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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는 플레이어-144화 (144/381)

144화

강현과 루나는 한 달간 발을 붙이 고 있었던 던전 지대를 벗어났다. 클로징 포션을 마셔 가며 3일간 이동한 결과.

높은 철벽으로 둘러져 있는 거대 쉘터에 다다를 수 있었다.

7성급 쉘터를 지니고 있는 게드팅 스였다.

스타더스트도 상당한 규모라 여겼 지만 게드팅스에 비하면 새발의 피 였다.

타원형 모양으로 뚫려 있는 거대한 입구를 지나자 달콤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싱그럽기 그지없는 냄새다.

주변을 둘러보니 어렵지 않게 냄새 의 근원을 찾아낼 수 있었다.

게드팅스의 쉘터 외곽 지역.

그 모두가 과수원으로 이루어져 있 는 게 아닌가.

‘농장이 아니라 과수원? 과일을 주 식으로 삼는 건가?’

카니발에선 행상인이 거의 없는 걸 로 알고 있다.

필드에선 무조건 클로징 포션을 마 셔야 하기에 유통업이 성행하기 힘 든 환경이다.

자칫 잘못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게 되어 버린다.

다른 쉘터과의 교류가 없으니 식량

문제는 자급자족으로 해결해야 한 다.

자급자족으로 과수원은 그리 적합 하지 않다.

과수원 사이로 난 길을 걷던 중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나무마다 과일이 아닌 가지각색의 돌이 열려 있었다.

농부들은 하나같이 나뭇가지에 올 라가 돌을 따는 중이었다.

강현이 농부 한 명에게 말을 걸었 다.

“지금 뭘 따고 있는 겁니까?”

농부는 일손을 멈추곤 친절하게 대 답해 주었다.

“게드팅스의 특산물인 푸드 스톤이

랍니다.”

“푸드 스톤?”

“돌처럼 생겼죠? 근데 맛보면 각각 다른 맛이 난답니다. 하나 드셔 보 렵니까?”

농부가 너무 작아서 상품성이 없는 푸드 스톤 하나를 땄다. 그러곤 나 뭇가지 바로 아래에 있던 강현에게 던져 주었다.

강현은 떨어지는 푸드 스톤을 잡았 다.

손으로 느껴지는 감촉부터가 돌과 는 확연히 다르다.

단단하지만 매끈매끈한 게 돌의 모 양을 한 사과를 쥐고 있는 느낌이었 다.

코에 대고 냄새를 맡으니 매우 익 숙한 냄새가 전해져 왔다.

“빵 냄새?”

몇 번을 맡아 봐도 빵 냄새다.

한 입 베어 물자 부드러운 식감과 함께 식빵 맛이 입안 가득 느껴졌 다.

마치 진짜 식빵을 먹는 느낌이었 다.

농부는 놀라고 있는 강현을 보며 기분 좋게 웃었다.

“어때요? 보기와는 다르지 않습니 까?”

“신기하군요. 겉보기에는 돌처럼 보이는데 말입니다.”

“빵 맛 이외에도 많은 종류가 있

죠. 고기 맛,야채 맛,과일 맛 등 종류가 수백 가지는 된답니다. 몇몇 종류는 익혀서 먹지 않으면 안 되니 까 중심부에 있는 식당에서 드십시 오. 항상 땅에 떨어진 걸 그냥 드시 다가 탈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거 든요.”

“바쁘신데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 다.”

“하하,좋은 여행되십시오.”

강현은 고개를 꾸벅이고 루나와 함 께 쉘터 중심부로 향했다.

걷는 내내 베어 문 자국이 남아 있는 푸드 스톤을 살펴보았다.

아무리 봐도 돌 같아.

그런데도 식감이나 맛은 빵을 빼다

박았어.

가이아 대륙의 음식은 원래 차원이 랑 크게 다를 게 없었는데 말이지. 어지간한 일로는 놀라지 않을 거라 여겼는데 의외의 부분에서 놀라게 되는군.

역시 세상은 넓구만.

그나저나 이거 정말 좋은걸.

