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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는 플레이어-210화 (210/381)

210화

혁명군 단원들로선 그야말로 불의 의 일격을 당한 셈이었다.

바로 뒤에서,그것도 머리 위를 향 해 떨어지는 주먹을 어찌 피하랴. 계약 골렘이 주먹이 작렬한 자리에 다수의 핏덩이가 생겨나 있었다. 공격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계약 골렘의 어깨에 서 있던 김윤 중이 미끄러듯 계약 골렘의 팔을 타 고 내려오며 활시위에 한꺼번에 세 개의 화살을 걸었다.

그가 활시위를 놓자 세 개의 화살 이 한꺼번에 쏘아져 나가며 남아 있 는 단원 세 명을 노렸다.

혁명군 단원들은 김윤중의 스킬을 알고 있기에 황급히 좌우로 흩어졌 다.

“척후병의 화살! 화살을 접근시키 면 구속당한다! 그 전에 화살을 쳐 내!”

김윤중의 화살은 유도기능이 달린 양 급격히 방향을 꺾어서 단원들을 추격했다.

유도기능이 달린 투사체는 투사체 에 직접 공격을 가하여 부숴야만 한 다.

그러나 김윤중의 화살은 일반 화살 이 아니라 ‘척후병의 화살’이란 스 킬이 부여되어 있다.

단원들에게 날아들던 화살이 허공

에서 뱀으로 변환되었다.

혁명군 단원들은 허겁지겁 뱀을 베 려 했으나 뱀은 허공을 유영하듯 몸 을 꿈틀거리며 가볍게 무기를 피해 냈다. 그러곤 포승줄마냥 단원들의 몸을 휘감았다.

유도 기능이 달려 있으며,화살을 구속 능력을 가진 뱀으로 변환시키 는 S급 스킬.

그게 바로 김윤중의 스킬,척후병 의 화살이었다.

혁명군 단원들은 묶인 채로 옴짝달 싹못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곤 김윤중 을 노려보며 욕지거리를 날리는 것 이 고작이었다.

“김윤중! 명색이 혁명군 창단 멤버 란 작자가 배신을 해? 네가 그러고 도 사람이야?”

“지옥에 떨어뜨려도 시원찮을 죽일 놈의 자식아! 이게 정녕 사람의 탈 을 쓰고 할 짓이더냐!”

김윤중은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오른발 앞코를 위로 들었다.

그의 제스처에 맞춰서 계약 골렘이 발을 들었다.

전신이 구속당하여 바닥을 뒹굴던 혁명군 단원들 위로 발그림자가 드 리 웠다.

김윤중은 주름진 눈가에 경멸을 담 아 포박당한 단원들을 내려다보았 다.

“자네들은 지켜야 할 것을 스스로 버렸지만 나는 새롭게 지켜야 할 것 이 생겼다네.”

혁명군은 소수의 손을 들어 주고, 약자를 받아들이며,아이들을 지키 는 것이 기본 원칙이었다.

그러나 그랜드 마운틴 쉘터를 습격 하며 혁명군이 행한 일은 모두 기본 원칙에 위배되는 일들이었다. 스스로의 이념을 버린 조직은 그저 단순한 건달패거리에 불과하다. 혁명군은 건달패거리로 전락한 반 면 김윤중은 지켜야 할 것이 생겼 다.

여태껏 경호원으로서,혁명군의 일 원으로서 요인을,이념을,약자를 지켜 왔다.

하지만 이제 와서야 정말로 지키고 픈 것과 조우했다.

지켜 주지 못했던 나의 보물.

나의 딸을 해치려는 자들에게 철퇴 를 가함에 있어 어찌 망설임이 있으 리오.

김윤중이 신발 앞코를 힘껏 내딛었 다.

그에 따라 계약 골렘이 혁명군 단 원들이 있는 곳에 발을 내리찍었다. 과직! 와드드득!

이로써 혁명군 단원들은 모두 정리 되었다.

헌데 계약 골렘이 발을 디딘 자리 가 일순 찌그러지더니 바닥이 무너지고 말았다.

