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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는 플레이어-136화 (136/381)

136화

자세히 보니 저 멀리서 푸른빛이 아른거리는 게 보였다.

누군가 마나 오오라를 부여하고 싸 우는 중인 게 틀림없었다.

만약을 대비해 마나 블레이드를 끄 고 어둠 속에 녹아들었다.

그러곤 빠르게 비명 소리가 들려온 곳을 향해 뛰었다.

점처럼 작았던 마나 오오라가 검의 형태로 보일 즈음.

전방에서 일어나는 상황이 얼추 눈 에 들어왔다.

세 명의 공략자가 한 명을 둘러싸 고 습격 중이었다.

습격을 받은 자는 얼마 버티지 못 하고 검에 꿰뚫려 숨줄이 끊어졌다. 세 명이 합공해서 타깃을 사살하고 다니는 것인가.

그리 생각하는 것도 잠시.

어둠 속에서 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야,고작 5포인트뿐이잖아.”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놈이나 보 구만.”

“좀 더 숨어 있다가 습격할까? 설 익은 열매나 따자고 이 고생을 하는 건 아니잖아.”

“됐고 포인트나 받아 둬.”

세 사람 중 한 명이 죽은 이의 품 에서 지령서를 꺼냈다. 그러곤 동료 한 명에게 지령서를 건넸다. 지령서를 받은 자가 자신의 지령서 를 꺼내 지령서끼리 겹쳤다.

“35번 지령서에서 20번 지령서로 5포인트 양도.”

짤막한 말소리 직후,겹쳐진 지령 서들이 옅은 빛을 머금었다.

옮조린 명령어로서 무슨 짓을 했는 지 짐작할 수 있었다.

지령서 간에 미궁포인트 양도가 가 능한 것이다.

몬스터나 타깃을 사냥하는 것 외에 강탈이란 방법도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마 페널티를 피하기 위해 3명 중 2명만 사람을 죽이고,창고 겸 미궁포인트를 몰아 받는 1명은 견제 만 하는 걸 거다.

상황을 분석하고 있는데 세 사람의 날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아까부터 이쪽을 보고 있 는 쥐새끼가 한 마리 있는데 어쩔 까?”

“포인트가 얼마나 있는지 중요하 지.”

“묻는다고 사실대로 말해 주는 거 봤어?”

“이왕 발견했으니까 죽이자고.”

“설익은 열매 운운한 지 1분도 안 됐지 않아?”

“1분이면 화장실 들어갔다 나오기 엔 충분한 시간이야.”

어둠 속에 있어서 잘 보이지도 않 을 텐데 금방 발각되었다.

셋 중에 안력을 돋우는 스킬을 가 진 자가 있는 듯했다.

미궁포인트를 양도할 수 있다는 걸 안 이상 물러설 이유가 없었다. 강현이 빙백검에 마나 블레어드를 전개했다.

어둠 속에서 마나 마스터의 상징이 시퍼렇게 피어났다.

기세 좋게 달려들던 세 사람이 화 들짝 놀라며 급하게 멈춰 섰다.

“마나 블레이드! 저 자식 마나 마 스터야!”

“마나 마스터가 왜 이딴 SS랭크 던전에 있는 거냐고!”

카니발에서도 마나 마스터급 되는 자들은 던전 공략을 거의 하지 않는 모양이다.

세 사람이 주줌거리는 틈을 타서 전방으로 마나폭검을 전개했다. 부서진 마나 파편이 통로를 가득 메우며 세 사람에게 쏟아졌다.

피할 틈도 없이 빽빽하게 쏟아지는 공격에 세 사람이 경악을 쏟아 냈 다.

“젠장! 완전히 잘못 걸렸어!”

“나불거릴 시간에 막아! 도망을 치 려면 적어도 두 다리는 남아 있어야 할 거 아냐!”

세 사람 중 한 명이 땅을 짚으며 스킬을 발동했다.

“아이스 가드!”

땅에서 세 개의 얼음벽이 솟아나 마나 파편을 가로막았다.

그러나 마나 파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얼음벽을 갈기갈기 찢으며 계 속해서 나아갔다.

마나 파편의 일부가 상쇄되긴 했지 만 저들을 몰아넣기엔 충분했다.

과지직!

얼음벽이 순식간에 부서지자 세 사 람이 당황을 금치 못했다.

“이런 미친!”

뒤늦게 팔을 십자 모양으로 겹치며 실드를 끌어올리는 세 사람이었다. 그러나 마나 파편은 실드마저도 찢 어 버리며 틀어박혔다.

