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163화 (163/381)

163화

강현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

잘못 들은 게 아니다.

분명 조직원이 세이아나를 두고 지 역장이라 불렀다.

지역장이란 게 하루 이틀 한다고 올라갈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 오랫동안 커뮤니티에 몸을 담았던 게 분명하다.

커뮤니티 입장에서는 강현이 적이 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 월의 서를 얻을 수 있게 도와준다고 한다.

들키면 지역장 직위를 잃어버리는 데다 커뮤니티의 적으로 몰린다.

강현이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들 기는 동안 세이아나는 조직원과의 대화를 마무리했다.

“금방 떠날 거니까 신경 쓰지 않아 도 돼.”

“아,지금 바로 떠나실 겁니까?”

“그래야지. 차이나타운 동쪽 관문 으로 나갈 거야.”

“알겠습니다. 동문에 가서 미리 언 질을 넣어 두겠습니다. 그런데 옆에 계신 분들은……

조직원들이 강현과 루나를 번갈아 보았다.

로브를 덮어 쓰고 있어서 얼굴이 보일 염려는 없다.

그래도 조직원들이 원칙을 고수하

며 검문을 요구한다면 이야기가 복 잡해진다.

세이아나의 대답이 중요했다.

다행히 세이아나는 조금도 동요하 지 않고 능숙하게 대처했다.

“남편이랑 딸이야.”

조직원들의 얼굴에서 의심이 걷혀 나감과 동시에 의문이 그 자리를 대 신했다.

“결혼하셨습니까?”

“하기야 했지. 나라고 결혼하지 말 라는 법이라도 있어? 아니면 결혼 못할 것 같은 여자로 보인 거려나?”

“아,아닙니다! 제가 실언을 했습 니다!”

“나랑 다르게 조용히 지내고 싶어

하는 사람이니까 괜히 청탁한답시고 우리 남편한테 말 걸기만 해 봐. 전 부 가만두지 않겠어.”

“며,명심하겠습니다!”

“알았으면 가 봐.”

“네!”

조직원들은 괜히 지역장의 심기를 건드렸나 싶어 도망치듯 바깥으로 나갔다.

세이아나는 손을 탁탁 털며 도로 자리에 앉았다.

“어디까지 얘기했었지? 아,짐짝 얘기 중에 끊겼었구나. 무력만 말하 는 게 아냐. 전설급 웨이브는 전적 으로 커뮤니티가 입장을 관리하고 있어. 나와 가면 통행은 문제가 없지. 솔직히 웨이브 공략을 하러 가 는 거지 전쟁을 벌이러 가는 건 아 니잖아?”

“무슨 말인지는 알겠다만 그쪽을 신용하는 건 좀 더 생각해 봐야겠 군.”

“후후,내가 커뮤니티 지역장인 게 신경 쓰이나 봐?”

“알고 있다면 말 돌리지 않고 묻겠 어. 지역장씩이나 되면서 왜 그리 날 도우려 하지?”

“지역장은 어쩌다 보니 된 거야. 이래 쾌도 커뮤니티 창단멤버거든. 당시에는 다들 레벨도 낮았고 나름 대로 순수했었지. 근데 몸집이 커지 면서 사람이 바뀌는 건 어쩔 수 없더라고. 가만 놔두면 세상을 초기화 시킬 병기가 탄생할 테니 어떻게든 막아 봐야지.”

술잔을 기울이는 그녀의 표정에서 아쉬움이 배어 나왔다.

취기 때문일까.

그녀 특유의 생글생글한 미소는 그 대로였지만 입꼬리엔 씁쓸함이 맺혔 다.

그녀의 스승인 현자가 죽은 이후에 그녀 혼자 카니발에서 살아남아야 했을 거다.

그러던 차에 다른 이세계인들이 카 니발로 넘어와서 그들과 함께 살아 남다 보니 커뮤니티가 탄생한 모양 이었다.

여전히 노이즈가 섞이지 않는 걸로 보아 어쩌다가 지역장이 되었다는 말은 진실인 듯했다.

세이아나는 얼핏 진지함을 내비치 나 싶더니 이내 곧 본래의 장난기 가득한 모습으로 돌아갔다.

“루나야,엄마는 루나랑 함께 있고 싶은데 최강현이 못하게 해. 어떻게 해야 할까?”

경단에 정신이 팔려 있던 루나는 고개를 번쩍 들며 세이아나를 보았 다.

“언니,우리 엄마였어?”

“같은 피가 흐르고 있으니까 엄마 라고 할 수 있지.”

“오빠,이 누나 우리 엄마 맞아?”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

세이아나는 루나를 끌어안으며 로 브 위로 얼굴을 부벼 댔다.

“루나는 엄마랑 같이 가고 싶지 않 아?”

“오빠가 안 된다고 하면 안 가도 돼.”

“엄마랑 같이 가면 오빠가 아빠가 될 수도 있는데?”

