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161화 (161/381)

161 화

현자의 연구소에서 나온 강현과 루 나는 노스 아일랜드 북쪽 해안가로 갔다.

해안가에는 바닷물이 흐르는 바다 동굴이 있었는데 그 안에 조각배 한 척이 있었다.

문제는 방치된 지 오래되어서 상태 가 썩 좋지 않다는 점이었다.

판자 몇 곳이 썩어서 구멍이 나 있고,노는 파도에 떠내려갔는지 보 이지도 않았다.

“이걸 타고 나갔다간 그대로 심해 까지 곤두박질치겠군.”

“구멍 막을 거 찾아을까?”

“오두막집으로 돌아가자. 거기 있 는 탁자를 자르면 판자랑 못을 얻을 수 있을 거야.”

“내가 할래! 그랜드 소드로 탁자 자르면 못까지 전부 잘릴 거야!”

“마나 안 쓰고 검날로만 잘라 낼 거니까 괜찮아.”

“나도 뭔가 돕고 싶은데……

“마당에 불 피워 놓을 테니까 수통 에 눈 넣어서 녹여 놔.”

“응! 맡겨만 둬!”

강현과 루나는 현자의 연구소로 되 돌아가서 조각배 수리에 필요한 재 료와 물을 만들었다.

쉴 틈 없이 눈이 내리는 싸늘한 섬에서 손수 공구와 물을 만들고 있으니 마치 종말의 끝에 살아남은 사 람 같기도 하다.

딱히 방어체계가 없었어도 누구 하 나 찾아들지 않았을 것 같다.

동료를 모두 잃고도 끝까지 이곳에 남아 연구를 이어 갔던 현자가 대단 하게 느껴질 따름이다.

빙백검으로 탁자를 분해하고 있는 데 오두막집 뒤에서 무언가가 다가 오는 게 느껴졌다.

터벅터벅.

발소리는 오두막을 향해 똑바로 다 가오고 있었다.

석상 몬스터가 다시 재생해서 다가 오고 있나?

다른 방어체계가 발동한 걸 수도.

아니면……. 아,그 아이를 까먹고 있었군.

루나는 좌우에 눈사람을 소환하며 경계했다.

“오빠 물러나! 내가 처리할게!”

“그럴 필요 없어.”

“적 아니야?”

“아니야.”

오두막집 뒤에서 발소리의 주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라이 였다.

라이는 눈이 소복하게 쌓인 채로 오두막집 마당으로 뛰어내렸다.

라이의 입에는 빙백검이 한 다발 물려 있었다.

석상 몬스터는 죽었을지 몰라도 그

들이 가지고 있던 빙백검은 사라지 지 않고 방치되었다.

눈사태에 떠밀려 간 라이가 산등성 이를 넘으면서 회수해 온 것이다. 대부분은 눈에 파묻혔지만 그럼에 도 불구하고 2, 30자루나 회수해 왔 다.

강현은 자신이 쓰고 있는 SS급 빙 백검을 검집에 넣으며 몸을 일으켰 다.

“왜 이리 늦나 했는데 검 회수 때 문에 늦은 거였군.”

한 자루는 SS급 빙백검이 훼손될 경우를 대비한 스페어로 남겨 두고 나머지는 전부 해체하는 게 좋아 보 인다.

예전의 던전 지대로 들어가서 한 자루 한 자루 등급을 올릴 시간 따 윈 없다.

세이아나도 찾아야 하고,창조급 웨이브까지 다다를 방법도 찾아야 한다.

혁명군과 커뮤니티의 동향도 파악 해야 하니 여러모로 할 일이 많다.

‘반년 이내에는 돌아가려 했는데 생각보다 길어질 것 같군.’

생각에 잠긴 채로 라이를 향해 손 을 뻗었는데 별안간 라이가 몸을 뒤 로 뻤다.

라이는 완전히 삐쳐 버린 듯 고개 를 홱 돌렸다.

“그s ㄹ ”

눈사태에 휩쓸린 자신을 신경도 안 쓰고 먼저 가 버린 것에 대한 의사 표현이었다.

여태껏 그가 얼마나 고생했는가.

