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207화 (207/381)

207화

니케는 단원들을 데리고 옆 구역으 로 차례차례 이동했다.

이동 중에도 포 카드 족보가 생기 면 여지없이 지하 3층으로 내려가는 문에 끼워 보았다.

그러나 몇 번을 끼웠다 뺏다 반복 해도 문이 열리지 않는 건 마찬가지 였다.

짜증나는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통로를 이동할 때마다 지나쳐야 하 는 좁은 통로.

통로 안에서 20? 30분 동안 허리를 숙이고 있어야 하는 것이 신경을 날 카롭게 만들었다.

아무리 잘 굴러가는 수레바퀴라도 진흙탕을 지나다 보면 움직임이 뻑 뻑해지는 법이다.

강현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조급함 과 허리 통증으로 인해 오는 피로감 이 혁명군의 사고를 점점 둔하게 만 들고 있었다.

니케 일행이 2-A구역에서 2-1 구역 까지 다다르는데 약 4시간이나 소요 되었다.

2-1 구역에선 따로 올려 보낸 단원 들이 쉬고 있다가 벌떡 일어나선 니 케를 맞이했다.

“오셨습니까? 기다리고 있었습니 다.”

니케는 허리 뒤에 손을 받치고는

상체를 힘껏 뒤로 젖혔다.

뚜두둑!

뼈마디 맞물리는 소리가 시원하게 퍼져 나왔다.

허리를 푸는 건 비단 니케만의 모 습이 아니었다.

니케와 함께 이동해 온 모든 혁명 군 단원들이 허리를 두드리거나 상 체를 뒤로 젖히며 앓는 소리를 내었 다.

“어후,허리야. 여기 통로는 너무 좁아. 사람 허리 작살내려고 작정했 구만.”

“던전 내에서 이렇게 좁은 통로가 있는 건 처음 봤어. 광산도 이리 좁 게는 안 만든다고.”

던전 입장 때만 하더라도 강현을 척살하리라고 악에 받쳐 있었다. 허나 지금은 피로 때문에 적의가 다소 열어진 느낌이 다분했다.

허리에 힘이 안 들어가는데 싸움 생각이 들겠는가.

만전의 태세로 강현과 맞닥뜨리기 위해서라도 휴식은 필수였다.

니케는 함께 이동한 단원들의 상태 를 살피며 입을 열었다.

“여기서 잠깐 휴식을 취한다. 최대 한 허리를 쉬게 해 둬라.”

“알겠습니다. 돗자리를 펼쳐서 누 울 자리를 만들어! 몸 상태가 괜찮 은 사람들은 동료들을 허리를 풀어 줘라!”

단원들이 휴식 준비를 하는 사이 니케는 다른 무리를 이끌던 피카로 라는 단원을 불렀다.

“피 카로.”

“네,말씀하십시오.”

“여기까지 오는 동안 12시 방향에 포 카드 족보를 끼워 넣어도 문이 열리지 않더군. 왜 열리지 않는 건 지 단서조차 없어서 곤란하다. 따로 움직이면서 알아낸 게 있다면 빠짐 없이 보고해라.”

“그랬습니까? 저희는 2-H, 2-1 구 역만 사냥한 게 전부라,문을 열어 보기는커녕 포 카드 족보조차 만들 지 못했습니다. 흐음,뭔가 놓친 부 분이 있는 걸까요?”

“2-H와 2-1 만? 2-J구역은 공략하 지 않았나?”

“2-J구역으로 가는 문은 있는데 카드를 끼워 넣어도 문이 열리질 않 습니다.”

매우 수상쩍다.

분명 2-J구역에서 오르사 일행의 연락이 끊겼었다.

즉 오르사 일행은 2-J구역에 발을 들였었다는 거다.

설마 공략자가 의도적으로 문이 열 리지 않게 할 수 있는 장치가 있는 건가?

어쩌면 최강현이 못 보던 사이에 새로운 능력을 얻어서 문을 봉인해 놓았을 수도 있어.

어느 쪽이든 녀석이 우리의 움직임 을 제한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해.

니케는 고민하다가 아까 전에 들었 던 프리패스 획득방법을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프리패스를 얻을 수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안 그래도 그 이야기를 꺼내려던 참이었습니다. 이리 오시지요.”

피카로는 니케를 2-1 구역 구석으로 데리고 갔다.

2-1 구역 구석에는 사람 몸집만 한 크기의 두꺼비상이 자리 잡고 있었 다.

두꺼비상의 앞면에는 두꺼비상의 사용법에 대한 문구가 새겨져 있었 다.

[트럼프 미궁 환전소]

[트럼프 미궁 2-1 구역에만 존재하 는 미궁 내의 환전소입니다. 두꺼비 상 입에 카드 10장을 넣으면 일정 확률로 트럼프 미궁 내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프리패스 카드를 토해 냅니다. 확률은 극히 낮습니 다.]

