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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는 플레이어-193화 (193/381)

193 화

강현과 눈을 마주친 하피 퀸들이 차례차례 강현에게로 급강하했다.

그 수만 무려 5마리.

날아드는 기세가 가히 먹이를 노리 는 독수리를 연상케 했다.

루나는 강현이 공격당할 위기에 놓 인 것을 보고 레드 그리폰 스태프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위험해!”

그러나 루나가 스킬을 쓰기 전에 김혜림이 팔을 뻗어 그녀를 제지했 다.

“가만히 있어.”

“저기 안 다치는 새들이 오빠 공격

하려고 하고 있어!”

“괜찮아. 조류 독감도 피해 갈 사 람이 거든.”

강현이 잠자코 보고나 있으라 했 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할 것 없이 보고만 있으면 된다.

급강하하던 하피 퀸들은 일제히 강 현의 앞에서 멈춰 섰다.

퍼드득! 퍼드득!

눈앞에서 3미터짜리 거구의 하피 퀸들이 날개를 퍼덕이니 날개바람만 으로도 머리카락이 부산하게 휘날렸 다.

그런데 막상 강현에게 접근한 하피 퀸들은 공격은커녕 기이한 행동을 취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날개를 활짝 펼치며 몸을 배배 꼬는 게 아닌가.

흡사 발정기라도 맞은 것처럼 말이 다.

거기에 강현이 명령조로 하피 퀸들 에게 말하길.

“다른 하피 퀸들을 처리해. 잘한 녀석에겐 상을 주지.”

하피 퀸들은 당장에 발톱을 드러내 며 경쟁이라도 하듯 위로 날아올랐 다.

그러곤 공중에 떠 있는 다른 하피 퀸들을 향해 날개를 펼쳐 보이며 공 격을 강행했다.

“끼에에엑!”

하피 특유의 소름 끼치는 울음소리 와 함께 깃털 폭풍이 발현되었다. 공략자들을 공격할 생각으로 지상 을 향해 깃털 폭풍을 조준하던 다른 하피 퀸들로선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허나 어쩌겠는가.

잠자코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공중에 머무르고 있던 하피 퀸들은 하는 수 없이 깃털 폭풍의 방향을 배반자들 쪽으로 바꿔야만 했다.

7마리의 하피 퀸과 5마리의 하피 퀸이 서로를 향해 마나로 이루어진 깃털을 발사했다.

피슈슈슈숙! 피슈슈숙!

마나 깃털들이 허공을 수면 삼아 몰려다니는 물고기 떼마냥 무리를 이루며 나선을 그렸다.

마나 깃털의 회전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면서 폭풍을 이루었다.

양측의 폭풍이 중간 지점에서 맞부 딪치면서 불규칙한 파열음이 발생했 다.

퍼버병! 퍼병!

마나 깃털끼리 상쇄되면서 산산조 각 난 마나 파편이 원형 모양으로 튀었다.

크고 작은 원형 가루가 하늘 가득 파다하게 퍼지며 불꽃놀이라도 하는 양 장관을 이루었다.

하피 퀸들끼리 박 터지게 싸우는

동안 지상에선 강현이 느긋하게 공 중전을 감상하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요란한 닭싸움이 군.”

강현의 옆에 김혜림과 세이아나, 루나와 엘리스가 모여들었다. 그녀들의 얼굴에 의문이 가득하다. 하나같이 설명을 요구하는 눈빛을 띠고 있었다.

김혜림이 총대를 매듯 질문을 던졌 다.

“어떻게 된 거예요?”

“하피 퀸에게 매료를 걸었어. 그리 고 싸우라고 명령했지.”

“매혹과 비슷한 부류의 스킬인가 보네요. 이성에게 걸면 강현 씨한테 반하는 거죠?”

“그래. 그것도 아주 광적으로 좋아 하게 되지.”

“아하? 그래서 상을 준다는 한 마 디에 미쳐서 저리 죽을 각오로 싸우 는 거군요. 다른 여자가 아니라 여 자 몬스터에게 건다는 발상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네요.”

“스킬을 가지면 몬스터에게 적용되 는지부터 생각해야 하는 법이야.”

매혹의 경우 몬스터에게 쓰려면 상 당한 제약이 따른다.

암수 구별이 가능한 몬스터에게만 적용되는데다 몬스터와 3초간 눈을 마주친다는 게 은근히 충족시키기 어렵다.

이번 경우엔 하피 퀸이 깃털 폭풍 을 조준하려고 강현을 보고 있었기 에 쉽게 걸 수 있었다.

할 수 있다면 석화의 마안을 걸고 싶었지만 석화 상태에서도 무적 능 력은 유효하다고 하니 차선책으로 매혹을 건 것이었다.

설명을 들은 김혜림은 한 가지 배 웠다는 양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가 싶더니 눈을 가늘게 뜨며 강현을 쳐다보았다.

“그러고 보니 크레인 공국을 지나 칠 때 재밌는 이야기를 들었었어 요.”