과수원 하나로 식량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거잖아.

근데 왜 스타더스트에선 이걸 기르 지 않았지? 기를 수 있는 조건이 따로 있는 건가?

푸드 스톤 하나를 두고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던 차.

옆에서 루나가 강현의 로브 자락을

잡아당겼다.

“오빠. 오빠!”

강현은 상념에서 깨어나며 대답했 다.

“왜?”

“저기 봐. 보석 생겨났어.”

루나가 가리킨 곳으로 시선을 옮기 니 거대한 보석 하나가 보였다. 검은빛을 띤 거대한 팔각형 보석. SSS랭크 웨이브 보석이었다.

근데 SSS랭크 웨이브가 발생한 것 치곤 상당히 조용했다.

과수원에서 일하는 자들은 모두 태 평하게 작업을 하는 중이었고,저 멀리 어렴풋이 보이는 쉘터 중심부 사람들도 누구 하나 동요하는 기색이 없었다.

여기선 일상적인 일이라는 건가?

수많은 던전이 생겨날 정도로 웨이 브가 자주 발생하는 곳이다.

쉘터 안에 SSS랭크 웨이브가 발생 하는 것도 흔한 일가 보다.

하위차원에선 SSS 랭크 웨이브가 발생한 것만으로도 나라가 들썩이는 데 말이다.

쉘터 중심부의 거리에 들어서자 특 이한 행렬이 보였다.

잘 차려 입은 몇몇 사람들이 죄수 무리를 감옥 수레에 실은 채로 웨이 브 보석을 향해 가는 중이었다. 가슴팍에는 C란 글자가 새겨진 배 지가 달려 있었다.

'커뮤니티 소속의 조직원들이야. 죄수들을 이끌고 SSS랭크 웨이브로 간다는 건…… 죄수들로 강제 클리 어를 하려는 거군.’

SSS랭크 웨이브엔 강제 클리어란 공략법이 있다.

강제 클리어로 바칠 제물만 있으면 SS 랭크보다도 공략하기 쉬운 게 SSS랭크 웨이브다.

사람들이 어째서 여유 있어 보였는 지 알겠군.

어차피 커뮤니티가 죄수들을 바쳐 서 클리어해 버리니까 신경 쓰지 않 던 거였어.

SS랭크 던전은 강제 클리어가 없 으니까 그냥 용병들을 불러다가 외주를 주는 거였군.

귀찮은 SS랭크는 싼값에 용병들을 부려서 해결하고,SSS랭크는 죄수들 을 제물로 바쳐서 저희들이 독식하 는 건가.

끌려가는 죄수들은 자신의 앞날을 짐작하고 수레 안에서 몸부림쳤다.

“빌어먹을 후레자식들아! 우리가 무슨 잘못이 있다고 제물로 죽어야 되냔 말이다!”

“그래,죽일 테면 죽여,씨팔 것들 아! 너희들한테 뒷돈 안 줬다고 억 지로 죄 덮어씌운 거 누가 모를 줄 알아?”

“흐으옥,선생님. 살려 주십쇼. 제 가 죽으면 제 마누라랑 자식들은 뭘 보고 살라는 겁니까? 한 번만 도와 주십시오. 다시는 커뮤니티를 욕하 지 않겠습니다.”

발악하는 자,애원하는 자,자포자 기 한 자 등등……

죽음을 앞두고 갖가지 반응이 터져 나왔다.

들려오는 욕설의 지분으로 파악컨 대 죄수들의 대부분은 억울한 누명 을 쓰거나,커뮤니티를 모욕했다는 죄로 잡혀간 사람들이었다.

거리의 사람들은 이 또한 익숙한 일이라는 양 평범하게 대화를 나누 었다.

“아,왜 패스시키지 않나 싶었는데 SSS 랭크였구나.”

“SS랭크면 바로 하위차원으로 보냈 겠죠. 오늘 SSS랭크 웨이브에 들어 간 조직원들은 전부 SS급 보구 얻 겠네요. 부러워라.”

“내일 공채 열리잖아. 너도 지원해 보던가.”

