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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는 플레이어-131화 (131/381)

131 화

장재형이 모르는 사람을 도와준 것 만으로도 언짢은데,아예 데려오기 까지 한 걸 두고 불평을 해 대고 있었다.

장재형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문신 사내를 진정시켰다.

“자자,진정하세요. 죽을 것 같은 사람을 그냥 지나칠 순 없잖아요. 안 그래도 인원이 1명 더 필요했으 니 겸사겸사 데려온 거죠.”

“이런 시골 필드에서 몬스터에게 쫓겨 다니는 사람이 무슨 도움이 되 겠어? 보니까 클로징 포션까지 준 것 같은데. 우리 CP도 빠듯한 판에 남 도울 CP가 어디 있어?”

“그래도 수확이 없는 건 아니에요.

여기 최강현 씨는 레벨이 67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게다가 하위차원에서 이동하면서 인솔자와 떨어진 모양이 에요. 강현 씨는 오갈 곳 없는 몸이 고,우린 사람이 필요하니 이만하면 상부상조죠.”

“쳇,말은 잘하는군. 문제가 발생하 면 그땐 알아서 해.”

“하하,그러죠 뭐.”

문신 사내가 바닥에 침을 뱉으며 굽고 있던 닭다리를 와작 물어뜯었 다.

장재형은 멋쩍게 뒷머리를 긁으며 대신 사과했다.

“미안해요,강현 씨. 말은 저리 해 도 나쁜 사람은 아닙니다. 일단 소 개부터 하죠. 저기 문신하신 분이 김기제 씨고,여기 여성분은 차슬기 씨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긴 머리를 한데 묶고,안경을 쓴 범생이 느낌의 여성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안녕하세요,차슬기라고 해요. 이 름이 강…… 뭐라고 하셨죠?”

“최강현입니다.”

“최강현 씨군요. 만나서 반가워요.”

강현은 가볍게 고개를 꾸벅여 인사 를 대신했다.

마침 식사 중이었던 터라 강현도 모닥불 주변에 같이 앉게 되었다.

그런데 맞은편에 앉아 있던 차슬기 가 강현의 얼굴을 빤히 보았다. 한참을 쳐다보던 차슬기가 손가락 으로 안경을 슬쩍 올리며 말했다.

“저기,원래 세계에서 S대에 다니 셨었죠?”

반쯤 확신에 찬 말투였다.

한국 최고의 대학으로 여겨지는 S 대.

강현이 이세계에 오기 전에 다녔던 대학이다.

원래 세계에서 나와 아는 사이였었 나?

하나 그렇다기엔 차슬기란 이름도, 그녀의 모습도 전혀 기억이 나질 않 는다.

날 아는 것 같은데…….

어설프게 아니라고 하는 건 역효과 만 나겠군.

“그랬었습니다만,어떻게 아셨습니 까?”

“역시 그랬었네요. 저 드대 경영학 과 24학번이었어요. 24년에 복학생 소개 때 얼굴 비추셨었죠? 집행부 사람들이 학년 수석이라고 하셔서 기억하고 있어요.”

어떻게 아나 했는데 학교 후배였 다.

재학생 시절 학과 생활은 거의 하 지 않았지만 군 제대 후 복학했을 때 개강총회에 한 번 얼굴을 내민 적이 있었다.

당시엔 입학 이후로 계속 학년 수 석으로 장학금을 받으며 다녔던 터 라,학과 내에선 제법 유명한 편이 었다.

설마 카니발에서 대학 후배를 만날 줄이 야.

장재형은 강현의 내력을 듣곤 놀란 표정을 지었다.

、대에서 학년 수석이셨군요. 그거 대단한데요? 게다가 슬기 씨랑 아는 사이셨다니. 이것도 인연이라면 인 연이랄 수 있겠네요.”

“에이,대단한 걸로 치면 재형 씨 가 더 대단하죠. 한국 최고의 배우 셨잖아요.”

“하하,너무 비행기 태워 주시면

멀미합니다. 운이 좋아서 조금 떴을 뿐인데요,뭘.”

“그게 조금 뜬 거면 한국 배우들 다 못 뜬 게 되어 버리는 걸요.”

화기애애한 대화가 이어지던 중 김 기제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투덜거 렸다.

“네네,전부 다 엘리트시구만요. 나 같은 백수 출신은 어디 낄 수가 있 어야지.”

“기제 씨도 앞으로 잘될 참이었는 데 소환된 걸 수도 있어요. 사람 앞 일은 모르는 법이잖아요.”

