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화
강현은 루나와 함께 히든방에서 나 왔다.
물론 루나에게 군주의 서 효과를 걸어 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3층으로 올라가기 위한 문을 찾기 위해 이동하던 중.
강현은 루나에게도 조건을 채워 줘 야 하는지 궁금해졌다.
“이 미궁에서 탈출하려면 미궁포인 트 100포인트가 필요해. 너도 100 포인트가 있어야 통과할 수 있는 건 가?”
“아뇨,사역마라서 주인님이 가는 곳은 조건 없이 따라갈 수 있어요.”
“아까 테라 시스템 때문에 사람으 로 인식된다고 하길래 해 본 말이 야.”
“그러니까 이런 거죠. 던전을 통과 할 땐 사역마,제물로 쓰일 땐 사람 으로 인식되는 거예요. 일명 테라 시스템계의 박쥐인 셈이죠.”
“편리해서 좋군.”
“후후,칭찬 받았다.”
물건 취급을 받고 있다는 걸 아는 지 모르는지 마냥 좋아라 하는 루나 였다.
아니,사역마도 엄밀히 따지면 소 유물이니까 물건으로 쳐도 무방하려 나.
본인 스스로도 물건이라 인식하고
있는 거면 칭찬이 맞긴 하군.
앞서 입장한 자들이 몬스터를 몰아 잡았기 때문일까.
미궁 안에 몬스터와 공략자가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그 때문에 몬스터나 사람을 마주칠 일이 없었다.
전투를 벌일 일이 없다 보니 오로 지 미궁을 탐색하는데 집중할 수 있 었다.
다만 미궁이 워낙 넓다 보니 한참 을 돌아다녀야 했다.
바쁘게 발걸음을 옮기던 중 강현이 입을 열었다.
“너 지금은 1레벨이지?”
“네.”
“쓸 수 있는 마법은?”
“아직까진 파이어볼밖에 못 써요. 대신 레벨30 주기로 새로운 마법이 추가돼요. 제 스렛은 주인님께서 마 음대로 올리시면 되고요.”
“레벨을 올리기 위한 경험치는 어 떻게 얻는데?”
“제가 직접 사냥을 해야 해요.”
사냥을 해야 레벨이 오르는 건 마 찬가지 인가.
강현이 고레벨 몬스터를 잡을 때 기여도를 얻게 해 주어 폭발적으로 레벨을 올리거나,저레벨 몬스터 노 가다를 시키는 방법이 있을 거다. 어느 쪽이든 군단의 서 효과로 강 현이 얻는 경험치는 똑같다.
오히려 후자 쪽은 강현이 가만히 있어도 경험치를 얻을 수 있는 구조 다.
루나의 대답을 마지막으로 두 사람 사이에 대화가 끊겼다.
잔잔한 침묵 속에서 발걸음만 옮기 던 중.
드디어 3층으로 올라가는 문을 발 견했다.
문에는 양피지 한 장이 겨우 들어 갈 법한 얇은 구멍이 있었다.
강현은 처음에 받았던 4번 지령서 에 모든 미궁포인트를 몰아주었다. 그러고 나서 자판기에 지폐를 밀어 넣듯 구멍에 양피지를 밀어 넣었다. 지령서가 구멍 안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와 함께 문에 푸른 글자가 새겨 졌다.
[4번 지령서 접수 완료. 획득 포인 트 220포인트. 미궁 통행료 100포 인트를 지불. 잔여 포인트 120포인 트는 240만 CP로 적립됩니다. 적립 받으실 분은 손바닥을 문 위에 올리 십 시오.]
문구에 따라 문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문구를 이루고 있던 빛이 강현이 손바닥으로 스며들었다. 이걸로 CP가 들어온 모양이다. 마켓을 열어 보유CP를 확인해 보았다.
[최강현님의 현재 보유 CP : 3백5 십5만 CP]
이걸로 대략 350만 CP을 보유하게 되었다.
숫자로 따지면 많아 보이긴 한다.
그러나 당장은 쓸데가 없다.
스렛 포인트로 바꿔도 고작 3포인 트밖에 안 된다.
괜히 얼마 안 되는 스텟 포인트를 살 바엔 차라리 모아 두는 게 낫다. CP 확인을 마칠 즈음,3층으로 올 라가는 문이 열렸다.
강현은 문 안쪽에 도사리고 있는
마나 기류에 빨려 들어갔다.
더불어 강현의 소유물로 인식되고 있는 루나도 함께 빨려 들어갔다.
*
3층에 도착하자 뭔가 질척한 것이 밟혔다.
영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시야가 복구되면서 무엇을 밟고 있 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바닥이 피로 흥건히 젖어 있었다. 누구의 피인지는 말할 것도 없었 다.
