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168화 (168/381)

168화

공략에 석 달이나 걸리는 등급답게 크기가 상당히 크다.

전설급 웨이브 보석 주변으론 전쟁 터를 방불케하는 진지가 구축되어 있었다.

커뮤니티에서 작전본부를 설치하여 속속들이 도착하는 각 지부의 병력 을 들여보내는 중이었다.

전설급 웨이브에 다가가기 앞서 세 이아나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어라? 이상하네. 여기서 기다리라 고 했는데.”

“만날 사람이라도 있나?”

“어,내 디스트로이 부대 보고 대

기하라고 했어. 시간 개념이 없는 애들은 아닌데 왜 이리 늦는담.”

“믿을 만한 사람들이겠지?”

“혹시나 각성의 서 계승자가 없을 때를 대비해서 내 나름대로 모아 둔 사람들이야. 커뮤니티의 디스트로이 가 아니라 나 세이아나의 부하들이 지,그러니까 믿어.”

“자신 있게 단언하는군.”

“모두 테라 시스템의 목적을 알고 있고 초기화를 막고 싶어 해. 마침 저기 오네.”

강현 일행을 기준으로 동쪽에 위치 한 언덕에서 데릭로우스를 탄 무리 가 나타났다.

숫자는 7명이었고 특이한 점이 있

다면 전원 여자라는 점이었다. 커뮤니티 배지를 달고 검은색 디스 트로이 제복을 입은 그녀들은 데릭 로우스를 몰아 강현 일행 앞에서 멈 춰 섰다.

여자들 중 남자처럼 머리를 짧게 친 흑인 여성이 데릭로우스에서 훌 쩍 뛰어내렸다.

“늦어서 죄송합니다,세이아나 지 역장님. 오다가 강이 범람한 탓에 다리가 끊겨서 시간이 지체되었습니 다.”

“신경 쓰지 마. 우리도 방금 도착 했어. 그것보다 물건은?”

“가져왔습니다.”

“두 사람에게 나눠 주도록 해.”

보이시 타입의 흑인 여성이 배낭에 서 옷 두 벌을 꺼내서 강현에게 다 가왔다.

디스트로이 제복이었는데 하나는 큰 사이즈였고,또 다른 하나는 작 은 사이즈였다.

강현과 루나 모두 세이아나의 디스 트로이인 것처럼 꾸며서 입장시키려 는 것이었다.

효율로 따지면 이보다 좋은 방법은 없었다.

큰 사이즈의 제복을 건네받는데 갑 자기 흑인 여성의 웃음보가 터졌다.

“푸홉,아,죄송해요. 나쁜 의미로 웃은 건 아니에요.”

“그럼 무슨 의미지?”

“어……. 그러니까 소문 들었거든 요. 여기 오시는 동안 부부인 척하 셨다면서요?”

“척만 했지.”

“우리 지역장님 척으로나마 소원풀 이 하셨다 싶어서요. 항상 외롭다고 베갯머리 적셨었는데……. 푸홉.”

때 아닌 스캔들에 자기 일마냥 즐 거워하고 있었다.

보통은 지역장과 디스트로이의 관 계는 지역장의 성향마다 다른 걸로 알고 있다.

고메즈의 경우 디스트로이를 시종 다루듯 다룬다 들었는데,세이아나 는 거의 언니동생 사이처럼 지내는 것 같다.

세이아나는 우줄거리면서 검지를 좌우로 까딱거렸다.

“후후후,외로움 코드를 조크로 쓸 수 있는 건 노처녀만의 특권이지.”

“자신감 넘치게 말씀하실 일이 아 니라구요. 아예 이참에 진짜로 우리 지역장님 좀 데려가 줄래요?”

“안타깝게도 임자 있다더라.”

“에이,여기서 골키퍼 몇 명 세운 다고 누가 뭐라 하는 것도 아니고.”

“농담은 여기까지만 하자. 루나 옷 이나 갈아입혀 줘.”

“네에?.”

디스트로이 제복의 구성품 중에도 로브가 섞여 있었다.

