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172화 (172/381)

172화

좌판의 물건 중 가장 먼저 눈이 가는 건 역시 ‘비밀방 열쇠 조각’이 었다.

몬스터 전리품으로 나오는 게 아니 라 휴식공간을 통해서 파는 패턴도 있는 건가.

비밀방으로 들어가는 물건이니 무 조건 사야 한다.

매진된 물건은 곧장 메뉴판에서 사 라진다고 하니까 다른 이들에게 보 일 염려도 없다.

비밀방 열쇠 조각이야 당연히 사는 거고,사는 김에 다른 물건도 한꺼 번에 구매해 두는 게 좋을 듯하다.

‘1층에서 탑 포인트에 대한 언급이 있었지. 탑 포인트를 확인하려면 측 정기를 사야 하는 거였군. 어차피 0 CP니까 측정기는 무조건 사 두고, 소켓 생성기도 사 둬야겠군.’ 아직 현자가 남긴 5개의 마법석 중에서 4개의 마법석이 남아 있다. 소켓 생성기가 없어서 박지 못했었 는데 마침 잘된 셈이었다.

현재 강현이 소지하고 있는 CP는 대략 3, 000만 CP다.

원래 2, 000만 CP가 있었는데 블루 워터 마운틴에서 1, 000만 CP를 썼 고,현자의 섬에서 얻은 빙백검들을 갈아 새로이 2, 000만 CP를 추가하 여 최종적으로 3, 000만 CP가 남았다.

쓸 수 있는 CP는 많은 편이다.

강현은 ‘탑 포인트 측정기’,‘비밀 방 열쇠 조각’을 사고,‘소켓 생성기 (1)’ 10개를 사들였다.

물건을 사자 매진된 물건은 메뉴판 에서 사라졌다.

그 외에도 눈이 가는 물건들이 있 었다.

년급 보구 변환서랑 SS급 보구 변 환서는 뭐지? 보구를 바꿀 수 있게 해 준다는 건가? 개인 마켓 스텟 포인트 5퍼센트 할인권도 신경 쓰이 는데 말이지.’ 고민할 게 무에 있겠나.

CP는 충분하니까 일단 1개씩 다

사 보자.

S급 보구 변화서,SS급 보구 변환 서,개인 마켓 스텟 포인트 5퍼센트 할인권에 각각 손가락을 올리고 CP 를 지불하자 양피지 두루마리 3장을 얻을 수 있었다.

이로써 남은 CP는 약 500만 CP.

한꺼번에 CP를 많이 쓰긴 했다만 그만한 값어치는 할 거라고 생각한 다.

괜히 제한수량을 정해 놓은 건 아 닐 거다.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으니 한정 품처럼 만들어 둔 거겠지.

물건 구매를 마친 강현은 조용히 하피냐의 디스트로이 뒤편으로 되돌아갔다. 그러곤 신경전이 끝난 두 지역장이 숲에 들어가는 것에 맞춰 서 세이아나 일행과 합류했다. 세이아나는 강현의 옆에 바짝 붙으 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좌판은 어땠어?”

강현은 좌판에서 산 쇳조각을 슬쩍 내비쳤다.

“비밀방 열쇠 조각이야. 좌판에서 팔고 있더군.”

“조각뿐? 완성품으로 만들려면 어 떻게 해야 된다는지 안 적혀 있었 어?”

“직접 읽어 봐.”

강현이 주머니에서 감정서 한 장을 꺼내 세이아나에게 내밀었다.

비밀방 열쇠 조각에 붙였다가 떼 낸 감정서였다.

세이아나가 그 감정서를 살펴보았 다.

[비밀방 열쇠 조각]

등급 : 히든

타입 : 커즌즈의 탑 한정 물품 특성 : 커즌즈의 탑 좌판에서 살 수 있는 물건. 5층마다 있는 좌판에 서 모든 열쇠 조각을 구매하면 하나 의 열쇠로 만들 수 있다. 열쇠는 보 스 공략 이후에 나오는 비밀방에 들 어갈 때 사용된다.

