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134화 (134/381)

134화

빈대족.

굳이 설명을 듣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부류들이었다.

예전에 박인환을 잡기 위해 들어갔 던 베킨스 던전에서도 이와 같은 부 류들이 많았다.

실력도 안 되면서 모두에게 주어지 는 보상을 노리고 입장부터 하는 작 자들.

대표적으로 베킨스 던전에서 함께 입장했던 한국인들이 있다.

여기선 아예 빈대족이라는 별칭이 따로 있나 보다.

김기제는 분을 참지 못하고 메이스

를 동남아인들에게 겨누었다.

“야이 아랫도리도 없는 새끼들아. 같이 들어가면 잘하겠다며? 그런데 이딴 식으로 날로 먹으려고 해?”

지병을 앓는 척하던 자들은 숨넘어 가는 소리를 내며 혼신의 연기를 펼 쳤다.

“컥컥! 커흐으으흑!”

“우리 빈대족 아닙니다. 정말 잘하 려 했습니다. 내 친구들 항상 죽을 각오하고 옵니다.”

“이것들이 어디서 약을 팔아! 일어 나! 안 일어나면 죽여 버리겠어!”

“흐으옥,진깝니다. 지병이라 포션 도 안 듣습니다. 저희 운 나쁘다고 생각합니다.”

“이 새끼들이!”

김기제가 메이스를 휘두르려던 찰 나.

장재현이 그의 팔을 잡으며 필사적 으로 말렸다.

“잠깐만요!”

“놔 임마! 빈대족들 하루이틀 봐? 저런 새끼들은 살 가치가 없어!”

“그래도 죽이면 안 돼요! 저들이 아무리 사기꾼들이라지만 같은 사람 끼리 죽고 죽여선 안 돼요!”

“그러면 어쩌자고? 저 새끼들 빈대 처럼 압삼하게 구는 걸 그냥 놔둬?”

“후우,저기요. 진짜 뭐라고 안 할 테니까 솔직하게 대답해 주세요. 진 짜 아파서 그러는 거예요,전체 보상 노리려고 우릴 속인 거예요? 정 말 화 안 낼 테니까 사실대로만 말 해 주세요.”

본인 스스로도 상대가 빈대족임을 알면서도 답답함만이라도 해소하고 자 던진 질문이었다.

사기꾼들이 스스로 사기꾼이라 자 칭할 리가 없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약속된 변명 이 튀어나왔다.

“우리가 거짓말하는 걸로 보입니 까? 당신 친구나 가족이 쓰러져도 그런 식으로 말할 겁니까?”

“아니,그런 건 아니고……

“친구 약 먹으면 한두 시간 안정 필요합니다. 그동안 지켜 줘야 합니다. 같이 공략하고 싶으면 그 뒤에 얘기하는 게 맞습니다.”

되도 않은 희극을 구경하는 것도 여기까지다.

강현의 입장에선 최대 난관이었던 입장인원 제한을 충족한 이상 다른 이들이 무얼 하든 관계없다.

혼자서 바로 공략에 들어가도 상관 없다만 그 전에 확실히 해 둬야 할 게 있다.

강현은 실랑이를 벌이는 한국인 파 티와 등남아시아인 파티의 사이에 섰다. 그러곤 본래의 말투인 차갑고 무뚝뚝한 말투로 말했다.

“단체활동은 끝났군. 이제부턴 각자 알아서 판단하고 움직이도록 하지.”

“강현 씨? 저쪽 빈대족들은 둘째치 고 우리끼리라도……

“필요 없어. 그리고 한 가지 덧붙 여 두겠는데 보상은 공략에 가장 많 이 기여한 사람이 차지한다. 그게 가장 공평하지.”

말을 마친 강현이 당황하는 장재현 을 뒤로하며 정령의 나무 쪽으로 걸 음을 옮겼다.

강현이 표지판을 지나치자 네 그루 나무가 반응했다.

