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206화 (206/381)

206화

나선 계단을 타고 내려간 강현은

1-J구역에 들어가기 전에 보구 하 나를 꺼냈다.

전설급 웨이브 안에서 얻었던 ‘당 나귀 귀’였다.

그간 효과를 확인해 본 결과 당나 귀 귀를 착용하면 반경 3km 이내에 있는 모든 소리를 잡아낼 수 있었 다.

당연히 문 너머에 있는 소리도 들 을 수 있다.

단점이 있다면 조금만 시끄러워도 귀가 아플 정도로 소리가 응응 울린 다는 점과 보구를 착용했을 때 바보 같아 보인다는 점이었다.

강현은 당나귀 귀를 머리에 쓰며 혼자임을 다행으로 여겼다.

'녀석이 봤다면 두고두고 놀림감으 로 썼겠지.’

아예 녀석에게 씌운 후 두고두고 놀린다는 선택지도 있군.

강현은 당나귀 귀를 착용한 채로 1-J구역으로 이어지는 문 너머에 귀를 붙였다.

마나기류를 통해 이동하는 형식의 던전이었다면 소리가 들리지 않았을 거다.

허나 통로를 통해서 구역과 구역 사이를 이동하는 형식의 던전이기에 미세한 문틈으로 혁명군의 목소리를 포착할 수 있었다.

“뭐야? 여긴 아무도 없네. 오르사 네는 벌써 아래층으로 내려간 건 가?”

“소리잔으로 연락해 봐.”

“답이 없는데?”

“최강현이랑 맞붙었을 수도 있어. 니케 수장에게 연락하자.”

“니케 수장,피카로입니다. 네,네, 오르사 일행에게서 답변이 없어서 보고 드리려고 연락했습니다. 오르 샤 일행은 1-J구역에서 2-J구역으 로 올라간 것으로 보입니다. 네,네, 네,알겠습니다. 곧장 그리로 향하겠 습니다.”

“뭐래?”

“전원 1-A 구역으로 모이란다. 1-A구역에서 한꺼번에 2-A구역으 로 갈 모양이야.”

“우리 카드 얼마 없잖아. 1-A구역 까진 못 간다고.”

“귀찮아 죽겠네. 왜 구역을 지날 때마다 카드를 2장씩 쓰라는 거야? 다시 연락해 볼 테니까 기다려. 니 케 수장,피카로입니다. 저희가 지금 1-J구역에 있는데 카드가 4장밖에 없습니다. 네,네. 그리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뭐래?”

“1-H구역으로 가서 다른 일행이 랑 리젠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함께 올라오란다. 니케 수장 일행은 먼저 2-A구역으로 올라간다더라.”

“결정됐으면 바로 움직이자. 아아, 그 망할 통로를 또 지날 생각을 하 니 벌써부터 짜증나는구만.”

긴 대화가 끝나면서 혁명군 단원들 의 소리가 잦아들었다.

방금의 대화로 쓸 만한 정보 몇 가지를 취할 수 있었다.

첫 번째로 혁명군이 두 무리로 뭉 쳐서 다닌다는 것.

‘구역을 이동할 때마다 무조건 카 드를 2장씩 써야 하니까 여러 무리 로 다닐수록 카드가 금방 떨어지지. 두 무리면 많지도,적지도 않아. 나 름대로 머리를 굴렸군.’

두 번째로 현재 혁명군은 1-A구역

과 1-H구역으로 모이고 있다는 것.

‘조만간 2-A구역과 2-H구역으로 올라가겠군. 두 구역 모두 몬스터가 리젠되어 있어. 놈들이 구역을 정리 하기 전에 작전 준비를 마쳐 놔야겠 군.’

세 번째로 현재 혁명군의 수장이 니케라는 것.

‘내가 줄리안을 죽였다고 알고 있 으니 눈에 불을 켜고 날 잡으려는 건 알겠어. 근데 내가 알기로 니케 는 겨우 디스트로이급보다 약간 더 강한 정도였었어. 그동안 급격하게 실력을 키운 건가?’

단순히 전대 수장의 아들이라는 것 만으로 수장 자리를 이어받을 수 있을까.

아니,그만한 실력을 갖췄기에 수 장 자리를 꿰찬 것이리라.

최소한 줄리안과 동급이거나 그 이 상의 실력자가 되었다고 봐야 한다.

‘단시간에 강해졌다는 건 그만한 리스크를 감당했다는 거겠지. 녀석 이 목숨을 아끼지 않을 거라는 점도 염두에 두고 움직여야겠군.’

