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209화 (209/381)

209화

김윤중은 빠르게 눈을 깜빡거렸다.

방금 배에 두 명의 여자가 타고 있던 것까진 봤다.

한 명은 은발의 꼬마였고,다른 한 명은 젊은 동양인 여자였다.

동양인 여자 쪽은 왠지 모르게 낯 익은 얼굴이었었다.

확신을 가지기 위해 자세히 보려던 찰나.

혁명군 단원이 시전한 스톤샤워가 나룻배 위로 떨어졌다.

터영! 터영! 터어영!

나룻배 주변으로 바위가 떨어지면 서 물기둥이 치솟았다.

물기둥이 시야를 어지럽히는 탓에 나룻배에 타고 있는 여자들의 얼굴 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이어지는 스톤샤워로 인해 물기둥 이 계속해서 솟아났다.

치솟는 물기둥 사이로 부서진 나릇 배 파편이 튀어나왔다.

나룻배가 완파되었다는 증거였다. 김윤중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과악 말아 쥐었다.

‘언뜻 혜림이랑 닮은 여자가 있었 던 것 같은데…… 설마 진짜로 혜림 이가 여기에?’

그로선 차라리 김혜림이 아니길 바 탔다.

스톤샤워에 직격당한 자들이 무사

할 리 없었다.

만약 진짜로 김혜림이었다면 김윤 중으로선 눈앞에서 딸을 잃은 셈이 었다.

그럴 바엔 차라리 김혜림이 아닌 게 나았다.

혁명군 단원들은 스톤샤워가 끝나 길 기다리며 나릇배가 있던 위치를 주시했다.

“해치웠나?”

“스톤샤워를 멈춰! 확인부터 하자 고!”

스톤샤워를 시전하고 있던 단원이 마나를 거두며 스킬을 중단했다. 이윽고 물기둥이 가라앉으며 뒤늦 게 시야가 확보되었다.

나룻배는 완파되었으나 여자들은 무사했다.

아니,무사할 뿐만 아니라 두 여자 모두 물 위를 달리며 반대편 강변으 로 가고 있는 게 아닌가.

자세히 보니 흑발의 여자가 수면 위로 투명한 발판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

스톤샤워가 떨어지기 전에 수면 위 로 발판을 만들어 빠져나간 모양이 다.

적이 아직 살아 있다는 걸 알게 된 단원들은 다급하게 추격 태세로 전환했다.

“둘 다 살아 있어! 추격해야 돼!”

“빨리 강을 건널 방법을 찾아!”

두 여자는 벌써 강을 건너서 단원 들의 사정거리 바깥으로 빠져나간 후였다.

그러나 추격하고 싶어도 눈앞의 강 이 장애물이 되어 추격이 불가능했 다.

헤엄쳐서 건너기엔 길이가 만만찮 았고,썬더 크래쉬의 영향 때문에 강은 아직 뜨거운 열탕처럼 끓어오 르고 있었다.

거기에 기절한 둣 배를 드러내고 있던 크리스탈 피쉬들이 다시 펄떡 거리며 입을 뻐끔거렸다.

무방비로 헤엄을 쳐서 강을 건너는 건 스스로 크리스탈 피쉬에게 삶은 고기를 갖다 바치는 꼴이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유일하게 강을 건널 수 있 는 수단인 나룻배는 혁명군 단원들 스스로 부숴 버렸다.

이대로 강을 건너려면 시간이 걸리 더라도 스킬로 강을 얼려서 건너거 나,이동스킬이 있는 자들부터 건너 는 수밖에 없었다.

혁명군 단원들은 강둑을 넘어 사라 지고 있는 두 여자를 보곤 마음이 다급해졌다.

“이동스킬이 있는 자들부터 건너가 서 저년들을 잡아!”

이동스킬이 있는 자들이 스킬을 사 용하려던 때.

건너편 강둑에서 세 개의 노란색

화살이 날아들었다.