옷을 입고 로브를 두른 후,로브

후드를 덮어쓰는 걸로 환복을 마무 리 했다.

옷 색깔이 검은색 일색으로 바뀐 것 이외에는 거의 달라진 게 없었 다.

옷을 갈아입는 동안 루나 쪽은 디 스트로이들이 난리를 치고 있었다.

“꺄악,귀여워. 얘 볼살 토실토실한 것 좀 봐.”

“사탕 먹을래?”

“세이아나 지역장님이랑 똑닮았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진짜 딸이라고 생각하겠어.”

루나가 귀여운 나머지 너도 나도 달려들어 옷 갈아입는 걸 도와주었 다.

루나로선 훤칠한 언니들이 사방에 서 말을 걸다 보니 정신이 없었다. 조그맣다고 무시하지 마. 옷 정도 는 혼자 갈아입을 수 있다고. 이 언 니들 안 되겠네. 따끔하게 한 마디 해야겠어.

루나가 한 마디 하려고 단단히 벼 르던 찰나.

누군가가 주머니에서 꿀사탕을 꺼 내 들었다.

“사탕 있는데 먹을래?”

우물우물.

흥,사탕 때문에 봐주는 게 아니라 엄마 부하들이라 봐주는 줄 알아. 강현과 루나가 환복을 하는 동안 세이아나가 갖가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서 화난 표정과 우스 광스런 표정이 수차례 번갈아 튀어 나왔다.

무엇을 하고 있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강현은 잠자코 보고 있다가 한 마 디 툭 던졌다.

“어물전에 생선으로 취직할 모양인 가 보지?”

“그게 아니라 얼굴 근육 푸는 거 야. 다른 지부 녀석들 다룰 때 쓰는 표정이 따로 있거든. 준비하는 동안 나랑 내 부하들한테 군단의 서 부여 해 둬.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미리 걸어 두는 게 나을 거야.”

군단의 서를 쓰면 군단원이 있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

그건 웨이브 내에서라도 마찬가지 다.

강현은 세이아나의 조언을 받아들 여 그녀와 그녀의 부하들에게 군단 의 서를 부여해 두었다.

이로써 모든 준비가 끝났다.

강현 일행은 세이아나를 선두에 세 우며 전설급 웨이브 보석으로 접근 했다.

보석 근처에서 진을 치고 있던 커 뮤니티 조직원들은 세이아나를 알아 보곤 황급히 경례자세를 취했다.

“아,안녕하십니까,세이아나 지역

장님!”

“먼 길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 다!”

어느덧 세이아나는 평소의 능글맞 은 모습 대신 권위감에 찌든 상사의 모습을 취하고 있었다.

지역장의 기본 소양인 마냥 인상을 찌푸린 데다 트집거리를 찾듯 매서 운 눈매를 띤 상태였다.

얼마나 효과적인 얼굴인가 싶었는 데 성격 나쁜 상사의 표정이었다니. 하긴 금방이라도 성질 낼 것 같은 상사만큼 말 걸기 까다로운 상대는 없는 편이지.

세이아나는 잔뜩 굳어 있는 조직원 들을 향해 말했다.

“웨이브 공략 진행상황은?”

“어젯밤에 겨우 3층을 뚫었습니 다.”

“겨우 3층? 그동안 뭘 했길래 겨 우 3층인 거냐?”

“죄,죄송합니다. 워낙에 외진 곳이 라 다들 집합하는데 시간이 걸려서 3일 전에야 공략에 들어갈 수 있었 습니다.”

“다른 지역장들은 어쩌고?”

“아직 오고 계시는 증이라고 합니 다.”

“요즘 따라 다들 기가 빠졌구나. 이 모양 이 꼴이니 카니발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루키 따위에게 당하는 거지.”

“다,당하신 건 고메즈 지역장님이 신데 조금 자중하시는 게……. 고메 즈 지역장님 귀에 들어가기라도 하 면 큰일 납니다.”

“같은 지역장인데 내가 왜 그놈 눈 치를 봐야 하지? 나보다 고메즈가 더 뛰어나니까 입 다물고 있으란 뜻 이냐?”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사과하는 걸 보니 실제로 그리 생 각하긴 했나 보군.”