그로 인해 계약 골렘이 균형을 잃 으면서 크게 나동그라졌다.

과르르르르!

김윤중은 쓰러지는 계약 골렘을 피 해 옆으로 펄쩍 뛰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계약 골렘이 발을 디딘 바닥 아래 로 거대한 구덩이가 있는 게 아닌 가.

언제 파 놓은 건진 몰라도 구덩이 위에 발판 비스무리한 것을 깔아 함 정을 파 놓은 것이었다.

김윤중이 얼이 빠져 멍하니 있는 가운데 김혜림과 루나가 냉큼 달려 왔다.

두 부녀의 거리가 급격히 가까워지 면서 서로의 눈이 마주쳤다.

김윤중은 저도 모르게 김혜림의 시 선을 피했다.

아아,나의 딸아.

네가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 의 기도를 올리고 싶구나.

너를 만나면 무슨 말을 할지 수도 없이 고민했단다.

하지만 막상 너를 보니 한 마디도 나오질 않는구나.

청춘을 피웠어야 할 나이였던 너를 한껏 고생만 시킨 이 아비가 법겠 지.

이제 와서 무슨 낯짝으로 살갑게 말을 걸 수 있겠니.

“아…… 저기……

김혜림도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했 다.

그녀의 경우 김윤중과 달리 어색해 서 말을 꺼내지 못하는 게 아니라 너무 놀란 탓에 말이 안 나오는 것 이었다.

그 와중에 루나만이 해맑게 웃으면 서 높은 톤으로 말을 꺼냈다.

“윤중 아저씨,오랜만! 근데 우리 왜 도와준 거야?”

“어라? 둘이 아는 사이야?”

“응! 전에 하양 기운 못된 아저씨 혼내 줄 때 같이 움직였었어.”

김윤중은 어색한 나머지 허공에 시 선을 두며 말했다.

“혜림이가…… 그…… 아저씨 딸이 란다.”

“아? 아저씨가 엄청엄청 사랑하는 딸이 혜림 언니를 말하는 거였어?”

루나야.

맞는 말이긴 한데 그걸 네가 말하 면 안 되지.

안 그래도 어색하던 차에 루나의 말 한 마디로 더 어색해졌다.

의외로 김혜림은 긴장이 풀린 나머 지 웃음을 터뜨렸다.

“푸훗,뭐예요. 오랜만에 만났는데 너무 딱딱하잖아요. 하여간 무뚝뚝 한 건 여전하시다니까.”

무뚝뚝하기로 따지면 김윤중도 강 현 못지않다.

적어도 강현은 말이라도 하는데 김 윤중은 말수조차 적은 편이다. 김혜림이 괜히 강현과 만났을 때부 터 그를 익숙하게 여긴 것이 아니 다.

김혜림은 간드러지게 웃으면서 상 냥한 손길로 김윤중의 로브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내 주었다.

“적한테 쓸 함정에 아버지가 빠지 다니 이건 저도 예상 못했네요. 어 디 다친 곳은 없죠?”

김혜림과 루나가 뒤로 물러난 건 순전히 함정으로 유도하기 위함이었 다.

혁명군 단원들이 출발지점 쪽으로 퇴각하여 계약 골렘을 소환하는 동안 두 여자는 함정을 파 놓았었다. 루나의 그래비티로 큰 구덩이를 팠 고,그 위에 김혜림의 하늘 계단을 다닥다닥 붙여서 땅바닥처럼 위장한 것이었다.

하늘 계단의 효과 중에 판자의 색 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즉 색을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 땅이나 벽의 질감도 표현할 수 있다 는 거다.

실제로 김윤중도 감쪽같이 속았다.

그러나 김윤중에게 있어 함정 같은 건 사소한 부분이었다.

오히려 먼지투성이 모습으로 딸과 재회하게 된 것이 더 신경 쓰였다.

김윤중은 먼지가 내려앉은 머리카 락을 시큰둥하게 털어 내며 한 마디 꺼냈다.

“너도 여전하구나.”

