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154화 (154/381)

154화

고메즈를 SSS랭크 던전에 가둬 버 린 강현은 왔던 길을 되돌아가서 바 위 지대로 갔다.

바위 지대는 전투로 인해 쑥대밭이 되어 있었다.

전투의 흔적은 물론이고 곳곳에 널 브러진 시체가 치열했던 전투였음을 말해 주고 있었다.

시체의 대부분은 디스트로이의 것 이었다.

전장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서 혁명 군이 모여 있는 게 보였다.

그리로 가니 기다리고 있던 루나가 쪼르르 달려와 강현의 다리를 꼬옥붙들었다.

루나는 강현을 올려다보며 걱정스 레 말했다.

“오빠,다친 곳은 없어?”

“없어. 너는?”

“없어!”

이어서 니케가 다가와선 강현에게 말을 걸었다.

“어떻게 됐어?”

“예정대로 SSS랭크 던전에 가뒀지. 열이 오를 대로 올라서 아주 잘 쫓 아오더군.”

“크으,완벽하구만. 제아무리 지역 장이라도 SSS랭크 던전을 제물 없 이 공략하긴 힘들겠지. 그 안에서 콱 뒤져 주면 좋을 텐데 말이야.”

“폼으로 지역장 자리에 오른 게 아 니라면 살아남겠지. 바위 지대와 계 곡 전투 결과는 어떻게 됐어?”

“바위 지대랑 계곡 양쪽 다 합쳐서 사망자 4명,부상자 9명이야.”

“예상보다 피해가 크군.”

“그래도 적들은 전멸시켰어. 역시 지역장 직속 정예부대라서 그런지 실력이 상당하더라고. 함정으로 미 리 실드를 빼 두지 않았으면 오히려 이쪽이 전멸했을 거야.”

한창 대화를 나누던 중 혁명군 사 이에서 군인처럼 머리를 짧게 깎은 사내가 다가왔다.

각이 잡힌 행동과 고무줄로 바지 밑단을 마무리한 옷차림으로 보건데 원래 세계에서 군인이었던 것 같았 다.

사내의 경우 작전 개시 직전에 도 착하여 곧바로 계곡에 배치되었기에 강현과는 이제야 처음 대면했다. 사내는 강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더 니 니케에게 말을 걸었다.

“이 사내가 아까 말한 사내인가?”

“네,그렇습니다. 실력은 물론이고 작전 설계 능력이 정말 대단합니다. 이번 작전은 물론이고 게드팅스에서 도 뛰어난 작전으로 커뮤니티의 지 부를 농락했습니다.”

“그랬었군. 만나서 반갑네. 혁명군 간부 게드하우저라고 하네.”

“최강현입니다.”

“굉장히 뛰어난 작전이더군. 요소 마다 초병을 배치하는 방법하며,위 치 선정까지 매우 훌륭했네. 원래 세계에서 군 복무라도 했었나?”

“21개월 동안 복무한 경험이 있습 니다.”

“그거 정말 반가운 소리군. 혁명군 은 항상 지휘관 부족으로 곤란을 겪 고 있었다네. 군 복무 경험자라면 언제든지 환영이지.”

“착각하고 계신 듯한데 혁명군에 들어간 건 아닙니다.”

“들어온 게 아니라고? 이게 어떻게 된 건가,니케?”

영락없이 강현이 가담한 줄 알고 있었는지 게드하우저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곤 설명을 요구하듯 니 케를 바라보았다.

도착하자마자 급하게 작전 지역에 투입했기에 서로 오해가 빚어진 것 이었다.

니케는 간략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이번 일만 일시적으로 협력한 것 입니다. 그는 따로 할 일이 있어서 혁명군에는 가담할 수 없다고 합니 다.”

“따로 할 일?”

“개인적인 일이라고 합니다.”

게드하우저는 돌연 고압적인 태도 로 전환하며 훈계하는 투로 말했다.