마나 파편 세례가 멎었을 땐 세 사람 모두 넝마가 되어 있었다.

얼어붙은 듯 고요한 공간 속에서 강현이 앞을 향해 한 걸음 내딛었 다.

저벅. 저벅.

발소리가 얼어붙은 시간을 해동시 킨 듯 세 사람의 몸이 쓰러졌다. 강현은 쓰러진 자들에게 다가가 품 을 뒤졌다.

그들의 지령서를 찾기까진 얼마 걸 리지 않았다.

일단 강현 자신의 지령서를 확인해 봤는데,아니나 다를까 미궁포인트 가 1포인트에서 0포인트로 초기화 되어 있었다.

방금 취득한 세 개의 지령서는 각 각 0포인트,0포인트,45포인트가 있었다.

역시 페널티를 피하기 위해 한 사 람에게 몰아줬던 거다.

만일을 위해 지령서의 번호도 확인 해 보았다.

셋 다 강현의 타깃은 아니었으며, 셋의 타깃 역시 강현이 아니었다. 강현은 4개의 지령서를 겹치고 아 까 보았던 양도를 따라해 보았다.

“20번 지령서에서 4번 지령서로 45포인트 양도.”

양도 이후에 지령서를 보니 정말로 미궁포인트가 올라가 있었다.

[블레스 던전 2층 미궁 지령서

(NO.4 : 45/100)]

딱히 힘들이지 않고 45포인트를 얻었다.

다른 사람의 미궁포인트를 강탈하 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일 것 같기도 하다.

허나 깊숙이 파고들어 보면 꼭 그 런 것도 아니다.

강탈을 하려면 미궁포인트가 아예 없거나,페널티를 대신 받아 줄 동 료가 필요하다.

나로선 어느 쪽이든 충족하기 어려 운 조건들이군.

이제부턴 몬스터 사냥에 집중하거

나,내 타깃만 노리는 수밖에 없겠 어.

시체를 넘어 안쪽으로 들어가다가 또 하나의 보석 벌레를 발견했다. 이번에는 루비 타입의 보석 벌레였 다.

이번 보석 벌레는 장수풍뎅이처럼 단단한 앞뿔이 돋아나더니 쏜살같이 덤벼 왔다.

고작 벌레가 찔러 봤자 벌레지…… 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어찌나 강하게 쏘아져 오는지 그 기세가 마저 단검이 날아드는 듯했 다.

강현은 수정 스렛의 효과로 보석 벌레를 피해 냈다.

그러곤 어깨 위를 스쳐 가는 보석 벌레에게 빙백검을 가져다 대며 벌 레의 추진력을 역으로 이용해 베어 냈다.

서격!

이걸로 두 마리째.

미궁에 들어온 이후로 1시간은 지 난 것 같은데 이제 겨우 두 마리를 잡았다.

그러고 보니 지령서에 약간 의미심 장한 문구가 적혀 있지 않았었나? 분명 ‘소유한 지령서에 적힌 타깃 외의 사람을 사살하면 페널티로 미 궁포인트가 초기화된다’라고 적혀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소유한 지령서’란

부분이 마음에 걸린다.

4번방으로 들어왔으니 4번 지령서 의 주인은 나다.

근데 굳이 ‘소유’란 애매한 단어를 쓸 필요가 있을까.

마치 지령서를 가지고 있기만 하면 소유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처럼 해 석 된다.

그럼 지령서를 여러 장 가지고 있 으면 죽일 수 있는 타깃도 여러 명 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더불어 소유한 지령서가 여러 장일 경우 몬스터를 죽이면 대체 어느 지 령서로 기록되는 건지 알 수 없다. 강현은 확인차 가진 지령서 4장을 모두 살펴보았다.

지령서 4장을 모두 확인해 본 결 과.

[블레스 던전 2층 미궁 지령서

(N0.4 : 46/100)]

[블레스 던전 2층 미궁 지령서

(NO. 19 : 1/100)]

[블레스 던전 2층 미궁 지령서

(NO.20 : 1/100)]

[블레스 던전 2층 미궁 지령서

(NO.21 : 1/100)]

방금 보석 벌레 한 마리를 잡았는 데 소유하고 있던 모든 지령서에 미 궁포인트가 들어왔다.

아! 그런 거였나!

이제야 미궁의 숨겨진 공략법을 알 겠다.

40명의 사람들이 모두 몬스터로 점수를 채우기엔 몬스터의 숫자가 너무 적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모든 사람들이 지령서를 한 사람에게 몰아주고 몬 스터를 사냥하게 하면 모두가 편하 게 100점을 취할 수 있는 구조였던 거다.