“마음에도 없는 위로는 필요 없어. 됐고 잘난 신입 씨한테 우리가 어디 로 가는지 말해 줘야 하지 않아?”

“하마터면 깜빡할 뻔했네요. 상기 시켜 줘서 고마워요,기제 씨.”

“어우,징그러워. 방송에서 쓰던 투 로 말하지 말라고. 들을 때마다 닭 살 돋는다고 했잖아.”

“버릇이 되어 버려서 어쩔 수가 없 네요. 주의하도록 하죠. 그보다 강현 씨,저희가 어디로 가는지 말씀드릴 게요.”

장재형이 아공간 팔찌에서 지도 한 장을 꺼냈다.

지도에는 유럽과 중동을 이어 붙인 듯한 모양새의 대륙이 그려져 있었 다.

대부분이 빈칸인 가운데 지도의 서 쪽 끄트머리에만 몇몇 지형지물이 새겨져 있었다.

언뜻 보니 새겨진 지형지물에는 두 가지 부류가 있었다.

하나는 산과 강 같은 자연지형 기 호,또 하나는 성이나 울타리 모양 의 건물 기호였다.

아까 개인상점에 봤던 기록식 지도 인 듯했다.

지도 주인이 가 본 곳만 지도에 표기되는 형식 같았다.

장재형은 스마트폰 화면을 확대하 듯 지도에 엄지와 검지를 대어 넓게 벌렸다.

그러자 지도의 축척도가 늘어나며 현재 머무르는 지역의 지형지물이 확대되었다.

장재형이 이어서 현재 있는 지점을 기준으로 동쪽에 위치한 산을 짚었 다.

“여긴 스타더스트란 곳이에요. 최 근에 스타더스트의 월터 근처에 SS 랭크 던전이 다섯 개나 발생했다더 라고요. 거기에 있는 던전 중에 한 곳을 공략하러 갈 예정이에요.”

“쉘터 바깥에 있는 던전은 굳이 공 략할 필요 없는 거 아니었습니까?”

“그렇긴 한데 쉘터 근처에 있는 던 전이 다섯 개 이상 늘어나면 자동으 로 쉘터 유지비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거든요. 5성급 쉘터 같은 경 우엔 한 달 기본 유지비만 3천만 CP가 드니까 다섯 개가 넘어가면 한꺼번에 정리하는 거죠.”

“그럼 여러분의 소속은 어떻게 되 는 겁니까? 제가 알기론 하위차원 지부장들은 노예만 골라서 보낸다고 들었는데 말입니다.”

“하하하,가이아 대륙 쪽 관리자는 입이 험하네요. 노예라기보단 납세 자,아니다 국민이란 표현이 적합하 려나. 국민이라 해 두는 게 가장 정 확하겠군요.”

장재형의 말에 따르면 카니발에 존 재하는 대부분의 쉘터는 커뮤니티에 서 지은 거라고 한다.

하위차원에서 올라온 이세계인들에 겐 쉘터를 구매,유지할 힘이 없다. 그래서 대부분 쉘터 안에서 지내거나,매일 클로징 포션을 쓰며 떠 돌이 생활을 하게 된다.

커뮤니티는 쉘터에서 사는 자들에 게서 막대한 세금을,떠돌이들한테 는 쉘터 통행료를 받아 간다.

쉘터에서 지내면 안전하긴 하지만 별의별 세금을 다 내야 하는지라, 버는 CP의 대부분이 세금으로 빠져 나가는 편이었다.

달리 말하면 카니발의 사람들은 목 숨을 담보로 커뮤니티에게 CP를 뜯 기는 CP노예나 다름없었다.

일반인은 버는 족족 빼앗기는 반 면,커뮤니티는 세금으로 걷은 CP 로 계속 강해지는 구조였다.

‘인공적인 신이라더니 그냥 무력만

잔뜩 키워서 폭력으로 모든 걸 압도 하는 존재를 만드는 것뿐이었잖아.’ 신처럼 전지전능한 존재를 만들 수 있는 건가 싶었는데 아니었다.

벌어들이는 CP로 계속 스탯 포인 트를 사서 압도적인 폭력으로 모든 권한을 부릴 수 있는 괴물을 만들려 는 것일 뿐이다.

거창하게 느껴졌었던 조직,아니 커뮤니티의 계획이 단순한 괴물 만 들기 프로젝트였다는 걸 알게 되자 한심하게 느껴졌다.

‘커뮤니티 수장은 가만히 앉아서 매일 수십, 수백 포인트씩 올리고 있겠군. 그것보다 테라 시스템의 근 원에 다가가려면 좀 더 심층적인 정보가 필요해. 히든 시스템을 좀 더 진행해야겠어.’