“최강현 군,지금 자네가 처한 상 황을 직면했으면 하네. 지역장을 처리하면 지금 커뮤니티에선 자네를 더욱 경계하겠지. 혼자서 헤쳐 나가 는 것에도 한계가 있네. 혁명군에 들어온다면 내 휘하의 소대 하나를 내주도록 하지. 어떤가?”

“몇 번을 물으셔도 대답은 똑같습 니다.”

“허 참,아직 어려서 뭘 모르는군. 지역장 하나 잡았다고 코가 높아진 모양인데 커뮤니티는 자네가 생각하 는 것처럼 약하지 않네.”

“여태껏 지역장은 그 누구도 잡질 못했다지요?”

“그래서?”

“하지만 전 잡았습니다.”

허세도,오만도 아니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하고 있을 뿐.

차가운 인상에서 이루 말할 수 없 는 자신감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게드하우저로선 꼬박꼬박 말대답이 돌아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직 고메즈는 죽지 않았네. 잡았 다고 단정 짓는 건 오만이라고 보네 만?”

“그가 던전에서 살아나왔을 때 저 없이 잡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십니 까?”

“당연한 걸 묻는군. 놈이 살아나왔 을 땐 지칠 대로 지쳐 있겠지. 우리 가 그런 놈 하나 못 잡을 정도로 물렁해 보이나?”

“그럼 더 이상 제가 여기 있을 이 유가 없군요.”

“뭐?”

“고메즈를 잡으려고 여러분과 협력 했던 거니까요. 여러분만으로도 놈 을 잡을 수 있다면 굳이 헛소리 들 어가며 남아 있을 이유가 없지요.”

“허,헛소리? 후우,내 손윗사람으 로서 자네를 위해 충고해 주는 건데 그리 삐딱하게 듣는다면 나도 더 이 상 할 말이 없지.”

먼저 삐딱하게 나온 건 게드하우저 다.

강현이 혁명군에 가담하지 않았다 는 걸 알았을 때부터 말투가 거칠어 졌다.

마치 가담하거나,떠나거나 둘 중 하나를 강요하듯 말이다.

이유는 대충 짐작이 간다.

그리 바란다면 떠나 주지.

강현은 일망의 망설임 없이 몸을 돌렸다.

“루나. 가자.”

강현의 다리에 매달려 있던 루나는 강현을 따라 졸졸졸 따라나섰다. 갑작스런 상황 변화에 니케는 당황 을 금치 못했다.

강현 정도의 사내라면 협력관계만 유지해도 혁명군에 이득이 된다.

왜 굳이 그의 신경을 건드려서 떠 나가게 만드는가.

야생의 맹수는 우리에 가두려고 할

수록 난폭해지는 법이다.

하지만 한 번 친해지면 그만큼 든 든한 아군이 없다.

애써 만든 아군을 제 발로 내쫓는 우행을 범할 수야 있겠는가.

니케는 강현을 말리기 위해 쫓아가 려 했다.

“왜 그를 보내시려는 겁니까? 당장 가서 화해해야 합니다. 제가 가서 그를 데려오겠습니다.”

허나 게드하우저가 떠나려는 니케 를 붙잡았다.

“가게 놔두게. 일부러 보낸 것일 세.”

“어째서입니까?”

“니케 군,지역장을 쳐 내면 굉장

한 홍보 효과가 생길 걸세.”

“고작 그것 때문에……

“고작 그것이라 했나? 혁명군이 지

역장을 쳐 냈다는 소문이 퍼지면 여 태껏 혁명군의 능력을 못 미더워 하 던 이들이 모두 혁명군에 가담하려 들 걸세. 반면에 저자는 어디까지나 제3자를 자처하려 들려 하고 있지. 언제 배신할지 모르는 외부인과 협 력? 말도 안 되는 일이지. 게다가 실력은 뛰어날지 몰라도 인성은 덜 됐더군. 손윗사람의 말을 무시하는 병사 따윈 혁명군에 필요하지 않 네.”

게드하우저의 마지막 말은 니케에 대한 경고이기도 했다.

