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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는 플레이어-188화 (188/381)

188화

루나의 스노우맨이 세이아나를 안 전거리까지 이동시켰다.

그리고 일정 시간이 지나자 고메즈 에게 걸린 스킬이 풀린 듯 그녀가 편히 움직였다.

강현은 고메즈 따윈 안중에도 없다 는 양 김혜림부터 바라보았다. 그녀를 보는 강현의 눈빛에 여태껏 보이지 않던 부드러움이 담겨 있었 다.

“결국 따라왔군.”

김혜림은 저도 모르게 함박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맞닥뜨렸기에 뭐라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눈가를 촉촉하게 적시며 강현과 마주 보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회포를 풀기엔 상황이 여의 치 않았다.

소멸의 기운이 담긴 장창 한 자루 가 날아들었기어L

강현은 수정 스렛의 효과로 장창을 비껴 냈다. 그리고 절벽 아래에 있 는 고메즈를 내려다보았다.

고메즈도 고개를 들어 강현을 노려 보았다.

“감히 코앞에서 날 무시하다니 배 짱 두둑한 건 여전하구나.”

“한 번 당하고도 또 당하러 왔나? 보기와 다르게 취향이 독특하군.”

“이번에는 도망칠 수 없을 거다.”

“너도 도망칠 수 없는 건 마찬가지 지.”

강현은 빙백검을 단숨에 뽑아내며 마나폭검을 전개했다.

빙백검에 맺힌 그랜드 소드가 부서 지면서 고메즈를 향해 쇄도했다. 강철도 가루로 만들 위력의 공격이 건만 고메즈는 꿈쩍도 않고 서있었 다.

그 여유를 증명하듯 마나 파편은 고메즈의 몸 주위에 피어오르는 소 멸의 기운에 닿자마자 눈 녹듯 사르 르 사라졌다.

고메즈가 예전에 블루워터 마운틴 에서 강현이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 주었다.

“쫄면 지는 거라 했었던가? 같잖은 공격이라 겁은커녕 하품조차 나오지 않는구나.”

고메즈가 도발을 하든 말든 강현은 머릿속으로 소멸 부여 스킬을 분석 했다.

‘빙백검의 마나 동결 효과,엘리멘 탈 수 속성 효과 둘 다 적용되지 않고 있어.’

두 가지 모두 상대방에게 공격이 닿아야만 효과가 발동하는 기술들이 다.

마나 동결 효과가 발동하지 않았다

는 건 공격이 닿지 않는다는 뜻이 된다.

더하여 관통 스렛의 효과도 작용하 지 않은 듯하다.

‘공격 자체가 통째로 소멸됐으니 관통할 데미지 또한 발생하지 않았 다 이건가.’

소멸의 기운이 몇지 않는 이상 고 메즈에겐 손끝 하나 건드릴 수 없는 것 같다.

확실히 세이아나와 김혜림이 고전 을 면치 못할 만도 하다.

강현은 협곡 곳곳에 널브러져 있는 시체를 보곤 입을 열었다.

“김혜림,여기 있는 시체들은 고메 즈의 짓이겠지?”

“네,전부 고메즈가 죽였어요. 반은 세이아나 지역장의 부하들이고,나 머지 반은 제가 포섭한 고메즈의 부 하들이 에요.”

“하고 싶은 얘기가 많겠지만 고메 즈를 처리하고 난 후에 듣도록 하 지.”

“물론이죠. 오랜만에 강현 씨의 지 시를 들을 생각을 하니까 설레네 요.”

강현은 품에서 다섯 개의 가호를 꺼내어 그중 한 개를 자신에게 붙였 다.

그러고 나서 나머지 네 개는 김혜 림에게 주었다.

“너 포함해서 전부 다 이걸 붙여

둬.”

“그다음은요?”

“이곳 던전을 클리어 해. 고메즈는 내가 붙잡아 두지.”

“최대한 빨리 공략해 볼게요. 뭐 강현 씨라면 공략전에 처리해 버릴 지도 모르겠지만요.”

“말솜씨가 늘었군.”

