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145화 (145/381)

145 화

뉴튼은 매우 당황스러웠다.

지부장 경력 5년 동안 사건사고 한 번 없었다.

경력과 무사고 기간이 동일했단 말 이다.

헌데 처음으로 터진 트러블이 하필 죄수들의 대탈주가 될 줄이야.

범인이고 나발이고 스트레스 때문 에 정신이 아득해져 갔다.

그러나 사방에서 들려오는 부하들 의 목소리가 뉴튼을 다시 현실로 복 귀시 켰다.

“지부장님! 혼란에 빠진 시민들 때 문에 길이 막혀서 추격이 힘듭니다!”

“뉴튼 지부장님! 웨이브 보석 제한 시간이 확인되었습니다! 제한시간은 72시간이라고 합니다!”

“지시를 내려 주십시오! 지부장님! 지부장님!”

스트레스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려 온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순 없는 노 릇이다.

당장은 죄수들부터 잡는 게 급선무 였다.

죄수들에겐 제노스의 독충이 심어 져 있긴 하다.

하지만 제노스의 독충을 썼다간 죄 수들이 죽어 버린다.

제물로 쓸 자들을 죽일 순 없는

노릇이다.

뉴튼은 손에 쥐고 있던 랜스를 높 이 들며 외쳤다.

“파이오! 당장 관문에 가서 쉘터 입구를 닫으라고 전해! 그리고 나머 지는 전부 나와 함께 죄수들을 잡으 러 간다! 제물로 쓸 자들이니 무조 건 생포해라!”

“네!”

명령이 떨어지면서 게드팅스 지부 조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이번 SSS랭크 웨이브의 제한시간 은 72시간.

아무리 제물을 바쳐서 공략한다 하 더라도 2? 3시간은 걸린다.

즉 70시간 안에는 죄수들을 잡아

야 한다는 뜻이다.

이 넓은 쉘터 안,이 많은 사람들 안에서 20명의 죄수들을 확보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 될 거다.

최악의 경우에는 본부에서 책임을

물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거리 곳곳에서 사람들의 목 소리가 들려왔다.

“잡았다! 제가 잡았습니다,커뮤니 티 분들! 얼른 이리로 와 주세요! 시험번호 283번을 기억해 주십시 오!”

“이놈이 죄수 주제에 어딜 도망가 려고! 시험번호 165번 게이트 브라 이튼이 죄수를 확보했습니다!”

공채 응시생들이 커뮤니티에 잘 보 이면 시험에 유리할까 싶어 나선 것 이었다.

꼬리를 흔들고 싶어서 안달이 난 그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상 황이었다.

뉴튼은 우월감에 찌든 얼굴을 되찾 으며 웃음을 흘렸다.

“크흐흐,그럼 그렇지. 이곳에서 내 게 꼬리를 흔들지 않고 배길 놈이 있을까 보냐.”

허나 기쁨도 잠시,별안간 건물 위 에서 하얀 눈덩이가 떨어져 내렸다. 펑! 펑!

눈덩이는 인파 곳곳에 떨어졌다.

눈덩이가 떨어진 곳마다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으악!”

“커헉!”

뉴튼은 얼른 부하들을 데리고 인파 속으로 파고들었다.

아까 죄수들을 잡았다는 소리가 들 려온 곳으로 가니 사람이 쓰러져 있 었다.

날아든 하얀 는생이가 죄수를 잡고 있던 자의 등을 가격한 것이었다.

더불어 눈덩이에 맞은 부위를 중심 으로 서리가 맺히고 있었다.

빙결 효과가 있는 눈덩이?

스킬의 효과다!

뉴튼은 얼른 눈덩이가 날아든 건물 옥상을 보았다.

건물 옥상에는 가을에 어울리지 않 는 눈사람이 자리 잡고 있었다. 심지어 잡았다던 죄수는 재차 인파 속으로 도망쳐 버려서 어디로 갔는 지 알 수 없게 되었다.