“……그건 나쁘지 않을지도.”

확실히 지역장급의 인물과 동행하 면 여행길이 편해지긴 할 거다. 무력만 따지면 나와 동급,아니 그 이상일지도 모르니 도움이 안 된다 고 말할 순 없다.

도와주려는 동기 또한 뚜렷하다.

더 이상 결단을 미룰 이유가 없었 다.

“동행해서 나쁠 건 없겠군.”

“야호,해냈다.”

“대신 애한테 괜한 말하지 마. 그 쪽이랑 엮일 생각 없으니까.”

“농담 좀 한 거 가지고 뭘 그리 의 식하시나? 푸품,귀엽네.”

“응,루나도 가끔씩 생각해. 오빠 귀여울 때 있어.”

세이아나가 자신을 모티브로 만든 사역마이니 루나의 기술은 곧 세이 아나의 기술일 거다.

예전에 던전 지대에서 루나의 레벨 을 올려 뒀다만 아직은 기껏(?)해야 마나유저 상급 수준이다.

세이아나란 멘토가 있다면 루나의 실력도 빠르게 향상시킬 수 있겠지. 그녀가 거기까지 감안하고 찾아온 거라면 그녀 역시 평범한 사람은 아 니다.

하긴 히든 시스템 개발에 일조한 자가 평범할 리 없지.

강현은 똑같은 얼굴로 웃고 있는 세이아나와 루나를 보며 턱을 괴었 다.

'이렇게 보니까 정말 모녀지간 같 군.’

?

식사를 마친 강현 일행은 곧바로

여관을 나섰다.

하루 묵고 갈까 했지만 커뮤니티에 서 계속 세이아나를 신경 쓸 게 뻔 했다.

여관에 자꾸 조직원들이 들락거리 면 강현의 정체를 들킬 가능성도 높 으니 차라리 바로 떠나는 편을 택했 다.

동쪽 관문으로 가니 조직원들이 예 를 갖춘 채로 길을 열어 주었다.

“세이아나 지역장님. 카니발 차이 나타운에서 불편한 점은 없으셨습니 까?”

“다른 건 다 좋은데 지부 주변의 화단이 너무 지저분하더라고.”

“아! 얼마 전에 고메즈 지역장님께

서 인원을 차출해 가셔서 그만……. 얼른 인원을 충당하여 시정하겠습니 다.”

“그래. 수고들 해.”

“조심히 돌아가십시오.”

여관에서 세이아나가 으름장을 놓 은 게 전해졌는지 강현과 루나에겐 접근조차 하지 않았다.

덕분에 강현과 루나는 유유히 관문 바깥으로 나올 수 있었다.

강현 일행이 빠져나온 후에 관문 쪽에서 상관이 부하들을 갈구는 소 리가 들려왔다.

“청소를 어떻게 했길래 지역장님 입에서 더럽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거야!”

“죄,죄송합니다.”

“업무 시간 끝나고 내 밑으로 네 위로 전부 집합시켜!”

세이아나가 한마디 한 것 때문에 왜 그녀가 여기까지 왔는지,어째서 지역장 직속 호위대인 디스트로이 없이 왔는지 아무런 의심을 가지지 않고 있었다.

오로지 하늘같은 지역장에게 지적 당했다는 생각에 한없이 부하들을 닦달할 뿐이었다.

이후 강현 일행은 카니발 차이나타 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먼 곳까지 이동했다.

그제야 강현은 입을 열어 질문을 날렸다.

“불칸까진 얼마나 걸려?”

“소환수를 타고 달리면 한 달 안엔 도착할걸?”

“한 달씩이나 걸리면 웨이브 공략 은 무리겠군.”

SS랭크나 SSS랭크 웨이브는 제한 시간이 길어 봤자 일주일도 안 된 다.

전설급 웨이브도 마찬가지일 거라 여겨 꺼낸 말이었다.

그러나 세이아나는 대번에 고개를 저었다.

“전설급 웨이브는 제한시간이 길 어. 그리고 공략법도 SSS랭크 이하 의 것과는 많이 달라.”

“다르다고?”

“기본 30층은 되는 웨이브거든. 평 소엔 지역장 3, 4명과 지부장 포함 1, 000명의 조직원을 동원해서 석 달 정도 들어가 있는 편이야.”

“그 정도 난이도라면 차라리 방치 하는 것도 방법의 일종이겠군.”

커뮤니티에선 기본적으로 쉘터 주 변의 던전만 관리한다.

그것도 쉘터 주변에 5개 이상의 던전이 생겼을 때만 말이다.

쉘터 주변에 5개 이상의 던전이 생기면 쉘터 유지비가 올라가니까. 전설급 웨이브라 해도 쉘터 주변에 서 생성된 게 아니라면 차라리 방치 하는 게 효율적이다.

세이아나는 데릭로우스를 소환하여

그 위에 올라타며 머리를 긁적였다.

“아아,전설급 웨이브에 대해서 전 혀 안 알아봤나 보네.”

