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화
울라임 숲에서 보았던 사신과 모습 이 매우 흡사하다.
낫에 서리가 맺혀 있고,걸치고 있 는 누더기의 색이 시퍼런 색인 것만 빼면 아주 쏙 빼닮았다.
특수몬스터의 정체는 사신이었던 건가.
내게는 붙은 반면 루나에게는 붙지 않았다.
들러붙는데 따로 조건이 있는지, 아니면 무작위로 들러붙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어쨌든 중요한 건 레비아탄을 앞에 둔 지금,사신이 나타났다는 거다.
전방에는 레비아탄을 품은 거대한 해일,후방에는 얼어붙은 낫을 든 사신.
‘사신부터 처리하는 게 빠르겠어.’
강현은 추가로 소환한 환영검 중 하나를 빼돌려서 사신에게 날렸다. 환영검이 제자리에서 반 바퀴 돌더 니 사신의 머리에 떨어졌다.
푸욱!
기억하기로 울라임 숲의 사신은 반 사 실드를 가지고 있었다.
이번에 나타난 사신은 겉모습은 비 숫해도 무려 전설급 웨이브에서 나 타난 특수몬스터다.
그렇다면 공격무효화 능력 정도는 가지고 있지 않을까?
'뭐 공격무효화 능력이 있다 해도 관통 스텟의 효과로 뚫어 버리면 그 만이지.’
강현은 가볍게 사신을 처리하고 눈 앞의 레비아탄에게 집중하려고 했 다.
한데 환영검이 사신을 꿰뚫기는커 녕 그대로 통과했다.
마치 허공을 베고 지나간 것처럼 말이다.
게다가 또 하나 이상한 점이 발견 되었다.
사신은 강현에게 들러붙은 이후로 아무런 움직임도 취하지 않고 있었 다.
‘어째서 공격하지 않지? 공략자에
게 들러붙는 타입의 몬스터인 건 가?’
의문을 느끼기 무섭게 탑 포인트 측정기의 액정에 새로운 문구가 나 타났다.
[-누적 탑 포인트가 1만을 넘기면 서 특수몬스터인 냉기의 사신이 소 환되 었습니다.
-냉기의 사신은 다른 공략자를 가 장 많이 죽인 자에게 들러붙습니다. -냉기의 사신은 ‘특수 몬스터 제거 포션’을 마셔야만 사라집니다.
-냉기의 사신이 들러붙은 자는 일 부 스킬이 봉인됩니다.
-최강현 님은 냉기의 사신이 내리
는 저주를 받아 ‘각성의 서’,‘세이 덴의 독주머니’. ‘개방의 서’. ‘위치 되감기’를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말이 특수몬스터지 저주나 다름없 었다.
냉기의 사신이 들러붙은 동안은 4 개의 스킬을 사용할 수 없다.
세이덴의 독주머니나 개방의 서는 당장 필요한 게 아니니 봉인당해도 괜찮다.
중요한 건 각성의 서와 위치 되감 기가 봉인당했다는 거다.
강현은 얼른 스텟창부터 확인해 보 았다.
[최강현(LV. 216)]
공격 : 890 실드 : 355 회피 : 468 마나 : 351 회복 : 235 보너스 포인트 : 225 보유스킬 : 각성의 서(?),세이덴의 독주머니 (S),마나폭검(잇,석상 호 걸의 갑옷(S),쉐도우 리퍼의 외갑 (SS), 명계의 서(?),위치 되감기(S), 개화의 서(刀,제왕의 화염검 (S), 군 주의 서(?),석화의 마안(SS),엘레 멘탈 웨펀(SS), 개방의 서(?),업적 의 서(?),매혹(A)
특수능력 : 간파,분할
‘각성 스텟이 전부 일반 스텟으로 돌아왔나. 특수몬스터를 제거할 때 까지 계속 이 상태로 싸워야 된다는 거군.’ 루나도 강현이 차고 있는 탑 포인 트 측정기를 슬쩍 보며 눈을 동그랗 게 떴다.
“각성의 서가 봉인됐어? 그럼 오빠 설마……
강현은 손으로 루나의 머리를 벅벅 문지르며 말했다.
“물뱀 한 마리 정도는 각성 스렛 없이도 잡을 수 있어.”
“알겠어. 그럼 바로 번개 떨어뜨릴 게. 썬더 크래쉬!”
