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174화 (174/381)

174화

서로가 서로를 볼 수 없고,지시를 내려도 전해지지 않는 상황이었다. 시커먼 시야 너머에선 스켈레톤 악 단의 첼로와 비올라가 공략자를 죽 이기 위해 움직이고 있을 거다. 강현은 옆으로 손을 뻗어 지척에 있을 루나를 찾아보았다.

촉각은 마비되지 않았기에 금방 루 나를 잡아당길 수 있었다.

더불어 아공간 주머니에서 몽환검 을 꺼내 들었다.

몽환검에 엘리멘탈 웨펀 수 속성을 부여하곤 환영검을 30개가량 소환 했다.

소환된 환영검이 강현과 루나 주변 에 원통 형태로 늘어서며 검 끝이 전방을 향해 기울어졌다.

한편 하피냐는 서서히 냉정을 되찾 고 있었다.

예상외로 제물 요구량이 많아서 놀 라긴 했다만 대처하지 못할 수준까 진 아니었다.

‘아직 제물로 쓸 죄수는 5명 남았 으니까 일반 클리어로 깨면 될 일이 야. 일단 저주부터 풀어야겠군.’

하피냐는 ‘저주술사의 사념’이란 스킬을 사용했다.

사용하면 자신에게 걸린 저주가 모 두 풀리며 저주의 수준에 따라 일시 적으로 모든 스렛이 상승하는 SSS급 스킬이었다.

저주술사의 사념의 효과에 의해 저 주가 풀리면서 차단되었던 시야와 청각이 복구되었다.

감각이 돌아오고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첼로 스켈레톤과 비올라 스켈 레톤이었다.

두 스켈레톤은 첼로 활과 비을라 활을 휘둘러 죄수들의 목을 베어 내 고 있었다.

서격! 서격!

활에 달려 있는 현에는 마나 마스 터의 형태 중 하나인 마나 와이어가 깃들어 있었다.

하피냐나 디스트로이들은 실드를 끌어 을려 공격을 막아 낼 수 있지만 죄수들은 그럴 수가 없었다.

그런 까닭에 활이 죄수들을 지나칠 때마다 그들의 몸이 칼을 댄 묵마냥 썰려 나갔다.

심지어 방금 죽은 죄수가 마지막으 로 살아남아 있던 죄수였다.

그 짧은 시간에 죄수 5명이 모두 죽어 버린 것이다.

스켈레톤 악단의 공격무효화 능력 을 풀려면 연회장의 단상 ‘위’에서 제물을 죽여야 한다.

하피냐는 아공간 반지에서 스태프 한 자루를 꺼내 쥐며 짜증을 냈다.

‘어쩌다가 이렇게 일이 꼬인 거지? 이 내가 SSS랭크 수준에서 애를 먹 고 있다니 말도 안 돼.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지역장씩이나 되어서 SSS랭크 따 위에서 고전하는 게 용납이 안 되는 하피냐였다.

여차하면 탈출구라도 찾아서 빠져 나가면 되긴 한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자존심이 허락 지 않았다.

대륙 전체가 하피냐를 비웃을 거 다.

아니,대륙까지 거론할 것도 없다.

가까이에 세이아나라는 앙숙이 있 지 않은가.

제물로 쓸 죄수를 죄다 데려왔는데 그녀는 공략에 성공하고 자신은 실 패하면 어떤 소리를 듣게 될지 뻔하다.

이내 곧 하피냐의 시선이 세이아나 의 디스트로이 두 명에게 머물렀다.

'옳지. 저놈들이 있었군. 저 두 놈 을 제물로 바치고 바이올린 스켈레 톤을 제거해야겠어. 남은 두 마리 는……. 껍,아쉽지만 부하 두 놈을 쓰는 수밖에. 디스트로이 정도는 얼 마든지 충당할 수 있으니 아까워할 때가 아니지.’

둘 모두 공략 중에 소모하리라고 벼르고 있던 참이다.

하피냐는 스태프의 끝을 두 디스트 로이에게 겨누었다.

걱정은 마라.

둘 다 단상 위에서 죽어 줘야 하

니 지금은 기절만 시키마.

스태프의 끝에 번개 구체가 맺혔 다.

헌데 세이아나의 디스트로이 중 남 자가 별안간 바스타드 소드를 꺼내 들었다.

동시에 남자의 몸 주변으로 수십 다발의 환영검이 생겨났다.

