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135화 (135/381)

135화

빙백검이 가차 없이 동남아인들을 관통했다.

그와 함께 동남아인들의 몸에 붉은 금이 생겨났다.

동남아인들은 저희들에게 무슨 일 이 벌어진지도 모르고 입을 뻐끔거 리다가 상체와 하체가 분리되었다. 이어서 시체 4구가 바닥을 굴렀다.

빙백검에 맺힌 핏방울이 얼어붙으 며 붉은 유리구슬처럼 또르르 굴러 떨어졌다.

강현은 표지판 너머에 멍하니 서 있는 세 한국인을 보며 입을 열었 다.

“2층으로 가는 데엔 입장인원 제한 이 없군요.”

세 한국인은 여전히 충격이 가시질 않았는지 호두까기 인형마냥 입을 떠억 벌리고 있었다.

SS랭크 난이도의 방을 혼자서 공 략해 버렸다.

그것도 상처 하나 없이!

평범한 레벨 67의 공략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심지어 카니발에 도착한 지 얼마 안 된 사람 아닌가.

방금의 신들린 무위로 강현의 정체 를 알 수 없게 되었다.

적어도 김기제와 최슬기는 강현의 무위에 놀라 멍하니 있는 거였다.

그러나 장재현만은 다른 의미로 놀 라고 있었다.

장재현이 죽은 동남아인들을 보더 니 눈을 질끈 감았다 뜨며 말했다.

“아무리 사기꾼들이라지만 죽일 필 요까진 없었어.”

화가 난 둣 말이 짧다.

무슨 말을 하려고 하나 싶었는데 도리를 논할 줄이야.

던전과 웨이브에선 생존을 위한 몸 부림이야말로 올바른 도리이자,지 켜야 할 법이다.

강현은 바닥에 파다한 상급 정령의 파편 사이를 걸으며 입을 열었다. 피차 예의 차릴 처지는 지났기에 강현 역시 편하게 말했다.

“염치없이 전리품을 요구하는 것도 모자라 공격하려 들었지. 벨 이유로 는 충분해.”

“어떤 이유를 가져다 붙여도 이건 아니야. 그쪽이 강하다는 건 알겠어. 강하기 때문에 충분히 제압할 수 있 었다고 생각해. 그렇지만 네가 한 짓은 제이슨이 전기톱을 휘두르고 다닌 것과 다를 게 없어.”

“그런 것치곤 네 녀석도 이놈들이 죽을 때 안심하는 것처럼 보였다 만.”

“그,그런 적……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값싼 도리만 늘어놓는 건 그쯤 해 두시지. 난 박 쥐 슈트를 입은 인간과 다르게 고든 경감 같은 놈올 봐줄 생각 없어.”

강현이 빙백검을 장재현을 향해 겨 누었다.

냉기가 풀풀 날리는 빙백검을 앞에 두자 장재현이 입을 다물었다.

지금 강현과 다뤄 봤자 자기만 손 해였다.

참으로 조잡하기 짝이 없는 위선이 다.

조잡한 위선 따윈,조잡한 악의만 도 못하다.

장재현의 입을 다물게 만든 강현은 바닥에 떨어진 정령의 파편을 주워 들었다.

대화 중에 얼핏 전리품 반응이 새 어 나오는 파편이 있는 걸 발견했기에 일부러 걸음을 돌린 것이었다. 하마터면 못 보고 지나칠 뻔했다. 추출을 하자 원하던 물건이 나왔 다.

[정령의 영혼석]

등급 : 히든

타입 : 블레스 던전 한정 물품 특성 : 몬스터 20마리를 사냥하여 영혼석을 충전해야 한다. 충전된 영 혼석을 블레스 던전 2층 미궁 중에 있는 구멍에 끼워 넣으면 비밀방으 로 갈 수 있다.

필요한 물건도 얻었고,머릿수를 채워야 할 이유도 사라졌다.