물론 이건 이상론에 불과하다.

설사 처음에 방법을 알아차린 자가 있다 하더라도 모든 사람이 한 군데 에 모일 리가 없다.

지령서를 몰아 받은 자가 미궁포인 트를 채운 후에 다시 지령서를 나눠주리란 보장도 없고 말이다.

혼자 미궁포인트가 꽉 찬 지령서를 들고 튀면 미궁포인트 1포인트당 2 만 CP를 받을 수 있으니까.

‘아까 습격 받아서 죽은 자의 지령 서도 들고 와야겠군.’

강현은 왔던 길을 되돌아가서 35 번 지령서도 챙겨 왔다.

이걸로 강현이 소유한 지령서는 총 5장이 되었다.

굳이 타깃을 찾을 것도 없이 히든 방으로 들어가기 위한 조건만 채워 도 미궁포인트가 차고 넘칠 상황이 되었다.

강현은 새로운 규칙을 인지한 채로 미궁 탐색을 이어 갔다.

몇 번의 갈림길을 택하며 앞으로 나아가던 중.

통로 한가운데에 누군가가 벽에 기 댄 채로 앉아 있는 게 보였다.

피로 범벅이 된 몰골로 보건데 무 언가에게 당한 것 같았다.

부상자는 강현을 보더니 애원하는 투로 도움을 요청했다.

“미,미안하네만 포션 하나만 주지 않겠나? 물론 CP는 지불하겠네. 창 피하게도 함정에 당해서 이 모양 이 꼴이 되어 버렸구먼.”

강현은 걸음을 멈추며 빙백검을 검 집에 넣었다. 그러곤 검집을 통째로 뽑아내고 부상자에게 달려들었다. 강현이 공격할 태세를 취하자 부상자가 언제 그랬냐는 듯 벌떡 일어나 선 메이스를 꺼내 들었다.

“쳇,어떻게 알아차린 거지?”

어떻게라고 할 것까지야 있겠는가.

그저 말 속에 노이즈가 한껏 웅웅 거리길래 거짓말인 걸 알았을 뿐이 다.

강현은 상대의 메이스가 가속하기 전에 검집으로 막아 냈다.

상대는 메이스에 힘이 전달되지 않 는 것에 당황하고 조급하게 다음 공 격을 하려 했다.

그러나 조잡함 움직임 때문에 오히 려 어깨에 힘이 들어가며 동작이 커 졌다.

강현은 검집으로 메이스의 프레임

부분을 튕겨 내며 무릎으로 상대의 복부를 쳐올렸다.

퍼억!

“꾸엑!”

돼지 멱따는 듯한 소리와 함께 허 연 타액이 홀러나왔다.

공격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강현이 검집째로 옆머리를 가격했 다.

투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상대의 머리가 크게 흔들렸다.

동시에 눈동자가 뒤집히면서 혼절 했다.

일단 상대의 번호를 모르니 기절부 터 시킨 것이었다.

기절한 상대의 품을 뒤져 지령서 한 장을 꺼내 들었다.

[블레스 던전 2층 미궁 지령서

(N0.2 : 3/100)]

강현이 가진 다섯 장의 지령서와 대조해 본 결과 타깃에 해당되지 않 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턱대고 죽였으면 페널티를 받았 겠군.

수십 포인트를 가지고 있는데 이제 와서 페널티를 받으면 곤란하다. 강현은 여섯 번째 지령서를 챙겼 다.

기절한 자는 당연히 버려두었다.

근데 지령서를 잃은 자는 어떻게 될까.

지령서가 없으면 미궁포인트를 못 모으고,미궁포인트가 없으면 3층으 로 갈 수 없다.

아마 지령서를 잃은 자는 계속 미 궁 안에 갇혀 있어야 할 거다.

던전이 클리어 될 때까지 말이다.

어차피 내가 클리어할 테니 다른 이들 입장에선 지령서를 잃고 가만 히 있는 게 더 나을지도.

'그나저나 전부 속고 속이려는 자 들밖에 없군.’ 빈대족부터,협력 사살,부상자 연 기까지. 정말이지 사기꾼이 판을 치 는 곳이다.

CP가 곧 생명줄이라 그런지 모두 필사적으로 CP를 얻으려 하고 있 다.

그만큼 사기수법도 다양해질 수밖 에 없다.

정말이지 한순간도 방심해선 안 되 는 곳이다.

강현은 한시도 긴장을 풀지 않고 몬스터를 찾아 미궁 속을 헤매었다.

?