몬스터를 상대하다가 부서져,사람 을 유인하다가 부서져,강현에게 돌 아오기 위해 스스로 부서져……. 아니,희생양 역할인 건 그런대로 납득한다.

주인한테 도움이 되는 거니까.

근데 칭찬 한 마디 정도는 해 줘 도 되는 거잖아.

칭찬 하는데 돈이 들어? 마나가 들어?

칭찬해 줘! 칭찬해 줘!

강현은 라이를 물끄러미 쳐다보다

가 아공간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러곤 마법석 하나를 꺼냈다.

“이게 뭘까? 흠,소켓에 박는 마법 석 같은데 말이지.”

현자가 오두막집 2층에 5개의 마 법석을 남겨 두었었다.

그중 하나를 꺼내 든 것이었다. 더불어 아직 라이의 소환석에는 빈 소켓 하나가 남아 있었다.

강현의 말투로 보아 마치 소환석에 박을 수 있는 마법석처럼 들렸다. 라이는 귀를 종긋 세웠다.

“냐아?”

어떤 마법석인지 궁금하다.

하지만 이제 와서 꼬리를 흔들 순 없다.

상반된 마음이 맞물리며 고개는 돌 리고 있는데 꼬리는 살랑거리는 우 스꽝스런 모습을 보였다.

강현은 마법석을 올린 손바닥을 앞 으로 내밀며 말했다.

“앞으로도 수고해 줘.”

우리 무뚝뚝한 주인한텐 이 정도가 최고의 칭찬이겠지.

어쩔 수 없구만.

라이는 빙백검 다발을 강현의 발치 에 내려놓으며 강현의 종아리에 머 리를 부볐다.

강현은 라이를 소환석 상태로 되돌 린 후 마법석을 박아 넣었다.

현자가 남긴 5개의 마법석 중 하 나인 ‘사육사의 선물’이었다.

[사육사의 선물]

등급 : SS

타입 : 마법석

특성 : 101마리의 소환수를 키우 던 테이머가 그들을 위해 만든 물 건. 소환석에 마법석을 박으면 소환 수에게 임의로 SS랭크 스킬 1개가 주어진다. 한 번 장착한 소환석은 분리할 수 없으며 강제로 제거하면 부여된 스킬도 함께 삭제된다.

석상 호걸이 썼던 스킬&보구 능력 봉인 스킬도 아마 사육사의 선물에 의해 부여된 스킬일 거다.

그렇다면 라이에게도 그에 준하는

스킬이 주어질 터.

강현은 루나를 통해서 라이에게 어 떤 스킬이 부여되었는지 확인해 보 았다.

라이에게 주어진 스킬은 ‘식용 정 령’이란 SS급 스킬이었다.

[식용 정령(등급 : SS)]

[스킬을 사용하면 식용 정령 4마리

를 소환할 수 있다. 4마리의 식용 정령은 각각 불,물,바람,땅의 속 성을 가지며 각 정령은 독립된 개체 로서 적을 공격할 수 있다.

더불어 시전자가 식용 정령을 흡수하면 흡 수한 속성에 따라 스렛이 올라간다. -화끈 매콤한 불의 식용 정령 섭취 시 : 공격 스텟 2배 증가 -시원 쌉싸를한 물의 식용 정령 섭취 시 : 실드 스렛 2배 증가 -담배 풍미의 구름과자 바람의 식 용 정령 섭취 시 : 회피 스렛 2배 증가 -바삭바삭 달콤한 땅의 식용 정령 섭취 시 : 마나 스렛 2배 증가]

스킬을 확인하고 눈을 떴는데 루나 가 군침을 흘리는 게 보였다. 애완동물 사료를 탐하는 어린애처 럼 말이다.

강현은 루나와 맞잡은 손에 힘을 주며 한 마디 날렸다.

“땅의 식용 정령 그거 네가 먹는

거 아냐.”

루나는 나라 잃은 표정으로 강현을 허망하게 올려다보았다.

그래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대신이라긴 뭐하지만 꿀사탕을 꺼 내서 루나에게 주었다.

루나는 언제 우울했었냐는 양 세상 다 가진 표정으로 사탕을 우물거렸 다.