“방치하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나 보군.”

“전설급 웨이브 공략에 실패하면 던전이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몬스 터가 우글우글 쏟아져 나오는 몬스 터홀이 생성되거든. 몬스터홀은 본 적 없지? 아주 그냥 쥐떼처럼 와르 르 쏟아져 나온다니까.”

실패하면 몬스터가 파도처럼 쏟아 져 나오는 웨이브.

그래서 높은 파도란 이름의 하이웨 이브란 별명이 붙은 거였군.

지역장이 3,4명이나 참가한다면

개중에 고메즈가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강현은 고메즈의 참가여부를 물었 다.

“고메즈도 참가하나?”

“안 할걸? 널 잡는 것에 정신이 팔려서 전설급 웨이브에는 신경도 안 쓰고 있어. 임무를 인수 받으러 간 지역장을 공격하기까지 했다니 까. 커뮤니티 내에서도 통제가 안 돼서 난리도 아냐.”

“그거 좋군.”

“뭘 할 생각이야?”

“우리가 전설급 웨이브에 입장하기 직전에 정보를 흘릴 수 있겠어?”

“어떤 정보?”

“최강현이 전설급 웨이브에 입장했 다고 말이야.”

“잠깐 네 능력은 나도 줄곧 봐 와 서 알고 있어. 하지만 고메즈 그 녀 석은 급이 달라. 지역장 중에서도 최강이라고.”

“상관없어.”

“상관없다니……

강현은 고메즈의 참가가 가져올 상 황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차가운 투 로 말했다.

“너무 강한 병기는 아군까지 상처 입히는 법이지. 커뮤니티라도 예외 는 아냐.”

*

카니발 대륙 북부에 위치한 어느 험준한 산속.

남몰래 숨겨져 있는 3성급 쉘터 안에 허름한 몰골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사람들의 중심에는 검은색 두건을 쓴 백인 중년 사내가 서 있었다.

“카니발 차이나타운에 세이아나가 방문했다는군.”

“네,디스트로이 한 명 대동하지 않은 채 혼자 방문했다더군요. 해당 지부에 심어 놓은 밀정이 말하길 남 편과 딸을 데리러 간 것 같다고 합 니다.”

“바람이 혁명군을 향해 불고 있구

나.”

“세이아나를 치실 대장?”

중년 사내는 다름 대장 줄리안이었다. 얼마 전,블루워터 드하우저와 다수의 생각이십니까,

아닌 혁명군의

마운틴에서 게 동지들을 잃은

참이었다.

허나 줄리안은 오히려 이득을 봤다 고 생각하고 있었다.

죽은 숫자로 따지면 커뮤니티 측의 병력이 더 많으며,지역장이 패퇴했 다는 소문은 절대적으로 여겨졌던 커뮤니티의 무력에 의구심을 낳게 만들고 있었다.

블루워터 마운틴 사건 이후로 혁명

군에 가담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되려 몸집이 불어나는 효과를 거두 고 있었다.

줄리안은 모자에 걸쳐 둔 선글라스 를 아래로 내리며 말했다.

“커뮤니티의 지배력에 균열이 생기 기 시작했다. 여기서 지역장 한 명 을 제거하면 균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겠지. 마침 세이아나가 혼자 나 왔다고 하지 않느냐. 하늘이 우릴 위해 순풍을 보내 주고 있는 게 틀 림 없다.”

“인원은 어떻게 편성하실런지요?”

“나를 포함한 마나 마스터 이상급 인원 40명이 출전한다. 세이아나의 이동경로를 파악하고 앞질러 가 매복할 수 있게 하도록.”

“네! 자유를 위하여!”

“자유를 위하여!”

오와 열을 맞추어 늘어서 있던 혁 명군은 일제히 경례 자세를 취했다. 줄리안은 마에스트로마냥 현란하게 팔을 휘저으며 브리핑을 마무리했 다.

단상에서 내려온 그에게 니케가 말 을 걸어왔다.

“세이아나를 치러 갈 겁니까?”

“그래. 너는 여기 남아서 새로 입 단하는 자들을 받고 있거라.”

“상대가 상대예요,너무 무리는 하 지 마세요,아버지.”

줄리안은 자상한 아버지의 표정을

띠며 니케와 리리의 뺨에 입을 맞추 었다.

“미안하다. 너희에게는 고생만 시 키는구나.”

“괜찮아요. 이 정도 가지고 뭘요.”

“이번 일이 성공하면 바비큐 파티 라도 하자구나. 옛날처럼 말이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혁명군 동지들 과 함께 쉘터에서 나서는 줄리안이 었다.

니케와 리리는 떠나는 아버지의 등 을 바라보았다.

여느 때와 같이 넓은 등이었다. 역삼각형에 든든함만이 엿보이는 그런 등.

니케와 리리는 계획이 성공하길 바

라며 아버지의 무사귀환을 기도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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