강현은 1-J구역으로 들어갔다. 혁명군 단원들이 떠난 후인지라 1-J구역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텅 빈 구역 안에서 강현은 석제 카드 5장을 꺼내 들었다. 그러곤 1-J구역 12시 방향에 있는 문에 석 제 카드 5장을 끼워 넣기 시작했다.

딸깍! 딸깍! 딸깍! 딸깍! 딸깍!

석제 카드가 문에 달린 홈에 딱 들어맞으면서 안으로 밀려들어 갔 다.

표면 면적은 똑같은데 두께는 얇은 돌이 홈을 메우고 있다.

그럴 경우에 다른 누군가가 카드를 끼워 넣으면 어떻게 될까?

홈 안에 이물질이 있으니 카드가 전부 들어가지 않을 거고,카드가 전부 들어가지 않으면 문이 열리지 않는다.

심지어 문과 비슷한 색깔의 돌인지 라,얼핏 보는 것만으로는 홈 안에 이물질이 있는지 절대 알아차릴 수 없다.

이로써 1-J 구역에서 2-J 구역으로 가는 길은 막혔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럼 강현은 어떻게 2-J구역으로 갈 텐가?

‘군단의 서 효과 발동.’

강현은 군단의 서가 가진 군단원에 게로의 이동 효과를 이용하여 단번 에 2-J구역으로 갔다.

라이를 소환한 건 바로 이것 때문 이었다.

자고 있던 라이가 인기척에 눈을 살포시 떴다가 강현임을 확인하곤 다시 잠들었다.

강현은 라이를 지나치며 이번에는

2-1 구역으로 향하는 문으로 들어갔 다.

긴 통로를 허리를 숙인 채로 빠르 게 주파한 덕에 30분만에 2-1 구역 에 다다를 수 있었다.

2-1 구역에는 혁명군 단원이 없었 다.

‘아까 내가 1-J구역에 갔을 때부터 집합하기 시작했었어. 지하 1층에 있는 모든 단원이 1-A구역과 1-H 구역에 집합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지. 앞으로 3, 4시간 정도는 여유가 있을 테니 그 안에 작업을 마쳐 둬야겠어.’

2-1 구역에는 리젠된 트럼프 리자드 맨들이 창대를 바닥에 쿵쿵 내리찍 고 있었다.

트럼프 리자드맨들은 자신들의 구

역에 들어온 공략자를 배제하기 위 해 창에 마나를 부여했다.

2-1 구역의 족보는 풀 하우스.

구역 공략 종료시에 트럼프 리자드 맨에게 입힌 데미지만큼 모든 공략 자에게 반사데미지가 가해진다. 원래라면 반사데미지를 고려하여 최소한의 데미지로 트럼프 리자드맨 을 잡아야 하는 곳이다.

하지만 강현에겐 쉐도우 리퍼의 외 갑이 있다.

강현은 무자비하게 트럼프 리자드 맨들에게 마나폭검을 날렸다.

파파파파팟!

두 번,세 번 연달아 마나폭검이 이어지면서 구역 가득 그랜드 소드의 파편이 난무했다.

파죽지세로 날아드는 마나파편 공 세에 트럼프 리자드맨들은 속절없이 썰려 나갔다.

트럼프 리자드맨이 전부 죽으면서 그들이 입은 데미지가 반사데미지 형태로 강현에게로 되돌아왔다.

물론 쉐도우 리퍼의 외갑 효과 덕 에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다. 강현은 트럼프 리자드맨들의 시체 에서 5장의 실버 카드를 추출한 후 12시 방향에 생긴 문에 다가갔다.

[다음 방은 지하 3-1 구역입니다. 입장하시려면 문 중앙에 있는 4개의 홈에 포 카드 족보의 실버 카드를 끼워 맞춰야 합니다. 한 번 사용한 실버 카드는 사라지며 문을 다시 열 려면 리젠되는 트럼프 몬스터에게서 다시 카드를 얻어야 합니다.]

지하 3층으로 내려갈 수도 있겠지 만 강현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지하 2층에서 좀 더 이득을 취하는 것이 다.

강현은 문에 달린 4개의 홈에 석 제 카드 4장을 끼워 넣었다.

아까 1-J구역에서 한 것처럼 말이 다.

더불어 3시 방향에 있는 2-J구역 으로 이어지는 문에도 석제 카드를 끼워 넣어 두었다.

‘이걸로 2-J구역으로 가는 길은 완 벽하게 막혔군.’

