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186화 (186/381)

186화

이번 전설급 웨이브 공략에 소집된 지역장은 세이아나,하피냐,하시모 토 총 3명이다.

그런데 소집령이 떨어지지 않은 고 메즈가 이곳에 나타났다.

커뮤니티 본부에서 그에게 내린 근 신 명령을 무시하고 이곳까지 나타 난 것이다.

커뮤니티 내에서 하시모토도 망나 니 축에 속하지만 고메즈는 그보다 더한 망나니다.

아니,정확하게 말하면 망나니보단 악질 그 자체라 해야 옳았다. 제아무리 하시모토라도 그의 기분을 거스른다면 충돌을 면치 못할 거 다.

드뷔레는 최대한 조리 있게 상황을 넘기고자 했다.

“고메즈 지역장님,오랜만에 뵙습 니다.”

“새끼 원숭이에게 지역장 자리를 빼앗긴 머저리 아니더냐. 그런 주제 에 녀석 밑에서 일하다니 비위 한번 좋군.”

“저……. 고메즈 지역장님,하시모 토 지역장님의 상태가 좋지 않으시 니 차별적인 발언은 삼가 주시는 게……

드뷔레는 말을 포장하여 중재를 하 고자 했으나,고메즈가 그 뜻을 따라 줄 리 없었다.

고메즈에게 중재가 먹힐 정도의 서 열 관념이 서 있었다면, 애초 커뮤 니티 본부에서 내린 근신 명령을 지 켰을 것이었다.

하지만 고메즈는 보란 듯이 눈앞에 있고 제멋대로 혀를 놀렸다.

그리고 당연히 코앞에서 신랄하게 뱉어 내는 비아냥을 듣지 못할 하시 모토가 아니었다.

하시모토가 이마에 핏대를 세우며 고메즈를 노려보았다.

“썩은 내 나는 아가리를 놀리는 건 여전하구나,고메즈. 원한다면 당장 그 냄새 나는 입에 모래를 쑤셔 넣 어 두 번 다시 아가리를 놀리지 못하게 해 주마.”

“새끼 원숭아,사는 게 어지간히도 지겨웠나 보구나. 가만히 있으면 목 숨이라도 부지할 수 있을 것을 제 스스로 명을 재촉하는구나.”

고메즈가 착용한 건틀릿 주변으로 하얀빛이 아른거렸다.

여차하면 소멸 부여가 된 건틀릿을 뻗을 기세다.

하시모토도 팔목에 찬 세븐즈 링에 마나를 부여했다.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맴도는 가운 데 하시모토가 말했다.

“근신 처분을 무시하고 여기에 온 이유가 뭐냐? 반성의 의미로 공략 지원을 하러 온 건 아닐 테지?”

“요즘 내가 누구를 쫓고 있는지 모 롤 리 없을 텐데?”

고메즈가 강현에게 물을 먹은 이후 절치부심의 심정으로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다는 건 커뮤니티 내에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 그가 먼 길을 달려와 이곳 불칸에 왔다.

그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하시모토는 입꼬리를 길게 늘어뜨 리며 말을 이었다.

“최강현이 여기 있다는 헛소리를 하려는 건 아니겠지?”

“큭쿡,아직도 모르나 보군. 하긴 내가 일부러 정보를 감추긴 했다만 이리 보니 희극이 따로 없군. 내가 이럴진대 녀석의 눈에는 얼마나 웃 기게 보였을는지.”

“혼자서 뭐라고 지껄이는 것이냐?”

“세이아나와 최강현이 한패라는 뜻 이다,머저리 원숭이 놈아.”

“뭐라고?”

세이아나와 최강현이 한패?

말도 안 된다.

그녀의 옆에 최강현으로 보이는 자 는 없었다.

그나마 특이점이 있다면 세이아나 의 디스토로이 중 그녀의 남편이 있……. 아! 설마!

“그 남편이란 놈의 정체가 사실은 최강현이었던……

“눈앞에서 수배범이 대놓고 움직이 는데도 몰라봤으니 그놈 입장에선 이보다 웃긴 일이 또 있겠나.”

고메즈의 두 눈이 크게 흔들렸다. 이는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세이아나 그 계집에게 무슨 이득이 있어 최강현과 손을 잡았단 말인가? 게다가 전설급 웨이브를 공략하겠 다며 일부러 적의 진영 한가운데까 지 파고들었다고?

“개수작에 사이드 메뉴로 헛소리까 지 곁들였구나. 그딴 비정상적인 일 을 벌인다고 해서 놈에게 무슨 이득 이 있난 말이다.”