세이아나는 감정서에 적힌 글귀를

모두 읽곤 머리를 긁적였다.

“까다로운 조건이네.”

“개발에 일조한 사람이 할 말은 아 닌 것 같군.”

“후후,창조급까지 올라갈 사람이 면 이 정도는 클리어해야지. 무조건 남들보다 먼저 좌판에 도착해서 비 밀방 열쇠 조각을 전부 사야 하고, 보스까지 클리어해야 되네. 바쁘게 움직여야겠어.”

“앞으로 휴식공간이 있는 층에 도 착할 때마다 조직원들 시선을 끌어 둬.”

“그거야 어렵지 않지. 약 올리는 건 잘하는 편이니까.”

“그리고 잠시 확인해 볼 게 있으니

먼저 6층에 다녀오겠어.”

“뭐 하려고?”

“표지판에 적힌 문구를……

강현은 말하다 말고 고개를 들었 다.

아까부터 계속 주변의 시선이 신경 쓰였다.

함께 걷고 있던 세이아나의 디스트 로이들이 줄곧 두 사람을 쳐다보고 있는 게 아닌가.

세이아나도 부하들의 시선을 느꼈 는지 파리 쫓듯 손을 휘휘 저었다.

“구경거리라도 났어? 안으로 들어 가서 야영 자리나 잡아 놔.”

세이아나의 디스트로이들은 뭐가 그리 좋은지 흐뭇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명령대로 하겠습니다. 그런데 꼭 붙어 계시는 게 보기 좋네요.”

“방해꾼들은 물러갑니다.”

“봄이 왔네? 봄이 왔어?.”

소리 낮춰 얘기하느라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몸이 밀착하게 되었다. 그를 두고 제 일인양 즐거워하며 흩어지는 세이아나의 디스트로이들 이었다.

강현은 여전히 세이아나와의 거리 를 유지한 채로 입을 열었다.

“좋은 부하들이군.”

“능력은 좋은데 가끔씩 까부는 게

문제지.”

“아까 하다만 이야기다만 6층에 가

서 먼저 공략 표지판을 살펴보고 오 려고 해.”

“미리 봐 두고 작전 짜려고? 너라 면 군단의 서로 빠져나올 수 있으니 까 괜찮겠지. 근데 너 아까 그 얘기 듣고도 용케 이 거리에서 얘기한 다?”

“주변에서 뭐라 한다고 없던 마음 이 생기는 건 아니지.”

“그건 그거대로 자존심 상하는데 말이야.”

“자존심 상할 거 없어. 내 개인적 인 취향 문제니까.”

“그냥 흥미 본위로 묻는 건데 어떤 사람이 취향이야?”

강현은 세이아나에게서 얼굴을 떨

어뜨리며 한 마디 날렸다.

“100번 밀어도 매달리는 사람.”

무심하게 돌아서는 강현을 두고 세 이아나가 피식 웃었다.

“풋,그거 그냥 괴롭히길 좋아하는 거잖아.”

*

커뮤니티의 조직원들은 불칸 지방 근처에 있는 지부에서 죄수를 보내 올 때까지 시간을 때울 겸 야영 준 비를 했다.

하피냐와 세이아나는 서로 사이가 안 좋은 만큼 한참 떨어진 곳에 자 리를 잡았다.

때문에 강현이 먼저 6층으로 사라 진 사실도 하피냐 측에선 알아차릴 수 없었다.

강현은 6층으로 이어지는 나선계단 으로 들어서며 탑 포인트 측정기를 꺼내 들었다.

탑 포인트 측정기는 시계처럼 생겼 고 팔목에 착용하여 사용하는 방식 이었다.

측정기를 손목에 차자 액정 부분에 문구가 새겨졌다.