“아홍,마시쪄.”

강현은 중단되었던 작업을 마무리 하고 판자와 못을 조각배가 있는 곳 으로 옮겼다.

거기서 구멍 난 부분을 모두 보수 하고 간단하게 노를 만들어 배에 올 라탔다.

수리를 마친 조각배가 바다 동굴에 서 나와 망망대해로 나섰다.

대형 바다 몬스터의 그림자가 수면 하에서 오 다니는 가운데 조각배는 해안가를 향해 하염없이 나아갔다. 반나절쯤 노를 젓자 카니발 대륙 북쪽 해안선에 도착했다.

강현은 얼음장 같은 바닷물에 뛰어 들며 루나를 안아 모래밭 위에 올려 주었다.

루나가 기지개를 쭈욱 펴며 다음 행선지를 물었다.

“이제 어디로 갈 거야?”

“정보를 모을 수 있는 곳으로 가야 지. 그녀가 살아 있다면 어딘가에는 흔적이 남아 있을 거야.”

단서는 세이아나란 이름뿐이다.

물론 강현은 그녀의 모습을 본뜬 석상을 본 적이 있다.

허나 그건 오래전의 모습인지라 아 마 참고가 되지 않을 거다.

그러니 최대한 정보가 많이 모이는 곳으로 가야 한다.

정보상이 있는 곳일수록 좋다. 강현은 남동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카니발 차이나타운으로 가자.”

니케와 헤어지기 전,그에게서 카 니발 차이나타운에 대해 많은 것을 들었었다.

카니발 차이나타운은 게드팅스 못 지않은 대형 쉘터다.

거주민의 5할 이상이 중국인이라서

차이나타운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 다.

거기에 만들어진 지 얼마 안 되는 월터라서 거주민의 대부분은 카니발 대륙 곳곳에서 살다가 이주한 자들 이다.

그만큼 폭넓은 정보가 모여 있을 거다.

강현은 라이를 소환하여 등 위에 올라탔다.

“라이,남동쪽이야. 그리로 힘껏 달 려.”

“그르르,

새로운 스킬을 받은 것 때문에 기 쁜지 시작부터 힘차게 내달리는 라 이였다.

덕분에 강현과 루나는 로데오를 방 불케 하는 움직임 속에서 빠르게 남 동쪽으로 나아갔다.

*

카니발 차이나타운까지는 약 일주 일 정도 걸렸다.

카니발 차이나타운 안으로 들어가 기 위한 관문에는 기다란 줄이 늘어 서 있었다.

얼마 전 지역장이 패퇴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각 쉘터마다 검문을 하 기 시작한 듯하다.

길게 늘어선 대기열에서 이래저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지들이 당한 걸 가지고 검문은 무 슨 검문이냐고. 안 그래도 CP 없어 죽겠는데 또 카니발 포션 써야 하잖 아.”

“아 시팔,기분 뭐 같네. 카니발 포션 1시간 남았는데 CP는 없고. 안에서 팔려고 가져온 보구를 해체 해야 하나. 해체하기에는 아까운데.”

원래 쉘터 관문에선 검문을 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필드를 여행하는 자들은 아슬아슬 한 지경까지 사냥을 하다가 CP와 식량을 보충할 겸 월터에 들른다. 여행자들의 대부분은 보구를 해체 하지 않고 쉘터 안의 시장에 내놓는 다.

같은 등급의 보구라도 효과가 뛰어 난 게 있고,사용하기 껄끄러운 보 구가 나뉘기 마련이니까.

해체해서 얻는 가격보다 더 받을 수 있는 물건은 당연히 시장에 내다 파는 편이 이득이다.

대기열이 길어서 오늘 내에 못 들 어가는 자들은 예정에도 없는 CP낭 비를 해야 하고,당장 CP가 없는 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기댓값이 낮은 해체를 행할 수밖에 없다.

“근데 어떤 사람이 그 잘난 지역장 을 물 먹인 거야? 간덩이 한 번 크 네.”

“들어 보니까 최강현인가 뭔가 하 는 남자라 하더라고. 고메즈 지역장이 당한 것 때문에 커뮤니티에서도 난리가 난 모양이야. 오죽 급하면 현상금을 1억 CP나 걸있겠어?”