“훗,저도 그동안 놀고만 있던 건 아니니까요.”

강현은 신속한 이동을 위해 라이를 소환해 주었다.

라이가 김혜림과 루나를 등에 태우 며 세이아나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동시에 강현은 겹쳐져 있는 바위를 계단 삼아 고메즈가 있는 협곡 아래로 내려갔다.

고메즈는 강현을 제외한 사람들이 멀어지는 걸 보곤 어이없다는 듯 말 했다.

“네놈 혼자 날 상대할 수 있을 성 싶더냐?”

“머리가 나쁘군. 할 수 있으니까 남은 거란 생각은 안 드나?”

“오냐,네가 얼마나 경솔한 생각을 했는지 깨닫게 해 주마!”

강현이 땅바닥에 채 내려가기도 전 에 고메즈가 움직였다.

그는 근처의 너럭바위를 발판 삼아 뛰어오르며 강현을 향해 건틀릿을 내질렀다.

두 사람의 신형이 바위더미 중앙에

서 겹쳐졌다.

강현은 허리를 뒤로 젖히며 아슬아 슬하게 건틀릿을 피해 냈다. 그러곤 빙백검을 왼손으로 옮기며 빈 오른 손에 제왕의 화염검을 소환했다. 소멸의 기운이 마나로 이루어져 있 다면 제왕의 화염검으로 태울 수 있 을 거다.

화염검의 검날을 이루고 있는 거센 불꽃이 소멸의 기운과 부딪쳤다.

화르륵! 사르륵!

화염검의 검날이 일순 소멸의 기운 에 파고드나 싶었으나 금세 사그라 들고 말았다.

소멸의 기운에 담긴 마나를 태우기 도 전에 제왕의 화염검이 먼저 소멸되고 만 것이다.

공격이 실패하면서 강현의 자세가 흐트러졌다.

그 틈을 타서 고메즈가 건틀릿을 짝악 펼치며 강현의 목을 움켜잡으 려 했다.

“말했지 않으냐. 경솔했다고.”

강현은 위치 되감기로 고메즈의 사 정거리에서 벗어났다.

강현의 몸이 1분 전의 위치인 절 벽 위로 되돌아갔다.

고메즈는 다 잡은 물고기를 놓친 양 입맛을 다셨다.

“쥐새끼답게 도망치는 것 하나는 일품이군.”

“그쪽은 허공에 헛손질하는 것 하

나는 장인급이고 말이지.”

“날 잡겠다고 장담한 건 허세였느 냐. 어서 덤벼 보거라!”

고메즈가 계단처럼 겹쳐져 있는 바 위를 훌쩍 뛰어오르며 강현에게로 뛰어들었다.

강현은 제왕의 화염검을 해제하며 빙백검으로 마나폭검을 날렸다. 그러나 아까 전에도 소용없다는 게 증명된 공격이다.

고메즈는 소멸의 기운으로 받아 낼 생각으로 마나 파편을 막는 시늉조 차 하지 않았다.

“쯧쯧,원숭이도 학습 능력이란 게 있거늘.”

고메즈의 비웃음은 오래가지 못했

다.

마나폭검으로 생성된 마나 파편들 이 고메즈 본인이 아닌,고메즈가 밟으려고 했던 바위에 적중했다.

쿠쿠쿠쿵!

바위가 산산조각 나면서 고메즈가 밟아야 할 발판이 사라졌다.

강현의 수를 예상치 못한 고메즈가 균형을 잃고 바위 아래로 굴러 떨어 졌다.

이어서 강현은 절묘하게 마나 파편 을 날려서 겹겹이 쌓인 바위의 균형 을 무너뜨렸다.

과르르르!

한 덩치 하는 바윗덩이들이 연이어 추락하면서 고메즈를 덮쳤다.

과르르릉! 광광!

삽시간에 바윗덩어리들이 고메즈를 뒤덮고 그 자리로 바위 무덤이 솟아 났다.

교묘하게 지형지물을 이용하여 상 대에게 돌무덤을 안겨다주었다. 어지간한 사람은 저승행 티켓을 끊 고도 남을 만한 공격이었다.

