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211화 (211/381)

211화

500m 간격으로 떨어져 있는 강줄 기.

수중 몬스터를 사냥하기만 하면 되 는 간단한 미션.

SS랭크 던전치고는 너무 쉽다. 김혜림 일행은 위화감을 안은 채로 열 번째 체크포인트에 도달했다.

열 번째 체크포인트의 미션도 단순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레벨 80대 몬스터인 기가노 멀럭 한 마리를 잡으면 끝이었다.

기가노 멀력은 몸집은 3미터를 흘 쩍 넘어가고,피부에 독성을 지닌 점액이 흐르고 있으며,강바닥 아래의 진창에 몸을 파묻은 채로 사냥감 을 기다리는 강 속의 사냥꾼이었다. 기가노 멀럭쯤 되면 SS랭크 난이 도에 걸맞은 몬스터이긴 하다. 그러나 계약 골렘에 비하면 애송이 수준인 건 마찬가지였다.

김윤중은 계약 골렘의 어깨에서 내 리며 계약 골렘에게 지시를 내렸다.

“강바닥에 숨어 있는 기가노 멀럭 을 끌어내라.”

계약 골렘은 여태까지처럼 강에 손 을 넣고 휘적거리며 손에 걸리는 게 있을 때마다 족족 강변으로 쳐 냈 다.

몇 번이나 진흙덩어리만 퍼올리던 중 이윽고 기가노 멀력이 튀어나왔다.

나름 80대 몬스터라 그런지 계약 골렘의 따귀를 맞았음에도 죽지 않 고 퍼덕이고 있었다.

강바닥에 착지하는 기가노 멀력을 두고 루나가 기다렸다는 듯 스태프 를 겨누었다.

“파이어볼!”

스태프의 끝에서 화염구가 생성되 더니 기가노 멀력을 향해 사출되었 다.

C급 스킬이라고 만만히 볼 게 아 니다.

파이어볼의 특성 중에 ‘사용자의 공격 스렛에 비례하여 위력이 강해 진다’라는 성장형 옵션이 있다.

루나의 공격 스텟은 300을 넘긴 지 오래고,개방으로 인해 SS급이 된 레드 그리폰 스태프의 효과로 수 백 포인트가 더 올라간다.

위력만 따지면 마나마스터와 그랜 드마스터의 중간급 수준이라 할 수 있다.

파이어볼이 기가노 멀력의 몸뚱이 에 직격하면서 강렬한 폭발을 일으 켰다.

퍼영!

기가노 멀력의 몸뚱이가 반절가량 날아가면서 시커떻게 그을렸다. 그을린 자리에서 독성을 지닌 점액 이 증발하며 매캐한 연기가 피어올 탔다.

김혜림 일행은 기가노 멀력에게서 물러나며 바람을 등질 수 있는 자리 로 옮겼다.

기가노 멀력의 크기가 크기이다 보 니 옮길 땐 계약 골렘을 시켜 옮길 수밖에 없었다.

기가노 멀력의 시체를 연기 고블린 앞으로 옮기자,연기 고블린이 담배 연기를 내뿜어 기가노 멀력의 시체 를 코인으로 바꾸어 주었다.

김혜림은 마라톤 코인을 주우러 가 며 여태까지 얻은 9개의 코인을 모 두 꺼냈다.

각 코인마다 글자가 하나씩 적혀 있었는데,여태껏 얻은 코인의 글자 만 조합해도 어떤 문장이 완성될지 쉬이 알 수 있었다.

[모,든,동,전. 을. 강,에,던, 져.]

여기까지가 9개의 코인에 적힌 글 자다.

마지막 코인에는 ‘라’ 글자가 적혀 있을 거다.

예상대로 마지막 코인을 주워 뒷면 을 확인하자 ‘라’ 글자가 적혀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총 10개의 마라톤 코인에 적힌 글 자를 조합한 결과.

‘모든 동전을 강에 던져라’ 라는

문구가 완성되었다.

김윤중 역시 마지막 마라톤 코인의 글자를 확인하곤 시간이 촉박함을 강조했다.

“모든 동전을 강에 던지면 보스몬 스터가 소환되겠군. 얼른 진행하자 꾸나. 조금이라도 빨리 가야 그 아 이를 살릴 확률이 조금이라도 높아 지지 않겠느냐.”

김혜림은 고개를 끄덕이며 10개의 코인을 강에 떨어뜨렸다.

마라톤 코인이 줄줄이 떨어지면서 풍당풍당 수면에 파문을 일으켰다.

W겹의 파문이 수면을 어지럽히는 가운데 수면 아래에서 몬스터 한 마 리가 튀어 올랐다.

처엄병!

“히 이엉!”

물속에서 튀어나온 것은 말 한 마 리였다.

백설처럼 새하얀 몸,수초처럼 매 끈하게 자라나 있는 녹색 갈기털, 은빛을 띠고 있는 이마의 뿔.

강 위의 기마라 불리는 켈피였다. 기본적으로 물 위를 달릴 수 있으 며,물 위에 있을 때는 자신은 물론 이고 타고 있는 자까지 공격무효화 능력이 적용된다.

