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6화
김혜림과 루나는 또 강현이 대담한 계획을 짜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하루 이틀 겪은 것도 아니니 이제 는 익숙했다.
강현은 모두가 경청하고 있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말을 꺼냈다.
“벌써 세이아나는 본부에 입성했습 니다. 그리고 조만간 본부의 병력에 체포당하겠지요.”
가만히 듣고만 있던 발레나가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그건 좋지 않아. 당장이라도 세이 아나에게 돌아오라고 해야 해.”
발레나로선 세이아나의 안전을 우
선시할 수밖에 없다.
세이아나가 없으면 커뮤니티에서 새롭게 그랜드 마운틴의 쉘터를 다 스릴 관리자를 보낼 거다.
새로 온 사람이 세이아나같이 주민 들을 배려해 줄 리 없다.
강현은 아공간 주머니에서 혈영 구 슬을 꺼냈다.
“연락을 취하기에는 늦었습니다.”
세이아나가 떠나기 전에 건네준 혈 영 구슬이었다.
세이아나의 피를 먹여 두었기에 혈 영 구슬에는 세이아나의 모습이 비 치고 있었다.
세이아나는 벌써 본부 안으로 들어 가서 다른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혈영 구슬로는 목소리를 전달할 수 없기에 당장 그녀에게 도망치라고 전할 수가 없었다.
지금에 와서 종이 전서구를 날린다 해도 늦는 건 마찬가지였다.
강현은 혈영 구슬을 도로 아공간 주머니에 넣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니케를 이용했다는 건 저와 세이 아나의 관계를 사전에 알고 있었다 는 게 됩니다. 그럼에도 커뮤니티의 척살대가 오지 않은 건 니케를 이용 한 게 커뮤니티의 의향이 아니라 지 부장 개인의 의도였다는 게 되겠지 요.”
“그럼 그 사람이 세이아나와 너의
관계를 누설하지 않으면 세이아나가 잡히지 않는다는 거야?”
“그건 아닙니다. 이 일을 계획한 자는 세이아나 구출을 빌미로 저를 유인하려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 고서야 이리 배배 꼬인 작전을 쓸 이유가 없지요.”
“내가 궁금한 건 세이아나를 구출 할 거냐는 부분이야. 대답해.”
“일부러 본부까지 가서 적의 작전 에 놀아날 필요가 있겠습니까?”
발레나는 두통을 느끼며 손가락으 로 이마를 짚었다.
세이아나가 현자의 계승자를 얼마 나 기다렸는지 잘 알고 있다.
이번에 본부로 떠나기 전에도 자신
에게 무슨 일이 생기든 무조건 강현 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달라고 누누 이 당부했었다.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지만 쉽사리 세이아나를 포기할 수가 없었다. 발레나가 강현을 매정한 사람이라 고 생각하려던 찰나.
강현의 말이 이어졌다.
“괜히 구출 작전 같은 걸 펼쳤다간 세이아나에게 악영향만 끼치게 될 겁니다.”
“무,무슨 의미야?”
“세이아나가 직접 본부로 간 이유 를 잊으셨습니까? 장로회가 웨이브 봉인석을 어떻게 이용하려는지 알아 내러 간 겁니다. 그녀 입장에선 본부에 남아 있는 편이 알아내기 쉽겠 지요.”
“체포되면 갇혀 있을 텐데? 아니, 바로 처형당할지도 몰라. 난 그 아 이가 죽는 걸 원치 않아. 그 아이는 나를 포함해서 모든 주민들의 은인 이란 것 정도는 너도 알고 있잖아.”
“방금 절 끌어들이기 위한 인질로 쓰려는 것 같다고 말씀 드렸을 텐데 요? 인질로서의 가치가 남아 있는 이상 세이아나는 안전합니다.”
“확신할 수 있어?”