“아버지도 이쪽 세계로 올 줄은 꿈 에도 몰랐어요. 예전에 아팠던 곳은 어때요?”

“뭐…… 그럭저럭 괜찮아지더구 나.”

“그런데 혁명군이 어쩌다 이쪽에 오게 된 거예요? 아까 말하는 거 들어 보니까 강현 씨를 적으로 삼고 있던 것 같던데. 무슨 일이라도 있 었어요?”

“최강현이 줄리안을 척살한 게 이 번 일의 발단이란다.”

김혜림의 경우 혁명군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게 전무한 편이었다.

대신 루나가 줄리안의 이름을 기억 해 내며 당시의 일을 을었다.

“기억났다! 그 아저씨 불칸으로 가 는 길에 만났었어. 엄마한테 혼줄이 났었던 걸로 기억해. 근데 엄마가 그 아저씨 안 죽이고 돌려보냈었 어.”

“엄마라면 세이아나를 말하는 것이 냐?”

“응!”

“이상하군. 원정 나갔던 단원들이 줄리안의 수급을 들고 와서 최강현 이 죽였다고 했는데 말이지. 거기다 가 최강현은 지금 커뮤니티 지역장이랑 같이 다니고 있잖나.”

“혁명군 아저씨들이 잘못했어! 엄 마 커뮤니티 편 아냐! 오빠 편이 야!”

“세이아나가 커뮤니티 소속이 아니 다?”

“커뮤니티 소속인 척하는 거야! 엄 마는 탈퇴한다고 했는데 오빠가 남 으라고 시켰어!”

루나의 말을 들은 김윤중이 정색했 다.

루나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김혜림도 제자리에 우뚝 서선 단호 하게 고개를 저었다.

강현이 불필요한 적을 만들 사람이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그녀 였다.

김윤중은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 가고 있음을 직감했다.

어디선가 나사 하나가 잘못 죄여진 느낌이다.

‘혁명군이 최강현을 적으로 삼은 건 그가 커뮤니티에 가담했다고 여 겼기 때문이야. 그런데 세이아나가 무늬만 커뮤니티 소속이고 사실은 최강현의 편이라고?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원래라면 불칸의 전설급 웨이브를 공략한 이후에 세이아나는 커뮤니티 탈퇴 선언을 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일이 잘 풀린 덕에 지역장의 직위를 그대로 유지한 채로 활동하게 되었 다.

상황이 얽히고설켜서 종국엔 혁명 군이 오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 들어진 것이었다.

김윤중은 기억을 더듬어 모든 오해 의 시발점을 떠올렸다.

“세이아나가 죽인 게 아니라면 대 체 누가 죽인 거지? 줄리안의 수급 을 들고 왔던 단원들이 말하길…… 아!”

강현이 죽이지 않았는데 강현이 죽 였다고 한 자들이 있다.

세이아나 척살 작전에서 살아남은 자들이 거짓 보고를 한 셈이다. 어째서 거짓 보고를 한 걸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알 일이다.

혁명군으로 하여금 강현을 치게 만 들기 위해서 이간질을 한 게 분명하 다.

그런 짓을 할 만한 작자들은 커뮤 니티밖에 없다.

“설마…… 커뮤니티의 밀정들이었 던 건가. 크윽,처음부터 속았던 거 였어.”

“아버지,괜찮아요?”

김윤중은 심호흡을 하며 정신을 가 다듬었다.

지금이라도 알아차린 걸 다행이라 생각하는 수밖에 없다.

“괜찮단다. 혜림아,최강현은 쉘터 북쪽에 있는 던전에 있느냐?”

“아직 SSS랭크 던전 공략이 끝나 지 않았다면 던전 안에 그대로 있을 거예요. 거기에도 혁명군 병력이 갔 나요?”

“새롭게 수장이 된 니케가 병력을 이끌고 최강현을 찾으러 갔단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네요. 자세 한 사정은 나중에 듣도록 하고 던전 에서 나가도록 하죠.”

탈출구가 있는 웨이브와 달리 던전 은 나가려면 공략을 마쳐야만 한다.