강현은 몸을 돌리며 한국인 파티와 의 결별을 선언했다.

“그쪽이랑 같이 다닐 이유가 없어 졌군.”

뒤에서 세 한국인의 한숨 소리가 들려왔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대신 12시 방향의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나선 계단이 나타났다.

마나 기류가 아닌 계단을 타고 2 층으로 올라가야 하는 구조였다. 강현은 계단을 을라 2층으로 이어 지는 문을 열었다.

2층에 들어서자 바닥과 벽,천장이 모두 벽돌로 이루어진 흘이 나타났 다.

홀에는 수많은 문이 있었고,대여

섯쯤 되는 사람들이 포션을 마시며 대기 중이었다.

모여 있던 사람들 중 가까이에 있 던 백인 한 명이 강현을 보곤 넉살 좋게 말을 걸었다.

“형씨도 어찌어찌 잘 살아남았구 만. 먼저 도착한 자식들이 난이도를 멋대로 설정해서 그쪽도 제법 고생 했겠군.”

“별로.”

“어이쿠야,딱딱하기도 해라. 신경 건드렸다면 사과하지. 혼자 살아남 아서 기분이 안 좋을 텐데 내가 괜 한 소리를 했구만.”

강현이 혼자 올라온 것에서 홀로 남아남은 거라고 착각한 것이었다.

한데 말이 끝나기 무섭게 4번방 나선계단에서 세 한국인들이 걸어 나왔다.

장재현,차슬기,김기제끼리도 한바 탕 말다툼을 벌였는지 2층에 들어서 자마자 뿔뿔이 흩어졌다.

던전에 들어오기 전부터 와해의 조 짐이 있었던 파티다.

차슬기와 김기제가 티격태격해도 잘만 유지되다가 강현이 빠지자마자 와해되었다.

계속 장재현이 중재하던 것처럼 보 였지만 사실은 침묵하고 있던 강현 이 중심이었던 셈이다.

레벨이 가장 높았던 것도 있고,장 재현이 계속 강현에게 행동방침을 결정하게 하면서 은연중에 팀의 중 심이 강현에게로 옮겨 갔던 거다. 강현은 세 한국인을 외면하며 홀 중앙에 박혀 있는 표지판에 다가갔 다.

[블레스 던전 2층 공략법]

[블레스 던전 2층 로비에는 40개

의 문이 있다. 각각의 문에는 한 사 람씩만 들어갈 수 있다. 문 너머엔 미궁이 있으며 공략자들은 미궁 안 의 몬스터를 사냥하거나,미션을 클 리어하여 미궁포인트 100점을 모아 야 한다. 미궁포인트 100점을 얻은 자만이 미궁 어딘가에 숨겨진 출구 를 통해 3층으로 갈 수 있다.]

예전에 S랭크 웨이브였던 울라임 숲의 방식과 비슷했다.

특정 포인트를 일정 이상 모아야 다음 단계를 밟을 수 있었다.

이미 사람이 들어간 문에는 자물쇠 가 잠겨 있었다.

느긋하게 쉬었다가 들어가는 것보 다 당장 들어가는 게 나을 것 같았 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최슬기 가 강현을 보고 있었다. 선후배관계를 들먹이며 말을 걸 태 세다.

귀찮은 일은 미연에 방지하는 게 낫지.

강현은 벽에 빼곡히 설치되어 있는

40개의 문 앞으로 갔다.

대략 20개의 문에 자물쇠가 걸려 있었는데,그중 4번이나 13번 등의 불길한 숫자가 적힌 방은 자물쇠가 걸려 있지 않았다.

누구라도 꺼림직한 징크스를 안고 공략하고 싶진 않을 거다.

4번방이 비어 있는 걸 본 강현은 1층에서의 일을 떠올렸다.

‘그래서 1층에서도 4번방이 비어 있던 거였군.’

이유를 알고 나니 같잖기 그지없 다.

한낱 미신 따위에 휘둘리다니.