니케가 자유분방한 성격이라는 건 혁명군 내에서도 유명한 편이었다. 그를 두고 혁명군 대장인 아비를 등에 업고 철없이 구는 어린애 정도 로 여기는 이들도 많았다.

게드하우저도 그중 한 명이었다.

니케는 들고 있는 창을 아공간 주 머니에 도로 넣으며 작전 포기를 선 언했다.

“이 작전은 최강현의 것입니다. 남 의 작전을 빼앗은 사람과는 더 이상 함께하기 힘들 것 같군요.”

“대의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지 않았나?”

“제가 아는 대의와는 많이 다를니 다만?”

“본인이 무례한 소리를 했다는 자 각은 있나? 방금 발언이 대장에게 전해지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 군.”

“그럴 필요 없습니다. 제가 직접 가서 보고드릴 거니까요.”

한바탕 말싸움을 벌인 니케는 리리 에게 곁눈질을 했다.

리리는 익살맞게 어깨를 으쏙이며 짐을 챙겼다.

니케,리리 남매와 한 조를 이루고 있는 김윤중도 말없이 그들을 따라 나섰다.

이로서 정작 작전을 세운 이들은 모두 떠나 버렸다.

한참 후,고메즈가 갇힌 던전을 감

시하던 혁명군이 되돌아왔다.

“고,고메즈가 혼자 던전에서 나왔 습니다! 같이 들어갔던 디스트로이 들을 희생양으로 쓴 듯합니다!”

게드하우저는 보고를 듣곤 저 혼자 모든 일을 꾸민 양 의기양양하게 웃 었다.

“가자! 놈의 목을 쳐서 카니발 전 역에 혁명군의 위세를 떨쳐 보자꾸 나!”

*

혁명군 무리와 헤어진 강현은 미라 이언을 소환하여 블루워터 마운틴을 내려갔다.

거친 산길을 내달리다 보니 어느덧 평지에 다다랐다.

한참을 달려서 블루워터 마운틴이 멀어졌을 즈음,강현은 미라이언의 속도를 줄였다.

혹여나 떨어질까 싶어 강현의 허리 를 과악 붙잡고 있던 루나가 뒤늦게 입을 열었다.

“혁명군 아저씨들이 그 무서운 아 저씨 잡아 주는 거야?”

강현은 시선을 전방에 둔 채로 입 을 열었다.

“잡든지 말든지 상관없어.”

“응? 무서운 아저씨가 이기면 또 쫓아오는 거 아냐?”

“안 쫓아와. 정확히는 못 쫓아온다

고 해야겠군.”

“괜찮아! 다시 쫓아오면 그때는 루 나가 혼내 줄게!”

스스로 가슴을 팡팡 치면서 의욕을 불사르는 루나였다.

강현이 작전 지휘권을 게드하우저 에게 넘겨준 이유는 단순하다.

그 편이 더 이득이기 때문이다.

게드하우저가 고메즈 척살을 혁명 군 홍보물로 쓰려 한다는 건 진작에 알아차렸다.

그 순간,고메즈를 죽이려고 애쓰 기보단 지휘권을 넘겨주는 게 낫다 고 판단했다.

게드하우저가 고메즈 척살에 성공 하면 강현은 고메즈의 추격에서 벗어날 수 있다.

더불어 고메즈 척살은 오로지 혁명 군의 성과로 알려질 테니 커뮤니티 는 강현을 잊고 혁명군만 쫓을 거 다.

고메즈 척살에 실패해도 상관없다.

이미 부하를 모두 잃은 고메즈가 홀로 쫓아올 수 있을 리 만무하다. 당연히 자신의 지부로 되돌아갈 거 다.

커뮤니티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부하를 모두 잃고 패퇴한 고메즈에 게 계속 강현 추격을 맡길까,아니 면 다른 지역장에게 추격을 맡길까? 아무리 생각해도 후자 쪽이다. 그렇다고 다혈질인 고메즈가 졌다고 납득할 리 없다.

강현과는 무기 한 번 부딪쳐 보지 못했는데 어찌 패배를 인정하리.

