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화
결국 세이아나는 커뮤니티 본부로 향하기 위해 짐을 꾸렸다.
같이 갈 사람으로는 엘리스만 데려 가기로 했다.
데려갈 디스트로이가 엘리스밖에 없기도 했고,품격을 지킨답시고 대 인원을 몰고 다니는 성격도 아닌지 라 세이아나 본인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세이아나는 떠나기 앞서 강현과 루 나에게 주의사항을 알려 주었다.
“이 주변은 길이 꼬여 있어서 쉘 터 사람들이라도 자주 미아가 되는 편이야. 그러니까 던전을 찾아다닐 땐 내가 그려 준 약도를 참고하도록 해. 집은 마음대로 써도 되는데 내 콜렉션은 건드리면 안 되는 거 알 지? 먹을 거나,기타 소모품은 발레 나한테 말하면 최대한 가져다줄 테 니까 사양 말고 말해.”
요 며칠 동안 귀에 딱지가 않도록 들었다.
누차 강조해도 성에 차지 않는지 계속 했던 말을 반복하는 세이아나 였다.
정작 먼 길을 떠나는 건 세이아나 자신인데도 말이다.
강현은 세이아나가 차고 있는 아공 간 목걸이를 지목했다.
“정 걱정되면 수정구슬을 꺼내서
확인하도록 해.”
“그 방법이 있었네. 자,수정구슬 여분이 하나 더 있으니까 가지고 있 어.”
세이아나는 아공간 목걸이에서 메 론만 한 크기의 수정 구슬을 꺼내어 강현에게 넘겼다.
수정구슬 안의 화면은 두 개로 분 할되어 있었고,각각 루나의 모습과 세이아나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비치 고 있었다.
찾고자 하는 대상의 피를 먹이면 대상의 모습을 비춰 주는 보구인 ‘혈영 구슬’이란 B급 보구였다. 강현은 혈영 구슬을 요리조리 살펴 보면서 보구 특성을 물었다.
“이걸로 서로 대화도 할 수 있나?”
“소리는 안 들려. 애당초 수색 용 도로 만들어진 보구거든. 쓰기에 따 라선 연락용으로 못 쓸 것도 없긴 하겠네. 서신 같은 걸 써서 즉석에 서 서로에게 보여 주면 실시간 펜팔 이 될 테니까.”
“옛날식 전보 같은 거군.”
“언제적 통신수단을 말하는 거야? 이제 정말로 출발해야겠다. 루나,금 방 다녀올 테니까 오빠 말 잘 듣고 있어야 해,알겠지?”
루나는 로브를 쓰지 않았는데도 무 의식적으로 로브 올리는 시늉을 하 며 힘차게 대답했다.
“오빠 말 잘 듣는 거 루나 특기야!
엄마도 잘 다녀와!
“그럼 다녀올게.”
“바이 바이시”
*
세이아나가 떠나고 세이아나의 집 에선 강현,김혜림,루나만이 남게 되었다.
집 안에서 가장 시끄러운 사람이 떠났지만 휑함을 느낄 틈은 없었다. 강현은 앞으로 약 한 달간 펼칠 던전 공략 계획을 짰다.
“앞으로 한 달 동안 던전 순회를 하겠어. 강요하는 건 아니니까 내키 지 않는 사람은 지금 말해.”
강현의 앞에는 김혜림과 루나가 나 란히 쪼그려 앉아 있었다.
두 사람은 손을 좌우로 저으며 있 을 수 없는 일이라는 양 딱 잘라 말했다.
“당연히 해야죠. 신화급 웨이브에 들어가면 제 목숨 제가 간수해야 되 는데 놀고 있어서야 되겠어요?”
“혜림 언니 말이 맞아! 약한 개일 수록 크게 짖는다고 그랬어!”
“루나야,그거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니야.”
“약하니까 열심히 해야 한다는 거 아냐? 엄마가 모자라 보이는 사람들 한테 항상 충고하듯이 말하길래 그 런 뜻인 줄 알았어.”
“후우,세이아나 언니도 가만 보면 의외로 입이 거칠단 말이지.”
김혜림과 루나는 막간을 이용해 수 다를 떨 정도로 여유가 넘쳐흘렀다. 주고받는 대화 속에서 던전 순회에 대한 의욕이 엿보인다.
“둘 다 참가한다는 거군.”
“물론이죠. 근데 인원은 어떻게 나 눌 거예요? 다 같이 같은 던전에 들어가서 함께 공략해요? 아니면 따 로따로?”
“개인적으로 나는 혼자 다니는 게 낫다고 생각된다만.”
강현이야 한 달 동안 레벨업과 CP 만 얻어도 순수마나 스렛과 재생 스 렛을 3차 각성시킬 수 있다.
