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148화 (148/381)

148화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침묵은 곧 긍정.

강현은 뉴튼과의 거리를 좁히며 공 격에 나섰다.

뉴튼이 내지르는 랜스를 수정 스렛 효과로 홀려 내며 빙백검을 역수로 쥐었다.

그러곤 뉴튼의 랜스 아래를 스치듯 긁으면서 여러 번의 마찰을 이뤄 냈 다.

기어코 랜스에 둘러져 있던 실드가 걷히면서 빙백검이 랜스의 표면을 두드렸다.

갸갸각!

이제야 빙백검의 능력이 발동하면 서 뉴튼의 마나가 동결되었다.

랜스에 공급되는 마나가 끊기자 그 랜드 랜스가 풀어졌다.

뉴튼은 깜짝 놀라선 뒷걸음질을 치 며 랜스를 거둬들였다.

그가 물러난 만큼 강현이 앞으로 나아갔다.

빙백검의 푸른 날이 거침없이 뉴튼 의 양손을 잘라 냈다.

서격!

그로 인해 사람은 뒤로 밀려나고, 랜스는 바닥을 굴렀다.

여태껏 랜스는 재소환 능력으로 되 돌아갔던 게 아니다.

랜스로 변한 뉴튼이 이동 스킬을

이용해서 소환수의 손으로 되돌아갔 을 뿐.

쥐고 있을 손이 없는 이상 돌아갈 구석 따윈 없다.

아니나 다를까,돌아갈 곳을 잃은 랜스가 저 스스로 꼿꼿이 서며 예의 눈알을 굴렸다.

“아주 쓰레기는 아닌가 보군. 더미 를 꿰뚫어 볼 줄이야.”

하얀빛이 랜스를 감싸더니 빛 속의 실루엣이 사람 형태로 변했다. 그리고 잠시 후 빛이 걷히자 뉴튼 의 모습이 드러났다.

더미와 다른 점이 있다면 얼굴 절 반이 화상 자국으로 덮여 있어 진물 이 뚝뚝 흐르고 있단 점이었다.

화상치료 포션이 버젓이 존재하는 세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흉측한 몰골로 있다는 건 치료가 불가능한 상처라 는 걸 의미했다.

강현으로선 뉴튼의 몰골이 어떻든 간에 관심 없었다.

그래서 아무 말도 안 했건만 뉴튼 저 혼자 자격지심에 빠져 욕지거리 를 내뱉었다.

“그딴 눈으로 보지 마라. 내 꼴이 우습게 보이느냐?”

“딱히. 곧 시체가 될 녀석의 모습 을 일일이 신경 쓸 필요가 있나.”

“도둑놈 나부랭이 따위가 뚫린 입 이라고 함부로 지껄이는구나!”

이번에는 뉴튼의 오른팔이 랜스로 변했다.

아마 자신의 몸을 랜스로 바꿀 수 있는 스킬인 듯했다.

동물로 변하는 변신 스킬은 몇 번 봤어도 무기로 바뀌는 스킬은 처음 보았다.

하긴 변신 스킬이 동물에 한정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고정관 념 이겠지.

아무래도 랜스로 변한 상태에서 꼭 두각시 스킬 같은 걸로 더미를 조종 하며 활동해 왔던 듯하다.

랜스로 위장한 건 단순히 흉측한 몰골을 감추기 위해서만이 아닐 거 다.

일단 상대방에서 불사신이라는 착 각을 주기 쉽고,랜스가 뉴튼 본인 이니 무기 자체에 실드를 적용할 수 있게 된다.

상대하는 입장에선 실드 때문에 거 리감이 어긋나서 균형이 흐트러질 수밖에 없다.

심지어 상대방에게 들켜도 딱히 페 널티가 없다.

변신 마법을 풀어도 부분 변신으로 전투력을 유지할 수 있으니까. 강현은 뉴튼과 대치하며 생각했다.