뉴튼은 얼굴을 구기며 건물 위를 향해 랜스를 던졌다.

“빌어먹을!”

랜스는 공중에서 팽그르르 회전하 며 맹렬한 기세로 눈사람을 꿰뚫었 다.

랜스가 손을 떠나기 무섭게 뉴튼은 랜스를 재소환했다.

한시라도 랜스가 손에서 떨어지면 안 되는 강박증을 가진 사람처럼 말 이다.

뉴튼은 이를 뿌득 갈며 분에 찬 목소리를 내었다.

“역시 죄수들의 탈옥을 돕는 자가 있어. 혁명군 놈들인가? 젠장, 일단 수색인원을 나눠서 일부는 죄수들을 쫓고,일부는 탈옥을 돕는 놈들을 찾아내라.”

“그러면 시간 안에 죄수들을 확보 하기 힘듭니다. 차라리 웨이브를 패 스시킨 다음에……

“닥쳐라. 날 비웃음거리로 만들 작 정이냐? 시간 안에 죄수와 범인을 확보하면 될 일이야. 커뮤니티를 우 습게 본 자들에게 반드시 철퇴를 내 려야 한다. 알겠나?”

커뮤니티 지부장이면서 SSS 랭크

웨이브를 패스하는 건 굉장한 굴욕 이다.

만약 패스하면 커뮤니티 내에서 땅 에 떨어진 SS급 전리품을 줍지도 못하는 머저리 취급당하기 일쑤다. 거기에 출세길까지 막힐 텐데 누구 좋으라고 패스를 하겠는가.

패스는 어디까지나 최후의 수단이 다.

최대한 제한시간까지 죄수와 탈옥 을 도운 범인을 수색해 본 후에 패 스해도 늦지 않는다.

부하들이 흩어지는 가운데 뉴튼은 랜스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어떤 놈인지는 몰라도 곱게 넘어 갈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게다.”

*

게드팅스 상가 뒤편의 한 골목.

인적이 드문 탓에 골목 안은 상당 히 조용했다.

소란스러운 바깥 거리와는 다소 대 조적인 분위기였다.

루나와 지트는 골목 안을 걷고 있 었다.

“루나 양,주군께서 명령하신 건 이게 전부입니까?”

루나는 자꾸만 홀러내리는 로브 후 드를 위로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가 눈사람 소환해서 불쌍한 사 람들 잡으려는 사람들만 공격하랬어.”

레벨70이 되면서 스노우맨이란 마 법을 익힌 루나였다.

눈사람을 소환하여 빙결 효과가 있 는 눈덩이를 던지게 할 수 있는 마 법이었다.

설치형 마법이고,원격 조종을 할 수 있어서 교란 작전에는 이만한 마 법이 없었다.

강현이 루나에게 명령하길,스노우 맨으로 죄수들이 도망칠 수 있게 최 소한의 지원만 하라고 했다.

지트는 만약의 경우를 대비한 호위 역이고 말이다.

그래서 둘이 함께 돌아다니며 적당 한 곳에 스노우맨을 설치하는 중이 었다.

지트는 루나를 유심히 보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못 보던 사이에 말투가 꽤 바뀌셨 군요.”

“오빠가 이렇게 말하래. 주인님이 라 부르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본 대.”

“이해할 수 없군요. 주인을 주인이 라 부르지 못하는 세상이라니. 저로 선 주군 이외의 호칭은 절대 입에 담지 못할 겁니다.”

“기사라서?”

“네,아직 작위를 받지 못한 기사 이지만요.”

“지트,기사 아니야?”

“기사란 모름지기 주군으로부터 작

위를 받아야만 인정받는 거랍니다. 애당초 저지먼트란 존재는 기사가 되지 못한 자의 한이 뭉쳐서 태어난 몬스터라고들 하니까요. 어쩌면 그 래서 더더욱 기사도에 집착하고 있 는 걸지도 모르죠.”