이동속도라면 계약 골렘의 어깨에 올라타서 이동하는 게 가장 빠르다. 김혜림과 루나,김윤중은 재빨리 계약 골렘의 어깨에 올라타서 다음 체크포인트로 향했다.

쿵! 쿵! 쿵! 쿵!

계약 골렘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성큼성큼 발을 내딛다 보니 금방 다 음 체크포인트에 도착했다.

두 번째 체크포인트의 구조도 첫 번째 체크포인트와 별반 다를 게 없 었다.

폭이 넓은 강과 나루터,나룻배, 연기 고블린이 대기 중이었다.

미션의 내용도 매우 단순했다.

[10km 루트 두 번째 체크포인트]

[강에 살고 있는 철갑 가재 15마리 를 사냥해서 연기 고블린에게 주면 마라톤 코인을 줌과 동시에 나룻배 로 건너편까지 태워 줍니다. 마라톤코인은 골 지점에서 사용해야 하니 분실하면 안 됩니다.]

크리스탈 피쉬보다 조금 더 강할 뿐이지,단순 몬스터 사냥인 건 마 찬가지 였다.

철갑 가재 몬스터 레벨은 기껏해야

50? 60대 수준.

루나의 썬더 크래쉬를 쓰든,김혜 림이 밧줄 묶은 화살로 낚아 내든, 김윤중이 계약 골렘을 시켜 몬스터 를 건져 내든 한 명만 나서도 금방 처리할 수 있는 미션이었다.

가장 빠른 건 역시 계약 골렘이 나서는 것이었다.

김윤중은 계약 골렘을 시켜 철갑

가재들을 잡으라고 시켰다.

계약 골렘은 곰이 개울 속 물고기

를 잡듯 물속에 손을 넣고 빠르게 철갑 가재를 건져 내기 시작했다.

철퍽! 철퍽!

보기에는 대충 손을 휘두르는 것 같은데 물 밖으로 튀어나오는 철갑 가재마다 껍질이 으스러진 채로 죽 어 있었다.

1마리,2마리,3마리…….

계약 골렘이 철갑 가재를 사냥하는 걸 보던 중 김혜림은 문득 석연치 않은 점을 느꼈다.

‘SS랭크치곤 공략법이 너무 단순 해. 이래서야 S랭크 던전이랑 다를 게 없어. 분명 말장난이 더 존재할 거야.’

김혜림은 여태껏 지나왔던 길 중에 서 놓쳤던 부분이 있는지 다시금 되 짚어 보았다.

그러자 김윤중이 김혜림의 안색을 살피며 넌지시 말을 걸었다.

“혜림아. 그…… 최강현 말이다만.”

“강현 씨와 관련해서 궁금한 점이 라도 있으세요?”

“별건 아니다만 네가 왜 최강현과 함께 있는지 궁금해서 말이다.”

“이유랄 게 있나요. 바늘 가는데 실 가는 거죠 뭐.”

“그렇다면 좀 더 서두르는 게 좋겠 구나.”

“니케란 사람이 그렇게나 강한가

요?”

“상당히 강하단다. 제아무리 최강 현이라도 고전할 수밖에 없을 정도 로.”

전에 만났을 때 최강현은 지역장과 지부장의 중간 즈음에 위치한 실력 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 뒤로 더 강해졌다 하더라도 지 역장 수준이리라.

지역장급끼리 부딪친다면 부하를 거느리고 있는 니케가 훨씬 유리하 다.

니케에게 가서 모든 것이 오해였음 을 말하는 방법도 있긴 하다.

허나 복수에 미친 니케가 ‘오해였 소’ 한 마디에 납득할 리가 없다.

물적 증거를 보여 주지 않는 이상 되려 김윤중이 매수당했다고 몰아붙 일 게 분명하다.

아마 지금쯤이면 최강현과 니케가 맞부딪쳤을 거다.

‘최강현이 죽기 전에 도착해야 할 텐데.’

김윤중은 자신들이 갈 때까지 강현 이 버텨 주길 바라며 발끝으로 계약 골렘의 어깨를 강하게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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