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189화 (189/381)

189화

강현의 발치에 고메즈의 머리가 뒹 굴었다.

목을 잃은 몸뚱이가 홀러내리는 피 로 벌겋게 물들며 쓰러졌다.

강현은 빙백검의 빙결 오오라를 이 용하여 고메즈의 시체를 꽁꽁 얼렸 다. 그러곤 전투의 여파로 인해 깊 게 파인 구덩이 속에 고메즈를 시체 를 옮겨 넣어서 묻었다.

예우 차원에서 한 일이라기보단 확 실하게 마무리하기 위함이었다.

더불어 고메즈가 죽으면서 허공에 떠 있던 냉기의 사신이 사라졌다.

“딱 알맞게 던전을 클리어했군.”

고메즈에게 냉기의 사신이 붙은 건 탑 포인트가 3만을 넘겼기 때문이 다.

통상적인 흐름이라면 결코 지금 냉 기의 사신이 소환될 리 없다.

14층 웨이브의 길 클리어 당시에 겨우 누적 탑 포인트가 2만을 넘어 갔다.

그걸 고작 같은 층의 던전의 길을 클리어한다고 바로 1만 포인트가 더 누적될 리 없다.

근데 이처럼 보란듯이 냉기의 사신 이 소환되었지 않은가.

이유는 단순하다.

강현,루나,김혜림,세이아나,엘 리스.

총다섯명이 w층 좌판에서 산 ‘탑 포인트 보너스 가호’를 붙인 채 로 클리어 했기 때문이다.

탑 포인트 보너스 가호로 인해 다 섯 명 전부 탑 포인트가 20배로 증 가했고,한 사람당 100포인트를 얻 을 것이 2, 000포인트씩 얻어서 단숨 에 1만 포인트가 넘게 쌓인 것이다. 고메즈가 다수의 공략자들을 죽인 것을 확인한 순간 보너스 가호를 이 용할 생각을 떠올린 강현이다.

그래서 화력 지원을 해 줄 인원을 굳이 공략으로 돌린 거고 말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리잔에서 세이 아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던전 클리어했어! 당장 그쪽으

로 가서 지원사격 할게!

“이미 끝났어. 출구에서 보자고.”

- 정말이야? 결국 고메즈까지 정 리했네. 한동안 카니발이 크게 들썩 이겠어.

“귀찮아질 일은 없어. 뒷일은 걱정 말고 전설급 웨이브 공략에 집중 해.”

하피냐,하시모토,고메즈.

무려 3명의 지역장이 한꺼번에 죽 었다.

당연 이들의 죽음은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거다.

하지만 아무도 강현이 죽였다고는 알아차리지 못할 거다.

하피냐는 던전 공략 중에 죽었으

며,하시모토는 고메즈가 죽였다.

고메즈의 경우는 하시모토를 죽일 정도로 분노에 미친 자였으니,세이 아나가 고메즈의 불안정한 정신 상 태를 감안하여 척살했다고 보고하면 될 일이다.

아들을 잃어 시름에 잠긴 장로회 회장으로선 세이아나에게 포상을 내 리면 내렸지 의심하진 않을 거다. 강현에 대해서도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게 분명하다.

강현이 세 지역장을 죽였다는 게 알려진다면 척살대상 1순위가 될 것 이나,이번처럼 교묘하게 위장한 경 우엔 강현에게 신경 쓸 시간에 세 지역장의 후임을 뽑는데 신경을 쏟을 거다.

‘전설급 웨이브도 절반이 남았군. 정리해야 할 건 다 정리했으니 되도 록 빨리 공략했으면 하는데 말이 지.’

강현은 무심하게 고메즈가 묻힌 곳 을 뒤로하며 출구로 향했다.

*

출구에서 나오자 15층으로 올라가 는 나선 계단에 들어서게 되었다. 나선 계단 초입 부근에서 김혜림과 루나,세이아나,엘리스가 강현을 기 다리고 있었다.

강현의 무사함을 확인한 김혜림이

헤실거리며 강현에게 다가섰다.

“보고 싶었어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따라오는 건 여전하군.”

“그래야만 잡을 수 있는 남자잖아 요.”

“어차피 볼일만 마치면 돌아가려 했었어. 무리해서 올 필요 없었는데 말이지.”

“리스크가 크면 보상도 큰 법이죠. 그렇게 가르쳐 준 건 강현 씨예요.”

못 보던 사이 몰라보게 늠름해졌 다.

헤어지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조금 은 앳된 티가 났었는데 지금은 언행 에서 여유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김혜림은 두 팔을 양쪽으로 벌리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안아도 되죠?”

“남사스러운 짓 하지 마.”

“리스크를 감수했으니 보상이 있어 야죠. 포옹이면 싸게 먹히는 편이라 고 생각하는데 말이죠.”