화살은 절묘한 궤적을 그리며 건너 갈 태세를 취하고 있던 자들에게 쇄 도했다.

이동스킬을 가진 자들 중 2명은 이동스킬을 시전하여 건너편 강둑으 로 이동했다.

그러나 1명은 시전될 때까지 시간 이 걸리는 스킬인지라 어쩔 수 없이 스킬을 중단하고 실드를 끌어올렸 다.

노란색 화살이 실드에 부딪치며 옅 은 빛을 발했다.

김혜림의 가이아 보우에 박힌 황성 의 핵으로 소환한 ‘대지의 화살’이 다.

화살의 강도는 사용자의 마나량에 비례하여 강해진다.

안 그래도 관통력이 뛰어난 화살인 데 그랜드 에로우까지 더해졌다.

대지의 화살은 스렛 200수준의 실 드를 가볍게 꿰뚫으며 혁명군 단원 의 가슴을 관통했다.

푸욱!

“커헉!”

화살이 관통한 자리에는 굵직한 구 멍이 뚫려 있었다.

이게 정녕 한낱 화살이 뚫고 지나 간 자리란 말인가!

흡사 장총의 탄환이 관통한 것 같 은 흔적이었다.

이만한 공격력과 사거리를 지니고

있다면 건너편 강변에 도착하자마자 반격했어도 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여자는 도망 치려는 기색을 피웠다.

혁명군 단원들이 조급하게 추격하 게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그 결과 10명의 인원 중 1명이 사 망했고,2명은 강 건너에 덩그러니 동떨어지게 되었다.

단원들은 뒤늦게 두 여자의 속셈을 깨닫곤 허겁지겁 강 건너의 단원 두 명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함정이야! 다시 돌아와! 빨리 돌 아오라고!”

“완전히 속았어! 병력을 분산시키 려고 일부러 도망친 척을 한 거였어!”

먼저 건너간 두 단원은 무슨 뜻인 지 몰라 어리둥절해했다.

그사이 강둑 너머에서 높은 톤의 스킬 시동어가 들려왔다.

“썬더 크래쉬!”

두 단원의 머리 위로 뇌운이 생겨 나면서 두꺼운 번개 줄기가 떨어졌 다.

파지지직!

이동스킬은 대부분 한 번 사용하면 상당 시간의 재사용대기시간을 가진 다.

강을 건너는데 이동스킬을 사용한 자들에게 피할 수단은 없었다.

결국 실드나 방어 스킬로 막아야

한다.

허나 썬더 크래쉬를 쓰고 있는 자 가 누구던가.

세이아나의 뒤를 이어 극단적인 공 격형 마법사의 길을 걷고 있는 루나 다.

반영구 마나포션으로 주구장창 마 나를 회복하며 떨어뜨리는 씬더 크 래쉬를 일개 단원들이 버텨 낼 리 없었다.

단원들의 실드는 순식간에 걷혀 나 갔고,번개가 내리 찍히며 두 단원 을 누렇게 태워 냈다.

“으어어어어!”

“꾸르르륵!”

얼마 지나지도 않아 이동스킬을 가

진 자들이 모두 쓰러졌다.

여전히 강둑 너머에 있는 두 여자 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단원들은 하는 수 없이 뒤로 물러 났다.

저만한 화력에,원거리 공격 적중 률 또한 각별하다.

위치도 혁명군 단원들 쪽이 불리한 편이다.

저쪽은 강둑 위인 반면 단원들은 평지에 있으니 여자들은 단원들을 볼 수 있는데,단원들은 여자들을 볼 수 없다.

단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작전상 후퇴를 택했다.

“퇴각! 적에게 사정거리를 주지 마

라! 어차피 저년들도 던전 공략이 끝날 때까진 못 나갈 테니 태세를 정비해서 다시 간다!”