“이전에 세이아나와 가짜 부부 행 세를 했습니다. 루나가 딸 행세까지 톡톡히 해서 말입니다. 만나는 조직 원마다 꼼짝없이 저와 세이아나가 부부인 걸로 착각했었지요. 커뮤니 티 본부도 예외는 아닐 겁니다. 그 렇다면 사형시키기보단 인질로 남겨 두는 쪽을 택하지 않겠습니까?”
발레나는 어깨를 흠짓거리며 입을 다물었다.
단순히 세이아나를 버리는 건 줄 알았는데,이야기를 들을수록 다 계 산이 가미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 었다.
감탄스럽기도 하다만 동시에 두렵 기도 했다.
이 남자는 지금 세이아나의 체포 상황마저도 이용하려고 하고 있지 않은가.
대체 머릿속에 뭐가 들었길래 저리
판단할 수 있는 거지?
발레나는 더 이상 강현의 판단력에 의구심을 가지지 않기로 했다.
“신경질적으로 말해서 미안해. 내 생각이 짧았어.”
“이해했으면 됐습니다. 중요한 건 이제부터입니다. 전 바로 신화급 웨 이브로 직행할 예정입니다. 저희가 여길 뜨면 바로 제가 신화급 웨이브 로 들어갔다고 소문을 내 주십시오. 확실하게 공략법을 알아낸 것처럼 호들갑스럽게 소문을 내 주시면 됩 니다.”
“뭐? 일부러 네 위치를 알린다고?”
방금 막 강현의 판단력에 의구심을 가지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발레나다.
그러나 강현의 말을 듣자마자 본능 적으로 의문을 표하고 말았다. 조금이라도 커뮤니티가 알아차리지 못하게 움직여도 모자랄 판에 자신 의 위치를 드러내려고 하다니. 장로회는 한시라도 빨리 강현을 처 리하고 싶어 한다.
강현이 신화급 웨이브를 공략할 방 법을 찾았다고 하면 그를 저지하기 위해 다수의 병력을 파견할 거다. 강현은 발레나의 의문을 읽곤 자신 만만하게 말했다.
“제 목적을 알려야 놈들이 병력을 보내지 않겠습니까.”
던전 안이라면 누가 들어오든지,
몇 명이 들어오든지 상관없다. 보내는 자가 강자일수록,많은 병 력을 보낼수록 좋다.
강현을 잡기 위해 많은 병력을 투 자할수록 커뮤니티의 전력에 커다란 구멍을 뚫을 테니까.
작전의 개요를 모두 설명한 강현은 떠날 채비를 갖추기 위해 움직이려 했다.
그런데 김윤중이 손을 들며 강현을 불렀다.
“미안하지만 나는 동행하지 못할 것 같네.”
김윤중의 말에 김혜림이 생각도 못 했다는 양 놀란 표정을 지었다.
“같이 가는 거 아니었어요? 어디
가시려고요?”
오랜만에 재회한 참이다.
하고 싶은 얘기가 많고,듣고 싶은 얘기도 많다.
하룻밤 정도로는 끝나지 않을 만큼 많은 이야기가 쌓여 있기에 함께 갔 으면 했다.
그러나 김윤중에겐 달리 가야 할 곳이 있었다.
“혁명군 사람들은 아직도 최강현을 오해하고 있어. 제2의 니케가 생겨 나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누군가는 진실을 알려 줘야지.”
“이제 와서 말한다고 믿어 줄까요? 전 가지 않았으면 해요.”
“그래도 최대한 힘닿는 데까지 해
봐야 하지 않겠니. 최소한 커뮤니티 에 심어 놓은 밀정들만이라도 포섭 해 보마. 커뮤니티만 좋은 일 시켜 주고 넘어가기엔 너무 분하지 않느 냐.”
혁명군의 성향이 변질되었다고는 하나 아직 변하지 않은 자도 상당수 있었다.
개중 대부분이 아직까지도 목숨 걸 고 밀정 노릇을 하고 있는데 어찌 모른 척할 수 있으랴.
김윤중의 의향을 들은 강현이 한 가지 제안을 내놓았다.