레비아탄은 이미 펠리컨의 아래까 지 도달해 있었다.
해일에서 거대한 물뱀이 튀어 오르 기 전에 루나의 뇌운이 번개를 쏟아 냈다.
루나는 가진 마나를 모두 쥐어짜며 썬더 크래쉬에 힘을 더했다.
뇌운에서 쏟아져 나오던 번개 줄기 가 더욱 굵어지면서 해일을 타고 흘 렸다.
이윽고 해일 속에서 레비아탄이 머 리를 드러냈다.
뱀을 닮은 머리 양쪽으로 갈퀴 같 은 지느러미가 달려 있고,사파이어 를 빼다 박은 듯 푸른 눈에 검은 비늘을 지닌 모습이었다.
레비아탄의 머리 주변에 전류가 흐 르고 있었으나,놈은 개의치 않고 마음대로 움직이는 중이었다.
루나의 씬더 크래쉬도 데미지 감소 능력 때문에 기절시키는 데까진 이 르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상성인 속성으로 공격한 덕에 레비아탄의 움직임이 다소 둔탁해지 긴 했다.
레비아탄은 펠리컨을 향해 입을 쩌 억 벌렸다.
“쉬에에엑!”
레비아탄의 비늘에 데미지 감소 능 력이 있다면 비늘이 덮여 있지 않은 부위를 공략하면 될 것 아닌가.
레비아탄의 입 속이 바로 그에 해
당한다.
강현은 몽환검을 내리치며 환영검 을 일제히 움직였다.
환영검 다발이 강현의 마나에 반응 하며 레비아탄의 입 안으로 떨어져 내렸다.
‘제아무리 레비아탄이라도 안쪽에 서 머리를 찢어발기면 어떻게 할 수 없겠지.’
펠리컨을 먹는 것에 집중하고 있으 니 필시 입 안에 환영검 다발을 쑤 셔 넣을 수 있으리라 여겼다.
허나 생각만큼 일이 단순하게 흘러 가진 않았다.
위험을 감지한 레비아탄이 별안간 콱 입을 다물어 버렸다.
심지어 놈은 펠리컨 사냥도 뒤로 미루고 도로 해일 속으로 들어갔다. 제 스스로 위험을 감지하고 피할 정도의 지능은 갖추고 있다는 거다. 그러는 사이 해일은 점점 무인도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쏴아아아아!
높이가 몇이나 될까?
15미터? 20미터?
가까이서 보니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큰 해일이라는 게 실감되었다. 피할 곳조차 없는 무인도 따윈 삽 시간에 휩쓸릴 터.
루나는 입으로 마나포션의 코르크 마개를 따며 단숨에 병을 비웠다. 그녀 나름대로 해일을 피할 방법을 계속 모색한 건지 거대한 스노우맨 을 소환했다.
“스노우 맨! 오빠! 스노우 맨 안으 로 들어가자! 조금이나마 충격을 완 화해 줄 거야!”
그러나 강현이 취한 행동은 루나와 전혀 달랐다.
강현은 루나의 허리에 팔을 둘러 그녀를 옆구리에 끼었다. 그러곤 냅 다 바닷물을 향해 몸을 던졌다.
“바닷속이 가장 안전해.”
오래전,동남아에 쓰나미가 밀어닥 쳤을 때도 잠수 중이던 다이버들은 무사했다지 않은가.
해일의 규모로 보건데 실드 정도로 막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바닷속으로 잠수 하는 게 낫다.
그게 설사 레비아탄이 헤엄치고 있 는 바닷속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바닷물은 생각 이상으로 차가웠으 며 빛이 들지 않아 어두웠다. 물속에서 몸이 위아래로 크게 요동 치는 것이 느껴졌다.
위에서 해일이 지나가고 있기 때문 이리라.
더불어 위에서 레비아탄이 머리를 아래로 향하며 푸른 눈을 번뜩였다. 바닷속은 놈의 구역.
수면 밖의 펠리컨보다 눈앞의 공략 자에게 먼저 적의를 드러내는 건 당 연한 일이었다.
강제적으로 수중전에 돌입하게 될 처지였다.
그렇다면 한 가지 문제가 생긴다.
루나는 헤엄을 치지 못하는데다 오 랫동안 숨을 참지 못한다는 점이었 다.