“내가 그것까지 알 필요가 있나? 그저 나한테 중요한 건 세이아나와 최강현이 여기 있다는 거지. 다시 물으마. 그 연놈들은 지금 어디 있 느냐?”

하시모토는 얼른 머리를 굴렸다.

고메즈를 웨이브에 들여보내면 세 이아나와 고메즈가 저희들끼리 치고 받고 싸울 거다.

그사이 자신은 새로이 제물을 모아 서 봉인 의식을 거행하면 된다.

수배범인 최강현은 물론이고 짜증 나는 세이아나,고메즈까지 한꺼번 에 정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계산을 마친 하시모토는 비열한 웃 음을 머금고 전설급 웨이브 보석을 가리켰다.

“세이아나 그년은 웨이브를 공략

중이다. 최강현과 함께 그년까지 족 쳐 준다면 나로선 바랄 게 없지. 얼 마든지 들어가도록.”

“이제야 말이 통하는군. 그런데 아 까 네놈이 중얼거린 말 중에 신경을 거슬리는 부분이 있었는데 말이지.”

하시모토가 웨이브 보석을 가리키 느라 팔찌를 낀 팔이 보석 쪽으로 향해 있었다.

그 틈을 노린듯 고메즈가 건틀릿을 뻗어 하시모토의 목을 움켜쥐려 했 다.

깜짝 놀란 하시모토가 다급히 실드 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소멸 부여의 효과는 실드마 저 소멸시켜 버린다.

하시모토의 실드 따윈 한순간에 소 멸되어 버릴 터.

위기 상황을 직감한 드뷔레가 하시 모토를 보호하기 급히 스킬을 전개 했다.

“위험합니다,하시모토 지역장님!”

드뷔레는 고메즈의 공격을 무력화 시키기 위해 2개의 스킬을 사용했 다.

하나는 '조건 충족’이란 기술로 발 동 조건이 필요한 A급 이하의 스킬 을 조건 없이 발동할 수 있게 해 주는 기술이다. 또 다른 하나는 '강 제무기교환’이고 말이다.

때문에 강제무기교환을 전개해도 드뷔레의 피를 묻힐 필요가 없었다.

두 개의 스킬이 연계되면서 드뷔레 가 들고 있는 장검과 고메즈의 건틀 릿이 뒤바뀌었다.

소멸 부여가 되지 않은 장검이 하 시모토의 실드를 두드렸다.

카앙!

더불어 소멸 부여가 전개된 건틀릿 이 드뷔레의 손에 들어갔다.

드뷔레가 고메즈를 제압하려면 소 멸 부여가 된 건틀릿을 바로 휘두르 기만 하면 될 일이었다.

그러나 그의 사고회로에 지역장을 공격한다는 발상은 존재하지 않았 다.

고메즈는 드뷔레가 강탈해 간 건틀 릿의 소멸 부여 효과를 풀며 미간을 찌푸렸다.

“쳇,쓸데없는 짓을.”

한편 하시모토는 벌렁거리는 심장 을 달래며 욕지거리를 씹어뱉었다.

“미친놈! 갑자기 무슨 짓이냐!”

“네놈 입으로 봉인을 운운하지 않 았더냐. 내가 웨이브에 들어가면 세 이아나와 함께 봉인시켜 버릴 작정 이렷다.”

고메즈도 장로회가 손에 넣은 웨이 브 봉인술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까 전 하시모토가 광기에 사로잡혀 나불거린 말에서 봉인 계 획을 꾀하던 도중임을 알아차렸다. 웨이브 보석과 함께 세이아나도 봉 인하려 했던 놈이 자신에게도 얼마든지 웨이브 안에 들어가란다.

고메즈 또한 같이 봉인해 버린다는 뜻이 아니면 뭐겠는가.

속내를 들킨 하시모토가 어깨를 들 썩였다.

그의 반응에서 확신을 얻은 고메즈 는 손에 쥔 장검에 새로이 소멸 부 여를 걸었다.

“원숭이가 사람 노릇을 하려 드니 문제가 생기는 거란다. 오늘 네 근 본이 어디에 있는지 똑똑히 각인시 켜 주마.”

하시모토도 잠자코 당할 수만은 없 기에 세븐즈 링을 발동했다.

한데 고메즈는 이번엔 하시모토가 아닌 드뷔레부터 노렸다.

하시모토보다 드뷔레가 더 성가시 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고메즈가 드뷔레를 향해 장검을 휘 두르며 등 뒤의 최진철에게 명령을 내렸다.

“최진철,먼저 드뷔레부터다.”

“네.”

드뷔레는 장검을 피하기 위해 이카 루스의 날개를 발동했다.