반면 김혜림과 루나가 단기간에 강 해지려면 보구나 스킬을 늘릴 수밖 에 없다.
군단의 서 효과 중에 군단원은 ‘S 급 보구 획득 확률 3배 증가’ 옵션 이 있다.
보구 획득 확률 증가 옵션을 받으 면 평소보다 S급 보구를 많이 얻을 수 있을 거다.
허나 군단의 서의 효과를 이용하기 에는 한 가지 결점이 있었다.
군단의 서 효과는 군단장과 군단원 이 같은 던전 혹은 웨이브 안에 있 어야만 발동한다.
김혜림과 루나가 군단의 서 효과를 받으려면 강현과 함께 사냥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스펙업을 하기 로 작정한 강현과 함께 말이다.
“미리 말해 두지만 나와 함께 공략 했다간 경험치는 고사하고 기여도 챙기기도 힘들 거야. 둘 다 그 부분 은 인지하고 있겠지?”
“이 주변의 던전들은 기껏해야 SSS랭크 이하죠? 그럼 저희가 뭘 하기도 전에 강현 씨가 다 사냥해 버리겠네요. 그럴 바엔 차라리 따로 사냥하는 게 낫죠.”
SS랭크 이하의 던전에서 강현이 고전할까?
대답은 전혀 아니오다.
기여도를 챙겨 주려고 미적댈 바엔
혼자서 치고 나갈 사람이다.
그럼 차라리 군단의 서 효과를 포 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따로 사냥하 는 게 좋다.
이번 던전 순회의 목적이 던전 공 략이 아닌 스펙업에 있는 이상 각자 자신의 페이스대로 움직이는 게 낫 다.
강현은 세이아나가 그려 준 약도를 벽에 걸며 쉘터 북쪽의 던전을 손가 락으로 짚었다.
“쉘터 북쪽에는 SSS랭크 던전과
SS랭크 던전이 있어. 난 여길 집중 적으로 다녀오도록 하지.”
“강현 씨는 제물용 소환수도 있고 하니 SSS랭크 던전 공략이 어렵진 않겠네요.”
“제물용 소환수 아냐! 라이야!”
“그랬었지. 미안미안. 그럼 전 동쪽 에 있는 SS랭크랑 S랭크 던전을 공 략할게요. 루나는 어떻게 할래? 언 니랑 같이 갈래?”
루나의 경우 아직 SS랭크를 혼자 돌기에는 판단력이 조금 아쉽다. 김혜림의 판단력과 루나의 화력이 합쳐지면 SS랭크 던전을 무난하게 돌 수 있을 거다.
게다가 두 사람 모두 수다스러운 편이다.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혼자서 말 없이 돌아다니다 보면 평소보다 쉽 게 지치는 법이다.
강현으로선 같이 다니는 편을 추천 하겠지만 구태여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어디까지나 루나의 의견을 존중해 주기 위함이었다.
루나는 손가락을 꼬물거리며 고민 하다가 끝내 결단을 내렸다.
“언니랑 같이 갈래.”
“결정됐네요. 각자 들어갈 던전에 날짜를 표시해 두죠. 너무 오랫동안 안 돌아온다 싶으면 바로 찾아갈 수 있도록 말이죠.”
“그러는 게 좋겠군.”
그리하여 강현은 혼자서,김혜림과 루나는 둘이서 신화급 웨이브에 들 어가기 전에 스펙업을 해 두기로 했다.
강현과 김혜림,루나는 약도 앞에 서서 이제 곧 들어갈 던전에 표시를 해 두었다.
더불어 해당 던전까지 가는 길을 외워 놓고,약도는 집 거실에 매달 아 둔 채로 놔두었다.
김혜림과 루나는 소풍이라도 가듯 도시락까지 든든하게 챙겨서 쉘터 동쪽 관문으로 향했다.
*
한편 강현은 북쪽 관문으로 향하기 전에 소환석을 꺼내어 지트를 소환 했다.
간만에 바깥바람을 쐬게 된 지트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절도 있게 한 쪽 무릎을 꿇었다.
“불러 주셔서 감사합니다,주군.”
“사설은 생략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어. 한 달 뒤에 신화급 웨 이브에 들어갈 거야. 난 가지고 있 는 패를 전부 활용할 생각이고.”
“전 언제든 목숨 바쳐 싸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목숨 바치는 것 이외에는 재주가 없다는 것처럼 들리는군.”
“아닙니다! 저 지트,주군에게 도 움이 되는 거라면 무엇이든 소화해 낼 자신이 있습니다.”
“한 달 줄 테니까 던전 돌아다니면
서 스펙업 좀 하고 와. 한 달 동안 얼마나 성장할지 기대하지.”
강현이 단순 지시 외에 지트에게 기대한다고 말한 적이 있던가.