아마 마음 같아서는 당장 껴안고 싶을 거다.

강현이 과도한 스킨십을 꺼려 한다 는 걸 알기에 참고 있을 뿐.

그녀가 이성적으로 배려해 주고 있 다면 강현도 이성적으로 대하는 게 응당 옳은 일일 터.

강현은 김혜림의 허리에 오른팔을 두르며 그녀를 강하게 당겼다.

김혜림의 작달 만한 몸집이 강현의 품에 쏘옥 들어왔고, 동시에 강현의 왼손이 김혜림의 머리를 끌어안았 다.

로브 너머로 서로의 체온이 희미하 게 전해지는 가운데 강현이 입을 달 싹였다.

“어쩔 수 없군.”

말을 하는 강현의 입가에 옅은 미 소가 어렸다.

그의 맞은편에 서 있던 세이아나와 엘리스,루나의 눈에는 강현의 미소 가 똑똑히 보였다.

여기까지 오면서 미소라곤 일절 보 여 주지 않던 남자다.

그런 사람이 한 사람만을 위한 미

소를 짓고 있다.

세이아나는 조용히 몸을 돌려 위로 향하는 계단을 밟았다.

“엘리스,루나. 먼저 올라가자.”

루나도 엘리스도 분위기 파악을 못 하는 건 아니었기에 말없이 계단을 올랐다.

얼마쯤 계단을 올랐을 즈음,엘리 스가 조심스레 세이아나에게 말을 붙였다.

“임자가 있다는 말 정말이었네요. 그래도 카니발에선……

“그쯤 해 둬. 난 그럴 마음 없어.”

“하지만……

“보니까 새삼 실감하게 되더라고. 완전히 한 사람만 보는 눈빛이었어.

반 장난 삼아 끼어드는 건 예의가 아니지. 그보다 우린 먼저 올라가서 해야 할 일이 있잖아?”

해야 할 일이란 다름 아닌 죽은 부하들을 추모하는 일이었다.

보통 지역장에게 있어 디스트로이 란 소모품에 불과하다.

쓰고 나면 다시 뽑으면 될 일이고, 디스트로이가 되고 싶어서 안달난 사람은 많다.

하지만 세이아나에게 있어 그녀의 부하들은 친구나 다름없는 사람들이 었다.

바라던 대로 세이아나를 위해 싸우 다가 죽었으니 후회 없이 눈을 감았 을 테고,세이아나 역시 그들이 소임을 다했다고 여기기 때문에 굳이 감상에 젖진 않았다.

그저…… 수고했다는 의미로 꽃 한 송이 정도는 꺾어 줘야 하지 않겠는 가.

세이아나는 두 토막 난 메모라이즈 스태프를 과악 쥐며 계단을 올라갔 다.

‘상대가 조금 특출 난 능력이 있는 정도로 부하를 잃고 말았어. 나도 아직은 멀었다는 거겠지. 좀 더 분 발해야겠어.’

예상치 못하게 디스트로이를 모두 잃었고,화력 중심의 전투 방식에서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메모라이즈 스 태프까지 잃었다.

어떻게든 재정비를 할 시간이 필요 하다.

다행히 강현이 손을 써 준 덕분에 커뮤니티 본부에서 세이아나의 배신 을 알 수 없게 되었다.

원래 예정대로 전설급 웨이브 공략 이 끝나자마자 커뮤니티 탈퇴를 선 언했다면 재정비 시간도 없이 바쁘 게 움직여야 했을 거다.

세이아나는 나름대로 자신이 어떻 게 움직여야 할지 궁리하며 15층 휴식 공간으로 들어갔다.

한참 동안 강현에게 안겨 있던 김 혜림은 그의 가슴에 얼굴을 기대며 말했다.

“확실시 더미보단 실물이 낫네요.”

분위기를 타고 고개를 아래로 내리 던 강현이 방향을 틀어 고개를 위로 들었다.

김혜림에게 자신의 모습을 닮은 더 미를 준 것까진 기억난다.

내전에서 밀릴 경우 쓰라고 준 물 건이니까.

여러 번 쓸 수 있는 물건이 아닌 만큼 한 번 쓰고 폐기했을 거라 여 겼다.

헌데 마치 더미를 안아 본 것처럼 말하지 않은가.

강현은 김혜림의 어깨를 잡아 그녀 를 떨어뜨리며 무뚝뚝한 투로 말했 다.

“혹시나 해서 묻는 거다만 내 더미 는 폐기처분했겠지?”

“헤헤,당연히 안 했죠.”

“달리 쓸모도 없을 텐데?”

“쓸모가 없긴요. 잘 때 안고 자면

얼마나 좋은데요. 조금 차가운 게 흠이지만요.”

강현은 단호하게 손을 내밀었다.