“멈춰! 더 이상 다가오면 공격하겠 다.”

39번방으로 들어가 미궁에 입장한 김기제의 외침이었다.

몬스터를 찾아 배회하던 중에 전방 에서 기척이 느껴져 위협한 것이었 다.

어두운 통로 저편에서 익숙한 목소 리가 들려왔다.

“저예요,최슬기.”

아는 사람인 걸 알았음에도 불구하 고 김기제는 경계를 풀지 않았다.

“너 내가 들어가는 거 보고 입장했 지? 내가 네 타깃이라서 쫓아온 거 냐?”

“기제 씨는 39번이었죠? 경계 풀 어요. 제 타깃은 기제 씨가 아녜요.”

“그걸 어떻게 믿어?”

“제 지령서 보여 드릴게요. 이렇게 하면 거기서도 보이죠?”

차슬기는 레이피어에 마나를 부여 하여 자신의 지령서를 비췄다.

누런 양피지에 8번 공략자를 죽이 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타깃이 아니라는 건 증명되었지만 아직 의심을 풀기에는 일렀다.

“왜 날 찾아온 거야?”

“찾아오다뇨. 여기가 찾고 싶다고 찾아지는 곳인가요?”

“속일 생각 하지 마. 네게 추적 보 구가 있단 건 알고 있어. 용건부터 말해.”

“별거 아네요. 아무리 생각해 봐도 혼자서 SS랭크 던전을 공략하는 건 무리다 싶어서요. 강현 선배야 벌써 갈라진 지 오래니까 우리라도 다시 뭉치죠. 오늘 까칠하게 군 건 전부 사과할게요.”

차슬기 쪽에서 먼저 사과를 해 오 자 김기제도 다소 경계심이 누그러 졌다.

비 온 뒤에 땅 굳는다고 다시 둥 치면 잘해 볼 수 있을 것 같은 기 분도 든다.

김기제는 메이스를 내리며 멋쩍게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 뭐냐…… 나도 말이 거칠었던 건 사과할게. 내가 원래 놀던 놈이 라 습관적으로 욕이 튀어나오더라 고. 이해 좀 해 줘.”

“어느 정도는 이해해 드릴게요. 기 제 씨도 최대한 자제해 주세요.”

“너 의외로 말이 통하는 성격이었 구나. 좀 더 제대로 대화를 해 볼 걸 그랬네.”

“뭐 처음 만난 사람끼리는 원래 조 심스럽잖아요. 앞으로 잘하면 되죠 뭐.”

김기제는 날이 서 있던 마음이 사 르르 녹는 걸 느끼며 화해를 받아들 였다.

두 사람은 장재현을 찾아보기로 하 고 함께 미궁 속을 탐색했다.

걷던 중에 자연스럽게 김기제가 앞 에 서게 되었다.

차슬기에게 등을 보인 순간.

김기제는 등에서 강한 통증을 느꼈 다.

“으옥!”

뒤에서 차슬기가 레이피어로 등을 찌른 것이었다.

김기제가 입가에 선혈 한 줄기를 흘리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어째서…… 타,타깃도 아닌 데……

차슬기는 레이피어를 한껏 비틀며 자신의 지령서를 들어 보였다. 그러곤 아까 보여 줬던 지령서를 반대로 돌렸다.

지령서의 뒤편에도 미궁의 정보와 타깃이 적혀 있었다.

적혀 있는 타깃의 번호는 39번.

차슬기는 본색을 드러내며 히죽히 죽 웃었다.

“깔깔,이거 완전히 바보 아냐? 손 으로 쓴 글씨랑 지령서도 구분 못 해?”

어두운 공간에서 마나의 불빛만으 로 비췄으니 멀리서 그게 구분이 가 겠는가.

뒤늦게 속았음을 깨달은 김기제가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고꾸라졌다. 차슬기로선 쓰러진 김기제를 내려 다보며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간 듯 웃어 댔다.

“깔깔깔,재수 없는 자식 꼴좋다. 지옥에나 떨어져라 더러운 놈아.”

웃어 대던 중 머리에 무언가가 떨 어진 느낌이 들었다.

차슬기는 웃음을 멈추고 머리에 손

을 올렸다.

손에서 끈적한 액체 같은 것이 만 져 졌다.

이상함을 느끼고 위를 올려다본 순 간.

차슬기는 헛숨을 들이키고 말았다. 바로 등 뒤에 거대한 그림자가 도 사리는 게 아닌가!

“꺄악!”

거대 그림자가 커다란 몸을 꿈틀거 리며 차슬기를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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