‘확실히 하위차원의 지부장과는 급 이 다르군.’

던전으로 따지면 SS랭크 같은 느 낌이 다.

겉으로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스킬과 보구를 응용해서 사용하기 에 좀 더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었다.

강현이 바닥을 박차며 거리를 좁히 려는 찰나.

복도로부터에서 다수의 조직원이 들이 닥쳤다.

“뉴튼 지부장님! 호출을 받고 달려 왔습니다!”

조직원들의 가세로 인해 강현은 순 식간에 수적 열세에 몰렸다.

뉴튼이 랜스 끝을 겨누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도둑을 잡는데 머릿수를 아낄 필 요는 없지. 좀도둑놈아,이제 항복할 생각이 드느냐?”

뉴튼만 해도 충분히 성가신 마당에 다수의 조직원까지 가세했다.

도망칠 길이 없는 지하 2층에서 다수에게 둘러싸인 채로 싸우는 건 좋지 않았다.

순식간에 누적 데미지가 한계를 넘 어 실드가 부서질 게 분명했다.

누가 봐도 궁지에 몰렸다고 할 수 밖에 없었다.

허나 정작 강현은 산책이라도 나온 양 느긋했다.

강현이 빙백검을 옆으로 뻗으며 명 령조로 말했다.

“길을 터라. 그러면 아무것도 건드 리지 않고 돌아가 주지.”

빙백검의 검 끝이 향하고 있는 곳. 그곳엔 그랜드 스톤이 있었다. 그랜드 스톤을 협박 수단으로 삼은 것이다.

뉴튼을 비롯한 조직원들이 다급하 게 외쳤다.

“그,그랜드 스톤은 안 돼!”

“그 돌에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는 지 알기나 하는 거냐!”

그랜드 스톤이 있냐 없냐에 따라 지부의 격이 달라진다.

심지어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도 아니다.

그뿐이랴.

카니발에 있는 자라면 그랜드 스톤 의 가치를 모를 리가 없다.

그런데도 부수겠다고?

완전히 미친놈이잖아!

강현은 각종 위협이 무색할 정도로 단호하게 행동했다.

빙백검의 날이 그랜드 스톤의 표면 을 가볍게 긁었다.

끼리리릭!

손톱으로 칠판 긁는 듯한 소리가 울렸다.

조직원들은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

그랜드 스톤 표면에 흠집을 목격한 뉴튼이 기겁하며 외쳤다.

“그만! 그만둬! 그랜드 스톤이 줄 어들면 서로에게 손해라는 것 정도 는 알 것 아니냐!”

“그럼 길을 열면 되겠군.”

“미친놈! 혁명군에 미친놈이 들었 구나!”

그때,조직원 중 몇몇이 은근슬쩍 스킬을 쓰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구속 능력인가? 아니,그게 아니더 라도 나와 그랜드 스톤 사이를 떨어 트리려는 수작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그를 놓칠 강현이 아니었 다.

끼리리릭!

“허튼 짓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말이지.”

“으아아! 하지 마! 내 뼈가 깎이는 것 같단 말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 비켜.”

조직원들은 오로지 뉴튼만 바라보 았다.

그랜드 스톤을 희생해서라도 저 시 건방진 녀석을 잡을 것이냐,그의 요구대로 길을 열어 줄 것이냐. 강현은 알고 있었다.

절대로 전자를 선택할 리 없다는 것을.

모름지기 사람이란 이제 곧 얻을 이익을 포기하는 건 감수할 수 있 다.

허나 이미 가진 것을 잃는 것만은 용납하지 못한다.

가진 것의 값어치가 크면 클수록 포기하지 못하고 매달린다.

잃지 않기 위해서라면 불리한 선택

도 마다하지 않기 마련이다.

뉴튼이 변신 마법을 풀고 랜스를 거두었다. 그러곤 부하들에게 물러 나란 제스처를 취했다.