던전 내에서 강현의 난쟁이 하우스 가 있는 2-J구역으로 가는 방법엔 3가지가 있다.

1-J구역에서 가는 길,2-1 구역에서 가는 길. 3-J구역에서 내려오는 길. 그중 1-J구역과 2-1 구역에서 2-J 구역으로 가는 문은 전부 석제 카드 를 이용해 막아 두었다.

남은 건 지하 3층에서 오는 것뿐 인데 그건 절대로 불가능하다.

‘지하 2층에서 지하 3층으로 가는 모든 문에 석제 카드를 끼워 두면 무슨 짓을 해도 지하 3층으로 갈 수 없지.’

더불어 강현은 아공간 주머니에서

S급 보구 하나를 추가로 꺼내서 2-肝? 역 구석에 놔두었다.

꺼낸 물건은 ‘탐욕 두꺼비의 모금 함’이라는 S급 보구로, 트럼프 미궁 환전소를 통해 얻은 물건이다.

탐욕 두꺼비의 모습을 띤 석상으로 등에 저금통 투입구 같은 직사각형 구멍이 뚫려 있었다.

[탐욕 두꺼비의 모금함]

등급 : S

타입 : 기타

특성 : 탐욕 두꺼비의 모습을 닮은 모금함. A급 보구 10개를 넣으면 랜덤한 S급 보구 하나를 얻을 수 있다.

매우 적은 확률로 SS급 보구 하나를 얻을 수 있다. 도박은 패가 망신의 지름길. 시도하기 전에 가족 들 생각부터 하는 걸 추천한다. (만 약 A급 보구를 넣다가 아니다 싶으 면 엉덩이 부분에 있는 마개를 열어 서 안에 있는 물건을 빼낼 수 있다. 단,물건을 빼낼 수 있는 자는 탐욕 두꺼비의 모금함을 설치한 사람뿐이 다.)

강현은 탐욕 두꺼비 석상의 배 부 분에 빙백검 검날을 대어 정교하게 글자를 새기기 시작했다.

[트럼프 미궁 환전소]

[트럼프 미궁 2-1 구역에만 존재하 는 미궁 내의 환전소입니다. 두꺼비 상 입에 카드 10장을 넣으면 일정 확률로 트럼프 미궁 내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프리패스 카드를 토해 냅니다. 확률은 극히 낮습니 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영락없는 던전 내의 구조물처럼 보일 거다.

강현은 탐욕 두꺼비 석상 주변에 떨어진 돌가루를 치우며 손을 탁탁 털었다.

‘실버 카드 수집함도 설치했고…… 남은 건 지하 2층 전 구역의 12시 방향 문에 석제 카드를 끼워 넣는 것뿐이군.’

이후에도 강현은 지하 2층의 모든 방을 돌며 12시 방향에 생겨난 문 마다 석제 카드를 끼워 두었다.

2-A구역까지 모두 작업을 마쳤을 무렵.

2-A구역 6시 방향의 문이 열리면 서 뒤늦게 지하 1층에서 혁명군 단 원들이 들어왔다.

강현은 혁명군 단원들에게 발각되 기 전에 군단의 서 효과를 이용하여 단번에 2-J구역으로 되돌아갔다.

“작업은 마쳤으니 수확이 생길 때 까지 쉬어 볼까.”

작업을 하는 동안 트럼프 리자드맨 들을 사냥했기 때문에 강현의 수중에는 새로이 50장가량의 실버 카드 가 들어왔다.

그중 일부는 각 구역을 이동할 때 소모했다.

남은 카드를 조합해 보니 포 카드 족보 두 쌍이 만들어졌다.

트럼프 미궁 환전소의 사자상에 포 카드 족보 두 쌍을 넣어서 새로이 S급 보구 2개를 얻어 냈다.

강현은 새로 얻은 S급 보구를 CP 로 바꾼 후 허리에 손을 얹어 스트 레칭을 했다.

“하도 허리를 숙이고 다녔더니 쿡 쿡 쑤시는군. 휴식을 취해야겠어.”

허리를 쉬게 할 겸 난쟁이 하우스 안의 침대에 누워 있을 생각이었다.

강현이 난쟁이 하우스의 현관문을 열자 자고 있던 라이가 반응하며 눈 을 떴다.

라이는 여전히 별일 없다는 걸 확 인하곤 다시 눈을 감았다.

“갸르롱?”

*

니케는 1-쇼구역에서 단원들을 모 아 2-A구역을 올라갔다.

