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화
감정서에 소환석에 대한 정보가 기 록되었다.
전리품으로 나오는 소환석은 대부 분 해당 몬스터가 그대로 담겨 있는 편이 많았다.
하물며 저지먼트를 연상시키는 철 의 소환석이다.
확인차 감정서를 붙여 보긴 했다만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저지먼트 소환석]
등급 : S
타입 : 소환석
특징 : 철의 기사 저지먼트를 소환
할 수 있는 소환석. 저지먼트는 마 나 블레이드를 사용할 수 있다. 그 러나 마나량이 적어서 전투 지속 능 력이 다소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부상을 입어도 회수하면 바로 회복 된다. 단,목이 떨어지면 바로 소멸 된다.
마나 블레이드를 사용할 수 있는 몬스터를 소환할 수 있는 소환석이 다.
보상이 하나뿐인 것도 납득할 수 있다.
저지먼트가 죽으면서 3층 입구 쪽 에 둘러져 있던 결계가 사라졌다.
덕분에 루나가 강현 쪽으로 넘어을
수 있게 되었다.
루나는 발을 바쁘게 놀리며 강현에 게 다가섰다.
“주인님,수고하셨어요. 다치신 곳 은 없으세요?”
“없어.”
“저 엄청나게 감동했다니까요. 이 런 강한 분을 주인님으로 모시게 되 다니 평생의 자랑거리예요.”
“너무 호들갑이군.”
“호들갑이 아니라 진짜로 멋있었어 요. 보스 몬스터가 꼼짝도 못하게 탁! 탁! 주인님은 검이 주무기셨군요. 원 래 세계에서 검을 연마하시던 분이셨 나요? 어디의 기사였나요? 기사였다 면 엄청 유명하신 분이었겠네요?”
루나는 혼자서 들떠선 방정맞게 방 방 뛰며 강현의 폼을 따라했다. 오랫동안 갇혀 있으면서 에너지가 과충전 된 느낌이었다.
그동안 사람을 만나지 못해 꾹꾹 눌러 뒀던 감정이 주인을 만나면서 한꺼번에 폭발하는 듯했다. 조잘거리는 타입이 싫은 건 아니지 만 너무 시끄러운 건 사양이다. 강현은 귀를 파며 핀잔을 주었다.
“시끄러우니까 조용히 해.”
루나는 자신이 너무 말을 쏟아냈다 는 걸 자각하곤 어깨를 추욱 늘어뜨 렸다.
“죄송해요. 조용히 할게요. 협!”
본인도 본인의 입을 주체하지 못하
겠는지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어찌나 세게 누르고 있는지 손가락 으로 누른 부위 주변으로 빨간 자국 이 남을 지경이다.
말을 잘 들어도 너무 잘 듣는군. 설마 내가 말을 걸 때까지 저럴 작정인가.
후우,어쩔 수 없지.
강현은 앞서 걸으면서 무뚝뚝하게 한 마디 홀렸다.
“말은 해도 되는데 적당히 하도록 해.”
“푸하,알겠습니다. 알아서 적당히 조절해 볼게요. 그러니까 귀찮게 굴 지 말라는 뜻이죠?”
“이제야 이해했군.”
“넵! 귀찮게 하지 않겠습니다!”
강현과 루나는 대화를 나누면서 던 전 바깥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오니 눈부신 햇살이 강현 을 맞이해 주었다.
발광이끼의 옅은 불빛에 익숙해진 눈에는 너무 자극적인 밝기였다. 강현은 이마에 손 우산을 만들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바깥에는 다른 던전을 공략하고 나 온 공략자들이 있었다.
이로써 1등 보상은 물 건너간 셈 이었다.
2층 미궁에서 오랫동안 머무른 게 컸다.
그러나 강현으로선 오히려 잘된 셈
이었다.
괜히 1등으로 공략하여 눈에 띄는 것보단 낫다.
커뮤니티에서 나온 사람들은 1등으 로 공략한 사람들에게 CP를 지급하 고 있었다.
그 외의 사람들은 공략을 했든 말 든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눈치였다. 심각한 부상을 입은 자가 있든 말 든,어디의 누가 어떤 성과를 거뒀 든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식이었다. SS랭크 던전에서 벌어진 일 따윈 안중에도 없다는 양 무관심으로 일 관할 뿐.
강현은 커뮤니티와 일반인들의 관 계에서 무언가를 연상해 냈다.
‘돼지를 사육하는 것 같군.’
일반인 입장에선 공략인원이 다수
라는 점,1등으로 공략할 시 보너스 가 붙는다는 점 때문에 이리 모여들 었다.
허나 생존률은 극히 희박하다. 이번에 살아남은 자가 다른 데서도 살아남으리란 보장은 없다.
일반인의 하향평준화는 계속 유지 되는 한편,커뮤니티에선 값싸게 일 반인을 부려먹는 셈이다.
심지어 이번 공략에서 살아남은 자 들은 쉘터 안에서 숙박을 하며 다음 공략을 위해 물건을 구매할 거다. 그렇게 지불된 CP는 세금이란 형 태로 회수해 간다.
