 하나라 도 뺏길 일 따윈 없다.

루텐하이저는 부채를 접어 사선으 로 그었다.

부채가 접힌 만큼 압축된 바람이 분출되어 칼날처럼 세이아나에게 날 아갔다.

바람의 칼날은 세이아나의 머리를

지나쳐 그녀의 팔을 묶고 있는 쇠사 슬을 끊어 냈다.

뎅겅!

루텐하이저는 간수들을 데리고 감 방 바깥으로 나가며 문을 굳게 걸어 잠갔다.

“내 넓은 아량으로 손으로 식사하 는 걸 허락하마. 다만 더 이상의 억 지는 통하지 않을 거란 걸 명심해 둬라.”

세이아나는 계속 위로 향해 있던 탓에 저릿해져 있던 팔을 주물렀다. 방금 막 루텐하이저가 으름장을 놓 았지만 세이아나는 태연하게 다음 요구를 내밀었다.

“식사를 엎었으니까 새로 가져다

줘. 오늘은 닭이 땡기니까 닭요리랑 샐러드,오븐 스파게티로 가져와.”

“이쪽에서 한번 굽혔다고 아주 막 나가는군. 더 이상 억지는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을 거다.”

“어머,내가 꿀꿀이죽 따윌 고맙다 면서 먹을 사람으로 보여? 그럼 단 식투쟁이라도 해야겠네. 중요한 협 상 카드가 밥 안 줘서 죽으면 상부 에서 참 잘도 납득하겠어.”

“미친년이군. 이년의 말은 무시하 고 계속 돼지죽만 줘라. 배가 등가 죽에 붙어서도 안 먹나 두고 보자꾸 나.”

루텐하이저는 정말로 더 이상의 양 보는 없다는 양 뒤도 안 돌아보고 철창 너머로 사라졌다.

루텐하이저로선 당분간 본인이 직 접 나서는 일은 없었으면 했다. 간수장인 그가 감옥에 자주 드나든 다는 건 간수들 선에서 해결되지 않 는 트러블이 자주 발생한다는 걸 의 미 한다.

조만간 9성급 쉘터 지부장 자리로 인사발령이 날 참인데,괜한 트러블 로 경력에 흠집을 낼 순 없었다. 그러나 루텐하이저의 바람과 달리 사흘도 채 되지 않아 감옥 안에서 새로운 트러블이 발생했다.

아침 일찍 막 출근한 루텐하이저에 게 간수 한 명이 달려와 긴급보고를 올렸다.

“간수장님,세이아나 그년이 사흘 째 물 한 모금 안 마시고 있습니 다.”

“물 한 모금도 안 마셔? 빌어먹을! 정말로 한 모금도 안 마셨느냐?”

“탈수가 와서 골골대는 와중에도 저희가 들어가려고 하면 피를 뿌리 려 듭니다. 미쳐도 아주 단단히 미 쳤습니다. 어쩌죠?”

“밥 때문에 목숨을 걸어? 젠장,돌 아 버리겠군.”

“상부에 보고해서 지시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상부의 명령이라면 이미 떨어졌지 않느냐.”

장로회가 루텐하이저에게 따로 명 령이 있을 때까지 세이아나를 잘 감 시하라고 했다.

덧붙여서 반드시 살려 놔야 한다고 누누이 강조했었다.

좋든 싫든 식사 메뉴 때문에 단식 투쟁하다가 죽었다고 보고할 순 없 는 노릇이었다.

루텐하이저는 스트레스 때문에 뒷 목이 뻐근해지는 걸 느끼며 피곤하 다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

“그냥 줘 버려라. 뭘 먹고 싶다느 냐?”

“닭이 먹고 싶다고 합니다.”

배식 구멍을 통해서 닭과 샐러드,

물병이 담긴 쟁반이 감방 안으로 들 어왔다.

입이 바짝 마른 채로 누워 있던 세이아나가 슬금슬금 몸을 일으켰 다.

후후,내 이럴 줄 알았지.

물도 안 마시고 버티는데 안 주고 배기겠어?

그릇은 놋그릇으로 바꿨네.

깨뜨려서 피 내는 거 방지하려고 바꿨구나.

나름대로 머리 좀 굴렸는걸?

어라? 이거 엄청 맛있잖아.

구색만 맞출 줄 알았는데 의외로 특식을 넣어 줬네.

이거 단식투쟁 두 번하면 슐랭이표

별 3개짜리 음식 넣어 주는 거 아 냐?

후아! 이제 좀 살 것 같네!

단식의 대가로 닭 요리를 얻게 된 세이아나는 살점 하나,물 한 방을 남기지 않고 음식을 싹 다 비웠다. 정말 행복하다는 듯이 음식을 먹는 세이아나를 두고 감시하던 간수들이 짜증난다는 듯 시선을 돌렸다. 세이아나는 그 틈을 타서 닭 뼈 하나를 바지춤에 넣었다. 그러곤 아 무 일도 없었다는 양 쟁반을 배식 구멍에 도로 밀어 넣으며 말했다.

“아,잘 먹었다. 간수야,나 추우니 까 불 좀 때 주라.”

“이년이 보자 보자 하니까 누굴 하

인으로 아나.”

“에구구,추워라. 귀한 인질 몸 얼 어서 병 걸리면 약이라도 주려나 모 트겠네.”

“젠장,기다려라. 간수장님의 허락 없이는 그 무엇도 해 줄 수 없다.”

간수는 세이아나가 또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몰라 불안한 나머지 마지 못해 루텐하이저에게 가서 세이아나 의 요구를 전달했다.