“왠지 나한테 불리한 이야기일 것 같군.”

“나탈리아가 강현 씨가 자길 홀렸 다고 주장하던데요?”

“필요한 일이었어.”

“앞으로 다른 여자한테 쓸 일이 없 도록 분발해야겠네요.”

“별로.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바로 쓸 거다만.”

“아,진짜?”

“진짜 뭐?”

“정말 못됐어.”

김혜림의 볼이 복어마냥 부풀어 올 탔다.

이래야 김혜림이지.

재회를 하긴 했는데 계속 2퍼센트 부족한 느낌이었다.

김혜림이 볼을 부풀리면서 겨우 부

족한 부분이 채워졌다.

‘이제야 이 녀석과 함께 있단 느낌 이 드는군.’

강현과 김혜림이 간만에 투닥거리 는 동안 하피 퀸 간의 싸움은 갈수 록 더욱 치열해졌고,한두 마리씩 격추당하는 하피 퀸이 발생했다. 매혹에 걸린 하피 퀸들은 상을 준 다는 말에 사기가 올라 있어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동등한 전투를 벌였다.

때문에 양쪽 모두 비슷한 속도로 숫자가 줄어 갔다.

7대 5에서 4대 5로,4대 5에서 4 대 3으로…….

종국에는 매혹에 걸린 하피 퀸과

그렇지 않은 하피 퀸이 각각 1마리 씩 남았다.

“끼에에엑!”

“끼에엑!”

남은 하피 퀸이 서로를 향해 깃털 폭풍을 날렸다.

양측의 깃털 폭풍은 조준이 어긋났 는지 상쇄되지 않고 아슬아슬하게 교차했다.

그러곤 마치 더블 크로스 카운터가 작렬하듯 서로의 공격에 적중당하여 자멸했다.

손도 안 대고 하피 퀸을 모두 처 리한 셈이었다.

이로써 보스몬스터를 끌어내기 위 한 조건은 모두 충족되었다.

하피 퀸이 모두 죽자 30층 전체가 지진이라도 맞이한 양 크게 흔들렸 다.

쿠구구구구!

지반이 흔들린 탓에 몸을 가누기가 힘들다.

비단 강현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 도 균형을 잃고 허우적거리고 있다. 시야는 시야대로 흔들리고,멀미 때문에 구역질이 올라오려고 한다. 강현은 자세를 낮춰 안정감을 되찾 으며 상황을 분석했다.

七}피 퀸을 모두 죽이면 망상이 걷 힌다고 했었지. 이곳 폐허 전체가 몽환조의 망상이니까 망상이 걷히면 폐허도 모두 사라지는 건가.’

몽환조의 망상은 서서히 붕괴의 조 짐을 드러냈다.

하늘과 땅에 균열이 일어나면서 폐 허의 모습을 이루고 있던 배경이 와 르르 무너져 내렸다.

망상이 걷힌 자리에는 오로지 어둠 만이 가득했다.

빛 한 점 없기에 어디에 서 있는 건지,공간의 넓이가 어느 정도나 되는지 알 수 없었다.

사람은 자신의 생각 이상으로 시각 에 의존하는 편이다.

캄캄한 암막 속에 있다는 사실만으 로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어둠 너머에서 다른 사람들의 목소 리가 들려왔다.

“다들 괜찮아? 괜찮으면 대답해!”

“전 괜찮습니다,지역장님!”

“저도 다친 곳은 없는 것 같아요.”

“루나는? 루나! 루나!”

“나도 괜찮아!”

다들 서로의 안전을 확인하느라 바 쁜 가운데 강현은 가장 먼저 빙백검 부터 뽑았다.

빙백검에 맺힌 그랜드 소드가 빛을 발하며 형광등 역할을 해 주었다. 누런 빛 덕에 코앞의 지형지물 정 도는 분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코앞에 있는 것의 물체가 이상하다.

거대한 새의 머리가 덩그러니 비치 며 부리부리한 눈이 강현을 내려다 보고 있는 게 아닌가.

공포 영화 주인공들의 심정이 이해 가 가는군.

이러면 놀랄 수밖에 없잖아.

놀란 탓에 근육이 수축했고,가위 에라도 눌린 양 생각보다 몸이 굼뜨 게 움직였다.

강현의 수읽기에 압도당한 자들이 괜히 반응속도가 늦어지는 게 아니 다.

애꿎게도 육체란 건 놀란 것만으로 굼떠지게 되도록 아둔하게 설계되어 있다.

강현의 경우 항상 긴장감을 유지하 고 있기에 그나마 사고가 마비되는 수준에까진 이르지 않았다.

강현은 냉정을 유지하며 회피 수단 을 사용하고자 했다.

‘이건 황금왕의 토시나 위치 되감 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겠군.’

그리 생각하며 위치 되감기를 사용 하려던 찰나.

강현의 머리 위로 황금색 오오라를 두른 소형 화살 하나가 지나갔다. 소형 화살은 허공에서 10개로 분 열되더니 일제히 몽환조의 얼굴에 적중했다.