“아니……. 저……. 죄송하다는 게 무슨 의미냐면……

악덕 상사 연기가 아주 일품이었 다.

연기한다고 미리 전해 듣지 않았다

면 실제 성격인 줄 알았을 거다. 세이아나는 조직원들을 붙잡고 한 껏 트집을 잡다가 자연스럽게 중대 한 정보 하나를 흘렸다.

“정신 똑바로 차려! 안 그래도 최 강현이 전설급 웨이브 공략을 노린 다고 하는데 이래서야 놈을 막을 수 있겠어?”

“주의하겠습니다!”

조직원들은 하도 갈궈진 탓에 멘탈 이 나가 버려 정보의 근원지가 어딘 지,신빙성은 있는 정보인지 의심할 겨를도 없었다.

말을 마친 세이아나는 곧바로 디스 트로이를 이끌고 진지 안쪽으로 들 어갔다.

전설급 웨이브 보석으로 들어가는 절차는 여타 하위 랭크 웨이브와 다 를 게 없었다.

웨이브 보석에 접근하여 접촉한 후 들어가면 된다.

보석 안으로 들어가자 탑의 내부에 들어선 양 원통형 벽돌 건물 안에 이르렸다.

탑 1층에는 10명쯤 되는 조직원들 이 대기하고 있었다.

세이아나가 그들에게 가서 대략적 인 상황을 묻는 사이,강현은 탑 1 층 벽에 걸려 있는 커다란 나무간판 을 쳐다보았다.

나무간판에는 전설급 웨이브 공략 에 관련된 정보가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커즌즈의 탑 공략법(난이도 : 전 설급)]

1. 커즌즈의 탑은 30층으로 이루어 져 있으며,5층마다 휴식공간과 좌 판이 존재한다.

2. 커즌즈의 탑에는 2개의 길이 있 다. 오른쪽은 '웨이브의 길’이며,왼 쪽은 ‘던전의 길’이다. 양쪽 길 모두 가 층을 공략해야만 다음 층으로 갈 수 있다. 웨이브의 길은 웨이브에 입장할 수 있는 제한인원이 있는 반 면,던전의 길은 제한인원이 없으며 층을 공략하는 중이라도 얼마든지 추가인원이 입장할 수 있다.

3. 커즌의 탑에는 탑 포인트가 존 재한다. 탑 포인트는 각 층을 공략 한 후에 생존자 모두에게 배분된다.

4. 커즌의 탑을 공략하는 자들이 획득한 탑 포인트가 일정 수준 이상 누적될 때마다 모든 방에 ‘특수 몬 스터’가 소환된다. (단 누적된 탑 포 인트는 공략자가 죽거나,탈출한다 고 해서 줄어든진 않는다.)

5. 99일 내에 30층을 공략해야 웨 이브가 클리어 된다.

현재 남은 시간 : 69일

전설급인데다 보석의 크기가 크다 보니 그만큼 규칙 또한 많았다. 휴게소,탑 포인트,특수 몬스터주목해야 할 부분이 제법 보인다.

공략에 참가하면 알 수 있겠지.

당장 해야 할 일은 위층으로 가는 것이다.

초월의 서를 얻으려면 비밀방을 찾 아야 하고,비밀방을 찾으려면 공략 에 임하여 비밀방으로 가는 단서를 얻어야 하니 말이다.

얼추 간판을 다 읽었을 즈음,세이 아나가 강현에게로 돌아왔다.

세이아나는 강현에게 현재 웨이브 안의 상황을 알려 주었다.

“들어 보니까 웨이브의 길은 층마 다 작은 웨이브 보석이 있어서 그걸 공략해야 하는 길이래. 던전의 길은 층마다 방이 있어서 그 방을 공략해 야 하는 거고.”

“그래서 웨이브의 길,던전의 길이 라 적어 둔 거군.”

“양쪽 모두 클리어해야 다음 층으 로 가는 길이 열린다나 봐. 비밀방 으로 들어가는 단서가 나올 때까진 계속 공략을 해야 하니까 두 쪽 모 두 공략해야 해.”