그러나 곧 바윗덩이가 하나둘 소멸 하고,고메즈가 모습을 드러냈다. 여전히 그는 상처 하나 없었다.

고메즈는 몸을 일으키며 호두 크기 의 돌멩이 두 개를 쥐었다.

버릇대로 돌멩이를 맞물리자 소멸 의 기운이 작용하며 호두 깨듯 돌멩 이가 부서져 내렸다.

동시에 고메즈가 미친 자마냥 광소 했다.

“크하하하! 얼마 만에 이런 고양감 을 느끼는지 모르겠구나. 즐겁구나 즐거워.”

“자신의 취향을 되돌아보는 걸 추 천하지.”

강현은 아공간 주머니에서 오르골 하나를 꺼냈다.

커즌즈 탑 6층에서 얻었던 ‘오르골 : 악사의 노래’란 소모품 보구였다. 오르골의 소리를 듣는 자는 사용자 본인을 포함하여 전원 스킬 및 보구 능력이 30분 동안 봉인된다.

스킬과 보구 능력이 모두 봉인된 상태에서 싸운다면 각성 스렛 효과를 가지고 있는 강현이 더욱 유리했 다.

강현은 오르골 태엽을 감은 후 로 브 안주머니에 넣었다.

오르골 소리가 넓게 울려 퍼지며 강현과 고메즈의 귀를 간지럽혔다.

띠리링? 띠링~ 띠잉~

오르골의 효과가 강현과 고메즈 양 측 모두에게 적용되었다.

강현은 눈에 띄는 변화가 없었지만 고메즈는 온몸에 둘러져 있던 소멸 의 기운이 사라졌다.

보구 또한 사용할 수 없게 되니 오르골이 일으킨 봉인 능력에서 벗 어날 수도 없다.

이제는 고메즈도 즐기듯 웃을 수

없으리라.

그리 생각하던 찰나.

고메즈가 돌발행동을 벌였다.

“원숭이치곤 좋은 물건을 가지고 있군. 봉인 열쇠는 이미 써 버렸 고…… 소리로 효과가 적용되는 물 건이라면……

고메즈는 건틀릿을 벗어선 검지를 세웠다.

무엇을 하려는지 대강 알 것 같다.

예상은 되는데 설마 그렇게까 지?.

푹!

순간 고메즈가 전혀 망설임 없이 세운 손가락을 자신의 귀에 쑤셔 박 았다.

푸욱!

스스로 고막을 찢어 버린 건가. 확실히 소리 때문에 스킬 발동과 보구 사용에 제약이 생긴다면 듣지 않아 버리면 되는 일이다.

그러나 보통 저렇듯 대담하게 스스 로를 상처 내기란 쉽지 않다.

스스로 부상을 입힐지언정 꼬리를 말진 않겠다는 전의가 전해져 왔다. 고막이 찢어지면서 핏물이 고메즈 의 귓구멍에 들어찼다.

그로 인해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됨으로써 오르골의 효과를 자체 차 단하게 되었다.

고메즈의 몸 주변에 다시금 소멸의 기운이 둘러졌다.

고메즈는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데 강현만 사용하지 못하면 승부의 무 게추가 확 기울게 된다.

스스로 고막을 찢은 판단은 좋았으 나 강현으로선 그저 오르골을 부수 면 그만이었다.

강현은 안주머니에서 오르골을 도 로 꺼내어 밟아 부쉈다.

과작!

곡이 끝나기 전에 오르골이 파괴되 자 그 효과도 덩달아 사라졌다.

“집념 하나만큼은 인정해 줘야겠 군.”

이기기 위해 과도한 리스크도 마다 하지 않는다.

커뮤니티 상부의 지시를 무시하고,

앞을 가로막는 동료를 죽이며,스스 로 부상을 입히는 것에도 주저가 없 다.

몇 가지 점에서는 자신과 비슷한 개성들이 있었다.