[최강현 님의 탑 포인트 : 10이

[전체 누적 탑 포인트 : 8, 700]

[누적 탑 포인트가 1만을 넘기면 특수몬스터가 소환됩니다.]

특수몬스터에 대한 설명이 너무 모 자라다.

몇 마리나 소환되는지,어떤 몬스 터가 소환되는지,탑 전체 층에 소 환되는 건지,공략을 마친 층에서도 소환되는 건지 아무런 정보가 없다. SSS랭크 웨이브를 한 번 공략했는 데 한 사람당 100포인트씩 누적되 었으니 1,2층만 더 공략하면 1만을 넘길 거다.

그때 가서 확인해 보면 될 일이다.

더하여 강현은 5층에서 샀던 물건 들을 살펴보았다.

‘지불한 다망은 하는 물건이겠지. 한정물품이기도 했고.’

먼저 S급 보구 변환서부터 꺼내 보았다.

양피지 두루마리를 펼치자,동그란 마법진과 함께 두루마리 사용법이 적혀 있었다.

[S급 보구 변환세

[S급 보구를 임의로 다른 S급 보구 로 바꿔 주는 변환서입니다. 두루마 리에 새겨진 마법진 위에 바꾸고자 하는 보구를 올리시면 됩니다. 크기 가 커서 올리기 힘든 보구에는 두루 마리를 붙여서 사용하시면 됩니다.]

공략자에게 필요 없는 보구를 무작 위로 다른 보구로 바꿔 주는 물건이었다.

바꾼다고 해도 어떤 물건으로 바뀔 지 모르기에 상당히 도박성이 있는 물건이라 할 수 있었다.

SS급 보구 변환서도 다를 게 없었 다.

그저 바꿀 수 있는 보구의 등급이

SS 일뿐.

변환서의 효과를 확인한 강현은 스 렛 할인권도 펼쳐 보았다.

[개인 마켓 스렛 포인트 5퍼센트 할인권]

[할인권을 사용하면 개인 마켓의 스렛 포인트 가격이 ‘영구적’으로 5 퍼센트 할인됩니다. 할인권을 중복사용할 경우 할인율이 단리로 적용 됩니다.]

1, 000만 CP의 값어치는 하는 물건 이었다.

스렛 포인트 1을 올리는데 무려

100만 CP가 든다.

5퍼센트면 5만 CP 할인이지만,할 인율이 쌓이면 훨씬 싼 값에 스텟 포인트를 올릴 수 있게 된다. 할인율이 쌓이고 스텟 포인트를 많 이 구매할수록 본전 이상을 뽑아낼 수 있다.

할인권은 가호 타입의 보구를 쓰듯 쓰면 되는 듯하다.

강현은 할인권을 사용하고 개인상

점을 확인해 보았다.

할인권이 적용되어 스렛 포인트를 95만 CP에 살 수 있는 걸 확인했 다.

구입한 물건을 확인하는 와중에 6 층에 도달했다.

웨이브의 길 6층에도 소형 웨이브 보석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난이도는 SSS랭크,입장인원은 최 대 30명이었다.

강현은 소형 웨이브 보석에 손을 올려 웨이브 안으로 들어갔다.

위이엉!

시야가 뒤틀리나 싶더니 이내 곧 담쟁이넝쿨로 뒤덮인 궁전이 눈에 들어왔다.

6층의 웨이브 보석은 유적 지대가 전장인 모양이다.

전장이 어떤 곳인지는 관심 없다. 중요한 건 표지판이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나무 표 지판이 세워져 있는 게 보였다. 강현은 표지판에 다가가 문구를 확 인해 보았다.

[허무왕의 옛 궁전 1층(난이도 : SSS 랭크)]

-허무왕의 옛 궁전 1층에는 100명 의 근위병이 있습니다.

-근위병들에겐 동귀어진의 저주가 걸려 있어 근위병을 베면 공략자 중 한 명이 무작위로 죽습니다.