이윽고 소환된 환영검들이 전방 가 득 쏘아져 나가며 스켈레톤 악단을 뒤덮었다.

투응! 투응! 투응!

공격무효화 능력이 걸려 있는 몬스 터들인데 그냥 공격을 해?

아마도 몬스터를 노린 게 아니라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노린 게 분명하다.

‘주변 사람들을 전부 죽이려고 작 정한 건가. 공격을 당해도 할 말이 없는 놈이군.’

그리 생각하고 있던 참에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환영검에 적중당한 스켈레톤 악단 이 뒤늦게 타격을 입더니 산산이 부 서지는 게 아닌가.

설마 공격무효화 능력을 무시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는 건가?

그렇지 않고서야 지금의 현상을 설 명할 수 없다.

직접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광 경이었다.

전설급 웨이브를 몇 번이나 공략했

던 하피냐지만 공격무효화 무시 능 력은 처음이었다.

혹시나……. 만약에라도 그게 가능 하다면…….

‘세이아나 따위의 밑에 있을 만한 능력자가 아니야. 이 자식 뭐 하는 놈이지?'

스켈레톤 악단이 전멸되자 옛 궁전 2층이 클리어 되었다.

음악 소리는 환영검의 타격음과 함 께 가라앉았고,공략자 전원에게 걸 려 있던 바이올린의 저주가 풀렸다. 강현은 시야가 복구된 걸 확인하곤 전방을 바라보았다.

환영검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로 부 서진 스켈레톤 악단의 잔해가 남아 있었다.

전리품 반응은 비올라를 들고 있던 스켈레톤에게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강현은 비올라에 손을 대고 추출을 행했다.

“추출.”

전리품을 손에 럼과 동시에 아공간 주머니에도 손을 넣었다.

다른 이들에게서 등을 돌린 채로 손을 움직이고 있던 중.

등 뒤에서 하피냐의 날 선 목소리 가 들려왔다.

“세이아나가 아주 재미있는 장난감 을 손에 넣었군.”

고개를 살짝 돌리니 번개 구체를 머금은 스태프가 드리워져 있었다.

하피냐의 주특기는 세이아나에게 들어서 알고 있다.

그가 가진 SSS급 스킬 ‘셰이드 커 튼’은 하피냐가 적에게 가하는 모든 공격이 상대의 실드를 부수는 효과 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부순 실드의 스렛량만 큼 상대방의 몸에 타격을 입힌다고 들었다.

강현은 팔에 착용한 황금왕의 토시 를 매만지며 입을 열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군 요.”

“시침 떼지 마라. 공격무효화 능력 을 무시하는 능력이 있는데 디스트 로이 노릇이나 하고 있다? 그 정도 능력을 가진 자가 어째서 그딴 은발 계집년 밑에 있느냐?”

“스스로 머리가 좋다고 자부하시는 분께서 그것도 모르십니까?”

하피냐는 잠깐 고민하더니 곧 비릿 한 조소를 머금었다.

“세이아나 그년에게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커뮤니티 내에서 입지 가 넓은 것도 아니지. 있는 거라곤 나이답지 않게 반반하다는 정도? 오 호라,그년에게 홀려서 디스트로이 를 자처하고 있는 것이렷다.”

자칭 천재라 일관하던 것치곤 참으 로 1차원적인 사고방식이었다. 세이아나에게 다른 꿍꿍이가 있을 거란 생각은 못하는 걸까.

커뮤니티 내에서 세이아나가 너무 도 저평가되고 있는 탓에 다른 꿍꿍 이를 품을 역량이 안 된다고 생각하 는 모양이다.

하피냐는 강현이 유용한 인재라 여 겼는지 저 나름대로 제안을 건넸다.

“내 밑으로 와라. 여자라면 얼마든 지 안겨 주지. 그깟 노처녀 따위는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강현은 말없이 몸을 일으켰다.

그가 몸을 돌려 두 손을 내밀었다. 그의 손에는 추출한 전리품 2개가 들려 있었다.

2개 모두 흑진주처럼 반질반질한 광택을 지닌 동그란 검은색 구체였 다.

똑같은 보구가 동시에 2개나 나타 난 건가.

어쨌든 전리품을 넘겨준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했다.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겠다는 뜻일 거다.

‘이놈은 4층에서부터 계속 전리품 을 넘겼었지. 지부장과 싸우면서까 지 보구 욕심이 많은 녀석이 계속 보구를 넘긴다는 건 역시 내게 잘 보이기 위함인가. 녀석도 슬슬 그 노처녀 계집이 질리던 참이었나 보 군.’