니케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두꺼 비상을 살폈다.

“부자연스럽군. 2-1 구역에만 있는 환전상이라는 것부터가 말도 안 되 지 않나?”

“이상하긴 해도 달리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게다가 브론즈 카드,실버 카드 구분 없이 넣을 수 있는 것 같군요. 필요 없는 카드를 처분할 겸 만들어 둔 장치라고 생각하면 그 리 이상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만.”

가만 들어 보니 피카로의 말도 일 리가 있었다.

지하 1층에서 얻은 브론즈 카드는 지하 2층에 올라온 순간 불필요한 고물이 되어 버린다.

잉여 카드를 처분하기 위해 만든 장치라고 생각하면 딱히 이상할 것 도 없다.

‘프리패스를 얻은 자와 얻지 못한 자의 갈등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장 치일지도.’

혁명군이 석상을 발견할 경우에 생 기게 될 의심.

그 의심을 걷어 내기 위해 일부러 카드의 종류를 적지 않았다.

강현의 의도대로 니케는 두꺼비상 을 원래부터 있던 구조물이라 여기 게 되었다.

니케는 가지고 있는 잉여 브론즈 카드를 전부 꺼냈다.

지하 1층에서 쓰고 남은 브론즈 카드는 총 5장.

피카로가 가진 브론즈 카드와 합쳐 도 7장밖에 되지 않는다.

니케는 지하 2층을 돌며 얻은 실 버 카드 중 적당히 3장을 골라냈다. 그러곤 총 10장의 카드를 두꺼비상등에 나 있는 구멍에 차곡차곡 넣었 다.

‘프리패스 카드여 나와다오.’

매우 낮은 확률로 나온다고 적혀 있지만 기대를 안 할래야 안 할 수 가 없다.

도박을 하는 자가 룰렛에 떨어진 구슬이 원하는 칸에 들어가길 바라 듯.

니케는 운이 닿길 기도하며 두꺼비 상 입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하지만 두꺼비상은 미동도 하지 않 았다.

니케는 코로 긴 숨을 내뿜으며 답 답함을 억눌렀다.

곁에서 같은 심정으로 두꺼비상을

바라보던 피카로가 독려하듯 말을 꺼냈다.

“실망하실 것 없습니다. 매우 낮은 확률로 나온다고 하지 않습니까. 편 하게 던전 공략을 할 수 있는 물건 을 쉬이 내줄 리 없지요.”

“네 말이 맞다. 이럴 때일수록 역 으로 생각해야 해. 세이아나의 집에 있던 약도 기억하나?”

“약도 말입니까? 던전의 위치가 표 기되어 있던?”

“약도에는 최강현이 이곳 던전에 들어온 날짜가 표기되어 있었어. 기 억하기로 놈은 일주일 전에 들어왔 지.”

“던전 공략의 달인인 것치곤 꽤 오

래 머무르고 있군요.”

“아마 놈도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 던전일 거야. 그래서 놈도 못 나가 고 있는 거고. 12시 방향 문에 실버 카드를 끼웠는데도 문이 열리지 않 는 건 숨겨진 법칙이 있기 때문이겠 지.”

“포 카드 족보는 눈속임이고 여기 있는 프리패스 카드로만 지하 3층에 갈 수 있는 거로군요.”

“이제야 퍼즐이 딱딱 들어맞는군.”

강현과 잠깐 함께 행동해 보았기에 그가 상당한 수준의 전략가라는 걸 알고 있는 니케였다.

그런 탓에 좀 더 차근차근 짚어 가도 될 것을 너무 꼬아서 생각하고 있었다.

강현의 목적이 공략이 아닌 다른 곳에 있을지도 모르는데도 그 부분 은 염두조차 두지 않았다.

‘어차피 프리패스 카드를 얻으면 지하 3층이든 2-J구역이든 얼마든 지 들어갈 수 있어. 우리가 지하 1 층과 지하 2층의 몬스터를 싹 쓸어 버리면 최강현 그놈은 프리패스 도 박조차 하지 못해. 카드만 독점하고 있으면 놈은 절대로 던전을 빠져나 가지 못할 것이다.’

제 꾀에 제가 넘어간다 했던가.

생각이 너무 앞서 나간 탓에 정보 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멋대로 결 론을 내려 버리고 말았다.

결국 니케는 프리패스 카드가 나올 때까지 카드를 독점하기로 했다.

6시간마다 트럼프 리자드맨이 리젠 되니까 앞으로 2시간만 있으면 트럼 프 리자드맨이 리젠된다.

니케는 쉬고 있는 단원들의 앞으로 가서 명령을 내렸다.