“1억 CP? 그거면 1성급 개인 쉘터 도 살 수 있겠구만.”

“그것보다 디스트로이까지 대동해 놓고 고작 한 명에게 당한 게 말이 나 돼? 항상 엄청 강하니 뭐니 하 며 위세 떨더만 커뮤니티도 별거 아 니네.”

강현을 콕 껍어서 현상금을 걸어 놓은 듯하다.

혁명군이 아닌 강현을 타깃을 삼았 다는 건 블루워터 마운틴에서 게드 하우저가 당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고메즈는 여전히 살아 있고 말이다.

강현은 로브 후드 앞쪽을 끌어내리 며 생각에 잠겼다.

'혁명군이 전멸하면서 전부 나 혼 자 한 것처럼 알려졌군. 그건 그거 대로 나쁘지 않지.’

절대적인 존재처럼 여겨졌던 커뮤 니티의 권위가 의심 받기 시작했다.

커뮤니티로선 현상금을 내거는 것 만큼은 해선 안 되었었다.

현상금의 순기능은 원래 일반인의 신고나 포획을 기대하는 것에 있다. 실제로 강현을 알아보곤 현상금에 혹해서 뒤통수를 치려거나,신고하 는 자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강현에겐 간파 능력이 있지

않은가.

강현에 한하여 현상금 효과는 기대 하기 힘들다.

오히려 평소부터 커뮤니티에 반발 심을 가진 자들이 강현을 알아보고 도움을 줄 가능성이 더 높다.

결국 현상금 대책은 강현이 커뮤니 티의 대항마라고 대신 선전해 준 꼴 밖에 되지 않는다.

강현으로선 우스울 따름이었다.

‘검문도 왜 세우는 건지 모르겠군. 카니발의 쉘터 검문만큼 뚫기 쉬운 것도 없는데 말이지.’

아마 내 클로징 포션 효과가 30분 정도 남았던가?

강현은 새로이 클로징 포션을 쓰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30분 후.

강현의 클로징 포션이 효력을 다했 다.

동시에 대기열 뒤쪽에 있던 사람들 이 술렁거렸다.

“모,몬스터들이 오고 있다!”

“누,누가 클로징 포션 안 쓴 거 야? 얼른 자수해!”

“침착해! 이 주변엔 던전이 세 개 밖에 없어! 커뮤니티 조직원들이 알 아서 정리해 줄 거야!”

여행자들은 신속하게 무기를 꺼냈 지만,문제는 대기열이었다.

안 그래도 몇 시간이나 기다려야 하는 줄이다.

싸우려고 하는 자들이 있는 반면 흐트러진 줄 사이를 파고들며 새치 기를 하는 자도 있었다.

그 때문에 여행자들끼리 싸움이 벌 어 졌다.

“너 이 새끼 어디서 새치기야!”

“새치기했다는 증거 있어? 생사람 잡지 마,빌어먹을 놈아!”

“빌어먹을 놈? 이 개새끼가 이빨 털리고 죽만 먹게 해 줄까? 앙?”

검문소 앞에 순식간에 난장판이 벌 어 졌다.

보다 못한 커뮤니티 조직원들이 상 황을 수습하기 위해 나섰다.

그러나 그건 그것대로 문제를 일으 켰다.

앞줄에 서 있던 자들도 클로징 포 션이 다 되어 가는 건 마찬가지였기 에 일단 쉘터 안으로 발을 들이고 봤다.

한 명이 들어가면 두 명이 들어가 고,두 명이 들어가면 세 명이 들어 가고.

군중심리가 작용하면서 너도나도 빈 검문소를 지나쳤다.

커뮤니티 조직원들은 수습하긴 글 렸다 여기고 하는 수 없이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다.

“에라이 모르겠다. 지금 온 사람들 은 전부 그냥 들여보내! 사태부터 수습하고 다시 검문을 재개한다!”

조직원의 허락이 떨어지면서 사람들이 물밀 듯 쉘터 안으로 들어갔 다.

강현과 루나 역시 인파에 몸을 맡 기면서 무혈입성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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