쉘터란 축사 안에서 사육하느냐, 방목해서 사육하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커뮤니티 좋은 일만 시켜 주고 있는 건 매한 마찬가지다.
고작 50만 CP를 받고 기뻐하는 자 들.
약간의 사료로 기뻐하는 가축을 보 는 듯하여 눈살이 찌푸려졌다. 강현은 던전을 뒤로하며 걸음을 옮 겼다.
‘카니발 북쪽 끝에 현자의 연구소 가 있다 했었지. 거길 목표로 이동 해야겠군. 그 전에 쉘터 안의 구조 나 좀 둘러볼까.’
여태껏 계속 필드만 둘러봤지 쉘터 안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이동할 때 먹을 식량도 사야 하고 말이다.
식량을 산다고 생각한 순간 헛웃음 이 나올 뻔했다.
방금 막 카니발의 구조를 두고 역 정을 냈는데 막상 쉘터에 들어가서 무언가 살 생각부터 하다니.
먹어야 살 수 있는 몸뚱이이기에 생기는 아이러니였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루나와 함 께 스타더스트 쉘터로 향했다.
*
쉘터 안은 백작령급 규모의 도시가 조성되어 있었다.
특히 도시 외곽과 중심부의 역할이 나뉘어 있는 게 눈에 띄었다.
도시 외곽은 농장 지대가,중심부 가 주거구역이었다.
강현은 황금빛 물결을 이루고 있는 밀밭을 지나 도시 중심부에 들어섰 다.
주거구역 내의 건물들은 대부분이 현대식이었고,W층짜리 건물도 간 간이 보였다.
이세계인들만 모인 세계이니 빌딩 이나 아파트 단지를 지을 기술력 정 도는 있을 거다.
그러나 아무래도 거기까진 구현하 지는 못한 듯하다.
그 원인은 대량생산의 상징인 공장
을 세울 수 없는 환경이라는 점이 크다.
자원을 채굴하려면 광산을 발견해 야 하고,광산의 인부가 습격 받지 않게 쉘터를 세워 줘야 한다.
게다가 유통과정에서도 클로징 포 션이 소모되고,공장을 세운다 하더 라도 월터 내의 부지를 상당량 할당 해야 한다.
오랜 기간 절충안을 찾은 끝에 지 금의 구조가 만들어진 것 같다. 강현와 루나는 늘어서 있는 집들을 지나쳐 시장에 들어섰다.
제법 큰 도시답게 시장에는 상당수 의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갓 구운 빵입니다! 식기 전에 사
가세요!”
“콩알만 한 사과 한 개에 3천 CP 나 받겠다고? 옆 동네에선 2천 CP 였어. 2천 CP로 해 줘.”
“오늘은 베트남 요리 어때? 저쪽 골목길 안쪽에 새로 개점했다더라 고.”
“중고 무기 사실 분 없으십니까? 보구상점 매매가보다 1할 싸게 드립 니다.”
시장 안은 각국의 요리를 파는 노 점들과 중고 보구를 사고파는 사람, 여관 앞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자들 로 시끌벅적했다.
강현은 노점 사이를 걸으며 입을 열었다.
“루나,가리는 음식 같은 건 있 어?”
“루나?”
뒤를 돌아보니 멍하니 서 있는 루 나가 보였다.
루나의 시선이 어느 노점에 꽂혀 있었다.
꿀빵을 파는 노점이었다.
식빵에 꿀을 바른 서양식 허니 브 레드가 아니라,팥을 넣은 동그란 빵에 꿀을 덕지덕지 발라 놓은 빵이 었다.
강현에겐 매우 익숙한 형태의 꿀빵 이었다.
“팥이 들어간 꿀빵인가. 통영 여행
갔을 때 먹어 본 적 있었지.”
노점 상인도 딱 한국인 인상이었 다.
머리가 하얗게 센 늙은 상인은 강 현의 말을 듣곤 빙그레 웃어 보였 다.
“젊은이,한국 사람인가 보구먼.”
“그렇습니다.”
“허허,괜찮다면 꿀빵 어떤가? 갓 뽑은 가래떡도 있다네. 아참,말려서 썰어 놓은 것도 있는데 이것도 나쁘 지 않지. 다시랑 함께 물에 넣고 끊 이면 여행 중 식사로 이만한 게 없 다네.”
강현은 노점에 전시해 놓은 꿀빵과 떡을 주욱 둘러보았다.
어린 시절,아직 부모님이 돌아가 시기 전의 일이다.
꿀이 뚝뚝 흐르는 꿀빵을 먹으며 가파른 등피랑을 올랐던 기억이 새 록새록 떠올랐다.
허나 노점 기둥에 붙은 가격표를 본 순간 감상에 잠겨 있던 기분이 삽시간에 날아갔다.
꿀빵 : 1개 5천 CP
떡 : 한 덩어리 7천 CP
꿀빵 2개 값이 클로징 포션 1개와 맞먹는다.
관광지 바가지라도 적용됐나?
주변을 둘러보니 바가지가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
다른 노점의 음식도 비싼 건 매한 가지였다.