그리하여 단원들은 동료들의 시체 를 수습하지도 못한 채 출발지점 쪽 으로 퇴각했다.

한번 5km루트에 발을 들였기에 출 발지점으로 되돌아갈 순 없었다. 가고 싶어도 투명한 벽이 쳐져 있 어서 출발지점에서 5km루트로 들어 올 순 있어도 나갈 순 없게 되어 있었다.

40km루트로 가는 길에는 바다처 럼 넓은 강이 있어 사실상 비행 스 킬 없이는 갈 수 없었다.

우회루트는 존재하지 않았다.

여자들을 추격할 방법은 오로지 정 면돌파뿐.

단원들은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강구했다.

“어떻게 할 거야? 저년들은 끝까지 강둑을 사수하려 들 거야. 자신들에 게 유리한 지형을 포기할 리 없어.”

“강을 얼려서 얼음길을 만드는 방 법이 최선이긴 해. 그런데 강이 얼 때까지 기다려 줄까?”

“다들 아까 화살의 위력 봤지? 한 두 번이면 몰라도 그만한 관통력을 지닌 화살을 계속 막는 건 힘들어. 하다못해 이쪽도 반격 수단이 있으 면 엄호라도 할 텐데 지형 때문에 그것도 힘들고.”

“하는 수 없군. 그걸 쓰자.”

단원 중 한 명이 소환석 하나를 꺼냈다.

니케가 망자의 섬에서 얻은 소환석 으로,혹시나 곤란한 상황이 오면 쓰라고 건네준 것이었다.

소환석으로 소환할 수 있는 소환수 는 강력하다.

그러나 단원들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계약 골렘을 말하는 거지? 그걸 소환하려면 스렛을 지불해야 하잖 아.”

“이거 이외에 달리 좋은 방법이 있 다면 내놔 봐.”

“끄응. 그래,계약 골렘을 소환한다

치자. 그럼 소환할 때 누구 스렛을 지불할 건데?”

니케가 준 SS급 소환석 ‘계약 골렘 소환석’은 자신의 스렛을 30포인트 지불해서 SSS급 몬스터인 계약 골 램을 소환할 수 있는 보구였다.

이미 분배를 마친 스텟을 지불해야 하며 공격,실드,회피,마나,회복 스렛 중 어느 스렛을 지불해도 상관 없었다.

한 번 지불한 스텟은 돌아오지 않 기에 자신의 힘을 깎아 고레벨 몬스 터를 소환하는 것이라 할 수 있었 다.

단원들에게 있어 스텟 30포인트면 굉장히 큰 수치였다.

누구도 쉽사리 물주로 나서지 않았 다.

다른 이가 스텟을 지불해 주길 바 라며 서로 눈치만 봤다.

침묵만이 흐르던 중 한 사람이 자 진해서 총대를 멨다.

“내가 지불하지.”

총대를 멘 사람은 다름 아닌 김윤 중이었다.

그랜드 마운틴 쉘터 안에서 니케와 실랑이를 벌인 후부터 단원들과도 얼마간 거리가 생긴 김윤중이다. 그러나 지금 단원들에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알아서 싫은 일을 떠맡아 준다는데 뭐하러 말리겠는가.

단원들은 서슴지 않고 김윤중에게 소환석을 건넸다.

“여기 소환석. 소환 방법은 알고 있겠지?”

김윤중은 고개를 끄덕이며 소환석 을 받았다. 그리고 소환석에 마나를 불어넣으며 지불할 스렛을 을었다.

“회피 10, 마나 20 스텟 지불.”

소환석이 김윤중의 마나와 시동어 에 반응하며 빛을 발했다.

김윤중은 소환석을 넓은 공간에 던 졌다.

소환석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점 점 커지더니 W미터 크기의 바위 골렘이 소환되었다.

2, 000가량의 실드 수치와 마나 면

역 능력을 가진 몸뚱이,턴트 스킬 을 지닌 SSS급 몬스터 계약 골렘이 었다.