강현이 전리품을 추출하고,하피냐 가 넘겨받는 상황이 계속 반복됐었 다.

하피냐는 당연하다는 양 전리품을 낚아챘다.

동시에 하피냐의 디스트로이들이 다가와 여느 때처럼 전리품에 감정 서를 붙여 주었다.

마치 담배를 들면 불을 붙여 주듯 스무스한 움직임이었다.

이윽고 감정서에 보구에 대한 설명 이 적혔다.

[화산 거북 포탄]

등급 : B

타입 : 소모품

특성 : 화산 거북이 쓰는 포탄. 타 이머 기능이 있어 최대 3시간까지 폭발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 특히 폭발 소리와 연기가 요란하다.

하피냐와 디스트로이는 이해가 되 지 않았다.

SSS랭크 웨이브 보석 안에서 웬 B 급 보구?

예상치 못한 상황의 연속으로 인해 약 1초간 머릿속이 백짓장처럼 새하 얘 졌다.

그 직후,화산 거북 포탄 2개가 잇 따라 폭발을 일으켰다.

퍼영! 퍼버병!

하피냐의 손 위에서 불꽃과 연기가 피어올랐다.

시커먼 연기 사이로 포탄의 파편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강현은 포탄 파편을 흡수 실드로 막아 내며 몽환검의 효과를 발동해 환영검 다발을 소환했다.

하피냐도 강현이 적으로 돌아섰음 을 알곤 이동 스킬을 사용했다.

하피냐의 몸이 사라지나 싶더니 후 방 십 수 미터에서 나타났다.

그의 입에서 악에 받친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크옥! 이런 미친놈! 감히 날 속이 다니?”

“남이 주는 물건은 넘죽넙죽 받는 게 아니지. 기본 상식 아닌가?”

“갈아 마셔도 시원잖을 놈 같으니! 오냐,정녕 죽는 게 소원이라면 뼈 한 조각 남기지 않고 없애 주마!”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스태프에 맺힌 번개 구체를 쏘려던 하피냐였 다.

그러나 번개 구체가 쏘아져 나가긴 커녕 스태프조차 보이지 않았다. 아니,정확히는 손에서 감각이 느 껴지지 않았다.

어리둥절한 상황에 하피냐는 자신 의 팔을 내려다보았다.

순간 하피냐의 두 눈이 크게 혼들 렸다.

원래 있어야 할 팔이……. 자신의 양팔이 사라지고 없었다.

화산 거북의 포탄이 폭발하면서 양 팔이 날아간 것이다.

무기를 렬 손이 없는데 어찌 공격

을 하겠는가.

전리품을 넘기는 것에 익숙해진 나 머지 고스란히 빈틈을 찔리고 만 것 이었다.

팔이 날아갔음을 인지하자 뒤늦게 통증이 몰려왔다.

“크아아악!”

하피냐의 디스트로이들은 상관이 당한 것에 분노하며 무기를 빼 들었 다.

“네 이놈! 감히 지역장님을!”

“지역장님이 직접 제안을 했거늘 감사는 하지 못할망정 이따위 수작 을 부려?”

“세이아나 지역장의 흉계가 틀림없 다! 하피냐 지역장님께 해를 입힌 이상 저놈은 물론이고 세이아나 지 역장도 우리……. 아니 커뮤니티의 적이다!”

마나를 부여한 무기와 갖가지 공격 스킬이 강현을 향해 날아들었다.

하피냐의 디스트로이들이 어떤 능 력을 가지고 있는지까지 일일이 알 아 두진 않았다.

누가 어떤 능력으로 강현을 위협하 려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허나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벌써 황금왕의 토시를 발동해 두었 다.

황금왕의 토시가 가진 능력은 2초 간의 공격무효화 능력이다.

고로 디스트로이들의 공격이 통할

리 만무했다.

투응! 투응!

강현이 몸으로 공격을 받아 내는 사이,그의 환영검은 허공에 긴 잔 상을 남기며 디스트로이에게 쏟아졌 다.

하피냐의 디스트로이들은 실드를 끌어올리려다 말고 황급히 흩어졌 다.

“실드는 안 돼! 놈의 공격은 실드 를 무시하고 타격을 입힐 수 있다 고!”

“상쇄하는 수밖에 없어!”

안간힘을 쓰며 환영검을 공격하는 디 스트로이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모르는 사실이 있었

다.