안 그래도 무뚝뚝한 표정을 더욱 딱딱하게 굳힌 채로 말이다.

“더미 내놔.”

“어디에 쓰려고요?”

“폐기해야지.”

“아? 난 또 어딘가 쓸 줄 알았네. 잠시만요. 꺼내서 줄게요.”

“의외로 순순히 넘겨주는군.”

김혜림은 더미를 꺼내고는 애시드 애로우를 쏘았다.

애시드 에로우가 적중하면서 더미 가 삽시간에 녹아내렸다.

강현에게 껍낍함을 느끼게 할 바에 는 제 손으로 없애는 게 낫다는 양 거침없이 없애 버렸다.

더불어 김혜림이 매력적인 미소를 내비치며 말하길.

“이제는 더미가 아닌 실물을 안으 면 되니까요.”

*

김혜림과 함께 15층으로 올라가자 약식으로 추모식을 올리는 세이아나 일행이 보였다.

강현은 그녀들과 같이 간단하게 그 녀의 부하들이 좋은 곳으로 가길 기 도해 주었다.

이어서 15층 좌판을 확인했다.

[커즌즈의 탑 15층 좌판]

-특수몬스터 제거 포션(수량 1개)

: 5만 CP

-치료 포션(수량 30개) : 10만 CP

-마나 포션(수량 30개) : 10만 CP

-누적 탑 포인트 초기화(수량 1개)

: 300만 CP

-커즌즈의 탑 공략시간 1일 추가 (수량 5개) : 500만 CP -개인 마켓 스렛 포인트 10퍼센트할인권(수량 1개) : 1,500만 CP

-비밀방 열쇠 조각(수량 1개) : 0

CP

11층에서 14층까지 주파하며 얻은 보구의 대부분을 해체해서 2, 300만 CP를 추가로 획득했었다.

그리고 남아 있던 1,300만 CP와 합쳐 3, 600만 CP7} 남아 있었다. 거기에 11층에서 14층까지 공략하 며 모은 탑 포인트 2, 400을 모두 환전하여 2, 400만 CP를 추가하였 다.

그리하여 강현의 수중에는 총합

6, 000만 CP가 있었다.

좌판에 있는 모든 물건을 사고도

CP가 남을 테지만 그래도 효율적으 로 구매해야 하지 않겠나.

강현은 좌판의 물품을 스윽 둘러보 곤 ‘특수몬스터 제거 포션’,‘치료 포션’,‘마나 포션’,‘누적 탑 포인트 초기화’,‘개인 마켓 스렛 포인트 10 퍼센트 할인권’,‘비밀방 열쇠 조각’ 을 샀다.

물건 구입을 마친 강현은 여자들이 있는 곳으로 되돌아가선 향후 일정 을 논했다.

“오늘은 여기서 하룻밤 보내고 내 일 아침 일찍 공략을 재개하는 걸로 하지. 세이아나,그쪽 인원이 줄었으 니 김혜림과 함께 가도록 해. 그러 고 보니 둘이 통성명은 했나 모르겠군.”

“아까 14층 던전 공략하면서 서로 대화 나눴어. 말하다 보니까 히든 시스템에 대해서 설명해 주게 됐는 데 괜찮지?”

“지금에 와선 상관없겠지. 김혜림, 미리 들있겠지만 우린 여기 전설급 웨이브를 끝까지 공략해야 해. 난 웨이브의 길로 갈 테니까 넌 세이아 나를 따라서 던전의 길로 가도록 해.”

김혜림은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들며 대답했다.

“문제없어요.”

그 외에 웨이브 내에서의 주의사항 이나,특수몬스터가 나타났을 때의 방침,누적 탑 포인트 조절 방식 등 을 결정한 후 대화를 마무리했다. 강현은 15층의 휴식 공간에 모닥 불을 피우고 모포를 꺼냈다.

그사이 여성진은 수건과 갈아입을 옷을 챙겨 어디론가 갈 준비를 했 다.

“강현 씨,냇가에서 씻고 올게요. 조금 오래 걸릴 것 같은데 저녁 준 비 부탁드려도 될까요?”

“그러지.”

“아니면 아예 같이 갈래요?”

“……다녀오기나 해.”

“네?”

김혜림은 세이아나,루나,엘리스와 함께 수다를 떨며 냇가로 향했다.

만난 지 얼마 안 됐건만 벌써 친 해진 듯하다.

루나도 처음에는 김혜림을 경계하 는가 싶더니 어느샌가 잘 따르고 있 었다.

처음 만난 사람과 금방 거리를 좁 히는 것.

그것도 재주라면 재주일 테지.

한데 잠시 후였다.

빽빽하게 자라나 있는 나무 너머에 서 폭발음이 들려왔다.

퍼영! 과앙! 퍼버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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