“그럼 혜림이랑 같이 가는 건 어떻 습니까?”
김혜림이 김윤중과 함께 간다면 일
이 훨씬 수월해질 거다.
더하여 김윤중으로서도 김혜림이
신화급 웨이브라는 위험한 장소에 가는 것보다 같이 다니는 게 더 안 심될 거고 말이다.
만약 김혜림이 김윤중과 함께하고 싶다고 하면 보내 줄 거다.
김윤중은 강현의 말을 듣곤 다소 가라앉은 표정으로 김혜림을 쳐다보 았다.
강현을 따라갈지,김윤중을 따라갈 지 고민하는 눈치다.
마음 같아선 딸더러 같이 가자고 하고 싶다.
고생으로 얼룩진 손바닥의 굳은살 을 어루만져 주고 싶다.
흑단 같은 머리카락을 몇 번이고 쓰다듬어 주고 싶다.
몇 시간이고 나를 닮은 그 얼굴을 바라보고 싶다.
하지만 자신이 딸이 소중한 것처 럼,딸에게도 소중한 사람이 생겼다.
‘네게도 지키고 싶은 사람이 생겼 구나. 언젠가는 생기기 마련이지. 네 게는 그때가 지금인 거고.’
김윤중이 김혜림을 지키고 싶어 하 는 만큼,김혜림도 강현을 지키고 싶어 한다.
현재의 부모가 현재의 아이에게 자 신의 모습을 엿보았을 때.
그때서야 부모는 아이가 다 컸구나 라고 느끼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가만히 믿어 주는 게 널 위한 일이겠지.
김윤중은 딸을 위해 무표정을 깨고 미소를 지어 주었다.
“조심해서 다녀오거라.”
간신히 짜낸 한 마디가 아버지가 자신에게 해 줄 수 있는 최선의 응 원임을 어찌 모르랴.
김혜림은 천천히 걸음을 떼어 김윤 중에게 다가가선 그에게 안겼다. 아버지의 온기를 느낀 게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두 사람 사이에 온기가 통하면서 얼어붙어 있던 시간이 조금씩 해동 되기 시작했다.
김윤중도 어색한 나머지 어떻게 해
야 할지 몰라 팔을 움찔거리다가 살 포시 김혜림의 몸을 감쌌다.
메마른 들판에서 힘겹게 자라던 들 꽃은 오랜만에 봄비를 맞이한 양 화 사한 꽃잎 아래로 물방울을 떨어뜨 렸다.
희로애락에 의한 것이 아닌,가슴 이 뜨뜻해진 나머지 저절로 홀러나 오는 눈물이었다.
또래의 친구들이 아버지에게 달려 가 안길 때 항상 보고만 있어야 하 는 입장이었다.
왜 우리 아버지는 다를까.
어째서 우리 아버지는 날 등진 채 로 누워만 계신 걸까.
언제쯤 우리 아버지가 웃는 걸 볼
수 있을까.
오늘은 다르다.
이제야 날 봐주시며,이제야 날 향 해 웃으실 수 있게 되었다.
그녀의 눈물은 아버지와 재회했음 을 실감했기에 홀러나온 눈물이라 할 수 있었다.
김윤중은 김혜림의 머리를 가슴팍 으로 끌어당기며 부드러이 등을 쓸 어 주었다.
“남은 시간은 많단다. 못 다한 얘 기는 앞으로 천천히 하자꾸나.”
부녀의 주변에만 시간이 멈춘 듯 뭉실뭉실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강현은 조용히 루나와 발레나의 어 깨를 두드리며 고갯짓을 했다.
간신히 조성된 재회 분위기에 찬물 을 끼얹어서야 되겠는가.
강현과 루나,발레나는 두 부녀를 위해 조용히 자리를 비워 주었다.
먼저 쉘터로 돌아가면서 강현은 일 정을 약간 조정하는 게 좋겠다고 여 겼다.