“인원을 5인 3조로 나누겠다. 1조 는 나와 함께 2-E부터 2-奸? 역을, 2조는 피카로와 함께 2-A 부터 2-D구역을,3조는 노엠과 함께 지 하 1층 전역을 돌아서 카드를 쓸어 담도록. 각 조는 카드가 일정 수량 이상 쌓이면 이곳으로 와서 두꺼비 상에 카드를 넣어라. 최강현 그놈이 카드를 손에 넣지 못하도록 우리가 독점해야 한다. 모두 이해했나?”

“저기…… 작전의 취지는 알겠는데 중간에 최강현과 마주치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내게 연락하고 최대한 시간을 끌 어라. 하지만 웬만해선 놈도 2-J구 역에서 나오지 않을 거다. 무슨 수 로 2-J구역을 막았는지는 모르겠지 만,놈도 한번 나오면 다시 들어갈 수 없는 건 마찬가지일 테지.”

“오? 좋은 작전인 것 같습니다.”

“훗,조금만 생각하면 누구든 떠올 릴 수 있는 작전이지. 자,이제 리 젠 시간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전 원 당장 맡은 자리로 이동하도록!”

니케는 물 샐 틈 없는 완벽한 작

전이라 여기며 여유를 되찾았다. 자신만의 착각 속에서 생겨난 여유 였지만 말이다.

허나 니케에게 착오를 자각할 수 있는 판단력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후 니케와 혁명군 단원들은 세 부류로 나뉘어 ‘열심히’ 사냥을 하 여 두꺼비상에 카드를 쏟아 붓기 시 작했다.

*

강현이 두꺼비상을 설치한 이후로 12시간이 지났다.

강현은 더 이상 풀 피로도 없을 정도로 푹 쉰 후였다.

난쟁이 하우스에서 나오니 라이가 바닥을 뒹굴며 무료함을 표하고 있 었다.

“냐? ,냐?”

라이의 발치에는 죽은 트럼프 리자 드맨의 시체가 여럿 뒹구는 중이었 다.

강현이 자는 동안 사냥해 둔 것이 었다.

누가 고양이과 아니라고 주인에게 사냥감을 자랑하듯 죄다 난쟁이 하 우스 앞에 끌어다 놓았다.

강현은 트럼프 리자드맨의 시체에 서 실버 카드를 추출했다.

추출하는 내내 강현의 옆에선 라이 가 눈을 말똥거리며 칭찬을 기대하고 있었다.

강현은 라이의 머리를 거칠게 쓰다 듬었다.

“많이 심심했나 보군.”

“갸르르?”

“카드 회수하고 올 테니 다시 대기 해.”

“냐하.”

“얼마 안 걸려. 30분 뒤엔 돌아올 거야.”

“냐!”

나갔다 온다는 말에 꼬리를 내렸다 가,금방 온다는 말에 귀를 쫑긋 세 우는 라이였다.

강현은 몸을 돌리며 팔을 휘젓는 것으로 다녀온다는 인사를 대신하며 2-1 구역으로 향했다.

허리를 숙여 좁은 통로를 지나자 금세 2-1 구역으로 들어가는 문에 다 다랐다.

들어가기 전에 당나귀 귀를 착용하 여 2-1 구역에 누군가 있는지 확인해 보았다.

한참 동안 문에 귀를 대 보았지만 사람 발자국 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 다.

2-1 구역에 들어가자 노숙의 흔적이 곳곳에 보였다.

강현은 잿불이 남아 있는 모닥불을 살피며 생각했다.

‘열이 약간 남아 있어. 1? 2시간 전 까지 여기에 있다가 다시 이동한 거군. 이곳을 베이스캠프 삼아서 모였 다가 흩어지길 반복하고 있다는 거 겠지.’

서너 명쯤은 경비로 남길 법도 한 데 그러지 않고 단체로 이동하고 있 는 듯하다.

하긴 큰 맘 먹고 서너 명을 남긴 다 하더라도 강현에겐 걸림돌조차 되지 않는다.

어설프게 인원을 분산시켰다간 각 개격파당하기 딱 좋다.

머무른 흔적만으로 혁명군 단원들 의 행동패턴을 분석하는 강현이었 다.

아직까진 생각대로 움직여 주고 있 군.

분석을 마친 강현은 2-1 구역 구석 으로 가서 두꺼비상 뒤에 달린 마개 를 열었다.

마개가 빠지자마자 안에 있던 카드 가 쏟아져 나왔다.

좌르르륵!

브론즈 카드 수십 장과 실버 카드 수십 장이 바닥에 어지럽게 퍼트려 졌다.

강현은 모든 카드를 아공간 주머니 에 넣으며 도로 마개를 닫았다. 그 러곤 힘겹게 통로를 이동하고 있을 혁명군을 머릿속에 그리며 입을 열 었다.

“날 위해 카드를 수집하느라 고생 이 많군.”

마음에도 없는 무심한 한 마디와 동시에 강현의 신형이 2-1 구역에서 사라졌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