각 나무의 나뭇가지에 달린 정령의 알이 깨지면서 상급 정령들이 부화 했다.

불의 상급 정령 살라만.

물의 상급 정령 샐리온.

바람의 상급 정령 실피드.

땅의 상급 정령 드래이아드.

상급 정령 한 마리당 마나유저 중 급 수준으로 친다.

각 나무마다 10마리씩,총 40마리 의 상급 정령이 깨어난 셈이다. 환산하자면 마나유저 중급 수준의 기사 40명이 있는 거나 마찬가지였 다.

상급 정령들이 각자의 속성이 가미 된 공격을 해 왔다.

살라만은 화염세례를,샐리온은 얼 음송곳을,실피드는 칼날바람을,드 래이아드는 바윗덩어리를 날렸다.

각 속성의 공격은 저마다 각기 다른 파공음을 내며 허공을 가로질렀다.

쉬리릭! 화륵! 휘잉!

범상치 않은 화력이 쏟아지며 강현 을 위협했다.

허나 강현이 누구인가.

마나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자이 다.

그것도 동급의 마나 마스터 정도는 가벼이 제압할 수 있는 실력자다. 강현은 빙백검을 옆구리 깊숙이 당 겼다가 단번에 휘둘러 반원을 그렸 다.

쉬잉! 파사삭!

빙백검의 잔상이 오로라처럼 허공 을 수놓았으며,나풀거리는 잔상 아 래로 마나 파편이 쇄도했다.

그 동작이 어찌나 빠른지 마나 블

레이드가 맺히는 게 보이지 않을 정 도였다.

장총의 탄환마냥 굵직굵직한 마나 파편이 전방에 퍼지며 상급 정령들 의 공격과 충돌했다.

파파팡! 과광!

강현과 상급 정령들의 공격이 상쇄 되면서 자욱한 안개가 피어났다.

피어오른 안개들은 끓는 냄비의 뚜 껑을 연마냥 주변을 온통 허연 증기 로 뒤덮었다.

강현은 증기 사이로 뛰어들며 쏜살 같이 내달렸다.

첫 번째로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땅의 정령 나무부터 벨 생각이다.

그 전에 해 둬야 할 게 있다.

강현은 아공간 주머니에서 소환석 을 꺼내 미라이언을 소환했다. 그러곤 자세를 낮추어 미라이언의 발톱에 대고 엘레멘탈 웨펀을 시전 했다.

“엘레멘탈 웨펀. 토 속성 부여.”

굳이 자신의 무기가 아니더라도 엘 레멘탈 웨펀을 부여할 수 있다는 건 확인되었었다.

그렇다면 소환수인 미라이언에게도 스킬을 적용할 수 있을 거다.

미라이언의 발톱이 무기로 인식된 다면 말이다.

뿌연 증기 사이로 미라이언의 몸 주위로 노란빛이 반짝이는 게 보였 다.

엘레멘탈 웨펀 토 속성이 부여되었 음을 의미했다.

발톱뿐만 아니라 몸 전체에 엘레멘 탈 웨펀이 적용되었다고?

소환수 자체가 무기로 인식되는 건 가.

앞으로 소환수를 모으는 것도 염두 에 둬야겠군.

강현은 땅의 정령 나무가 있는 곳 으로 달리며 미라이언에게 명령을 내렸다.

“상급 정령들에게 둔화 효과를 묻 혀 둬.”

“그릉그롱.”

미라이언이 가볍게 목을 굴리며 상 급 정령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상급 정령들은 강현이 아닌 미라이 언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처음에는 미라이언의 반사 실드에 데미지가 반사되며 상급 정령들이 되려 격추당했다.

그러나 공격이 누적되자 금세 반사 실드가 벗겨졌다.

미라이언은 몸이 부서지는 와중에 도 강현이 시킨 대로 열심히 싸워 댔다.