타인의 절망을 즐긴다는 점만 아니 었다면 마음이 잘 맞았을지도 모른 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사족이며, 해 봐야 소용없는 상상에 불과하다. 그가 오로지 강현의 목숨만을 목적 으로 삼고 있는 이상 피를 흘리고 뼈를 깎으며 쓰러뜨릴 수밖에.

고메즈는 절벽 위에 있는 강현을 보며 입술을 달싹였다.

“올라가는 길이 사라졌구나. 허면

내가 올라갈 게 아니라 네놈을 끌어 내리는 게 빠르겠지.”

아까 강현이 겹쳐져 있던 바위를 무너뜨리면서 절벽 위로 올라가는 길이 사라졌었다.

고메즈는 새로이 장창 한 자루를 꺼내 소멸의 기운을 부여했다. 그러 곤 장창을 위로 던졌다.

헌데 장창이 향한 방향은 강현 쪽 이 아닌 고메즈의 머리 위쪽이었다. 장창이 허공에 붕 떴다가 창날이 아래쪽으로 기울며 고메즈의 정수리 로 떨어졌다.

동시에 별안간 강현과 고메즈의 위 치가 바뀌었다.

‘내가 아래고,녀석은 위로……. 서

로 위치를 바꾸는 스킬인 건가.’ 강현은 자신이 절벽 아래로 이동했 음을 인지하곤 얼른 몸을 옆으로 날 렸다.

직후 강현이 서 있던 자리에 소멸 의 기운이 맺힌 장창이 떨어졌다. 위치가 교체되기 직전 고메즈가 던 졌던 장창이었다.

퍼석!

한편 절벽 위로 올라간 고메즈는 주저 없이 절벽 아래를 향해 뛰어내 렸다. 그리고 허공에서 데릭로우스 를 소환하여 위에 올라탔다.

데릭로우스가 절벽 중앙을 박차며 낙하 충격을 한번 완화시켰다.

이에 더해 그로 인해 생긴 반발력

으로 단숨에 강현을 덮쳤다.

“크워어영!”

강현은 빙백검에 그랜드 소드를 부 여하고 데릭로우스를 반 토막 내 버 렸다.

거기까진 좋은데 그다음이 문제였 다.

세로로 양분되는 데릭로우스의 육 체 사이로 소멸의 기운이 맺힌 건틀 릿이 불쑥 튀어나왔다.

허공을 수놓는 데릭로우스의 핏방 울 사이로 고메즈의 비릿한 조소가 드러났다.

“충분히 즐거웠으니 감사의 의미를 담아 고통 없이 죽여주마.”

이만큼 즐겼으면 굳이 절망적인 표

정을 감상할 것도 없다.

강현을 죽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지복의 순간을 음미할 수 있을 터. 그런데 건틀릿이 뻗어 나가는데도 강현은 몸을 빼긴커녕 반격할 자세 를 취하고 있었다.

드디어 피할 수단이 떨어졌나 보 군.

발악하는 꼬락서니하고는.

고메즈는 승리를 직감했다.

한데 바로 그때 강현의 입이 뻐끔 거렸다.

아주 단순한 한 마디였기에 입모양 만으로도 어떤 말을 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잘 가라.’

그 순간,건틀릿에 둘러져 있던 소 멸의 기운이 증발하듯 사라져 버렸 다.

뿐만 아니라 몸 주변에 둘러놓았던 소멸의 기운까지 통째로 사라지고 없었다.

고메즈는 스산한 기운이 목덜미를 타고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등 뒤에는 얼어붙은 낫을 든 사신이 서있었다.

사신의 존재를 인지한 순간 고메즈 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쳐 지나갔다.

“이,이놈은 뭐야? 언제부터…… 대체 어떻게……

왜 사신이 붙어 있는지 몰라도 사 신 때문에 소멸 부여 스킬이 봉인된 것만은 확실했다.

다시 아래를 보니 빙백검이 날아들 고 있었다.

고메즈는 자신의 목을 향해 날아드 는 빙백검을 보곤 욕지거리를 내뱉 었다.

“빌어먹을!”

빙백검에 맺힌 그랜드 소드가 크게 넘실거리며 고메즈의 목을 베어 냈 다.

서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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