그의 등에 빛의 날개가 뻗어 나오 며 발이 바닥에서 떨어졌다.

그러나 별안간 드뷔레의 날개가 사 라지더니 본의 아니게 도로 땅으로 떨어지게 되었다.

드뷔레의 얼굴이 짙은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아까부터 왜 자꾸 스킬이 안 써지

오늘 새벽부터 계속 스킬이 봉인되 는 현상을 겪고 있는 드뷔레였다.

이카로스의 날개.

과욕의 상징이라 불리는 물건이지 만 혹자는 이리 말하기도 한다. 올라가지 못한 자의 말로.

드뷔레는 급한 대로 건틀릿에 마나 를 부여하며 전투태세를 갖췄다. 그러나 고메즈의 장검은 벌써 지척 까지 다가와 있었다.

장검이 드뷔레가 착용한 건틀릿을 소멸시킨 후,그의 실드를 증발시키 며 이윽고 드뷔레의 두 팔을 잘라 냈다.

파사삭!

소멸의 힘이 닿은 부위가 바스라지 듯 증발했다.

장검은 드뷔레의 두 팔을 앗아간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고 그의 목까 지 베어 냈다.

이내 곧 팔과 목이 사라진 시체 한 구가 무너지듯 바닥에 널브러졌 다.

그사이 하시모토는 세븐즈 링의 효 과를 이용해 헬 볼을 소환했다. 상대는 희대의 사기 스킬을 가진 고메즈이며,보좌역인 드뷔레마저도 속수무책으로 당해 버렸다.

이리된 이상 살아남기 위해선 필사 적으로 싸우는 수밖에 없지 않은가.

마나란 마나는 죄다 끌어올려 헬 볼의 덩치를 불려선 고메즈에게 내 던졌다.

“미친놈! 당장 잿더미로 만들어 버 리겠다!”

이글거리는 거대 불덩이가 고메즈 의 코앞에서 작렬하려 들었다.

고메즈는 타고 있는 데릭로우스를 발판 삼아 뛰어오르며 장검을 휘둘 렸다.

“하찮아서 하품이 나올 지경이군.”

소멸의 힘은 헬 볼에도 예외 없이 적용되었다.

장검이 닿은 부분을 중심으로 이글 거리는 불꽃이 사라지면서 한순간에 헬 볼이 사그라들었다.

스스스스!

결국 하시모토가 전력을 다해 던진 헬 볼은 주변의 천막들을 태우고 땅 을 데우는 것에 그치고 말았다.

하시모토의 낯짝이 절망을 대변하 듯 흙빛으로 물들었다.

“나,날 죽이면 장로회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꿈틀거리며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속에서 고메즈가 하시모토의 코앞에 착지했다.

고메즈는 절망 어린 하시모토의 표 정을 보곤 더할 나위 없는 희열을 느꼈다.

“걱정 말거라. 곧 두 연놈들이 따 라갈 터이니 아케론을 건너는 길이 심심치는 않을 게다.”

고메즈는 장검을 위로 들며 부들부 들 떨었다.

세이아나와 강현에게도 같은 표정 을 짓게 할 생각을 하니 흥분되어 몸이 떨릴 지경이다.

이윽고 고메즈의 장검이 아래로 떨 어지며 하시모토의 몸을 머리에서 발끝까지 차례차례 소멸시켰다.

헬 볼의 여파를 피해 진지 바깥으 로 달아나던 말단 조직원들이 사시 나무처럼 떨었다.

“고,고,고메즈 지역장님이 하시모 토 지역장님을 죽였어.”

“우,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지?”

“나,난 도망가겠어!”

말단 조직원들은 겁에 질린 나머지 무작정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있어 지금의 고메즈는 피 에 미친 학살자처럼 보였으리라.

최진철은 도망치는 이들을 보곤 고 메즈의 의견을 물었다.

“도망가게 놔두면 본부에 가서 쓸 데없는 말을 지껄일 겁니다. 미리 정리해 둘까요?”

“안 그래도 늙은 것들이 마음에 안 들던 참이었지. 이참에 다 쓸어버리 도록 하자꾸나.”

“수령께서 노발대발하진 않으실 지.”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될 일이 다.”

고메즈의 신경은 온통 강현을 죽이 는 데에만 쏠려 있었다.

고메즈는 장검을 내던지고 새로이 건틀릿을 꺼내다가 눈살을 찌푸렸 다.

로브에 하시모토의 피가 튀어 있었 기에.

“쳇,쓰레기의 피가 묻었군.”