영구 소환석을 지닌 라이에 비해 지트의 활용도가 다소 떨어지는 건 지트 본인도 인지하고 있는 바였다. 그저 그런 소환수라 생각하며 적당 히 소모하는데에 그치지 않고 성장 의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었 다.
지트는 감격을 금치 못하며 고개를 깊이 숙였다.
“반드시 주군의 기대에 부응하겠습 니다.”
지트의 경우 혼자서 쉘터 남쪽에
있는 SS랭크 이하의 던전을 돌기로 하였다.
인원배치를 마친 강현은 쉘터 북쪽 을 통해 바깥으로 빠져나왔다. 목표한 SSS랭크 던전으로 가려면 봉우리 하나를 넘어야 한다.
강현은 라이를 소환하여 능숙한 몸 놀림으로 등에 올라탔다.
라이는 소환되자마자 누군가를 찾 듯 고개를 두리번거 렸다.
라이와 가장 친한 이는 루나다. 소환되면 루나는 라이의 목에 매달 리고,라이는 루나의 손등을 할는다. 항상 그래 왔는데 오늘은 루나가 보이지 않으니 찾는답시고 주위를 살피는 것이었다.
강현은 루나와 노는 걸 기대하고 있는 라이에게 나지막이 한 마디 날 렸다.
“당분간 너와 나 둘이서 같이 다닐 예정이야.”
“냐?”
“북쪽 너머로 가야 하니까 움직 여.”
“냐아.”
“루나는 어떻게 이 녀석 말을 알아 듣는 건지 모르겠군.”
라이를 타고 봉우리 하나를 넘자 곧바로 지하동굴 형태의 SSS랭크 던전과 맞닥뜨리게 되었다.
비탈길에 몇 개나 되는 구멍이 숭 숭 뚫려 있었다.
한참 전에 공략했던 올롬보르의 베 킨스 던전과 같은 형태였다.
‘던전 입구가 여러 개인 구조로군. 던전 안에 방이 많다는 의미겠지. 이건 좀 오래 걸리겠는걸.’
강현은 라이에서 내려서 적당히 아 무 구멍을 골라 그 앞에 섰다. 구멍은 사람 한 명이 겨우 통과할 크기인 탓에 라이는 통과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라이를 소환석 상태로 되돌린 후에 홀로 구멍 안에 몸을 들였다.
구멍 안은 아래로 떨어지는 긴 원 형 통로 형태를 띠고 있었다.
강현의 몸은 슬라이드를 타듯 빠르 게 미끄러져 아래로 향했다.
통로가 하도 긴 탓에 한참을 미끄 러진 후에야 바닥에 닿을 수 있었 다.
강현이 도착한 곳은 돔 형태의 넓 은 공간이었다.
가장 먼저 6시 방향의 벽에 큼직 한 글자가 새겨져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1-A 구역]
지하 1층 A구역이라는 뜻이다.
‘지상에서 보였던 구멍이 얼추 10 개였으니까 A 구역부터 J 구역까지 있는 건가. 다음 층으로 가는 조건 에 따라 공략시간이 달라지겠군. 최소 인원제한 같은 게 조건이면 골치 아파지는데 말이지.’ 그다음에 눈에 들어온 건 역시나 나무 표지판이었다.
가까운 곳에 나무 표지판 하나가 덩그러니 세워져 있었다.
나무 표지판에는 1-A구역의 공략 법이 적혀 있었다.
[트럼프 미궁 1-A구역 공략법] [1-A구역에선 트럼프 병사 하트3, 클로버3,다이아7,하트7 투 페어 조합이 소환된다. 각 문양마다 쓸 수 있는 능력이 다르며,카드 족보 마다 능력이 추가된다. 모든 트럼프 몬스터를 제거하면 구역 클리어.
-하트 : 카드의 숫자만큼 부활한 다.
-클로버 : 경합하면 일정시간 동 안 카드의 숫자X20만큼 스렛을 깎 는 저주의 창을 사용한다. 저주의 창 효과는 중첩되지 않고 한 대상에 한 번만 적용된다.
-다이아 : 카드의 숫자x 100만큼 실드 스텟이 추가로 올라간다.
-스페이드 : 카드의 숫자x 100만 큼 공격 스텟이 추가로 올라간다.
-조커 : 원하는 카드로 변신 가능.
(투 페어 조합 효과 : 구역 내의 모든 트럼프 몬스터 스텟이 1.2배 증가. 트럼프 몬스터 중 일부가 죽 어서 조합이 깨진다 하더라도 남은 몬스터에게 적용된 조합 효과는 사 라지지 않는다.)]
(강제클리어 조건 : 각 구역마다 카드의 숫자만큼 사람의 시체가 존 재하면 구역 강제 클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