루나는 지트를 물끄러미 올려다보 았다.

마스크헬를 사이로 비치는 유백색 의 눈동자에 왠지 모를 아련함이 담 겨 있었다.

기사의 모방품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는 몬스터 저지먼트.

기사 작위가 출세의 수단으로 변질 된 지금,어쩌면 저지먼트야말로 진 짜 기사의 표본일지도 모른다.

루나는 지트의 체인 레깅스를 토닥 토닥 두드리며 해맑게 웃었다.

“오빠한테 작위 받으면 좋겠네.”

마스크헬름 안쪽에서 작은 초승달 이 그려지며 의욕에 찬 목소리가 흘 러나왔다.

“그러려면 맡은 임무를 무사히 해 내야겠지요. 슬슬 다른 곳에도 스노 우맨을 설치하러 가시죠.”

*

루나와 지트가 교란 작전을 펼치는 가운데 강현은 어느 여관으로 들어 갔다.

작전을 펼치기 전에 미리 여관을

살펴 두었었다.

어느 여관에 공채 응시생이 많은지 말이다.

점심시간이었기에 대부분의 공채 응시생들이 여관에 딸린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들 역시 소식을 전해 들었는지 한창 떠들썩한 분위기였다.

“들었어? SSS랭크 웨이브에 쓸 죄 수들을 이송하던 중에 감옥 수레가 부서졌대.”

“그거 큰일이잖아. 죄수들은 어떻 게 됐어?”

“누군가가 방해공작을 펼치고 있어 서 난항을 겪는 모양이야.”

“공채는? 공채는 예정대로 진행되

는 거지?”

“이 마당에 공채가 중요하겠어? 연 기 되겠지.”

“내가 어디서 들었는데 아예 공채 가 취소될 가능성도 있다더라고.”

“그거 큰일이잖아! 난 이번 공채에 모든 걸 걸었어!”

공채가 취소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에 모두가 불안에 잠겨 있었다.

이 불안을 이용할 생각이다. 그러려면 일단 촉매 역할을 해 줄 사람을 물색해야 한다.

강현은 식권을 끊어서 자연스럽게 앉을 자리를 찾아다녔다.

그러던 차에 한 테이블에서 익숙한 모습의 사내가 강현에게 말을 걸었다.

“어라? 던전지대에서 지내시던 분 아니십니까?”

말을 건 이는 다름 아닌 존이었다.

그도 공채에 응시한다 했으니 지부 근처의 여관에 있어도 이상할 게 없 었다.

강현으로선 잘된 일이었다.

초면이 아니니까 대화를 나누기도 쉽고,수다스러운 성격이라 여러 모 로 이용하기 편하다.

강현은 가볍게 고개를 꾸벅이며 입 을 열었다.

“우연이군요.”

“같이 다니던 아이는 없네요.”

“방에서 쉬는 중이라서요.”

“그랬군요. 빈자리 찾으시는 중이 시면 여기 앉으시죠. 이것도 인연인 데 같이 식사나 합시다.”

존의 오지랖 넓은 성격 덕에 어렵 지 않게 합석할 수 있었다.

강현은 존의 동료들과도 가벼운 목 례로 인사를 나누었다.

이들도 한창 공채 얘기 중이었는지 강현이 오면서 끊긴 대화를 이어 나 갔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공채가 취소되면 당분간 할 일이 없어지잖 아.”

“취소된다고 확정된 것도 아닌데 너무 소문에 휩쓸리는 거 아냐? 취 소된다고 해도 지금까지 모아 놓은 CP로 딴 일이라도 하면 되지.”

“후우,김빠지는구만. 근데 그쪽 형 씨는 공채 응시생이 아니라고 했지 않나?”

얼마 전,존에게 공채 응시생이 아 니라고 말했었다.