김윤중은 차분하게 계약 골렘을 부 렸다.

“골렘,우리를 어깨에 태워라.”

계약 골렘이 명령에 따라 손을 내 밀었다.

김윤중을 비롯한 단원들은 계약 골 램의 널찍한 손 위에 올라탔다.

계약 골렘은 손을 을려 자신의 양 쪽 어깨에 단원들을 태웠다.

이어서 김윤중은 계약 골렘으로 하 여금 강을 건너게 했다.

계약 골렘의 신장이라면 능히 강을 건널 수 있으리라.

계약 골렘이 강에 발을 담그고 물 살을 헤치며 나아가기 시작했다.

처엄병! 처엄병!

강의 가장 깊은 곳까지 도달하자 계약 골렘의 허리까지 물이 차올랐 다.

하지만 충분히 높이가 확보된 덕에 단원들이 크리스탈 피쉬의 공격을 받을 염려는 없었다.

문제는 강 건너에 있는 두 여자다.

단원들이 강을 건너려고 하자 기다 렸다는 양 대지의 화살이 날아들었 다.

김윤중은 계약 골렘의 어깨에 서서 가볍게 발을 굴렀다.

탁탁!

신호에 맞춰 계약 골렘이 사각턱을 아래로 내리며 입을 열었다.

“우어 이엉!”

둔중한 포효와 함께 계약 골렘의 몸 주위로 청록색 빛이 아른거렸다. 어깨 위의 단원들에게 쇄도하던 대 지의 화살이 궤도를 바꾸어 빨려 들 어가듯 계약 골렘의 가슴에 부딪쳤 다.

투응!

몸 주변에 있는 모든 투사체 공격 을 자신에게 끌어들이는 스킬.

턴트 스킬의 효과였다.

대지의 화살은 계약 골렘의 실드에 부딪치며 실드를 깎는 것에 그치고 말았다.

그러는 동안 계약 골렘은 성큼성큼 걸어서 금세 건너편 강둑에 다다랐 다.

강둑의 높이보다 계약 골렘의 신장 이 컸기에 단원들이 두 여자를 내려 다보는 형국이 되었다.

우위를 점했을 뿐이랴.

두 여자의 표정변화까지 세세하게 들여다보였다.

둘 다 계약 골렘의 등장은 의외였 음인지,정색하며 거리를 벌리려 들 고 있었다.

단원들이 계약 골렘의 팔을 타고 강둑에 착지했다.

그들은 승기를 잡은 양 득의양양하 게 웃었다.

“멀리서 촐랑거리더니 꼴좋구나. 김윤중! 계약 골렘에게 공격 지시를 내려라! 기회를 주지 말고 단숨에 처리하는 거다!”

이제 계약 골렘을 필두로 두 여자 를 처리하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계약 골렘이 움 직일 생각을 않았다.

그 틈에 두 여자는 자꾸만 멀어져 가고 있었다.

어서 공격해야 하는데 뭘 하고 있 는 건가!

단원들이 재촉하는 눈길로 김윤중 을 노려보았다.

그런데 그들의 눈에 들어온 건 살 벌한 분위기에 잠겨 있는 김윤중의 모습이었다.

김윤중은 계약 골렘의 발치에 있는 혁명군 단원을 보며 말했다.

“미안하게 됐네.”

“갑자기 무슨 헛소리를……

김윤중이 저 멀리 달려 나가고 있 는 흑발의 여인을 힐끗 보더니 무심 하게 한 마디 내뱉었다.

“내 딸을 위한 일일세.”

김윤중의 발끝이 계약 골렘의 어깨 를 툭툭 두드렸다.

계약 골렘은 소환자의 명령을 알아 들은 양 바위주먹을 높이 들어 올렸 다.

그리고 직후,올라간 바위주먹은 곧장 단원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쿠우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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