나선계단을 빙빙 돌아 도착한 2-A 구역에는 나무 표지판만 덩그러니 있을 뿐 몬스터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았다.

땅바닥에는 검흔이 남아 있었고,

12시 방향과 3시 방향에 문이 생겨 나 있었다.

이곳이 한 번 공략을 마친 곳이라 는 증거였다.

니케는 검흔을 살피며 중얼거렸다.

“이 흔적은…… 흠,마나폭검을 쓴 건가.”

“놈이 여기 있다는 게 확실해졌군 요.”

“으음,놈도 우리의 존재를 알아차 렸다고 생각해야겠지. 놈의 역량을 감안하면 벌써 지하 3층에 갔을지도 모른다.”

“우리도 카드를 모아서 지하 3층으 로 가는 수밖에 없겠군요.”

니케는 12시 방향에 생겨난 문으

로 가서 포 카드 족보의 실버 카드 가 필요하다는 걸 알아냈다.

더하여 3시 방향 문을 살피러 간 자들이 되돌아와선 보고를 올렸다.

“옆 구역으로 가려면 실버 카드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지하 2층의 몬 스터에게서 얻을 수 있는 카드 같습 니다.”

“이제 브론즈 카드는 필요 없다는 거군.”

“근데 정작 사냥할 몬스터가 없는 데 어떻게 하죠?”

“리젠될 때까지 기다려야겠지. 조 급해하지 마라. 놈이 앞서 가서 던 전을 공략하면 던전 내의 모든 구역 의 문이 열린다. 그때 가서 추격해도 늦지 않으니 당장은 지하 3층으 로 가는 것만 생각해라.”

니케는 장장 6시간 동안 대기하고 나서야 리젠된 몬스터와 조우하게 되었다.

2-A 구역의 족보는 스트레이트였 다.

포 카드 족보를 손에 넣으려면 좀 더 지하 2층을 돌아다닐 필요가 있 었다.

니케는 구역을 이동할 때마다 실버 카드 2장을 소모하며 2-B, 2-C구 역을 공략했다.

이내 곧 2-D 구역에 이르러서야 겨우겨우 포 카드 족보를 손에 넣었 다.

니케는 2-D구역 12시 방향의 문 으로 가서 2 포 카드를 홈에 끼워 넣었다.

딸깍! 딸깍! 딸깍! 딸깍!

4장의 카드가 홈에 들어가며 조건 을 중족했다.

한데 어째서인지 문이 열리지 않았 다.

문이 열리길 기다리던 니케가 고개 를 갸웃거렸다.

“음? 어째서 열리지 않지?”

다시 확인해 봐도 포 카드 족보를 제대로 끼워 넣었다.

혹시나 싶어 문을 힘껏 밀어 보았 으나 그래도 열리지 않았다.

니케는 고장 난 자판기를 두드리는

것마냥 창으로 문을 가격했다.

“어째서 열리지 않는 거냐고! 제대 로 카드를 끼워 넣었단 말이다!”

카앙!

니케가 내지른 창은 문을 가격했다 가 허무하게 튕겨 나왔다.

던전의 문에는 무적 능력이 걸려 있다.

전설급 웨이브 이상에서만 나오는 공격무효화 이상의 방어능력이 말이 다.

물론 전설급 웨이브 공략 경험자가 아니더라도 던전 내의 문이 부서지 지 않다는 것쯤은 알고 있기 마련이 다.

고로 니케가 한 짓은 그저 영문

모를 일에 대한 화풀이일 뿐이었다. 니케는 한참 동안 혼자 씩씩거렸 다.

그러던 차에 단원 중 한 명이 소 리잔에 대고 대화를 나누더니 급히 니케에게로 달려왔다.

“2-H구역으로 간 자들로부터 연 락이 왔습니다. 지금 2-肝? 역으로 이동했는데 거기에 미궁 내 프리패 스를 얻을 수 있는 장치가 있다고 합니다.”

“그런 게 있었나. 당장 2-1 구역으 로 간다.”

니케는 심호흡을 하며 가까스로 냉 정을 되찾곤 2-1 구역으로 향했다.

니케 일행이 떠나면서 2-D구역에

침묵이 찾아들었다.

2-D구역의 12시 방향에 있는 문. 그 문의 중앙에 2 카드 족보의 카 드는 그대로 박혀 있었다.

지하 1층과 달리 홈에 끼운 카드 가 아주 미세하게 튀어나와 있었지 만 그 부분을 알아차린 자는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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