고메즈는 불쾌함을 드러내며 로브 를 벗어 던졌다. 그 후에 무리를 이 끌고 전설급 웨이브 안으로 들어갔 다.

?

커즌즈의 탑 1층에서 탑을 오르는

2개의 길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 다.

강현과 세이아나는 양쪽으로 갈라 져서 공략하고 있을 거다.

그게 가장 효율적인 공략 방법일 테니까.

고민할 게 무에 있겠나.

찍어도 둘 중 하나는 만날 테니 한쪽부터 정리하고 다른 쪽을 찾아 가면 될 일이다.

“먼저 던전의 길로 간다. 이왕이면 세이아나 그년부터 만났으면 좋겠 군.”

맛있는 음식은 마지막에 먹어야 더 맛있는 법이다.

고메즈는 입맛을 다시며 던전의 길

로 발을 들였다.

최진철은 은근슬쩍 고메즈와 거리 를 두며 김혜림에게 귓속말을 속삭 였다.

“던전 안에 들어서면 사전에 상의 한 작전대로 행하도록.”

최진철과 김혜림이 맺은 동맹의 목 적은 어디까지나 고메즈 척살이다. 김혜림으로선 여기까지 오며 줄곧 고메즈를 봐왔기에 그가 얼마나 성 가신 상대인지 잘 알고 있다.

고메즈를 제거할 수 있다면 강현이 위험에 처할 일도 없을 거다.

강현의 안전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그녀로선 목숨 걸고 시행할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한편 최진철은 고메즈가 죽었을 때 생기는 공석을 노리고 있었다.

고메즈가 죽을 경우 그가 소유한 10성급 쉘터의 주인 자리가 공석이 된다.

지부 내의 디스트로이들이 강력히 추천할 경우,장로회에서 자격심사 를 하여 추천인을 지부장 혹은 지역 장으로 임명한다.

현재 최진철의 실력으로 보건데 바 로 지역장이 되는 건 무리이고,대 신 지부장으로서 10성급 쉘터를 위 임 받게 될 것이다.

10성급 쉘터의 지부장이면 주어지 는 CP만 차곡차곡 모아도 금방 지 역장급으로 성장할 수 있다.

‘장로 몇 명을 구워삶아 두었고, 디스트로이들도 철썩같이 날 믿게 만들어 놨어. 이제 고메즈만 없으면 10성급 쉘터를 차지할 수 있겠지. 그렇다곤 해도 내 손으로 고메즈를 죽일 순 없는 노릇이야. 김혜림이 알맞게 나타나 준 게 행운이라면 행 운이라 할 수 있겠군.’

최진철은 고메즈의 디스트로이들 사이에서 인품과 능력이 모두 뛰어 난 사람으로 통하고 있다.

허나 직접 고메즈를 죽이게 되면 여태껏 쌓아 온 인품이고 뭐고 그저 배신자에 불과하게 된다.

그리될 경우 지부장 추천을 받을 수 없다.

그래서 남의 손을 빌려 고메즈를 죽여야 하는데,그를 위해 김혜림과 동맹을 맺은 것이었다.

고메즈가 강현이나 세이아나와 싸 우느라 정신이 팔려 있을 때,최진 철이 고메즈의 소멸 부여를 봉인해 주고 김혜림이 활을 쏘아 고메즈를 죽인다.

그 이후에 디스트로이들의 목숨을 아낀다는 명목으로 물러나면 디스트 로이들의 존경심은 더욱 깊어질 거 고,지부장 추천을 받기 더 쉬워질 거다.

‘아직 작전이 성공한 것도 아닌데 너무 들떠 버렸군. 김혜림이 중간에 마음을 바꿀 가능성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 되겠지.’

서로 이해관계가 일치한다고는 하 나 완전히 신뢰할 순 없는 노릇이었 다.

최진철은 긴장감을 유지하며 고메 즈를 따라 위로 올라갔다.

위로 돌아갈수록 공략의 흔적만 남 아 있을 뿐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9층,10층,11층……. 이윽고 14층 에 다다랐을 때.

던전의 길 14층으로 들어가는 문 에 이리 적혀 있었다.

[커즌즈 탑 14층 던전 (6/35)]

안에 6명의 사람이 공략 중이라는

걸 의미하는 문구였다.

고메즈는 선물상자를 앞에 둔 양 기대감이 팽배한 모습으로 문을 열 었다.

“드디어 따라잡았군. 어떤 놈을 먼 저 죽이게 될지 기대되는구나.”

문이 열리면서 문 안쪽의 마나기류 가 고메즈 일행을 빨아 당겼다.