“무리를 둘로 나눠야겠군.”

“넌 루나를 데려가. 난 디스트로이 들을 데리고 가겠어.”

군단의 서 능력을 써서 양쪽 길을 오가려면 양쪽 길 모두에 군단원이 있어야 한다.

루나의 경우 강현이 소환석을 얻을

때마다 테라 시스템을 부여해 줘야 하고,강현의 보조 역할로 가장 손 발이 잘 맞으니 강현이 데려가는 게 맞다.

더불어 누가 어느 쪽 길로 가야 하는지도 정해야 했다.

강현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올라 갈 길을 정했다.

“내가 웨이브의 길로 가도록 하 지.”

“거기가 더 성가시지 않겠어?”

“업적의 서 보상을 챙기기 좋을 것 같으니까.”

강현의 경우 던전 공략은 수도 없 이 했지만 웨이브 공략은 의외로 적 게 한 편이다.

한데 때마침 이곳 커즌즈 탑에서 웨이브의 길에는 각 층마다 웨이브 보석이 있다.

하나를 공략할 때마다 웨이브 공략

1회로 친다면,30층에 다다를 즈음 에 최소 SSS급 보구를 얻을 수 있 을 게 분명하다.

세이아나는 납득한 듯 고개를 위아 래로 흔들었다.

“아하? 그것도 그렇네. 아참,그리 고 이거 받아 둬. 우리 부대가 쓰는 소리잔이야. 서로 진행상황을 알아 야 다음 층으로 가는 길을 열기 편 하잖아.”

“그러지.”

“그럼 바로 4층 공략 끝나고 5층

에 있는 휴게실에서 보자. 루나야, 오빠 말 잘 들어야 한다? 몸조심해 서 5층에서 보자. 루나,잘할 수 있 지?”

“응!”

그리하여 강현 일행과 세이아나 일 행으로 찢어져서 각각 탑 1층 양쪽 에 있는 문으로 갔다.

탑 1층 오른쪽 벽에 있던 문을 열 자 나선계단이 나타났다.

던전 내의 엘리베이터라 불리는 마 나기류가 아닌 게 아쉬울 따름이었 다.

나선계단을 타고 올라가니 금방 2 층에 다다랐다.

2층 문을 열자 넓은 방이 나왔다.

새하얀 방이었다.

천장과 벽,바닥과 벽의 경계조차 구분이 안 되는 하얀 방.

마치 방이 아닌 빛 속에서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방에 있는 거라곤 네모난 타원형 받침대뿐이었다.

무언가 박혀 있었는지 받침대 위의 다이아 모양의 빈 홈이 있었다.

아마 웨이브 보석이 박혀 있었을 거다.

3층도 마찬가지였다.

새하얀 방에 타원형 기둥 하나,앞 서 거쳐 간 자들이 공략하여 없어진 웨이브 보석의 빈 홈.

4층에 가자 처음으로 받침대에 박

혀 있는 웨이브 보석을 발견할 수 있었다.

주먹 크기의 검은색 웨이브 보석이 었다.

웨이브 보석 표면에는 이리 적혀 있었다.

[난이도 : SSS랭크 웨이브,입장인 원 : 9/30]

벌써 안에 9명의 조직원이 들어가 있었다.

기껏해야 지부장과 그 수하들이 들 어가 있는 정도겠지.

그 정도라면 전혀 문제될 게 없다. 강현은 루나와 함께 소형 웨이브보석에 손을 올렸다.

입장하는 이미지를 그리자 소형 웨

이브 보석 주변으로 마나기류가 생 겨나며 두 사람을 빨아들였다. 시야가 왜곡되면서 모든 풍경이 흐 리게 보인다.

흐릿한 시야 사이로 거뭇거뭇한 무 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이내 곧 시야가 회복되면서 거뭇거 뭇한 것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 다.

키가 10미터는 족히 넘어 보이고, 온몸이 검은 바위로 이루어진 거인 이었다.

바실리스크와 더불어 전설 속 몬스 터라 불리는 강완의 거인.

타이탄이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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