김윤중은 켈피를 알아보곤 공략하 기 쉽지 않음을 예감했다.

“물 위에 있는 동안 녀석은 공격무 효화 능력을 두르고 있는 걸로 기억하는데 말이지. 먼저 물 밖으로 끌 어내는 게 먼저겠구나.”

“저거라면 저 혼자서도 충분해요. 물러나 계세요.”

김혜림은 활시위에 애시드 에로우 를 걸치며 켈피의 발아래로 하늘계 단을 소환했다.

수면과 켈피의 발 사이에 발판이 생겨나며 일시적으로 켈피가 ‘수면 위’가 아닌 ‘발판 위’에 서 있게 되 었다.

엄연히 물 위가 아니다 보니 켈피 의 공격무효화 능력이 풀렸다.

그와 동시에 김혜림의 애시드 에로 우가 날아들어 켈피를 저격했다. 치이이 익!

무려 그랜드마스터급의 마나가 부 여된 애시드 에로우다.

이쯤 되면 산성 화살이 아닌 산성 포탄이라 해도 무방하다.

애시드 에로우가 적중하자 켈피의 몸이 흔적도 없이 녹아내렸다. 몬스터의 시체가 사라지면 원래 나 타나야 할 전리품 반응을 볼 수 없 게 된다.

그럴 경우 전리품 반응과 추출 과 정이 생략되면서 바로 전리품이 나 타난다.

켈피가 녹아내린 자리로 팔각형의 보석 하나와 기름 먹인 양피지 한 장이 나타났다.

물속에 가라앉으려는 전리품을 계

약 골렘이 손으로 건져 내어 김혜림 일행 앞에 내밀었다.

김혜림은 두 개의 전리품을 건네받 아 감정서를 붙였다.

[켈피 소환석]

등급 : SS

타입 : 소환석

특성 : 강 위의 기마 켈피를 소환 할 수 있는 소환석. 지상에서도 말 과 같은 속력을 낼 수 있으나 기본 적으로 물 위에서 진가를 드러내는 몬스터다.

물 위를 달릴 수 있으며 물 위나 물속에선 공격무효화 능력 이 둘러진다. 가지고 있는 ‘교감’ 스 킬로 인해 등에 탄 자도 켈피의 공격무효화 능력을 공유 받을 수 있 다. (단,평범한 물웅덩이가 아닌 최 소 연못 이상 크기의 물 위에서만 공격무효화 능력이 발동된다.)

[불평등 조약]

등급 : s

타입 : 소모품

특성 : 한 사람을 지정하여 불평등 조약을 맺게 할 수 있다. 불평등 조 약을 맺은 자는 강제적으로 개인상 점의 스렛포인트 구입가격이 2배로 증가한다. (단,불평등 조약은 카니발 대륙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김혜림에겐 고메즈의 지부에서 지

급 받았던 데릭로우스 소환석이 있 다.

그러나 데릭로우스보단 켈피를 타 고 다니는 게 더 나을 듯하다. 불평등 조약의 경우 사용법에 따라 유용하게 쓰일 수도 있을 것 같지만 당장에는 쓸 곳이 없을 것 같았다. 김혜림은 두 개의 전리품을 아공간 반지에 넣었다. 그러곤 켈피가 죽은 자리를 주시했다.

보스 몬스터를 죽였으니 출구가 생 겨날 것이다.

한데 아무리 기다려도 출구가 생겨 날 기미가 안 보였다.

김윤중과 루나는 난감을 표했다.

“출구가 생기지 않는구나. 보스몬

스터가 아니었던 걸지도.”

“8바퀴 돌아서 8번 잡아야 하는 거일 수도 있어! 근데 아까 첫 번째 체크포인트에 있던 고블린 죽어 버 렸는데 또 마라톤 코인 받을 수 있 으려나.”

“일단 가 보자꾸나. 리젠 됐을 수 도 있으니.”

추측이 난무하던 중 김혜림만이 생 각에 잠겨 있었다.

줄곧 품고 있었던 위화감이 현실이 되어 들이닥쳤다.

어느 부분을 놓친 거지? 체크포인트를 다 돌면 보스몬스터 와 조우할 수 있고,필요한 조건을 채워서 보스몬스터를 쓰러뜨렸다.

김혜림이 확인하지 않은 부분이라 면 40km루트에 있는 요소들뿐이랄 까.

하지만 40km루트에 가려면 5km 루트를 8번 돌아야 한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았을 때.

김혜림은 손바닥으로 무릎을 탁 쳤 다.

“알겠다! 보스몬스터가 하나가 아 니라 둘인 거였어!”

어느 쪽 길이든 체크포인트를 모두 클리어하면 보스몬스터가 나타난다 했다.

5km 루트에서 나타나는 보스몬스 터,40km루트에서 나타나는 보스몬 스터가 따로 있는 것이었다.

두 마리의 보스몬스터를 모두 처리 해야만 공략이 완료되는 셈이었다.

김혜림은 집중력을 가다듬으며 차 분하게 김윤중과 루나를 불렀다.

“40km루트 쪽에 있는 보스몬스터 도 사냥해야 해요.”