이런 걸 볼 때마다 한껏 부정해

주고 싶단 말이지.

나 스스로도 반골 기질이 없다곤 말하지 못하겠다.

대기하고 있던 자들의 시선이 느껴 진다.

다른 방도 많은데 정말 4번방으로 들어갈 거냐고 묻는 듯한 시선이었 다.

강현은 그들을 비웃듯 서슴없이 4 번방 문을 열었다.

끼이 익!

문 안쪽엔 마나 기류가 자리 잡고 있었다.

마나 기류가 강현을 안쪽으로 빨아 당기면서 시야가 비틀렸다.

시야가 복구되었을 땐 좁은 통로

안에 서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발광이끼의 양이 적어 통로 끝이 보이지 않았다.

여기가 미궁 안이군.

3층으로 가려면 미궁 안의 몬스터 를 사냥하거나,주어진 미션 클리어 로 100점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주변을 살펴보니 오른쪽 벽돌 틈에 얇은 양피지가 끼워져 있었다. 양피지에 미궁에 관련된 정보가 적 혀 있었다.

[블레스 던전 2층 미궁 지령서 (NO.4 : 0/100)]

-다음의 점수표를 참고하여 100포 인트를 모아라

-보석 벌레 : 1포인트 -미믹 : 3포인트 -미궁 트롤 : 8포인트 -함정 고블린 : 10포인트 -미션 : 30포인트 -4번 공략자는 22번 공략자를 사 살하면 미션이 완료된다.

-소유한 지령서에 적힌 타깃 외의 사람을 사살하면 페널티로 미궁 포 인트가 초기화된다.

특이사항 : 미궁 2층 통과시 잔여 미궁 포인트 1점당 2만 CP가 적립 된다.

미션의 정체는 바로 다른 공략자를 사살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아무나 막 사살하면 안 된 다.

지정된 사람을 사살해야만 30포인 트를 얻을 수 있다.

지령서란 이름이 붙은 양피지를 확 인한 결과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과연 몬스터만 잡아도 통과할 수 있는 구조일까?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마 공략자의 숫자에 비해 몬스터 의 숫자가 적거나,반드시 공략자끼 리 사살하도록 구조가 짜여 있을 테 지.

나로선 비밀방에 들어가려면 몬스 터 20마리를 잡아야 하니까 미션보단 몬스터 사냥에 힘써야 한다. 강현은 빙백검을 뽑아 마나 블레어 드를 부여했다.

그러곤 이동하기 앞서 줄곧 미뤄 놓았던 작업부터 끝내 놓고자 했다.

‘여유가 있을 때 바코드 작업을 해 놔야겠군.’ 바코드 작업을 하려면 가지고 있는 모든 보구를 꺼내야 한다.

타인 앞에서 높은 등급의 보구를 막 꺼내 둘 순 없는 터라 여태껏 작업을 미뤘었다.

이제부턴 타인과 전투를 벌일 일이 많아질 테니 미리 작업을 마쳐 두는 게 나았다.

아공간에서 몽환검이며,포이즌 소

드 등의 갖가지 잡다한 보구를 모두 꺼내 펼쳤다.

그러곤 마켓에서 바코드 마커를 구 입하여 일일이 바코드를 찍었다. 물론 황금왕의 토시나 아이로스의 팔찌처럼 착용하고 있는 보구에도 작업을 해 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10분간의 작업이 끝난 후.

강현은 빙백검에 마나 블레이드를 부여했다.

'상당히 어둡군. 이런 곳은 함정 같은 게 많이 설치되어 있을 것 같 단 말이지.’

강현은 마나 블레이드의 푸른빛을 등불 삼아 벽과 천장을 비추며 이동 했다.

허나 한참을 걸어도 몬스터는커녕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일직선으로 이어지던 통로를 걷던 중.

처음으로 갈림길이 나타났다.

오른쪽 길과 왼쪽 길.