미라이언의 발톱이 상급 정령들을 훑으며 토룡의 낙인을 새겼고,뒤이 어 미라이언의 꼬리가 채찍마냥 상 급 정령들을 후려치며 낙인을 활성 화시 켰다.

토룡의 낙인이 활성화된 상급 정령

들이 둔화에 걸리고 눈에 띄게 느려 졌다.

그사이 강현은 어느새 땅의 정령 나무에 빙백검을 꽂아 넣고 있었다. 쩌저적!

빙백검의 냉기 효과가 한껏 발휘되 며 땅의 정령 나무가 얼어붙었다. 더불어 증폭 스텟의 효과를 전개하 여 내부에서부터 나무를 박살냈다.

빠? 자? 자? 지? 자? 작

나무의 안쪽에서 얼음 부서지는 소 리가 일어나며 나무 기둥에 거미줄 같은 균열이 생겨났다.

이윽고 몸통 중앙이 거칠게 부서지 면서 땅의 정령 나무가 옆으로 기울 어 졌다.

째재쟁!

얼어붙은 나무가 바닥에 곤두박질 치며 얼어 있던 나뭇가지들이 유리 잔마냥 부서져 나갔다.

나무 하나가 베여 나가면서 정령의 방의 난이도가 을라갔다.

나머지 나무들에 정령의 알이 10 개씩 추가되면서,총 30마리의 상급 정령이 추가로 부화했다.

상급 정령의 수가 증가한 만큼 화 력도 높아졌다.

그에 따라 미라이언이 부서지는 속 도 역시 빨라졌다.

강현은 손에 소환석이 되돌아온 걸 확인하곤 재차 미라이언을 소환했 다.

그러곤 또다시 엘레멘탈 웨펀 토 속성을 부여하며 명령을 내렸다.

“가서 상대해.”

말이 상대하는 거지 화살받이나 마 찬가지 였다.

그러나 미라이언으로서는 별수 없 다.

주인이 까라면 까야지.

미라이언은 증가한 상급 정령의 숫 자를 보곤 낮은 울음소리를 내며 뛰 어들었다.

미라이언이 고군분투하며 상급 정 령을 상대하는 동안, 강현은 바람의 정령 나무까지 베어 냈다.

과지직!

이로써 남은 정령의 나무는 두 그루.

남은 정령의 나무에 또 10개의 알 이 추가되면서 불의 상급 정령 30 마리,물의 상급 정령 30마리가 미 라이언을 공격했다.

미라이언도 나름대로 상급 정령들 을 한두 마리씩 처리하긴 했다. 그러나 한 마리를 없애면 정령의 나무에서 새로이 한 마리가 태어나 서 최대 30마리가 유지되고 있었다. 이번에도 필사적으로 버티고 또 버 텨서 화살받이 역할을 충실히 이행 한 후 부서졌다.

강현은 곧바로 미라이언을 재소환 하며 엘레멘탈 웨펀 스킬을 부여해 주었다. 그러곤 숙련된 조련사마냥 짤막한 명령을 내렸다.

“자,출발.”

재소환된다고 부서지기 전의 기억 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소환수라도 아픈 건 싫은 법이다. 그렇다고 어찌 주인의 명령을 거부 하리.

미라이언은 상급 정령들을 향해 뛰 어가며 울먹이듯 앓는 소리를 내었 다.

“끼잉

미라이언도 서서히 학습해 가고 있 었다.

이제 그만 좀 아프자.

우리 주인이 바라는 건 상급 정령 들을 사냥하는 게 아니라 시간을 끄 는 거다.

그렇다면 무작정 돌격해선 안 된 다.

미라이언은 무대포로 공격하지 않 고 앞발과 꼬리를 이용하여 상급 정 령들을 가격했다.

공격의 세기보단 빠르기에 치중하 며 최대한 많은 상급 정령들에게 둔 화를 거는데 집중했다.

강현이 불의 정령 나무를 베어 내 고,물의 상급 정령들과 미라이언이 서리 어린 왈츠를 추는 동안 마지막 물의 정령 나무가 베여 나갔다.