‘이 녀석부터 수면 위로 보내야 해. 내가 직접 데리고 갈 순 없어. 내가 데리고 가면 수면에 닿기도 전 에 레비아탄에게 먹힐 거야. 그렇다 면……
강현은 소환석을 꺼내어 라이를 소 환했다.
갑자기 물속에서 소환된 나머지 라 이가 바둥거리며 네 다리를 허우적 거렸다. 그러나 정신을 잃은 루나를 보더니 금방 냉정을 되찾으며 소리 없는 포효를 내질렀다.
‘쿠오오오!’
강현은 라이를 향해 루나를 떠밀었 다.
동시에 검지를 치켜 올려 수면 위 를 가리켰다.
‘먼저 위로 올라가.’
라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으로 루 나를 받아 내고 살포시 깨물었다. 라이의 개헤엄만으로는 수면까지 올라갈 추진력을 얻기 어려웠기에 스킬의 힘을 빌렸다.
이전에 배운 식용 정령 스킬을 발 동하여 물의 식용 정령을 소환했다. 물속에서 해파리의 모습을 띠고 있는 물의 식용 정령이 소환되어선 라 이의 몸에 촉수를 휘감았다.
라이가 재차 소리 없는 하을링을 내지르자 물의 식용정령이 그에 반 응하며 라이와 루나를 수면으로 이 끌었다.
루나를 먼저 보내는데엔 성공했지 만 아직 전투상황이 해제된 건 아니 었다.
‘아직 저 녀석이 남았지.’
올라간 루나와 교차하듯 레비아탄 이 아래를 향해 쇄도하고 있었다.
레비아탄이 입을 쩌억 벌렸다.
레비아탄의 저주로 인해 물속에선 공격 스텟이 0이 된다.
더불러 냉기의 사신 때문에 위치
되감기로 되돌아 나갈 수도 없다. 강현은 아공간 주머니에서 예전에 얻었던 '샐리온의 물방울’을 꺼내어 바로 삼켰다.
샐리온의 물방울에는 서리 여왕, 만년빙하 거인,레비아탄을 상대할 때 페널티가 50퍼센트 감소하는 효 과가 있다.
페널티가 레비아탄의 저주를 말하 는 거라면 적어도 절반의 공격 스렛 을 사용할 수 있게 될 터.
상태창을 확인하니 아니나 다를까 공격 스렛이 ‘445’이 되어 있었다.
‘여기에 몽환검의 효과를 더하면 내 원래 스렛만큼 사용할 수 있게 되겠군.’
강현은 몽환검에 그랜드 소드를 부 여하며 환영검을 소환했다. 그러곤 환영검의 끄트머리를,달려드는 레 비아탄을 향해 돌리며 생각했다.
‘그건 악수 중에서도 악수일 텐데? 삼키면 어떻게 될지는 네가 더 잘 알지 않을까?’
레비아탄이 자신을 삼키는 순간 환 영검을 사방으로 사출하여 입 속을 난도질할 거다.
레비아탄도 강현의 노림수를 예측 했는지 입을 다물고 머리통을 들이 밀었다.
그대로 부딪쳐서 체중 차이로 밀어 붙일 셈인 건가.
무게를 짐작키도 힘든 거대 물뱀에
부딪치면 어떻게 될까?
제아무리 물속이라 하더라도 무사 히 끝나진 않을 거다.
강현은 몽환검을 오른손으로 옮겨 쥐며 왼손으로는 빙백검을 뽑았다. 그러곤 빙백검의 냉기 능력을 한껏 발휘했다.
쩌저저적!
빙백검을 중심으로 얼음덩어리가 생겨났다.
강현은 얼음덩어리를 밟고 빙백검 을 뽑음과 동시에 그를 디딤돌 삼아 몸을 돌렸다.
물속에서 강현의 몸이 빙글빙글 돌 면서 약간이나마 위로 올라갔다. 더불어 아슬아슬하게 레비아탄의 주둥이가 강현의 몸 아래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그 순간,강현은 몽환검과 빙백검을 아래로 내리쳤다.
레비아탄은 여전히 아래로 헤엄치 고 있었기에 두 검이 미끄러지듯 비 늘을 긁어 댔다.
카드드득!
있는 힘을 다해 긁어 대고 있건만 비늘에 가느다란 홈집을 내는 게 고 작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레비아탄이 헤엄치 면서 일으킨 물살에 휩쓸리고 말 터.