“놈을 자극하지 마라. 지금은 그랜 드 스톤의 확보가 먼저다.”

“아,알겠습니다.”

조직원들이 두어 걸음씩 뒤로 물러 났다.

포위망이 느슨해지면서 복도로 향 하는 길이 열렸다.

뉴튼은 열린 길을 가리키며 말했 다.

“요구대로 길을 열었으니 떠나라. 쫓지 않겠다고 약속하마.”

말 속에 노이즈가 섞여 있었다.

아니,이건 간파 능력 없이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너무 뻔한 거짓말이 었다.

약속 따위야 아무렴 어떠냐.

어떻게든 그랜드 스톤에서 물러나 게 하려고 뻔한 거짓말을 하고 있었 다.

강현은 빙백검을 쥔 손에 힘을 주 었다.

빙백검에 맺힌 그랜드 소드의 일부 가 그랜드 스톤에 파고들었다.

즈즈즈즉!

뉴튼이 기겁하며 몸을 부들부들 떨 었다.

“안 돼! 어째서냐! 요,요구대로 길을 터 주었지 않느냐!”

강현은 대답 대신 아공간 주머니에 서 몽환검을 빼어 들고 환영검을 소 환했다.

수십 개의 환영검이 그랜드 스톤의 주변을 맴돌았다.

당장이라도 그랜드 스톤을 산산조 각 낼 듯한 기세였다.

위태롭기 그지없는 광경에 조직원 전원이 마른침을 삼켰다.

강현은 환영검의 날이 일제히 그랜 드 스톤으로 향하게 하곤 입을 열었 다.

“전원 무기를 아공간 주머니에 집 어넣고 벽으로 물러나. 내가 방을 벗어날 때까지 한 명이라도 움직이 면 원격조종으로 그랜드 스톤을 부수겠다.”

뉴튼은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뜨며 벽으로 물러났다.

그러면서 조직원들에게 고갯짓을 하며 입을 열었다.

“모두 보구를 넣고 벽으로 물러나 라.”

“지부장님,저 무례한 놈을 정말로 보내실……

“그럼 그랜드 스톤이 부서지게 놔 두란 것이냐!”

조직원들은 하는 수 없이 무기를 각자의 아공간 보구에 넣었다. 그러 곤 벽으로 물러나선 두 손을 들었 다.

이제 강현이 나가면 모든 게 해결

될 터.

헌데 이어지는 강현의 행동이 모두 를 공황상태에 빠뜨렸다.

강현이 그랜드 스톤에 박은 검을 뽑지 않고 그대로 힘을 주더니,그 상태로 베어 버렸다.

과드드득! 쩌억!

그랜드 스톤의 중앙 부분이 거칠게 잘려 나가면서 빛을 잃고 쓰러졌다. 조직원들의 표정이 순식간에 경악 으로 물들었다.

원하는 대로 길을 터준데다 안전까 지 확보해 줬다.

그런데도 그랜드 스톤을 부쉈다고?

요구하는 대로 다 해 줬는데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조직원들이

머뭇거렸다.

동시에 그랜드 스톤을 향해 있던 환영검들이 모조리 방향을 바꾸더니 조직원들에게 날아들었다.

그랜드 스톤 위협은 어디까지나 블 러핑에 불과했고,처음부터 공격에 쓸 생각으로 소환했던 거였다.

반응이 둔해진 탓에 실드를 끌어 올리는 타이밍 또한 늦을 수밖에 없 었다.

환영검들이 무방비 상태의 조직원 들을 여지없이 꿰뚫었다.

푹! 푸북! 푸부북!

흡사 검의 폭풍이 핏방울을 동반한 채로 들이닥친 듯했다.

몇몇 조직원은 실드를 끌어올려 간

신히 목숨을 부지했다.

허나 그들을 위협하는 건 환영검만 이 아니었다.

몰아치는 환영검의 공세 속에서 푸 른 검신이 번뜩였다.

