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화
챙! 채앵!
여러 개의 검이 어지럽게 부딪친 다.
검마다 마나 블레이드가 맺혀 있 고,경합할 때마다 푸른 불꽃이 튀 며 전투의 치열함을 대변했다. 혁명군 단원들은 가파르게 숨을 몰 아쉬며 인상을 찌푸렸다.
낭패도 이런 낭패가 없다.
도망치는 조무래기들을 사냥하면 된다고 여겼는데 특이한 모양의 갑 옷을 입은 자 한 명에게 막혀 고전 중이다.
30분 전까지만 하더라도 10명이었
던 인원은 어느덧 3명으로 줄어 있 었다.
호흡을 고르던 차에 갑옷 사내의 몸에서 푸른 가루가 흘러나왔다. 혁명군 단원 중 한 명은 푸른 가 루의 정체를 알아보곤 다급하게 외 쳤다.
“젠장 내 스킬이잖아! 축지 스킬을 빼앗아 갔어! 놈이 온다! 대비해!”
갑옷 사내가 앞으로 발을 한 걸음 내딛었다.
그러자 갑옷 사내의 위치가 단숨에 혁명군 단원들의 코앞까지 당도했 다.
당황한 혁명군 단원들이 허겁지겁 마나 블레이드가 부여된 검을 휘둘렸다.
“지금이다! 베어 버려!”
30분 내내 하이페이스로 싸운 탓 에 서로의 실드는 거의 소진되어 있 었다.
어느 쪽이든 먼저 치명상을 입힌 쪽이 승기를 잡게 될 거다.
세 자루의 검이 전방과 좌우 측면 을 점하며 갑옷 사내에게로 날아들 었다.
반면 갑옷 사내,즉 지트는 일부러 한 걸음 물러나며 포이즌 소드에 마 나를 불어넣었다.
포이즌 소드의 보구 효과가 발동하 면서 검신 주변으로 독무가 뿜어져 나왔다.
포이즌 소드의 보구 효과 중 하나 인 ‘마나를 녹이는 독무’였다.
독무에 닿은 검마다 마나가 녹아내 린 탓에 마나 블레어드가 흩어졌다. 혁명군 단원들의 얼굴이 당혹감으 로 물들었다.
찰나의 실수를 되돌리고 싶은 양 입술이 오므라들었지만 지트는 용서 없는 검무를 선사했다.
마나 블레이드를 잃은 검이 마나 블레어드가 맺힌 검의 강도를 이겨 낼 리 없었다.
포이즌 소드가 혁명군 단원의 검을 베어 냈고,여전히 힘을 잃지 않은 채 단원들의 목마저 베어 버렸다.
서격! 서격! 서격!
정원사가 쓸모없는 나뭇가지를 가 지치기 하듯 스무스한 동작 속에서 단원들의 목이 연이어 떨어졌다. 모든 적을 처리한 지트는 마나를 갈무리하며 포이즌 소드를 검집에 넣었다.
“실전에서 쓸 수준은 되는군. 연습 상대가 되어 준 것 하나만큼은 감사 하지.”
그간 S랭크 던전을 돌 때,광대유 령의 소을 사용에 익숙해지는 것에 중점을 두고 공략에 임했다.
짧은 순간에 뒤바뀐 스킬을 확인하 고 바로 활용하는 법을 연습했었고, 사람을 상대로 사용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마나 마스터 10명을 상대로 이겼 으니 실전에서도 충분히 써먹을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렸다고 봐도 무방 했다.
이걸로 일반인들의 안전은 확보했 다.
이제부터 어떻게 움직여야 될까.
적의 목적을 모르는 이상 지트 혼 자 판단을 내릴 순 없는 노릇이었 다.
‘주군께 알리는 게 최선이겠지만 혜림 양과 루나 양도 걱정되는군. 쉘터 동쪽 루트를 돌아 두 분과 합 류한 후에 주군에게로 가는 게 낫겠 어.’
쉘터 안에선 점점 불길이 거세지고
있었다.
불길과 핏자국이 남아 있는 이곳에 다시 축제가 벌어지는 날이 돌아오 긴 할까.
지트는 씁쓸함을 삼키며 동쪽으로 몸을 틀었다.
*
니케 일행은 수색 끝에 세이아나의 집을 찾아냈다.
불길은 벌써 세이아나의 집 근처까 지 다가오고 있는 참이었다.
니케는 우격다짐으로 세이아나의 집으로 들어가 거실에 있는 약도를 발견했다.
약도에는 쉘터 주변의 던전이 표기 되어 있었고,던전마다 던전에 들어 간 날짜를 표시한 듯한 숫자가 적혀 있었다.
“여기서 머물면서 던전 순회를 한 거로군.”
“불길이 이쪽으로 번져 옵니다. 약 도를 바깥으로 들고 가서 분석하는 게 어떨런지요.”