카니발의 환경상 쉘터 안에 농장을 일구어야 하고,농장으로 사용할 수 있는 면적이 제한되니 생산량도 제 한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음식값도 비싸질 수밖에 없는 거다.
루나도 가격표를 확인했는지 손을 내저으며 변명하듯 말했다.
“먹고 싶어서 본 거 아녜요. 애당 초 저희 사역마들은 음식 안 먹어도 돼요. 절대 먹고 싶어서 본 거 아네 요.”
음식을 섭취할 필요는 없다고 하나
식욕까지 없는 건 아니다.
원래부터 단 것을 매우 좋아했던 것 같다.
게다가 오랫동안 갇혀 있다가 나온 반동으로 저도 모르게 눈길이 꽂혀 버린 듯하다.
앞으로 많이 부려 먹을 테니 약간 은 베풀어도 괜찮겠지.
강현은 노인에게 오른손을 내밀며 말했다.
“꿀빵 2개 주십시오.”
강현의 오른손 검지에는 검은색 보 석이 달린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개인상점에서 산 반지형 CP교환기 였다.
루나는 깜짝 놀라서 손사래를 쳤
다.
“정말 괜찮아요. 안 사 주셔도 돼 요.”
“출소 기념,두부 대신이야.”
“뭔가 저 히든방에 죄수로 감금된
것처럼 됐네요.”
“딱 그런 꼴이긴 했지.”
상점 주인 역시 반지형 CP교환기
를 내밀어서 강현의 CP교환기에 맞 대었다.
분명 CP를 넘겨주는 쪽에서 넘길
CP의 양을 말해야 하는 걸로 알고 있다.
강현은 장재현에게서 얻어 냈던 정 보를 떠올리며 시동어를 을었다.
“1만 CP 양도.”
반지끼리 맞닿은 부분이 빛나면서
CP가 양도되었다.
노인은 돋보기안경을 매만지며 CP 교환기 보석에 새겨진 CP량을 확인 했다. 그러곤 꿀빵 3개를 종이봉투 에 넣어서 강현에게 건넸다.
“1개는 서비스일세. 그쪽 아가씨가 귀여워서 주는 거니 오순도순 잘 나 눠 먹게나.”
강현은 감사의 의미로 가볍게 고개 를 꾸벅이며 노점 앞을 떠났다. 종이봉투 안에서 꿀빵이 이리저리 구르면서 끈적한 꿀이 쩍쩍 묻어났 다.
강현은 종이봉투를 통째로 루나에 게 주었다.
“먹어.”
루나는 종이봉투를 받으면서 깜짝 놀라 되물었다.
“주,주인님은 안 드세요?”
“단 건 별로라서.”
“그럼 저 때문에 사신 거예요?”
“출소 기념이라 했을 텐데.”
강현은 여행하며 먹을 수 있는 음 식을 파는 곳을 찾아 이리저리 돌아 다녔다.
그런데 뒤에서 울먹이는 소리가 들 려왔다.
“훌쩍.”
뒤를 보니 루나가 꿀빵을 입에 문 채로 훌쩍이고 있었다.
울 정도로 맛있는 건가.
감격할 정도의 맛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어쨌든 얼굴이 엉망이군.
“울든지,먹든지 하나만 해.”
“그래도…… 그래도…… 훌쩍.”
“그래도 뭐?”
“귀찮게 안 하려고 했는데 결국 귀 찮게 해서 죄송해요. 이런 비싼 음 식도 사 주시고. 다음 생애에 꼭 갚 을게요.”
귀찮게 하지 말란 명령을 어겼다고 여기고 울고 있는 거였다.
아무리 나라도 간식거리 사 주는 것 정도는 빚으로 치지 않는다고. 누가 보면 목숨이라도 빚진 줄 알 겠다.
강현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무 뚝뚝하게 한 마디 날렸다.
“사역마 주제에 내세 파는 거 아 냐.”
*
이후에 강현은 시장에서 수프용 곡 물 가루와 베이컨 한 덩어리,설탕 물에 절인 옥수수알 한 봉지,사탕 한 봉지를 샀다.
혼자서 먹는다 치면 보름은 거뜬히 먹고도 남을 양이었다.
단지 물가가 높은 나머지 식료품을 구입하는 데만 25만 CP를 써야 했 다.
강현은 모든 식료품을 아공간 주머 니에 넣고 스타더스트 쉘터를 떠났 다.
노스 아일랜드까지는 보름에서 한 달 정도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 중간에 이동수단이 있으면 좀 더 시간이 단축될 거고 말이다.
개인상점에서 구입한 기록식 지도 를 보며 한나절간 북쪽을 향해 걸었 다.
언덕을 몇 개나 지나서 광활하게 펼쳐진 필드에 들어섰을 때.
강현은 시야 가득 들어오는 풍경을 보곤 걸음을 멈추었다.
“여긴 아예 방치된 필드인가 보 군.”
스타더스트에서 북쪽으로 십수 킬 로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 위치한 평 야.
드넓은 적색 대지에는 수십 개의 던전이 자리 잡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