앞서 3층에 올라온 자들의 시체가 바닥 곳곳에 파다했다.
시체와 피로 뒤덮인 아수라장 속에 서 낯익은 자가 싸우고 있었다.
장재 현이었다.
나보다 늦게 미궁으로 들어왔을 텐 데 먼저 3층에 와 있었군.
운 좋게 타깃을 죽이고,타깃이 가 진 포인트까지 빼앗아 바로 3층으로 올라온 걸로 추정되었다.
뒤이어 장재현이 싸우고 있는 몬스 터를 살펴보았다.
은백의 풀 플레이츠 아머와 마스크 헬름,사보르를 든 몬스터였다.
인간 기사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 외견이 었다.
기사 몬스터는 펜싱을 하듯 유려하 게 사브르 검술을 펼쳤다.
사보르에는 마나 블레이드가 맺혀 있었다.
챙! 채쟁!
사브르 검술의 장점은 속도에 있 다.
정적인 움직임에서 나오는 간격 조 절과 연속 공격.
상대하는 입장에선 검의 움직임을 쫓는 것조차 어렵다.
이세계로 넘어와 날림으로 검술을 익힌 자가 상대할 수준이 아니다. 심지어 장재현은 기껏해야 마나유 저 중급이다.
검술을 논하기 이전에 무력에서 심 한 차이가 난다.
기사 몬스터가 사브르를 내질렀다.
장재현은 사브르의 속도를 쫓아가 지 못하고 어깨에 적중당하고 말았 다.
사브르의 검끝이 단박에 실드를 부 수며 장재현의 어깨를 찔렀다.
푸욱!
“끄아아! 망할 개자식아 죽어! 죽 어!”
장재현은 사브르가 어깨에 박힌 채 로 검을 휘둘렀다.
그저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악바 리에 불과한 움직임이었다. 마구잡이로 휘두른 검이 기사 몬스 터의 갑옷을 두들겼다.
그러나 갑옷에 흠집조차 내지 못하 고 튕겨 나오기 일쑤였다.
장재현은 공격이 먹히지 않는 것을 실감하곤 절망에 빠졌다.
그러다 강현을 발견하고 소리쳤다.
“최,최강현! 너,너도 왔구나! 나 좀 살려 줘! 내가 틀렸었어! 아까의 일은 사과할 테니까 살려 줘!”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진 데다 악 에 받쳐 있었다.
그야말로 위선이 벗겨진 모습이었 다.
그가 실수한 게 있다면 아직도 스 타의 습성을 버리지 못했다는 점이 다.
이미지 관리,틀에 박힌 멘트.
자신은 주인공이라는 의식.
현실에 각본 따윈 없다.
죽음이란 커트 싸인이 들려오지 않 도록 끝까지 발버둥 쳐야 할 뿐. 결국 기사 몬스터의 사브르가 장재 현의 심장을 꿰뚫었다.
강현은 장재현에게서 눈을 뗐다. 수많은 공략자 중 한 명이 사망했 다.
단지 그뿐이다.
그보다 표지판 확인이 먼저다.
평균 레벨 60이 넘는 공략자들이 기사 몬스터 한 마리를 상대로 이리 맥없이 당할 리가 없다.
분명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터. 표지판을 확인하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블레스 던전 3층 공략법]
[보스몬스터인 저지먼트와의 일대 일 대결에서 승리하라. 단,블레스 던전 1층과 2층을 거치며 공략자를 죽인 자는 죽인 (공략자의 숫 자)x(10분)의 시간만큼 보구의 효과 와 스킬을 사용할 수 없다.]
다시 말해 사람을 죽인 자는 보구 봉인,스킬 봉인 상태에 빠진다는 의미였다.
공략자끼리 싸우게 만들어 놓고 막 상 3층에선 그에 대한 페널티를 짊 어지게 하고 있다.
물론 숨겨진 공략법을 이용했다면 서로 싸우지 않아도 됐을 거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방 법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람 엿 먹이는 규칙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보스몬스터와는 무조건 일 대일 대결만 가능한 듯하다.
표지판 너머에 옅은 막이 쳐져 있 었는데,공격무효화 능력이 걸려 있 는 벽으로 보였다.
1명씩 벽 너머로 갈 수 있고,동시 에 넘어가려 해도 1명을 제외하곤 전부 튕겨 나오는 구조이지 않을까 싶다.
어차피 남은 공략자라곤 나밖에 없 다.
내가 종지부를 찍을 수밖에.
강현은 열은 막 너머로 발을 디뎠
다.
벽이 흡입력을 구사하듯 강현을 안 쪽으로 빨아 당겼다.
강현의 몸이 막 안쪽에 완전히 들 어선 순간.
저지먼트가 사브르를 절도 있게 세 로로 세우며 말했다.