“입 다물어. 뭔가 알아낼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쉘터 북쪽에 표기된 숫자와 동쪽에 표기된 숫자의 색깔 이 달라. 두 부류로 나뉘어서 던전 순회 중이라는 뜻일지도. 허면 어느 쪽에 최강현이 있느냐인데……
잘 생각해 보니 고민할 이유가 없
다.
양쪽 모두 병력을 파견하면 될 일 이다.
니케는 남은 병력을 절반으로 나누 었다.
“병력을 절반으로 나눈다. 절반은 나와 함께 쉘터 북쪽으로,나머지는 월터 동쪽으로 가서 약도에 표기된 던전을 수색해.”
김윤중의 경우 니케와 갈라져서 쉘 터 동쪽으로 가게 되었다.
쉘터 안이 불타게 놔두도록 불길을 방치해 둔 채 빠르게 몸만 빠져나가 기로 했다.
세이아나의 집에서 나가려던 중에 김윤중의 눈길이 부엌에 머물렀다.
부엌 탁자 위에 놓인 냄비에 먹다 남은 음식이 담겨 있었다.
모양새로 보건데 김치찌개인 것 같 았다.
거기까지는 괜찮았다.
최강현은 한국인이니까 그가 머무 르던 집에 한국 음식이 있어도 이상 할 게 없었다.
한데 찌개 냄비 옆에 있는 그릇에 잘게 찢은 밀가루 반죽이 담겨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어디선가 많이 본 풍경이다.
자신이 몸이 불편하여 집 안에 누 워만 있을 적.
딸아이가 근처 학교 급식소에서 얻 어 온 김치로 찌개를 끓이고,쌀이 없어 밀가루 반죽을 뜯어다 수제비 처럼 넣어서 밥 대신 끓여 먹던 시 절이 있었다.
그때 그 시절의 밥상과 너무나도 똑같은 풍경이었다.
최강현도 비슷한 식성을 가지고 있 는 걸까?
그게 아니라면 혹시…….
김윤중은 눈빛을 달리하며 화살통 끈을 꽉 조여 맸다.
‘섣불리 판단하긴 일러. 하지만 정 말로 그 아이가 이곳에 있다면 나?
트럼프 미궁 2-J구역 안.
2-J구역 구석에는 난쟁이 하우스 가 떡하니 소환되어 있었다.
강현은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난 쟁이 하우스에서 나왔다.
“슬슬 리젠 시간이군.”
강현이 나오기 무섭게 2-J구역 중 앙 지점에서 5마리의 트럼프 리자드 맨이 재소환 되었다.
클로버8,하트9,하트10,다이아J, 스페이드Q 트럼프 리자드맨이었다. 스트레이트 족보로 인해 2-J구역 트럼프 리자드맨에겐 공통적으로 실 드 및 반사실드 파괴 능력이 추가되 어 있었다.
실드를 파괴하는 능력이 있어도 공
격이 닿지 않으면 무의미하다. 강현은 마나폭검과 관통 스텟 능력 의 콜라보를 한껏 활용하여 5마리의 트럼프 리자드맨을 정리했다.
파파파팟!
잘게 쪼개진 마나 파편이 트럼프 리자드맨들의 몸을 난도질했다.
먼저 8, 9,10에 해당하는 트럼프 리자드맨들이 쓰러지고,이어서 J, Q에 해당하는 트럼프 리자드맨들이 쓰러졌다.
여태껏 계속 사냥을 해 본 결과 J, Q, K는 단순히 숫자 11,12, 13에 불과하다는 걸 알아냈다.
'트럼프 리자드맨들 자체는 그리 강하지 않아. 성가신 건 족보 능력이지. 여태까지 확인한 게 투 페어 랑 트리를,스트레이트,플러쉬,풀 하우스였나.’
아직까지 포 카드 이상의 족보 능 력은 접하지 못했다.
그간 확인한 결과 풀 하우스 이하 의 족보 능력을 정리하자면.
투 페어 - 트럼프 몬스터 능력 1.2배 적용
트리를 - 트럼프 몬스터 능력 1.3 배 적용
스트레이트 - 트럼프 몬스터의 무 기에 실드 파괴 효과 적용 플러쉬 - 레드 플러쉬면 죽음과 동시에 자폭하며 화염을,블랙 플러 쉬면 죽음과 동시에 자폭하며 독무를 퍼트린다.
풀 하우스 - 구역 내에 몬스터가 모두 죽었을 때, 몬스터가 입은 데 미지가 반사데미지 형태로 구역 내 의 모든 공략자에게 가해진다.
마운틴이나 백 스트레이트 등의 족 보는 없는 것 같았다.
풀 하우스보다 위에 속하는 포 카 드,백 스트레이트 플러쉬,스트레이 트 플러쉬,로알 스트레이트 플러쉬 는 아직 겪어 보지 못했고 말이다.
백 스트레이트가 없으니 백 스트레 이트 플러쉬도 아마 없지 않을까 싶 다.