어렵사리 올라탔는데 다시 수중을 떠돌게 생겼다.
게다가 슬슬 호흡이 딸려 오고 있 다.
그러나 저 성난 물뱀이 호락호락 수면으로 가게 놔둘 것 같은가. 어떻게든 지금 결판을 내야 한다. 강현이 소환해 둔 환영검을 모조리 레비아탄의 미간을 향해 내쏘았다. 수십 개의 환영검 다발이 열대어 떼마냥 수중을 유영하며 레비아탄의 미간에 쏟아졌다.
카강! 카가강! 캬앙!
데미지 감소 능력이 있다지만 한 점에 집중하여 공격을 퍼부으면 비 늘 한 조각 정돈 부술 수 있을 거 다.
마지막 환영검이 미간을 두드렸을
때.
짜자작!
비늘에 금이 가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됐어! 이제 저기에 검만 꽂으 면……
꾸르륵!
레비아탄의 콧잔등을 박차며 검을 내지르려던 찰나.
레비아탄의 몸이 크게 꿈틀거리면 서 거센 물살이 강현의 몸을 떠밀었 다.
물살에 휘말린 강현이 본인의 의지 와 상관없이 레비아탄의 몸 위에서 떨어져 나갔다.
절호의 찬스였건만 지형의 특성 때
문에 기회가 날아가고 말았다.
그뿐만 아니라 슬슬 가슴에 먹먹함 이 밀려든다.
산소가 모자란 탓에 점점 감각이 무뎌지고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정신적으로는 전의를 불사르는 것 과 별개로 몸이 말을 듣질 않았다.
‘아,아직이야. 아직 뭔가 수가 남 아 있을 거야.’
어떻게든 방법을 짜내려 했으나 그 러기엔 시간이 너무 모자랐다.
이미 레비아탄은 몸을 꿈틀거리며 꼬리로 강현을 후려치려 하고 있었 다.
그 순간이었다.
수면 위에서부터 거대한 무언가가
떨어져 내려왔다.
첨벙!
떨어진 것은 거대한 스노우맨이었 다.
수면 바깥에서 정신을 차린 루나가 강현을 지원하기 위해 스노우맨을 잠수시킨 것이다.
수온이 낮다고는 하나 물속에서 눈 사람이 원형을 유지할 수 있을 리 없다.
스노우맨은 금방 형체가 바스라져 갔다.
그러나 물에 휘말려 사라지기 직 전.
스노우맨의 나뭇가지 팔이 강현을 휘어잡았다. 그러곤 있는 힘껏 수면을 향해 내던졌다.
덕분에 물속에서 빠져나온 강현이 수면 밖으로 솟아올랐다.
라이의 등 뒤에 올라타 있던 루나 가 화색을 띠며 두 팔을 번쩍 드는 게 보였다.
허나 기뻐하는 건 아직 이르다. 레비아탄 또한 강현을 따라 수면 위로 튀어 올랐다.
“쉬엑!”
강현은 짠물을 뱉어 내며 환영검을 한 자루 소환했다. 그러곤 자기 자 신의 등을 향해 환영검을 사출했다. 쩌영!
환영검이 실드에 부딪치면서 약간 이나마 몸이 옆으로 튕겨져 나갔다.
반발력을 이용한 임기응변이었다. 기책은 충분히 효과를 발했다.
몸이 튕겨져 나간 덕에 원래는 몸
을 들이받았어야 할 레비아탄의 주 둥이가 발끝을 스쳐 지나갔다. 동시에 강현은 몽환검을 옆으로 내 던지며 빙백검 손잡이를 양손으로 쥐어 거꾸로 세웠다.
그러고는 곧장 레비아탄의 미간을 향해 떨어지며 기합을 토해 냈다.
“하아아암!”
노리는 곳은 단 한 곳.
부서진 비늘로서 약점이 노출된 곳 이었다.
기회는 한 번뿐.
실패는 용납되지 않는다.
랩을 덧씌운 듯 무딘 감각 속에서 강현은 한껏 집중력을 발휘했다. 이윽고 역수로 잡은 빙백검의 검날 이 레비아탄의 미간에 떨어졌다. 그것도 정확히 부서진 비늘이 있는 지점이었다.
푸우우우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