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180화 (180/381)

180화

강현은 얼른 소리잔에 대고 세이아 나를 불렀다.

“어이,지금 대화 가능해?”

-어,듣고 있어. 무슨 일이야?

“하시모토 지역장이 도착했어.”

-벌써? 아참,이맘때쯤에 도착한다 고 했었지. 일단 9층부터 돌파하고 10층에서 만나서 얘기하자. 그쪽 진 행 상황은 어때?

“10분 뒤에 나타날 보스 몬스터만 잡으면 끝이야.”

-오케이. 이쪽은 다 끝났어. 공략 끝내고 바로 10층에서 보자.

냉기의 사신이 붙은 채로 지역장과

마주치는 건 좋지 않다.

최소한 10층에 있는 좌판을 찾아 가서 특수몬스터 제거 포션을 파는 지 확인해 봐야 한다.

루나와 라이가 벌떡 일어나선 마나 포션을 냉수 삼아 벌컥벌컥 마셨다.

“푸하? ,나 얼마나 잤어?”

“딱 20분.”

“자는데 이상한 꿈 꿨어.”

“무슨 꿈?”

“과자로 된 집에 들어가는 꿈.”

“꿈 한 번 메르헨스럽군. 마녀는 없든?”

“있었어. 엄마가 마녀였어. 그리고 오빠는 갇혀 있었고. 엄마가 오빠한 테만 과자를 계속 줬어.”

“나도 먹고 싶었는데……

“그거 좋은 거 아냐.”

여느 때처럼 실없는 대화를 나누는 동안 순식간에 10분이 흘러갔다. 시간이 되자 유리구슬에서 칠판을 손톱으로 긁듯 소름 끼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끼이이이익!

강현과 루나는 귀를 막고 소리가 끝나길 기다렸다.

말이 괴조의 울음소리지 소음공해 나 다름없다.

10초 정도 기다리자 소리가 멎으 면서 유리구슬에 금이 일어났다. 새가 알에서 부화하듯 유리구슬의 일부가 깨지면서 갈색 부리가 튀어 나왔다.

이윽고 유리구슬이 완전히 깨지며 괴조가 모습을 드러냈다.

“키에에에!”

괴조란 이름답게 굉장히 괴이한 모 습을 띠고 있는 새였다.

갈색 부리는 갈고리처럼 휘어 있었 고,오색 깃털은 형광 도료를 뿌린 양 휘황찬란하게 빛났으며,발은 거 인의 것을 떼어다 붙인 양 사람의 발이 붙어 있었다.

괴조가 날개를 퍼덕이며 더 높은 상공으로 향하는 걸로 보아 공증에 서 공격을 퍼부을 것 같았다.

강현은 괴조가 장장 30미터 높이

까지 오르는 걸 목격하고 입을 됐 다.

“루나,녀석의 머리 위에 뇌운을 소환할 수 있겠어?”

“집중하면 가능할지도. 일단 시도 해 볼게.”

썬더 크래쉬로 괴조를 떨어뜨릴 수 만 있으면 나머지는 마나폭검으로 해결할 수 있다.

괴조 사냥의 시작을 끊기 위해 루 나가 레드 그리폰 스태프를 하늘로 겨누었다.

역광 때문에 거리를 재기 쉽지 않 음에도 불구하고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루나였다.

루나가 입을 달싹이며 스킬 시동어

를 을으려던 찰나.

갑자기 숲 속의 울창한 나무 사이 에서 섬광 한 줄기가 솟아올랐다.

그 섬광이 일직선으로 날아 괴조를 관통했다.

피잉!

섬광이 뚫고 지나간 부위에서 피가 터져 나오며 괴조가 하염없이 추락 했다.

자세히 보니 섬광이 아니라 그랜드 소드를 두른 검을 든 한 명의 사내 였다.

비행 스킬을 가지고 있는지 그의 등 뒤에는 은빛 날개가 펄럭이고 있 었다.

저자가 하시모토인가?

9층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소형 웨 이브 보석으로 들어온 모양이군. 비 행 스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말이지.

비행 스킬은 보조 계열 스킬과 맞 먹을 정도로 희귀한 스킬이다.

만약 녀석과 싸우게 된다면 높이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 겠군.

괴조의 사망을 확인한 사내가 숲을 훑더니 강현이 있는 곳으로 몸을 돌 렸다. 그리고 일직선으로 하강하며 다가왔다.

강현은 라이와 지트를 불러들였다.

“라이,지트. 너희는 소환석으로 돌 아가 있어.”

“냐?”

“알겠습니다,주군. 전 언제든지 준 비되어 있으니 조만간 또 소환해 주 십시오.”

라이와 지트를 회수할 때 즈음,사 내가 동굴 앞에 도착했다.

헌데 사내의 외견이 일본인이라 하 기에는 너무 희멀겋다.