‘포 카드 이상의 족보는 지하 3층 에 있겠지.’
지하 3층으로 가려면 지하 2층에 서 얻을 수 있는 실버 카드로 포 카드 족보를 만들어야만 했다.
강현의 실력이라면 지하 2층도 딱 히 어려운 편은 아니었다.
이미 지하 2층 구역은 전부 클리 어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하 3층으로 가지 않는 데엔 다 이유가 있었다. 바로 2-J구역 구석에 있는 작은 사자상 때문이었다.
2-J구역 구석에는 작은 사자상 하 나가 세워져 있었다.
사자상 받침대 앞면에는 글자가 새 겨져 있었는데 내용은 이랬다.
[트럼프 미궁 환전소]
[트럼프 미궁 2-J구역에만 존재하 는 미궁 내의 환전소입니다. 사자상 입에 포 카드 족보의 카드를 끼워 넣으시면 S급 보구 하나를 얻을 수 있습니다. 끼워 넣을 수 있는 카드 는 실버 카드뿐입니다.]
실버 카드로 포 카드 족보를 만들 어 끼워 넣으면 랜덤한 S급 보구를 얻을 수 있는 장치였다.
강현이 던전 공략을 미루고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트럼프 미궁 내의 각 구역은 6시 간마다 몬스터가 리젠된다.
지하 2층을 한 바퀴 다 돌면 평균
1,2개의 S급 보구를 얻을 수 있다.
CP로 환산하면 300? 600만 CP다.
6시간마다 300? 600만 CP, 취침 시간을 제외하면 총 3번의 작업을 할 수 있으니 하루에 900? 1800만 CP를 꼬박꼬박 얻고 있는 셈이었 다.
스텟으로 치환하면 하루에 평균
30포인트씩 얻는 명당자리인데 굳 이 공략할 필요가 있겠는가.
거기에 팅커벨,명계의 서 레벨업 으로 얻는 CP와 스렛 포인트도 있 으니 빠르면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목표한 작업이 끝날 듯하다.
강현은 사자상의 입에 8카드 4장 을 끼워 넣으며 생각했다.
‘여기서 일주일쯤 머물렀나? 슬슬 바깥에서 기다리기 시작할지도.’ 강현이 SSS랭크에서 당할 리 없으 니 크게 걱정하진 않을 거다. 정 걱 정되면 알아서 찾으러 오겠지.
어차피 목표한 스텟량을 채울 때가 진 나갈 생각이 없다.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사자장이 카드를 삼키며 S급 보구를 토해 냈 다.
강현은 S급 보구를 해체하여 CP로 바꾸었고,CP로 스렛을 구매했다.
‘순수마나도 3차 각성의 때가 다가 오는군.’
이번에 구매한 스렛 포인트는 10 포인트.
명계의 서 덕에 레벨도 올라간 터 라 추가로 30포인트.
40포인트가 있었다.
40포인트는 줄곧 올리고 있던 순 수마나 스렛에 모두 투자했다.
스텟 투자 결과 현재 강현의 상태 창은 이리 바뀌었다.
[최강현(lv. 232)]
관통 : 930
대타 : 703
감지 : 700
순수마나 : 674
재생 : 300
보너스 포인트 : 0
보유스킬 : 각성의 서(?),세이덴의
독주머니 (S), 마나폭검 (S), 석상 호 걸의 갑옷(S), 쉐도우 리퍼의 외갑 (SS), 명계의 서(?),위치 되감기(S), 개화의 서(?),제왕의 화염검 (S),군 주의 서(?),석화의 마안(SS),엘레 멘탈 웨펀(SS),개방의 서(?),업적 의 서(?),매혹(A),해신의 축복(SS), 드림 윙 (SSS),초월의 서(?)
특수능력 : 간파,분할
조금만 더하면 순수마나 스텟이 3 차 각성을 이룬다.
그다음에는 재생 스렛을 3차 각성 시킬 것이다.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군.
상태창 정리를 마친 강현이 눈을
떴을 때.
별안간 2-J구역 6시 방향에 있는 문이 열렸다.
1-J구역에서 누군가가 올라온 것 이었다.
기다리다 못한 김혜림이 찾아온 건 가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무기를 든 세 명의 사내.
강현으로선 전혀 얼굴을 마주한 적 이 없는 자들이었다.
그러나 사내들 쪽은 강현을 알아봤 는지 다짜고짜 적의를 표출했다.
“저 자식이 최강현임이 틀림없어! 얼른 다른 자들에게 연락 돌려!” 말투에서부터 강현을 노리고 온 자 들이라는 게 전해져 왔다.
사내들은 강현을 경계하면서 소리 잔을 꺼내 들었다.
사내들뿐만 아니라 다수의 인원이 던전에 들어온 모양이었다.
강현은 쥐고 있던 빙백검에 마나를 한껏 불어넣었다.
‘바깥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