존이 동료들에게 그 말을 전한 모 양이다.

공채 응시생이 아닌데 공채 응시생 들이 머무르는 여관에 있는 것을 두 고 경계하고 있었다.

공채가 진행될지,안 될지도 모르 는 상황 속에서도 경쟁자를 견제하 는 건 여전했다.

강현은 식빵맛 푸드 스톤을 한 입 베어 물고 고개를 저었다.

“식량 구매를 할 겸 들렀습니다. 경계하지 마시지요.”

존은 멋쩍게 웃으면서 동료들을 대 신해 사과했다.

“아하하,이거 미안합니다. 공채 때 문에 조금 예민한 상태라서요.”

“그럴 수도 있지요. 그보다 거리에 서 재미있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재미있는 얘기?”

강현은 일부러 주변 테이블에도 들 릴 음량으로 말했다.

아주 능청스럽게 말이다.

“커뮤니티 게드팅스 지부에서 공채 시험 내용을 SSS랭크 웨이브 공략 으로 바꾼다더군요. 커뮤니티 입장 에선 죄수들을 쫓느라 바쁘니 인원부족을 해결할 방법으로는 나쁘지 않지요.”

“그게 정말입니까?”

“아직 정식으로 결정된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다만 SSS랭크 웨이브에 입장할 수 있는 인원이 한정되어 있 으니까 늦게 신청하면 응시 자체를 못할 가능성도 있겠지요.”

존과 그의 동료들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곤 주위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당장 지부로 달려가서 신청 해야 하는 거 아냐?”

“아직 확실하게 정해진 게 아니라 잖아. 저기요,방금 그 정보 신빙성 은 있습니까?”

“게드팅스 지부의 지부장이 직접 부하들과 나눈 대화입니다. 저야 뭐 공채 응시생이 아니니 아무래도 좋 을 정보지만요.”

“지부장이 직접? 그럼 거의 확정이 잖아.”

“이럴 때가 아냐. 지부로 가서 어 떻게든 미리 신청해 놔야 해.”

SSS랭크 웨이브가 얼마나 힘든 곳 인지 모를 리가 없다.

그러나 공채 응시를 위해 레벨 100 이상 찍은 그들이다.

SSS랭크 웨이브를 공략할 실력 정 도는 갖추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존 일행이 소곤거리던 중.

주변 테이블에 앉아 있던 자들이

벌떡 일어나며 위층으로 뛰어올라 갔다.

강현의 말을 듣고 먼저 게드팅스 지부로 달려가려는 움직임이었다.

한 테이블이 움직이자 다른 테이블 도 포크를 내팽개치며 움직이기 시 작했다.

“들었지? 이번 공채가 SSS랭크 웨 이브를 공략하는 걸로 바뀐댄다.”

“그럼 선착순이잖아! 이번 SSS랭크 웨이브 제한인원 아는 사람?”

“그딴 거 따질 시간이 어디 있어! 빨리 가서 신청하면 장땡이라고!”

“얼른 방에 가서 보구 챙겨와!”

식당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 했다.

존 일행도 마음이 조급해져선 강현 을 뒤로한 채 자신들의 방을 향해 뛰어 올라갔다.

“망할 것들. 우리가 먼저 들은 건 데 새치기를 하려고 해?”

“선수 치게 놔둘 순 없어. 우리도 가자고.”

“빨리 뛰어! 다른 녀석들보다 먼저 도착해야 해!”

서로 서두르다가 계단에서 뒤엉키 는 건 기본이고,몸싸움과 욕지거리 가 난무했다.

이 소란은 게드팅스 지부에서도 그 대로 이어질 터.

강현은 느긋하게 푸드스톤 조각을 입에 넣으며 일어났다. 그러곤 여관 바깥에서 발바닥 땀나게 뛰어다니는 조직원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뭐든 날로 먹으려 들면 험한 꼴을 보기 마련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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