-허무왕의 옛 궁전 1층에는 ‘전하 의 은총’이란 목걸이가 상당수 숨겨 져 있습니다. 전하의 은총을 착용하 면 등귀어진의 저주를 피할 수 있습 니다.

-근위병으로 위장한 근위대장을 발견하여 사살하면 허무왕의 옛 궁 전 1층이 클리어 됩니다. (1층이 클 리어 되어야 2층에 던전이 조성됨니 다. 스킬을 이용하여 2층,3층으로 올라가도 이전 층을 클리어하지 않 으면 공략을 진행할 수 없습니다.)

(강제 클리어 조건 : 허무왕의 옛 궁전 1층에 사람 시체 8명이 존재 하면 1층 강제 클리어)

전하의 은총이란 목걸이를 찾아내 면 근위병의 저주에 죽는 일 없이 1층을 공략할 수 있다.

하지만 목걸이의 개수가 정확하게 몇 개인지 적혀 있지 않다.

공략자끼리 분쟁을 유도하기 위한 장치이리라.

‘어차피 하피냐는 죄수를 이용해서 강제 클리어를 하겠지.’ 강현이 확인하고 싶은 건 바로 나 무 표지판과 관련된 것이었다.

여태껏 공략법이 적힌 나무 표지판 을 건드려 본 적은 거의 전무하다시 피 하다.

누구든 나무 표지판은 건드리지 않 는 게 암묵적인 규칙이다.

혹시나 공략하다가 깜빡한 게 있으 면 다시 확인해야 하고, 뒤에 들어 오는 사람도 공략법을 확인할 수 있 게 해야 하니까.

강현은 빙백검을 뽑아 그랜드 소드 를 부여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기 어디에 나무는 없으려나.’

다행히 궁전으로 들어가는 입구 근 처에 나무 몇 그루가 자라나 있었 다.

나무 중 적당히 어린 나무에 다가 가 기둥을 베어 내고 기둥 중앙에 빙백검을 박아 넣었다.

스격! 스격!

빙백검을 톱 삼아 나무를 베어 내 자 금세 나무판자 하나가 만들어졌다.

강현은 나무판자를 표지판 앞으로 들고 가선 아공간 주머니에서 잉크 와 깃펜을 꺼냈다.

깃펜을 잉크에 찍어서 글을 적으려 던 찰나,강현이 깃펜을 놓으며 표 지판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깃펜으로 쓰면 너무 티가 날 것 같은데……

표지판의 글자는 붓으로 쓴 양 굵 직한 크기였다.

얇은 깃펜으로 표지판의 글씨는 재 현하는 건 무리였다.

강현은 과감하게 검지를 잉크통에 담갔다.

“속이려면 비숫한 굵기로 쓰는 게

낫겠지.”

잉크 묻은 검지를 나무판자에 대고 굵직굵직하게 표지판의 글자를 옮겨 적었다.

그리하여 새로운 표지판을 만든 강 현은 기존의 표지판을 떼 내고 새 표지판을 기둥에 매달았다.

새 표지판에 적힌 글씨 중 기존의 표지판과 다른 점은 한 가지뿐이었 다.

강제 클리어 조건에서 ‘사람 시체

8명’인 것을 ‘사람 시체 15명’으로 고쳐 적은 게 전부였다.

숫자 8을 15로 고치면 되는 일이 었지만 기존의 표지판에서 한 글자 만 고치면 너무 티가 난다. 그래서 아예 새로 만들어 매단 것이었다. 작업을 마친 후,기존의 표지판과 베어 낸 나무의 잔해는 전부 땅에 묻어 흔적을 없앴다.

군단의 서 능력을 이용해 5층으로 돌아가기 앞서,강현은 잉크가 뚝뚝 떨어지는 검지를 늘어뜨리며 중얼거 렸다.

“자칭 천재가 어떻게 대처할지 기 대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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