“에이,합격하려면 뒷돈 엄청 줘야 하잖아요. 게드팅스 지부가 뒤에서 어찌나 해 처먹는지 아시면서 그러 시네.”

“야야야,말조심해. 그러다 너도 끌 려갈라.”

강현은 귀를 열고 들려오는 대화 속에서 정보를 뽑아냈다.

다른 건 둘째 치고 ‘패스’란 단어 가 신경 쓰였다.

분명 SS랭크 웨이브 보석은 하위 차원으로 보낸다는 말이 섞여 있었 다.

카니발의 웨이브 보석을 하위차원 으로 보낼 수 있다는 말인가.

쉘터 안에선 웨이브 보석을 ‘패스’ 하여 하위차원으로 내려 보내는 기 능이 있나 보다.

‘커뮤니티에서 카니발의 존재를 숨 기려던 이유가 또 하나 더 있었군. 하위차원에 나타나는 웨이브 보석이 여기서 내보내는 거란 걸 알면 하위 차원의 왕국들이 가만히 있지 않겠 지.’

간단한 이치다.

하위차원의 왕국들이 웨이브 때문

에 얼마나 골치를 썩고 있는가.

근데 그 원인이 카니발에 있단 걸 알게 되면 다섯 차원이 단합하여 카 니발에 병력을 파견할 거다.

쉘터에서 패스 기능을 사용하지 못 하게 하면 하위차원에 웨이브가 나 타날 일도 없을 테니까.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복합적인 문 제가 발생할 거고 말이다.

더불어 하위차원에서 SSS 랭크가 나타나지 않았던 이유 또한 해명되 었다.

‘SS랭크 이하는 패스하고, SSS랭크 는 공략했으니 안 나타날 수밖에.’ 강현은 커뮤니티의 행렬을 지나치 며 쉘터 중심부 안쪽으로 들어갔다.

커뮤니티의 지부가 쉘터 정중앙에 있다는 것 정돈 알고 있다. 북적거리는 인파 사이를 걷다 보니 관공서 같은 모양새의 거대한 건물 과 맞닥뜨리게 되었다.

건물 정문의 담벼락에 이름이 붙어 있었다.

[커뮤니티 게드팅스 지부]

지부 안팎으로 사람이 많이 드나들 고 있었다.

무력을 갖춘 조직원도 있지만 일반 사무원들도 상당수 고용하고 있는 것 같았다.

거기에 진짜 관공서처럼 민원업무

도 하고 있는지 일반인들도 많았다.

‘일반인도 드나드는 곳에서 그랜드 스톤을 허술하게 관리할 린 없겠지. 지부 내의 깊숙한 곳에 있다는 건데 거기까지 어떻게 도달 한다……

뭐든 작전을 짜려면 사전조사가 필 요하다.

강현은 일반인들 사이에 섞여 게드 팅스 지부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진짜 관공서마냥 1층은 민원 창구 가 늘어서 있었다.

더불어 건물 입구 옆에 층마다 어 떤 시설이 있는지 적혀 있어서 구조 를 파악하기 어렵지 않았다.

1층은 세금이나 전입,전출 신고 등을 보는 행정 관련 업무.

2층은 불법 행위 신고,분쟁 조절 등을 보는 치안 관리 업무.

3층은 던전,웨이브에 관련된 업무 등등

총 5층으로 이루어진 건물 내의 구조가 대강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지하 1층으로 내려가는 계 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하에 대 한 정보는 적혀 있지 않았다.

강현은 자연스럽게 로비에 서며 지 하로 통하는 계단을 바라보았다. 지하 계단 앞에는 관계자 외 출입 금지란 입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딱 봐도 중요한 게 보관되어 있다 는 둣 입간판 양옆에 무기를 소지한 조직원 2명이 서 있었다.

‘그랜드 스톤은 지하에 있을 가능 성이 높군.’

지하 계단으로 들어가는 길 외에도 지부 곳곳에 수많은 조직원들이 경 비를 서고 있었다.

레벨 100이상만 가입할 수 있는 조직이다.