루텐하이저도 세이아나의 기행에 진절머리에 날 지경이었다. 더 이상 의 트러블 사양하고 싶건만 어찌도 이리 참신하게 두통을 유발해 주는 지 모르겠다.

루텐하이저는 고민 끝에 울며 겨자

먹기로 화로 사용을 허락해 주었다. 그렇다고 세이아나의 감방 안에 직 접 불을 넣어 줄 순 없기에 철창 바깥의 복도에 화로를 놓아 열기만 죌 수 있게 해 주었다.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 뒤에도 세이아나의 요구는 계속 되었던 것이다.

“간수야,뜨거운 물 좀 주라. 내가 그래도 여자인데 씻고 살아야 하지 않겠니?”

“간수야,내가 바닥에서 그냥 자려 니까 허리가 아파. 침대까진 안 바 라니까 침낭 같은 거라도 넣어 줘 봐.”

“간수야! 누가 돼지고기 넣으래!

내일부턴 닭 요리로 넣어!”

“간수야? 간수야?”

요구가 전부 받아들여진 건 아니지 만 종국에는 몸을 덥힐 화로와 푹신 한 침낭,끼니마다 반주로 마실 술 까지 받아 내고 말았다.

세이아나는 침낭을 매트 삼아 옆으 로 누워선 유유자적 술잔을 기울이 며 노곤한 표정을 지었다.

“푸하? ,요즘 감옥 참 좋아졌네. 나 그냥 여기서 살까 봐.”

세이아나의 안색이 좋아지는 만큼 간수들의 안색은 시간이 흐를수록 누렇게 떴다.

*

그랜드 마운틴 쉘터를 떠난 강현, 김혜림,루나는 각자 소환수를 타고 신화급 웨이브로 이동하기 시작했 다.

그랜드 우드가 지배하고 있다는 신 화급 웨이브로 가려면 험준한 산맥 의 최정상까지 가야 했다.

커뮤니티의 원정대조차 수년 전부 터 발길을 끊은 터라 길이 지워져서 이동하는데 지장이 많았다.

세이아나가 남겨 준 지도는 오래전 에 만들어진 거라,지도상에는 있는 데 실제로는 길이 끊겨 있는 경우도 있었다.

자연스럽게 강현 일행의 이동속도

도 더뎌질 수밖에 없었다.

하루 종일 라이를 몰던 강현은 날 이 어두워지는 걸 보곤 라이의 등에 서 내렸다.

“벌써 밤이군. 오늘은 이 근처에서 묵어야겠어.”

김혜림도 켈피의 등에서 내리며 야 영준비에 나섰다.

“전 오늘 쓸 뗄감 주워 올게요. 강 현 씨랑 루나는 난장이 하우스를 소 환할 장소를 찾아 주세요.”

“그러지.”

“부엌에는 절대 들어가지 마요. 절 대!”

“요즘 조금 늘었……

“안 된다고 했죠?”

트럼프 미궁에서 부엌을 엉망으로 만든 게 화근이었다.

깨끗하게 치운다고 치우긴 했다만 깨뜨린 그릇 때문에 금방 들켜 버렸 다.

다른 그릇도 아니고 김혜림이 아끼 는 그릇이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 이후로 김혜림의 엄한 표정과 함께 부엌 출입금지령이 떨어졌다. 김혜림은 누차 부엌 출입금지를 강 조하며 뗄감을 주우러 갔다.

강현도 난장이 하우스를 소환할 장 소를 찾기 위해 루나를 라이의 등 위에서 내려 주었다.

“가자,루나.”

루나가 기운이 없는 듯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강현을 따라나섰다.

여느 때 같으면 졸래졸래 따라왔을 텐데 요 근래 들어 계속 기운 빠진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세이아나가 신경 쓰여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이리라.

그간 길을 찾느라 바빠서 혈영 구 슬을 들여다볼 틈이 없었다.

강현은 아공간 주머니에 손을 넣어 서 혈영 구슬을 꺼냈다.

“루나,세이아나가 뭐 하고 있는지 볼까?”

얼른 보자고 할 줄 알았는데 되려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 루나였다.

“봐도 될지 모르겠어. 엄청 힘들어

하는 모습 비치지 않을까?”

여태껏 세이아나의 상황을 확인하 고 싶은데도 말을 꺼내지 않은 이유 가 따로 있었다.

혹여나 세이아나가 힘들어하는 모 습을 보면 더 신경 쓰게 되지 않을 까 싶어 나름대로 참고 있던 것이었 다.

확인하고 싶은 마음과 나쁜 상황을 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공존하면 서 복잡한 심정이 되어 있었다. 강현은 혈영 구슬에 마나를 불어넣 으며 루나를 격려했다.

“아마 괜찮지 않을까 싶은데.”

혈영 구슬에 마나를 불어넣자 구슬 속에 영상이 비치기 시작했다.

구슬 속에선 침대 위에서,깔끔한 모습으로,철창 바깥의 복도에 피운 화로의 열기를 쬐며 자고 있는 세이 아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것도 아주 편안한 표정으로 말이 다.

철창이 없었다면 감옥인 줄도 몰랐 을 거다.

심지어 자고 있는 세이아나 옆에 빈 그릇과 작은 술잔까지 있었다. 강현은 혈영 구슬에 부여하던 마나 를 끊으며 매우 딱딱한 투로 말했 다.

“괜찮은 정도가 아니군.”

루나도 멍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 며 입을 열었다.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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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집에 있을 때보다 편해 보이는데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거 아니지? 그렇지?”

강현은 침묵을 고수하다가 한참 뒤 에 자그맣게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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