‘내일 바로 떠나지 말고 이틀 뒤에 떠나는 게 좋겠군.’
*
“으으,머리야. 뭐가 어떻게 된 거 람.”
세이아나가 강한 두통을 느끼며 눈 을 떴다.
분명 본부에 도착하여 장로회의 늙 은이들과 가식적으로 안부를 묻던 것까진 기억난다.
그런데 갑자기 사이젠이 조직원에 게 무언가를 전해 듣더니 지미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랜드 마운틴 쉘터가 습격당했 다. 지미 자네 말대로였군. 체포하 게.”
그 말을 마지막으로 삽시간에 세이 아나에게 스킬 봉인,마나 동결이 걸렸고 뒤통수에 강한 충격이 가해 졌었다.
세이아나는 뒤통수에 남아 있는 통 증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며 손으로 머리를 감싸려 했다.
그러나 팔이 움직이지 않았다.
절그럭!
팔목을 죄는 느낌과 함께 머리 위 에서 쇠사슬 맞물리는 소리가 들려 왔다.
두 팔이 쇠사슬에 묶여 단단히 고 정되어 있었다.
팔을 고정하고 있는 수갑 또한 스 킬 봉인과 마나 동결 능력이 가미된 수갑이 었다.
세이아나는 스킬이 봉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멀쩡한 것에서 수 갑의 능력을 유추했다.
‘보구 능력 봉인 효과는 없나 보 네.’
세이아나의 몸에는 독이 흐르고 있
다.
세이아나의 스킬을 봉인해 버리면 독 면역 스킬까지 봉인되어서 그녀 가 죽어 버리고 만다.
그래서 항상 세이아나는 세 단계로 자신의 몸을 보호한다.
먼저 '세이덴의 독 주머니’로 항시 독 면역 상태로 지내고,스킬이 봉 인되면 ‘히드라의 목 그림자’란 가 호 타입 보구가 독 면역 상태로 만 들어 주며,그마저도 봉인되면 해독 포션으로 버틴다.
해독 포션을 마시지 않았는데도 몸 이 멀쩡한 걸로 보아 히드라의 목 그림자는 무탈하게 작용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나저나 방 꼬락서니가 말이 아 니구만. 그래도 정면이 펑 뚫려 있 어서 답답하진 않네.’
7, 8평 크기의 독방에 방구석마다 먼지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정면에는 굵직한 철창이 촘촘하게 설치되어 있었고,창문이 없는 대신 발광이끼를 복도 천장 가득 붙여 놓 아 내부를 밝혀 두고 있었다.
즉 감옥이란 소리다.
세이아나는 방 안의 환경을 보곤 현재 위치를 짐작했다.
‘너무 어두워서 발광이끼를 잔뜩 붙여 둔 감옥이라. 여기가 말로만 듣던 중범죄자용 지하감옥이구나.’ 어찌된 상황인지 분석하려던 찰나.
철창 너머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철창 너머로 배불뚝이 노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세이아나는 노인을 보며 능청스럽 게 말을 꺼냈다.
“사이젠 회장,VIP룸을 준비해 준 건 좋은데 너무 대접이 후해서 이상 한걸? 후한 대접을 해 주는 이유를 들을 수 있을까?”
“신경줄이 굵은 건 여전하군,세이 아나. 이 상황에서도 입을 놀릴 여 유가 있나 보지?”
“포상이라는 게일일 감옥체험인 줄은 꿈에도 몰랐어. 당신 서프라이 즈 파티에 일가견이 있네. 회장 자리 은퇴하면 파티 플래너로 전직하 는 게 어때?”
“닥쳐라! 최강현과 결탁하여 커뮤 니티 전복을 꾀한 걸 모를 줄 알았 느냐!”
“최강현? 아? 고메즈 물 먹였다는 애?”
“시침 떼는 것 하나는 일품이구나. 하지만 발렘해도 소용없다. 혁명군 이 최강현을 쫓아 네년의 쉘터를 침 입했다는군. 그게 네년이 최강현을 숨겨 주고 있었다는 증거가 아니면 뭐겠느냐!”