경비를 서고 있는 자들 모두가 레 벨 100이 넘는다고 보면 된다. 게다가 카니발의 지부장은 하위차 원의 지부장과는 격이 다를 터.

무턱대고 돌파했다간 역으로 당할 거다.

이럴 때일수록 머리를 굴려야 한 다.

어떤 작전이 좋을까.

지금 게드팅스 내에서 활용할 만한 요소부터 늘어놔 보자.

SSS랭크 웨이브,내일 공채라는 점 정도인가.

문득 강현의 머릿속에 좋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이거 잘만 하면 편하게 돌파할 수 있겠군.’

작전을 떠올린 강현은 루나를 데리 고 게드팅스 지부 바깥으로 나왔다. 그러곤 인적이 드문 한적한 곳으로 이동해서 루나의 어깨에 두 손을 올 렸다.

“루나,오늘부터 내일까지 작전 하 나를 펼칠 거야. 작전 중에 네가 해 줘야 할 일이 있어.”

루나는 콧김을 흥흥 내뿜으며 의욕 에 찬 모습을 보였다.

“맡겨만 주세요. 주인님.”

“말투 조심하랬지.”

“죄송해…… 아차,미안해 오빠. 무

슨 일이든 맡겨만 줘. 명령을 내려 주기만을 기다렸다고.”

“너 혼자만 하기에는 조금 벅찰지 도 모를 테니 지트를 붙여 주겠어.”

“무슨 일인데 그래?”

“그러니까……

강현의 입에서 앞으로 행할 작전이 홀러나왔다.

그 내용이란 상당히 무모한 것이었 다.

그러나 루나에겐 작전의 난이도 따

윈 알 바 아니었다.

주인이 명령을 내려 준다는 것만으 로도 기쁘기 그지없었기에.

*

게드팅스 지부 지부장인 뉴튼은 어 깨에 랜스를 걸치며 하품을 했다.

“흐아암,오랜만에 웨이브 안으로 들어가려니 귀찮군.”

SSS랭크 웨이브라 해도 공략이라 기보단 공짜 보구를 얻으러 간다는 느낌이 강했다.

싸울 일은커녕 무기를 사용할 일조 차 없을 거다.

들어가자마자 죄수들을 제물로 써

서 강제 클리어를 반복하면 되는 일 이니까.

뉴튼으로선 빨리 작업을 끝내고 골 프나 치러 갈 생각밖에 없었다.

허나 뉴튼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 았다.

북적거리는 인파 사이로 별안간 마 나로 이루어진 검이 날아들었던 것 이다.

유려하면서도 신속한 공격이었다.

뉴튼을 비롯한 조직원들이 검의 존 재를 알아차렸을 땐 이미 검이 감옥 수레에 닿은 뒤였다.

서격!

감옥 수레의 창살이 크게 잘려 나 갔다.

뒤이어 몇 자루의 마나검이 추가로 날아들어 조직원들을 노렸다.

뉴튼과 조직원들은 각자 무기를 꺼 내어 마나검을 쳐냈다.

째애앵! 채앵!

“뉴튼 지부장! 습격입니다!”

“나도 알고 있다! 어떤 놈인지는 몰라도 간덩이가 부었구나!”

뉴튼과 조직원들이 마나검을 튕겨 내느라 잠시 한눈을 판 찰나.

영문을 몰라 멍하니 있던 죄수들이 정신을 차렸다.

어찌된 건진 모르겠지만 창살이 잘 리면서 바깥으로 나갈 길이 열렸다. 지금 탈출하지 않으면 언제 탈출하 겠는가.

“타,탈출구가 생겼어.”

“어쩌지?”

“어쩌긴 뭘 어째! 다들 튀어!”

“맞아. 이대로 끌려가 봤자 죽는 건 마찬가지라고!”

감옥 수레 안에 있던 죄수들이 바 깥으로 뛰쳐나와 인파 사이로 뒤섞 이기 시작했다.

SSS랭크 웨이브 공략에 쓸 죄수들 의 탈옥.

그것은 곧 게드팅스에 혼란을 불러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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