옆머리를 짧게 치고 윗머리를 멋들 어지게 옆으로 넘긴 스타일에 주근 깨가 서린 흰 피부,뚜렷한 이목구 비와 마른 근육을 지닌 백인이었다. 사내는 예상외로 굉장히 정중한 어 투를 구사했다.

“하시모토 지역장님 휘하의 디스트 로이 드뷔레라고 합니다. 하피냐 지역장님은 어디 계십니까?”

하시모토가 아니라 그의 부하였다. 그럼 이자가 보이드의 위장덫을 밟 았다는 얘기가 되는데 말이지. 아래층에서 하피냐가 웨이브의 길 을 공략 중이란 얘기를 듣곤 하피냐 부터 찾고 있는 듯하다.

이미 죽은 자를 찾아 봤자 나을 턱이 있나.

강현은 적당한 핑곗거리를 만들어 냈다.

“하피냐 지역장님은 안타깝게도 공 략 중에 돌아가셨습니다.”

“네? 그게 사실입니까? 그럴 수가. 하피냐 지역장님 정도 되시는 분이 돌아가시다니……

“제물 없이 어떻게든 공략해 보시 려 하다가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하아,돌아가신 분을 두고 왈가왈 부할 순 없는 노릇이니 말을 아끼겠 습니다.”

“괜찮습니다,저야 세이아나 지역 장님의 디스트로이이니 걱정하시는 것만큼 실의에 빠져 있진 않습니 다.”

“그러셨습니까? 일단 웨이브 공략 상황부터 말씀해 주십시오. 조만간 웨이브 봉인이 진행될 테니 여길 공 락하고 얼른 웨이브 바깥으로 나가 야 합니다.”

웨이브 봉인?

어디선가 많이 들어 본 단어다.

그래,슈타인 백작가가 숨기고 있 던 금단의 기술이었지.

예전에 슈타인 백작가가 봉인한 웨 이브를 제국 수도에 풀려는 시도를 하려고 했던 적이 있다.

물론 내가 저지하긴 했다만 사건 해결 이후에 슈타인 백작가가 가지 고 있던 비급서는 누구도 발견하지 못했다.

드리안 공작가가 숨긴 게 아닐까 싶었는데 말이지. 사실은 조직이 회 수했던 건가.

드뷔레의 말에서 유추하건대,커뮤 니티 본부에서 봉인마법을 이용해 전설급 웨이브를 봉인하란 명령이 떨어진 모양이다.

‘이쪽은 비밀방에 들어가야 해. 봉 인하게 놔둘 순 없지.’

언제 또 전설급 웨이브가 나타날지 모르는데다 벌써 2번째 휴식공간인 10층을 앞두고 있다.

헛수고,시간낭비,삽질…….

강현이 가장 꺼리는 일들이다.

봉인되게 놔둘까 보냐.

당장은 10층에 가서 세이아나와 합류하는 게 급선무였다.

“이곳 웨이브 공략은 방금 끝났습 니다. 그쪽이 죽인 괴조가 보스 몬 스터였으니 말입니다.”

“잘됐군요. 바깥으로 나가서 1층으 로 내려가시죠. 그리고 아까부터 신경 쓰이던 건데 등 뒤에 달라붙은 건 뭡니까?”

냉기의 사신을 두고 의문을 표하는 드뷔레 였다.

누구라도 등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음산한 해골을 보면 의문을 품을 거 다.

상대가 의아해할수록 태연하게 대 응하는 게 중요하다.

강현은 눈썹 하나 깜빡이지 않고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공략 중에 특수몬스터가 붙었습니 다. 스킬 몇 개 봉인당한 게 전부이 니 신경 쓰지 마십시오.”

“직접적인 피해가 있는 건 아닌가 보군요. 아,전리품은 그쪽에게 넘기겠습니다. 제가 한 일이라곤 마지막 일격뿐이니 굳이 챙겨 주지 않으셔 도 됩니다.”

모두가 조금이라도 전리품을 얻으 려고 악을 쓰는 마당에 그나마 제정 신이 박힌 사람이었다.

하시모토가 고메즈 못지않은 악질 이라 들었는데 그 부하까지 전부 악 질은 아닌 모양이다.

강현은 전리품을 챙기러 가기 앞서 드뷔레를 먼저 내보내고자 했다.

“드뷔레 씨,먼저 내려가십시오. 전 전리품을 챙긴 이후에 10층에서 세 이아나 지역장님을 만나 뵙고 함께 내려가겠습니다.”

“굳이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세

이아나 지역장님 쪽에도 저희 쪽 사 람이 갔으니까요. 아마 지금쯤이면 전해 들으셨을 겁니다.”

“아뇨,세이아나 지역장님이 10층 의 좌판에서 물건을 구매하고 싶으 시다고 하셔서 말입니다. 좌판만 들 렀다가 내려갈 테니 염려 마십시 오.”

“그런 거라면 응당 세이아나 지역 장님의 의향대로 하셔야지요. 알겠 습니다. 먼저 내려가서 하시모토 지 역장님께 보고해 두겠습니다. 볼일 보고 내려오십시오.”