“개가 내 쉘터에 숨어 있었어? 와, 등잔 밑이 어둡다고 바로 코앞에 지 명수배자가 있었는지도 몰랐네.”
“흥,죽을 때까지 발렘해 보거라. 네년의 죄가 명명백백하니 빠른 시 일 내에 네년을 사형대에 올릴 것이 다!”
강현과 세이아나가 결탁했다는 게 증명된 이상 사이젠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강현은 자신의 아들인 하시모토를 죽인 범인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직접적으로 하시모토를 죽인 건 고 메즈지만,그리되도록 유도한 건 강 현과 세이아나일 거다.
마음 같아선 당장 쳐죽이고 싶은 심정이었다.
사이젠이 사형에 처하겠노라며 으 름장을 놓고 있던 중 누군가가 사이 젠의 결정에 이의를 달았다.
“사형시키지 않는 게 좋을 겁니 다.”
말을 꺼낸 자가 철창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동양인 풍의 흑발 사내였다.
사내 또한 세이아나가 아는 사람이 었다.
리군혁.
세이아나와 마찬가지로 커뮤니티 지역장 중 한 명이다.
사이젠은 군혁의 말에 진득한 노기 를 드러냈다.
“리군혁,네가 무슨 일로 여기에 온 것이냐?”
“세이아나가 체포되었다고 해서 확
인차 들렀습니다. 직접 눈으로 확인 하고 싶어서 말이죠.”
“방금 매우 건방진 소리를 하더구 나.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이 년을 살려 주자고 한 것 같은데 말 이다.”
“사이젠 회장님께서 한 가지 잊고 계신 게 있는 것 같아서 조금 참견 을 해 보려고 합니다.”
“잊고 있는 것?”
“세이아나가 사실은 남편도 있고, 딸도 있다는 소문을 들으신 적이 있 을 겁니다.”
사이젠은 군혁이 무엇을 말하자고 하는지 눈치챘다.
사이젠의 얼굴에서 노기가 걷혀 나
가며 대신 비릿한 조소가 그어졌다.
“그래,그게 있었군. 소문대로라면 최강현이 남편이렷다. 그렇다면 둘 이 같이 다니던 것도 해명되지.”
“세이아나를 잡아 두고 있으면 최 강현이 제 발로 본부로 올 겁니다.”
“아주 좋은 생각이야. 자네도 가끔 은 괜찮은 말을 할 줄 아는군.”
“보잘것없는 머리를 쥐어 짜내 봤 습니다.”
“하찮은 목숨줄이 연장되었구나, 세이아나. 내 최소한의 자비를 베풀 어 가는 길이 외롭지 않게 네년의 남편과 한날한시에 보내 주마.”
사이젠은 세이아나를 한껏 비웃으 며 철창 앞을 떠났다.
군혁이 뒤따라 철창 앞으로 벗어나 면서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사이젠은 세이아나를 비웃었지만, 이상하게도 군혁의 비웃음은 세이아 나가 아닌 사이젠 쪽으로 향해 있었 다.
세이아나는 사이젠과 군혁이 완전 히 사라진 후에야 긴 숨을 토해 냈 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지만 내심 진 땀을 빼고 있었다.
“푸하,어찌어찌 상황이 호전됐네. 그렇구나. 다른 사람들은 철썩같이 부부로 알고 있구나.”
오해해 준 덕분에 사형이 취소되긴 했지만 상황이 안 좋은 건 여전했다.
앨리스는 어떻게 됐는지 걱정되기 도 하고,감옥에서 탈출할 방법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세이아나는 강현이 말렸던 걸 떠올리며 눈을 가늘게 떴다.
‘가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할 때 들을 걸 그랬나. 하여간 그 녀석 은 어찜 그리 맞는 말만 하는 건지 모르겠네.’
강현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말은 이럴 때나 쓰는 말이 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