모든 나무가 바닥에 몸을 뉘이기까 지 걸린 시간은 고작 몇 분에 불과 했다.

엉망진창이 된 전장에 서 있는 건

한 손에 빙백검,다른 한 손에 소환 석을 쥐고 있는 강현뿐이었다. 강현은 마지막으로 베어 낸 물의 정령 나무에서 전리품 반응이 새어 나오는 걸 확인했다.

“추출.”

전리품은 2개가 나왔다.

[레드 그리폰 스태프]

등급 : A

타입 : 지팡이

특성 : 레드 그리폰의 꼬리털이 담 긴 호박을 박아 넣은 스태프. 불, 바람 속성의 스킬을 쓰면 5초 동안 공격 스텟이 30 증가한다.

[샐리온의 물방울]

등급 : A

타입 : 영약

특성 : 물의 상급 정령 샐리온의 기운이 농축되어 있는 물. 마실 경 우 1시간 동안 물 속성 공격에 면 역이 되며,서리 여왕,만년빙하 거 인,레비아탄 등의 전설 랭크 몬스 터를 상대할 때 페널티가 50퍼센트 감소된다.

카니발에서 얻은 첫 전리품이다.

카니발의 물품인 만큼 하위차원에 서 얻던 영약과는 달리 추가문구가 적혀 있었다.

전설급 몬스터의 페널티를 절반 감

소하는 효과라.

SSS랭크 위에 전설 랭크가 있다는 게 확실해졌다.

강현은 2개의 전리품을 전부 아공 간 주머니에 넣었다.

전리품 분배에 대해선 앞서 공략 기여도 순으로 분배한다고 했었다. 이번에는 혼자 다 했으니까 전부 가져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정령의 방 공략이 끝나자 12시 방 향에 2층으로 올라가는 문이 생겼 다.

문에는 다음 방으로 가기 위한 조 건이 새겨져 있었다.

[이 문을 넘으면 2-5구역으로 갈

수 있습니다. 입장 최소 인원은 1명 입니다.]

2층 입장에는 인원제한이 없군.

귀찮은 빈대족들은 물론이고,서로 반목하기 바쁜 한국인들과도 헤어질 수 있다.

얼른 2층으로 올라가서 히든방으로 들어갈 수 있는 단서를 찾아야 한 다.

2층으로 통하는 문을 열려던 찰나.

방금까지 아픈 척하던 동남아인들 이 스멀스멀 일어나선 강현에게 다 가왔다.

그들은 아첨을 하듯 아낌없이 칭찬 을 쏟아냈다.

“굉장한 솜씨입니다. 칭찬 안 할 수가 없습니다.”

“당신 강합니다. 우리가 어쩔 수 없이 아파서 못 움직이는데도 불평 하지 않고 공략해 줬습니다. 존경합 니다.”

입에 꿀이라도 바른 양 칭찬일색인 가운데 동남아인들이 본색을 드러냈 다.

“전리품 해체해서 CP 나눠야 합니 다. 얼른 나눕니다. 전리품 꺼냅니 다.”

강현이 눈빛을 차갑게 가라앉히며 말했다.

“전리품은 공략에 가장 많이 기여 한 사람이 가지기로 했을 텐데?”

“나누는 거 여기선 상식입니다. 우 리 당연한 거 요구하고 있습니다.”

편하게 대기하며 전체 보상을 노리 고,일이 잘 풀려 남들이 공략하면 CP 분배를 주장하는 수법인 것 같 았다.

거절하면 싸움도 불사할 듯 거센 항의가 빗발쳤다.

더불어 그들의 손은 이미 허리춤의 단검 거치대로 향하고 있었다. 나로선 가만히 있어 주는 게 편해 서 놔두고 있던 거였다만 이리 성미 를 건드리면 이야기가 다르지.

“말해 봤자 입만 아프겠군.”

나지막한 중얼거림과 함께 빙백검 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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