어느 쪽으로 갈까.

몬스터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 종적으론 3층으로 이어지는 출구도 찾아야 한다.

미궁의 특성상 한 번 길을 잃으면 밑도 끝도 없이 헤매야 하니 지나온 길을 확인할 표식도 있어야 할 것이 다.

빙백검으로 벽에 표식을 남겨 지나 온 길을 표시해 두고자 했다.

드드득!

마나 블레이드로 긁었건만 벽에 흠 집을 내는 게 고작이었다.

벽을 부수고 지나간다는 무식한 방 법을 방지하기 위해 단단한 벽을 세 워 둔 모양이었다.

마나 블레어드로도 흠집밖에 못 낸 다면 다른 이들은 표식을 새기지도 못할 거다.

물론 잉크나 검댕 같은 걸 묻혀서 표식을 남기는 방법도 있긴 하다. 적어도 다른 사람이 낸 흠집과 헷 갈릴 일은 없을 것 같다.

강현은 오른쪽 방향으로 이동했다 는 의미로 오른쪽 화살표 홈집을 만 들어 두었다.

이어서 오른쪽 길로 들어선 찰나.

발을 디딘 부분의 바닥이 움푹 들 어갔다.

드르륵!

동시에 벽면에 구멍이 생겨나며 녹 색 화살 세례가 쏟아져 나왔다. 화살의 개체수는 대략 10발.

5발은 몸을 젖혀 피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5발은 어깨며 옆구리에 적 중할 것 같았다.

허리를 뒤로 젖힘과 동시에 맞을 것 같은 화살에만 수정 스텟 효과를 적용했다.

화살 궤도가 틀어지며 아슬아슬하 게 스쳐 지나갔다.

벽에 부딪친 화살들이 산성액 특유

의 녹는 소리를 일으켰다.

치이이익!

양옆에서 염산 냄새가 진하게 풍겨 왔다.

옷 앞섶을 끌어당겨 코와 입을 가 리고 양쪽 벽면을 살폈다.

함정이 설치된 구멍을 통해 벽 안 쪽을 들여다볼 수 있을까 싶었는데 그것도 아니다.

화살이 발사되었던 구멍은 어느새 닫힌 지 오래였다.

사소한 부분도 놓치지 않게 주의를 기울이며 앞으로 나아갔다.

첫 함정을 빠져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닥에 무언가 떨어져 있는 걸 발견했다.

주먹만 한 크기의 금괴였다.

설마 저게 보석 벌레?

빙백검을 위로 들어 내리쳤다.

후응!

빙백검이 파공음을 일으키자 금괴 에서 6개의 다리가 돋아나며 빠르게 움직였다.

빙백검이 보석 벌레의 몸 뒤편 일 부를 잘라 냈다.

몸의 일부가 잘려 나갔건만 남은 다리로 발발거리며 열심히도 도망가 는 보석 벌레였다.

역시 벌레는 벌레인 모양이다.

강현은 성큼성큼 걸어 보석 벌레를 따라잡은 후 빙백검을 내리꽂았다.

퍼석!

보석 벌레의 몸뚱이 정중앙에 빙백 검이 박혔다.

꼬챙이에 꿰이듯 빙백검에 관통당 한 보석 벌레는 잠시 동안 다리를 바둥거리더니 이내 곧 움직임이 멎 었다.

미궁에 들어온 지 30분이 지나서 야 한 마리를 잡았다.

강현은 미궁 포인트를 확인하기 위 해 지령서를 펼쳐 들었다.

[블레스 던전 2층 미궁 지령서

(NO.4 : 1/100)]

정확하게 1점이 올라가 있는 게 확인되었다.

이제 몬스터 19마리만 더 사냥하 면 정령의 영혼석이 충전된다.

더욱 페이스를 높이기 위해 걸음을 재촉하려던 찰나였다.

통로 전방의 어둠 속에서 비명 소 리가 들려왔다.

“으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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