환영검을 소환한 동안 강현의 공격 스렛은 2배로 증가한다.

고작해야 마나 마스터급인 디스트 로이들의 화력으로 상쇄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상쇄는커녕 환영검 한 개조차 쳐 내지 못하고 무기와 함께 몸이 두 동강 났다.

“쿨력! 같은 디스트로이인데 무슨 화력 차이가……

“커어헉! 지역장…… 님……. 도 망……

시체 쓰러지는 소리가 연달아 이어 졌다.

이로써 허무왕의 옛 궁전 2층에

서 있는 건 강현과 루나,그리고 두 팔을 잃은 하피냐뿐이었다.

잘 다린 양복은 불에 그을린 데다 피투성이가 되어 엉망이 되어 있었 고,잘난 듯이 우쭐거리던 얼굴에는 분노로 인해 주름이 자글자글 생겨 나 있었다.

하피냐는 숨을 몰아쉬면서도 강현 에 대한 살의를 풀풀 풍겼다.

“흐억흐억,내가……. 지역장인 이 내가……. 고작 B급 보구 때문에 죽 는다고? 이 내가! 어째서 이따위로 죽어야 하난 말이다!”

강현은 느린 걸음으로 하피냐의 지 척까지 다가서며 몽환검을 들어 올 렸다.

“SS급 4개와 B급 2개.”

“뭐…… 뭐?”

“네 팔을 그리 만드는데 쓰인 보구 의 숫자지. 조금은 덜 억울해졌나?”

“무슨 개소리를……

하피냐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않 았다.

몽환검이 떨어지면서 그의 몸을 반 으로 잘라 버렸다.

하피냐의 몸이 세로로 갈라지며 두 동강난 몸이 양옆으로 쓰러졌다. 강현은 몽환검에 묻은 피를 털어 내며 소리잔을 꺼냈다.

“세이아나,이쪽은 끝났다. 그쪽도 정리해 두도록.”

*

카니발 차이나타운 관문에 설치된 검문소는 여전히 북적거리고 있었 다.

대기열이 길어서 대부분 5, 6시간 은 기다려야만 했다.

클로징 포션의 지속시간도 지속시 간이지만,최근에는 날이 더워진 탓 에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고역 이었다.

대기열 뒤편에 서 있던 어느 여행 객 무리가 죽을상으로 투덜거렸다.

“후우,더워서 돌아가시겠네. 이 더 위에 검문은 무슨 검문이냐고. 난 그저 친척 만나러 왔을 뿐인데 왜 이 고생을 해야 하는지 원.”

“아까 들었는데 한 달 전에 누가 클로징 포션을 안 마셔서 난리가 났 다더라고. 그래서 검문 땡치고 전부 들여보내 줬다던대?”

“그거 어제 내가 해 준 얘기잖아. 그 일 때문에 여기 지부에서 이 부 근 던전은 다 공략해 놨다고. 물이 나 내놔. 진짜 더워 뒤지겠네.”

“그럼 클로징 포션 안 사도 되는 거였네.”

“클로징 포션이고 뭐고 들어가기도 전에 쪄 죽겠어.”

기온이 높고 간간이 바람이 불어도 푸석푸석한 땅바닥에서 흙먼지가 일 어나 불쾌지수를 더했다.

때문에 여행자들은 하나같이 짜증 에 찌든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무언가가 여행자의 팔 을 치며 지나갔다.

짜악!

채찍이 훑고 지나간 듯 팔에서 따 가운 통증이 올라왔다.

여행자는 대뜸 욕지거리를 내뱉었 다.

“야이,미친 개자식아. 사람을 치고 갔으면 사과를 해야 할 거……

눈을 부라리던 여행자가 후려치고 간 자의 정체를 확인하곤 입을 뻐끔 거렸다.

등 뒤에 데릭로우스의 꼬리인 뱀 머리가 혀를 날름거리고 있던 것이다.

더욱이 데릭로우스는 한 마리만 아 니었다.

20마리에 달하는 데릭로우스가 기 나긴 대기열 옆을 추월하고 있었다. 데릭로우스에 올라탄 이들이 지역 장 직속 부대인 디스트로이 부대임 은 말할 것도 없었다.

무리의 선두에는 귀걸이를 착용한 백인 사내가 있었다.

고메즈는 황급히 뛰어나오는 카니 발 차이나타운의 조직원을 내려다보 며 입을 열었다.

“안으로 안내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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