던전 안쪽에 들어서니 그랜드 캐니 언을 연상케 하는 넓은 협곡이 시야 에 들어왔다.

구불구불 미로처럼 펼쳐진 협곡 사 이로 폭발음이 메아리치고 있었다.

퍼병! 퍼영!

그가 서 있는 절벽 바로 아래에서 은발의 여성이 거대한 도마뱀을 상대로 파이어볼을 날리고 있었다.

고메즈는 은발 여성을 알아보곤 코 웃음을 쳤다.

“바라던 대로 최강현은 마지막에 죽일 수 있겠군.”

고메즈가 장창을 꺼내 들며 소멸 능력을 부여했다. 그러곤 절벽 아래 에 있는 세이아나를 향해 힘껏 던졌 다.

휘잉!

장창이 세이아나의 정수리를 향해 일직선으로 쇄도했다.

세이아나는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 지했는지 문득 위를 을려다보았다.

희멀건 기운이 맺힌 장창을 보곤 뒤로 크게 물러나며 장창을 피해 냈다.

세이아나가 서 있던 자리에 장창이 거세게 틀어박히면서 바닥의 일부가 소멸되었다.

세이아나는 도마뱀 몬스터가 죽은 걸 확인하곤 시선을 완전히 고메즈 쪽으로 돌렸다.

“오랜만이네,고메즈. 근데 공격할 대상을 잘못 판단한 거 아냐? 벌써 노안이라도 왔니?”

“능청 떠는 꼬락서니 한번 역겹구 나. 네가 최강현과 손을 잡은 걸 모 를 줄 알았더냐?”

“그건 좀 놀라운걸. 제법 정보망이 두터운데?”

“큭큭,들켰는데도 여유가 넘치는

군. 그 얼굴로 절망한다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흥분되는구나.”

고메즈가 겹쳐져 있는 바위를 계단 삼아 협곡 아래를 향해 질주했다. 세이아나도 그에 맞서 마법을 준비 했다.

그리고 두 사람이 맞붙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는 자가 있었으니.

바로 최진철이었다.

최진철은 일부러 김혜림의 뒤로 물 러났다.

혹여나 결정적인 순간에 그녀가 허 튼짓을 할 수도 있었기에 유리한 고 지를 선점해 둔 것이었다.

그는 안전거리를 확보한 후에야 작 전을 시행했다.

“김혜림,고메즈의 소멸 부여를 봉 인하겠다. 곧바로 놈의 머리를 쏴 라.”

김혜림이 고개를 끄덕이며 가이아 보우에 애시드 에로우를 걸쳤다. 이윽고 최진철이 먼저 고메즈의 소 멸 부여를 응시하며 스킬을 발동했 다.

‘스킬 봉인!’

한번 본 스킬을 봉인할 수 있는 스킬을 발동하면서 고메즈의 건틀릿 에 맺힌 소멸의 기운이 사라졌다. 동시에 김혜림이 시위를 놓았다. 애시드 에로우가 고메즈를 향해 날 아가는 걸 본 최진철은 조소를 머금 었다.

튼 생각을 하진 않을까 했는데 기우에 불과했나 보군. 서로 이득이 되는데 이제 와서 딴 생각을 할 리 가 없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확신한 순간.

최진철의 마음에 아주 작은 빈틈이 생겼다.

그와 함께 최진철은 돌연 등에서 화끈거리는 통증이 번지는 걸 느꼈 다.

“쿨력!”

강한 통증과 함께 어지러움이 몰려 왔다.

최진철이 비틀거리며 고개를 돌리 자 자신을 공격한 자의 모습이 보였다.

고메즈의 디스트로이들.

즉 확실하게 구워삶았다고 여겼던 자들이 뒤통수를 친 것이었다.

최진철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아 눈을 끔뻑거렸다.

“너희들이 나를 공격……. 어째 서……

그에 김혜림이 차가운 눈빛을 띠며 무심하게 한 마디 날렸다.

“내가 지부장이 되면 CP를 균등 분배하겠다고 약속했거든.”

지부장이 된다고?

설마 이년……. 날 이용할 뿐만 아 니라 내 계획 자체를 강탈하려고 몰 래 손을 써 왔던 것이냐!

최진철이 배신자 딱지를 달지 않으 려고 김혜림을 이용하려고 할 때, 김혜림은 아예 디스트로이들을 공범 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땐 벌써 최진 철의 몸 곳곳에 바람구멍이 나 있었 다.

그의 몸은 통증마저 느끼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부상을 입으며 반대 편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착각일까.

흐려지는 시야 속에서 마지막으로 본 김혜림의 모습은 최강현과 똑닮 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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