“그대는 이곳 던전에서 무려 7명이 나 되는 동료를 죽였구나. 구제할 도리가 없는 짐승이여. 피로서 죄를 뉘우치게 하겠노라.”
1층에서 죽인 동남아시아인 4명과 2층에서 죽인 3인조를 합하여 총 7 명을 사살한 걸로 집계되었다. 강현은 빙백검을 뽑으며 강하게 맞 받아쳤다.
“이래서 몬스터에게 말하는 능력은 필요 없단 말이지. 헛소리나 나불거 리니까.”
“제 처지도 모르고 입을 놀리는구 나. 곧 죽을 자의 망언이라 여기마.”
저지먼트는 앞으로 내세운 사브르 와 일직선이 되도록 뒷발을 뒤로 옮 겼다.
지금까지 본 공략자 중 가장 건방 진 공략자다.
모름지기 공략자의 수단이란 보구 와 스킬에 의존하는 게 전부다.
보구와 스킬을 제외하면 전혀 두렵 지 않은 존재다.
순수 검술 실력으로 자신을 이길 수 있을 거라 여기는 건가.
턱도 없는 소리!
저지먼트는 마나 블레이드가 깃든 사브르를 힘껏 내질렀다.
정확히는 내지르려 했다.
허나 그 전에 강현의 빙백검이 날 아들며 사보르가 가속하기 전에 경 합 지점을 앞당겼다.
채앵!
아무리 빠른 비행기도 속도가 붙지 않으면 날지 못한다.
그와 같은 이유로 사브르의 장점인 속공도 속도가 붙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었다.
게다가 보구 봉인이든,스킬 봉인 이든 딱히 페널티라고 생각하지 않 는다.
각성의 서 스텟 효과를 사용하는데 엔 지장이 없으니까.
강현은 빙백검으로 사브르를 누른 채로 증폭 스텟의 효과를 사용했다. 즈즈즉!
경합 때 발생한 충격이 후폭풍으로 발현되며 사보르를 통해 전달되었 다.
저지먼트는 사브르를 쥔 손에 강한 타격이 전해지는 걸 느꼈다.
“감히 요상한 재주를……
강현은 물러나는 저지먼트에게 손 을 뻗어 갑옷 어깨 부분 아래에 손 가락을 걸었다. 그러곤 팔에 힘을 주어 잡아당겼다.
격투술을 응용한 기술이었다.
반듯한 검술에 익숙한 저지먼트가 러프 플레이에 익숙할 리 없었다. 어깨가 기울면서 저지먼트의 몸이 흔들렸다.
저지먼트는 발버둥 치듯 사브르를 크게 휘둘렀다.
“비겁한 놈! 어디서 건달들이나 쓸 잡기를 쓰느냐!”
강현은 간단하게 빙백검을 앞으로 내세워 힘 들이지 않고 사브르의 가 속을 미연에 방지했다.
동시에 빙백검의 날을 뉘였다.
빙백검의 날이 미끄러지듯 사브르 아래쪽으로 이동하며 손잡이 검대부 분을 가격했다.
차앙!
이번에도 증폭 스텟의 효과가 발현 되었다.
저지먼트는 증폭 스렛의 타격 때문 에 손을 절며 사보르를 놓치고 말았 다.
전투 중에 무기를 잃은 자가 어찌 다음 일격을 막으리.
빙백검이 저지먼트의 갑옷을 꿰뚫 으며 심장을 관통했다.
마스크 헬를 사이에서 돼지 멱따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꾸엑!”
강현은 세차게 빙백검을 뽑아냈다.
보구의 능력이 봉인되어 있어 빙백 검의 냉기 효과가 발동되지 않은 상 태다.
그래서 평소처럼 살얼음 낀 핏방울 대신 끈적한 피가 튀었다.
강현은 튀는 피를 검막으로 가볍게 훑어 내며 곧은 자세로 섰다. 자연스럽게 품위가 흘러나오는 가 운데 강현의 입에서 나지막한 한 마 디가 흘러나왔다.
“처음부터 끝까지 시끄럽기만 했 군.”
보스몬스터인 저지먼트가 죽으면서
3층 공간 구석에 출구가 생겨났다. 나가기 앞서 전리품부터 챙겼다.
SS랭크 던전의 보스 몬스터 저지 먼트.
그의 시체에서 전리품 반응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저지먼트의 시체에 손을 대고 추출 을 시행했다.
“추출.”
저지먼트의 시체에 머무르던 푸른 빛이 한데 뭉치면서 전리품이 나왔 다.
헌데 전리품은 고작 하나뿐이었다.
철로 이루어진 팔각형의 물체.
바로 소환석이었다.
“소환석? 설마……
강현은 소환석에 감정서를 붙여 보 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