SSS랭크 웨이브 공략 때 히든방에 서 처음으로 자아를 가진 개체와 맞 닥뜨렸었다.

세이아나라고 했었던가.

다음 히든방에서도 자아를 가진 사 념체가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 테라 시스템에 대해 알아내려면 먼 저 현자가 남긴 사념체들과 만날 필 요가 있겠군.

강현이 생각에 잠겨 있을 때,먼저 식사를 마친 김기제가 입을 열었다.

“결국 우리는 떠돌이 용병인 셈이 지. 세금 낼 돈도 없어서 그날그날 던전 공략으로 얻은 CP로 클로징포션이나 쓰며 떠돌아다니는 처지 야. 기본적으로 얻은 CP는 n분의 1 이지만 발목 잡으면 몫을 줄일 테니 까 그리 알라고.”

“그래도 레벨이 67이나 되시는데 그동안 던전 공략은 꽤 하셨겠죠. 어쩌면 저희보다 더 베테랑이실 수 도 있어요. 강현 씨,실례지만 SS랭 크 던전 공략 경험은 어떻게 되세 요?”

강현은 웨이브 공략 횟수는 빼고 순수 던전 공략 횟수만 말했다.

“세 번입니다.”

“그 정도면 충분히 베테랑이시네 요. 저희도 보통은 S랭크 던전만 돌 고 SS랭크 경험은 두어 번밖에 안되거든요. 기제 씨,이제 충분히 납 득하셨죠?”

“알았으니까 동생 다루듯이 말하지 마. 나이도 어린 게 자꾸 까불고 있 어.”

“그럴 생각은 없었어요.”

“됐고,잠이나 자자고. 다들 자기 전에 클로징 포션 새로 뿌려 두는 거 잊지 말고. 괜히 불똥 튀어서 자 다가 목 날아가는 건 사양이야.”

“강현 씨,필드에서 노숙할 땐 기 간이 얼마나 남았든 새로 클로징 포 션을 뿌리고 자는 게 정석이에요. 그…… 아까 해체를 하시던데 CP는 얼마나 들어오셨나요?”

더 이상 클로징 포션을 제공하는

건 부담스러운지 조심스레 보유 CP 를 묻는 장재형이었다.

현재 120만 CP를 가지고 있지만 적당히 낮춰서 알려 주었다.

“30만 CP71- 들어왔습니다. 아마 스타더스트란 곳에 갈 때까진 쓰고 도 남을 겁니다.”

“다행이네요. 부끄럽지만 CP가 조 금 부족했거든요. 그래도 혹시 모르 니까 불침번을 정하도록 하죠. 늘 하던 대로 슬기 양이 먼저 하시고, 마지막에 기제 씨가 맡는 걸로 하겠 습니다. 강현 씨에겐 두 번째 순번 을 맡겨도 될까요?”

“상관없습니다.”

“식사도 끝났고,순번도 정했으니

그만 자도 될까? 하루 종일 걸어서 발이 퉁퉁 붓기 일보직전이라고. 한 번 신발을 벗으면 다시 신지도 못할 정도야.”

“내일 6시까지만 취침하는 걸로 하 겠습니다. 다들 순번 잘 지켜 주세 요.”

정말 피곤했는지 장재형과 김기제 는 침낭에 들어가자마자 곤히 잠들 었다.

초면인 사람과 함께하는 것치곤 긴 장감이 없는 모습이다.

원래 경계심이 덜한 걸까,이곳에 선 필드에서 파티를 맺고 끊는 경우 가 많기 때문일까.

어느 쪽이든 내 일만 생각하면 될

일이다.

강현이 자지 않고 있자 모닥불 너 머에서 최슬기가 말을 걸어왔다.

“모르는 사람들이랑 자려니 잠이 안 오죠? 우유라도 데워드릴까요?”

“아뇨,괜찮습니다.”

“정말이지 세상 넓다 생각했는데 그리 넓은 것도 아니었네요. 이런 곳에서 대학 선배랑 마주칠 줄 누가 알았겠어요?”

“그렇군요.”

“이제부터 같이 다니게 되었으니 한 가지 주의사항을 알려드릴게요.”

최슬기는 장재현과 김기제가 완전 히 잠든 걸 확인하곤 강현의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거의 밀착하듯 붙어선 강현의 귀에 대고 그녀가 속삭였다.

“저 김기제란 사람 있잖아요. 원래 세계에서 전과자였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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