어떤 형태로든 커뮤니티 내에 균열 이 생기는 건 마찬가지다.

드넓은 적색 벌판을 주파하고 있는 데 어느샌가 바다 냄새가 코를 간질 이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강현은 모래 지대에 들어서며 드넓은 바다와 조 우했다.

동시에 루나가 강현의 몸 옆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며 수평선을 가리 켰다.

“오빠! 저기야! 나 현자님이랑 저 기에 살았었어!”

루나가 가리킨 곳에는 저 홀로 눈 보라에 휩싸여 있는 하얀 섬이 자리 잡고 있었다.

1년 365일 눈으로 뒤덮여 있는 섬.

노스 아일랜드였다.

*

“크윽……. 쳐 죽여도 시원찮을 놈.”

고메즈의 이마에 핏줄이 불거졌다. 그의 주변에는 핏덩이가 된 혁명군 의 시체가 즐비했다.

시체의 대부분이 신체 일부가 드문 드문 소멸되어 있었다.

모두 고메즈 한 명에게 당한 것이 다.

“감히 날 무시하고 떠나? 나 따윈 조무래기로도 충분하단 뜻인 것이 냐,최강현.”

던전에서 나오자마자 달려드는 작 자들을 모두 죽였건만 개중에 강현 은 섞여 있지 않았다.

가장 쳐 죽여야 할 놈은 이미 떠 난 지 오래였던 것이다.

그것이 이따위 조무래기로도 충분 하단 뜻으로 받아들인 순간 더할 나 위 없는 분노를 느꼈다.

지역장이 된 이후로 이토록 열 받 게 하는 놈이 있었던가!

고메즈의 발치 아래 핏덩이가 되어

떨고 있는 게드하우저가 있었다.

게드하우저는 믿을 수 없다는 양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네,네놈……. 부,분명 정보대로 라면……

뭘 말하고 싶어 하는지는 뻔하다. 혁명군이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고 메즈의 총합 스렛은 5, 000인 걸로 알고 있다.

SSS랭크 던전 공략으로 지친 고메 즈라면 게드하우저의 병력만으로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을 터.

헌데 결과는 정반대였다.

전투 개시 이후 반나절도 채 되지 않아 게드하우저의 병력이 전멸했 다.

그러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 을 수밖에.

고메즈는 벌레를 보는 양 같잖은 눈빛을 띠며 게드하우저의 목을 짓 밟았다. 그러곤 간당간당하던 목숨 줄을 끊어 내며 중얼거렸다.

“구더기 같은 놈. 7, 000을 넘긴 지 가 오래거늘.”

당장이라도 최강현 그놈을 쫓아가 족치고 싶지만 어디로 갔는지 알 수 가 없다.

게다가 수발을 들 부하 한 명 없 는 마당에 추격을 계속할 순 없는 노릇이다.

고메즈는 이를 갈며 남쪽으로 몸을 돌려야 했다.

“운이 좋은 건 이번뿐이다. 다음에 마주치면 진득하게 고통 속에서 죽 게 해 주마.”

*

같은 시각,가이아 대륙의 빌로스 제국.

황제파가 장악하고 있는 빌로스 남 부와 공작파가 장악하고 있는 빌로 스 북부.

두 세력권의 중간 지점인 몽발리에 선 접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몽발리의 성벽 위에서 빅터가 바쁘 게 뛰어다녔다.

빅터는 망루 위로 뛰어 올라가며

입을 열었다.

“혜림 양! 압둘이 나타났습니다!”

망루 위의 여성이 바람에 나부끼는 단발머리를 쓸어 넘기며 활시위를 당겼다.

팽팽하게 당긴 활시위를 놓음과 동 시에 화살이 포물선을 그렸다. 화살은 압둘을 지키고 있던 방패병 을 꿰뚫고 압둘에게 적중했다.

마나 애로우가 부여된 화살인지라 사람 하나와 압둘의 실드까지 꿰뚫 으며 그의 어깨에 박혔다.

김혜림은 어깨를 부여잡고 도망가 는 압둘을 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처리할 수 있었는데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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