팅! 티잉! 팅! 퍽!

대부분의 화살은 빗나갔지만 단 한 개의 화살만은 몽환조의 부리 사이 로 들어가며 입 안에 박혔다.

동시에 김혜림이 쏘아붙이듯 경고

를 날렸다.

“경고하는데 그 사람은 노리지 않 는 게 좋을 거야. 그 사람을 졸 수 있는 권리는 나한테만 있거든.”

그랜드 애로우가 부여된 화살이 적 중했건만 몽환조는 별다른 타격이 없어 보였다.

대신 몽환조의 행동에 변화가 생겨 났다.

부리를 아래로 내리 쪼던 몽환조가 별안간 머리를 위로 치켜드는 게 아 닌가.

펼치려던 날개는 접혔고,앞으로 내딛던 발은 뒷걸음을 치기 시작했 다.

어디선가 많이 본 반응이다.

‘시빌이 쓰던 반전 화살인가.’

벤젠 기사단 소속 기사이자 브리니 아 공국 출신의 현지인이었던 시빌. 반전 화살은 그가 사용하던 보구로 적중하면 몸의 방향 감각이 뒤죽박 죽으로 바뀌게 된다.

김혜림이 전사한 시빌에게서 반전 화살을 전해 받은 모양이다.

강현은 빙백검을 위로 휘둘러 마나 폭검을 펼쳤다.

그랜드 소드가 부서지면서 누런 마 나 파편이 몽환조의 부리를 향해 날 아갔다.

파파파밧!

몽환조는 눈과 부리를 닫으며 얼굴 로 마나 파편을 받아 냈다.

마나 파편이 몽환조의 실드에 부딪 치며 사라졌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강현의 관통 스렛이 발동하며 몽환 조의 얼굴에 깊은 검상을 남겼다. 예기치 못한 타격을 입은 몽환조가 부리를 과악 닫으며 위로 날아올랐 다.

감각이 반전된 것에 익숙해졌는지 삽시간에 어둠 속에 녹아들며 모습 을 감췄다.

먼 상공에서 뒤늦게 몽환조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꾸륵! 꾸르륵!”

굵직한 울음소리가 높은 톤으로 연 이어 울리며 검상의 고통이 메아리쳤다.

비둘기에게 테너 연습을 시키면 이 런 울음소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더불어 방금 걸로 몽환조의 특징을 알아냈다.

같은 그랜드 마스터급 공격인 김혜 림의 공격은 튕겨 나왔고,강현의 공격은 먹혀들었다.

무적이나 공격무효화 능력이었다면 공격이 아예 증발했을 거다.

그게 의미하는 바는 분명했다.

몽환조는 반사 실드를 지니고 있는 게 틀림없다.

'반사 데미지가 느껴지지 않은 건 쉐도우 리퍼의 외갑 때문이겠지. 반 사 실드를 뚫는 건 어렵지 않아. 남은 관문은 녀석의 위치를 알아내는 것과 공중에 떠 있는 녀석을 어떻게 공격하느냐로군.’

어둠을 밝힐 수 있는 수단은 있었 다.

세이아나와 루나가 썬더 크래쉬로 곳곳에 번개를 떨어뜨려 그로 인해 발생하는 섬광으로 몽환조의 위치를 찾아내면 된다.

세이이나와 루나도 그 정도는 금방 떠올려 냈는지 지시하기도 전에 스 킬을 시전했다.

“썬더 크래쉬!”

“씬더 크래쉬!”

사방에 뇌운이 생겨나면서 얇은 번 개 줄기가 떨어졌다.

위력이 너무 강하면 되려 시야를 방해할 수도 있으니 일부러 위력을 약화시킨 것이었다.

마치 곳곳에 빛의 기둥을 세운 양, 본의 아닌 일루미네이션이 펼쳐졌 다.

빛은 어둠의 농도를 낮추었고,아 득히 먼 곳에서 날개를 퍼덕이는 몽 환조의 전신이 희미하게 아른거렸 다.

몸집은 타이탄급 정도 될까.

잿빛 깃털과 검은 부리,얼굴에는 오지 원주민의 페이스 페인팅을 닮 은 문양이 그러져 있었다.

위치를 알아냈으니 놈을 떨어뜨리 거나,원거리 공격을 하면 된다.

그런데 멀리서 몽환조가 날개를 펼 치는 게 보였다.

마치 하피 퀸이 깃털 폭풍을 날리 기 전의 준비 동작을 보는 듯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하피 퀸은 푸른 색 마나 깃털을 소환한 반면,몽환 조는 하얀색 마나 깃털을 소환하고 있었다.

저건…… 꽤 익숙한 기운인데……?

기운의 근거를 쫓던 순간 머릿속에 낯익은 얼굴이 떠올랐다.

그 정체를 알아첸 즉시 강현이 황 급히 옆으로 뛰며 소리쳤다.

“소멸의 기운이야! 다들 흩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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