드뷔레는 빛의 날개를 펼쳐서 날아 올라선 함께 들어온 동료들을 불렀 다.

숲에 퍼져 있던 하시모토의 디스트 로이들이 한데 모여선 출구를 통해 바깥으로 나갔다.

그동안 강현은 괴조의 시체에 대고 전리품을 추출했다.

전리품은 4개가 나왔다.

그것도 4개 모두 똑같은 보구였다.

[괴조의 깃털]

등급 : S

타입 : 소모품

특성 : 괴조는 장난꾸러기 신이 재 미삼아 부서진 신수들을 재활용하다 가 탄생한 끔찍한 혼종이다. 괴조의 깃털을 몸에 붙이면 깃털이 몸에 스 며든다. 깃털이 스며든 자는 30분 동안 스킬을 발동하지 못하게 되는 저주에 걸린다.

소모품이고 S급 보구이긴 하다만 저주 계열 보구인데다 4개나 주었으 니 그리 나쁜 보상은 아니었다. 강현은 괴조의 깃털을 챙기며 루나 와 함께 웨이브에서 나왔다.

9층 복도에 드뷔레 일행이 없는 걸로 보아 벌써 아래로 내려간 듯하 다.

10층으로 올라가는 나선계단을 타 고 10층에 다다르자 숲으로 이루어 진 휴식공간이 나타났다.

휴식공간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세 이아나 일행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소 꾀죄죄한 몰골인 것 이외에는 인원 한 명 줄어들지 않고 무사히 전원 생존한 모양이었다.

세이아나는 나무에 등을 기댄 채로 강현을 맞이했다.

“웨이브 봉인한다는 거 들었지?”

“들었어.”

“장로회도 아주 미친 결단을 내렸 어. 공략하지 않고 봉인을 한다니 그게 말인지 방구인지 원.”

“커뮤니티가 봉인마법을 입수한 걸 알고 있었나 보지?”

“꽤 오래전에 입수했으니까 지역장 이라면 다 알고 있어. 근데 봉인 조 건이 까다로워서 안 쓰기로 했었는 데 결국 쓰기로 한 것 같아.”

“봉인 조건이 뭐였는데?”

세이아나의 입에서 소리 없는 한숨 이 흘러나왔다.

어지간한 일로는 얼굴 한 번 구기 지 않는 세이아나치곤 심각한 반응 이었다.

나무 그늘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녀 의 얼굴이 평소보다 한층 어두워 보 였다.

뜸을 들이던 세이아나가 짤막하게 한 마디 내뱉었다.

“술식을 발동하려면 이세계인 200 명을 제물로 바쳐야 해.”

20명도 아니고 200명이라고 한다. 공략도 아니고 고작 봉인하는데에 살아 있는 사람 200명을 바쳐야 한다는 뜻이다.

슈타인 백작가가 봉인 마법을 감추 려 했던 이유가 있었군.

그들은 이미 웨이브 보석을 몇 개 나 봉인했었다.

즉 수백,수천의 이세계인들을 남 몰래 희생해 왔다는 거다.

아마 슈타인 백작가 사건이 일어났 을 당시에 금서가 공개되었다면 빌 로스 제국에 어마어마한 파란이 일 어났을 거다.

‘하지만 커뮤니티의 입장은 다르 지. 30층짜리를 공략하느라 층마다 10? 20명씩 소모하면 300? 600명이 들어. 그럴 바에 아예 200명을 소모 해서 봉인해 버리는 게 낫지.’

확실히 공략하는 것보다 봉인하는 쪽이 시간도 단축되고,제물의 숫자 도 적게 든다.

허나 강현과 세이아나로선 달갑지 않은 이야기였다.

“비밀방에 들어가려면 끝까지 공략 해야 해. 이대로 봉인을 진행하게 놔둘 순 없어.”

“급하게 생각하지 마. 작전을 짜는 건 하시모토의 전력이 어느 정도인 지 파악한 후에라도 늦지 않아. 10 층 좌판에서 필요한 물건만 사고 1 층으로 내려가자.”

“지금으로선 그게 최선이겠네. 좌 판 둘러보고 사고 싶은 거 사서 돌 아와. CP부족하면 말하고.”

“오는 동안 충분히 벌어 뒀어.”

“괜찮으니까 사양 말고 말해. 무이 자로 빌려줄게.”

“이 나이에 빚 있으면 답 없어. 사 양하지.”

강현은 손을 휘저으며 숲 안으로 들어갔다.

울창한 나무 사이로 허수아비와 좌 판이 보였다.

좌판의 사용방식은 5층과 동일했 다.

메뉴판 중 구입할 물건의 이름에 검지를 대고 허수아비의 얼굴에 CP 교환기를 붙이고 CP를 지불하면 물 건을 얻을 수 있는 방식이었다. 강현은 CP교환기를 손에 쥔 채로 좌판을 살펴보았다.

[커즌즈의 탑 10층 좌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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