푸른 검신이 만들어 낸 가느다란 궤적은 실드를 부수며 조직원들의 몸을 갈랐다.

“크아아아!”

“허억! 커어어헉!”

환영검이 난무를 멈추었을 때.

방 안에 남아 있는 건 뉴튼뿐이었 다.

뉴튼 역시 성한 몸은 아니었다.

그랜드 스톤이 파괴된 충격으로 인 해 반응이 늦어져서 허벅지를 꿰뚫리고 만 것이다.

뉴튼은 몸을 가누지 못하고 한쪽 무릎을 꿇으며 강현을 노려보았다.

“네 녀석,처음부터 전부 죽일 생 각으로……

강현은 빙백검을 뉴튼의 목에 대며 말했다.

“그게 가장 안전하니까.”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보구를 넣으 라는 둥,벽에 물러서라는 둥 많은 것을 요구했었다.

뉴튼을 비롯한 조직원들은 안전하 게 도망가기 위해서라고 여겼었다. 하지만 더 안전한 방법이 있잖은 가.

추격대조차 만들지 못하게 전멸시

키는 것.

그게 강현이 생각해 낸 가장 안전 한 방법이었다.

뉴튼은 이를 갈며 분노를 토해 냈 다.

“카니발에서 커뮤니티와 척을 지고 살 수 있을 거라 여기나? 조만간 커뮤니티에 의해 척살될 거다.”

강현은 빙백검을 내리 그으며 나지 막이 한 마디 날렸다.

“희망사항은 일기장에나 적으시지.”

말이 끝남과 동시에 뉴튼의 목이 아래로 떨어졌다.

뉴튼을 제거하긴 했다만 아직 문제 는 남아 있었다.

원래는 뉴튼이 복귀하기 전에 모든

일을 끝내려 했었다.

헌데 생각보다 일찍 복귀한 탓에 계획이 상당 부분 틀어졌다.

아마 지하 2층으로 내려오기 전에 1층의 소란을 정리해 뒀을 거다.

그 말인즉 공채 응시생들을 정리하 느라 바빴던 조직원들이 전부 정렬 해 있을 거란 뜻이다.

작전을 들킨 시점부터 조용히 넘어 가기는 글렀다.

일이 이리된 거 지부 하나를 통째 로 상대한다고 생각하는 수밖에. 각오를 다지려는 찰나.

복도에서 누군가가 강현을 불렀다.

“이봐,이쪽이야 이쪽. 탈출을 도와 줄 테니까 따라와.”

복도에는 조직원 제복을 입은 사내 가 서 있었다.

탈출을 도와준다는 말에 노이즈는 섞여 있지 않았다.

생면부지인 자가 갑자기 탈출을 도 와주겠다고 한다.

거짓이 아니라 할지라도 경계할 수 밖에 없다.

강현은 여전히 빙백검의 날을 드세 운 채로 방에서 나갔다.

“이유 없는 도움은 없어. 탈출시켜 주겠다는 이유부터 읊어 봐.”

사내는 지하계단 위쪽을 보더니 귀 를 기울이며 강현을 재촉했다.

“위에서 새로 병력이 추가되고 있 어. 단신으로 전쟁을 벌일 생각은 아니겠지?”

“필요하다면.”

“이 친구 보기보다 무대포네. 뭐 일단 따라오라고. 혁명군 입장에선 커뮤니티의 적은 전부 아군이나 마 찬가지 니까.”

혁명군?

그러고 보니 뉴튼이 혁명군이니 뭐 니 하는 말을 했었다.

게드팅스 지부에 잠입해 있던 혁명 군인 건가.

그렇다면 저쪽에서 먼저 접촉한 것 도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다. 그랜드 마스터 승급이라는 목적은 이미 달성했으니 불필요한 싸움은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게 낫다.

강현은 스스로를 혁명군이라 소개 한 남자에게 다가서며 말했다.

“어울려 주지. 안내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