“40km 루트로 가려면 5km 루트를 8번 돌아야 하지 않느냐. 이미 1바 퀴 돌았으니 7바퀴를 더 돌아야 한 다는 게 된다만.”

“네,원래라면 1바퀴 돌 때마다 미 션을 클리어해서 나룻배를 얻어 타 야 되죠. 근데 우리는 계약 골렘이 있으니까 더 이상 미션 쩔 것 없이 곧바로 7바퀴를 더 돌면 돼요.”

“끝인 줄 알았는데 이제 반절을 온

셈이구나.”

“SS랭크 던전이 항상 그렇죠,뭐.”

김혜림이 일행을 다독이며 움직이 려던 참이었다.

갑자기 켈피가 죽은 강물 위로 아 지랑이가 피어오르더니 마나 기류로 이루어진 출구가 생겨났다.

보스몬스터를 잡았을 땐 생겨나지 않았었다.

보스몬스터가 두 마리란 추측은 너 무 앞서 나간 거고,단순히 출구가 늦게 생겼을 뿐인 건가.

이제는 김혜림도 뭐가 뭔지 알 수 가 없었다.

김혜림은 두통을 느끼며 검지로 관 자놀이를 꾸욱 눌렀다.

“보통은 보스몬스터 죽으면 바로 나타나는데 여기는 이상하네. 이젠 나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

이유는 둘째치더라도 출구가 생기 긴 했으니 결과적으로는 바로 나갈 수 있게 되었다.

김혜림 일행이 던전에서 나오자 익 숙한 목소리가 그들을 반겼다.

“모두 무사하셨군요.”

던전 바깥에는 두 개의 출구가 있 었다.

하나는 5km루트 쪽 출구,또 다른 하나는 40km루트 쪽 출구였다.

한데 40km루트 쪽 출구에선 지트 가 나오고 있었다.

지트의 갑옷 곳곳에 오물이 잔뜩

묻어 있었다.

루나는 코를 찌르는 오물 냄새에 손가락으로 코를 잡으며 한 발자국 물러났다.

“지트. 냄새 나.”

“죄송합니다. 보스몬스터가 오물 슬라임이라 전투 중에 상당히 더럽 혀 졌군요.”

“지트,더럽혀졌구나. 오물 슬라임 한테.”

“혜,혜림 양. 맞는 말씀이긴 한데 어감이……

“후후후,보이는 그대로 말한 건데 무슨 뜻으로 받아들인 거려나?”

“너무 짓궂으십니다. 저 그런 거에 약한 거 아시지 않습니까.”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김혜림의 추측대로 보스몬스터가 두 마리였던 건 사실이다.

김혜림과 루나를 찾아서 SS랭크 던전에 들어간 지트가 5km루트와 40km루트 중 40km루트에 두 사람 이 있지 않을까 하여 그리로 들어갔 다.

그러곤 나중에 가서야 길이 엇갈렸 음을 알고 5km루트로 가기 위해 40km루트를 끝까지 주파한 것이었 다.

최종적으로 길이 엇갈린 덕에 두 마리의 보스몬스터를 모두 처리하게 되었다.

김혜림은 진지한 분위기로 되돌아

가기 위해 얼굴에서 웃음기를 지웠 다.

“지트,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 는지 알지?”

“물론입니다. 안 그래도 혜림 양과 루나 양께 사태를 알려드리려고 왔 습니다.”

“우리도 모든 걸 전해 들었어.”

“긴말할 필요 없겠군요. 바로 주군 이 있는 던전으로 가시죠.”

“난 켈피 소환석을 얻었으니까 나 와 아버지는 그걸 타고 갈게. 데릭 로우스 소환석 하나가 남으니까 거 기에는 너와 루나가 타. 계약 골렘 은…… 저 덩치로 던전에 입장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일단 소환은 유지해 두도록 하죠.”

계약 골렘을 다시 소환하려면 또 스텟을 소모해야 한다.

던전 입구가 크다면 소환을 해제하 지 않고 같이 입장하는 게 최선이 다.

던전 입구가 작으면 어쩔 수 없이 소환을 해제해야겠지만 말이다. 김혜림의 지시 하에 모두가 빠릿빠 릿하게 움직였다.

“자,얼른 움직이죠. 이번 사태는 강현 씨도 예상하지 못한 만큼 위험 에 처해 있을 수도 있어요.”

*

트럼프 미궁 2-J구역 안.

강현은 위기에 처해 있었다.

“이거 야단났군.”

트럼프 미궁에 들어온 이후로 이토 록 위험한 상황에 처한 적이 있던 가.

방심을 해도 너무 방심했다.

솔직히 준비는 완벽했다고 생각한 다.

이론상으로는 빈틈이 없는 계획이 었다.

강현은 눈앞에 펼쳐진 참혹한 현장 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후,그 녀석이 보면 엄청 화내겠 군.”

강현의 앞에는 엉망진창이 된 난장

이 하우스의 부엌 현장이 펼쳐져 있 었다.

더불어 강현의 옆에선 라이가 배를 드러낸 채로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강현의 요리라는 이름의 실패작을 먹게 된 희생자로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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