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128화 (128/381)

128화

달을 등진 사내가 디벨롭의 앞에서 경쾌하게 검갑을 튕겼다.

그림자 때문에 모습이 제대로 보이 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벨롭은 사내 의 정체를 직감했다.

특유의 무뚝뚝한 목소리와 어렴풋 이 보이는 차가운 인상.

어찌 모를 수 있으랴.

더불어 나탈리아의 배신이 강현의 짓이었다는 게 확실해지는 순간이었 다.

디벨롭은 더할 나위 없는 분노를 느끼며 얼굴을 구겼다.

“모두 네놈이…… 네놈 때문에…… 개 같은 자식!”

분노가 치밀어 오른 나머지 악의만 남은 말이 튀어나왔다.

강현은 빙백검을 쥐며 절벽 틈 입 구에 비스듬히 섰다.

“조직이 붕괴됐다고 바로 도망치다 니 의외로 겁이 많군.”

“입 닥쳐! 김진수 그 머저리가 드 래코프에게 넘어가지만 않았다 면……

“그래도 달라지는 건 없지.”

“닥쳐! 닥쳐! 닥쳐! 내 앞에서 거 만하게 굴지 말란 말이다!”

“때로는 현실을 인정하는 자세도 필요할 텐데? 네가 한 거라곤 도망친 끝에 악질 범죄자 세 명을 풀어 준 것뿐이지.”

“전부…… 보고 있었나?”

“물론. 협곡 위에서 모든 과정을 보고 있었지. 아주 특등석이더군.”

“최강현!”

분을 이기지 못한 디벨롭이 손에 마나 클로를 부여하며 덤벼들었다. 그러나 가뜩이나 좁은 공간인데다, 강현이 일부러 몸의 절반을 입구 너 머에 둔 상태다.

거기에 이성을 잃은 디벨롭에게 섬 세한 움직임이 가능할 리 없었다. 강현은 빙결 오오라를 발동하여 디 벨롭의 두 발을 얼렸다.

쩌저적!

디벨롭의 신발 위로 허연 서리가 맺히면서 삽시간에 발이 얼어붙었 다.

발의 감각이 마비되자 디벨롭의 움 직임이 산만해졌다.

뒤늦게 빙결 효과를 알아첸 디벨롭 은 미간을 더욱 좁히며 강하게 발을 굴렀다.

“깔보지 마라!”

디벨롭의 눈동자가 녹색으로 바뀌 었다.

시선을 통해 발동하는 스킬을 쓴 모양이다.

디벨롭의 시선이 빙백검에 머물렀 다.

동시에 빙백검 주위로 피어오르던

냉기가 몇었다.

‘갑자기 빙백검의 능력이 발동되지 않고 있어. 바라본 보구의 능력을 일시적으로 봉인하는 스킬인 것 같 군.’

아무래도 예전에 최진철이 썼던 스 킬 봉인 스킬의 보구 버전인 듯하 다.

이래선 빙백검을 쓸 수 없다.

강현은 빙백검을 넣으며 제왕의 화 염검을 소환했다.

화르륵!

불꽃으로 이루어진 검이 날아드는 마나 클로와 부딪쳤다.

디벨롭의 마나 클로는 보통의 마나 와 달리 붉은색을 띠고 있었다.

그래도 마나의 일종일 테니 제왕의 화염검의 특성으로 소각시킬 수 있 을 거다.

허나 예상과 달리 디벨롭의 마나 클로는 불타지 않았다.

오히려 마나 클로에 닿은 제왕의 화염검이 사라져 버렸다.

‘스킬이 사라져? 타인의 스킬을 해 제시키는 스킬도 가지고 있는 건 가.’

재차 제왕의 화염검을 소환해 보려 했는데 소환조차 되지 않았다.

마나 클로에 닿은 스킬은 곧바로 봉인되는 듯했다.

강현은 목을 향해 날아드는 마나 클로를 보며 곧장 몸을 틀었다.

동시에 수정 스텟의 효과로 마나 클로의 궤도를 수정하여 완벽하게 피해 냈다.

외부적인 영향에 자신의 공격이 틀 어진 걸 느낀 디벨롭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빌어먹을! 감히 잔재주 따윌!”

그 순간,강현이 손바닥에 마나를 부여하며 디벨롤의 팔꿈치를 올려쳤 다.

디벨롭도 슬슬 집중하기 시작했는 지 실드를 끌어올려 강현의 손을 막 아 냈다.

터영!

더불어 디벨롭이 쌍수를 들며 기다 란 마나 클로를 세로로 훑었다.

서로 피할 곳이 없는 곳에서 펼쳐 지는 근접전에선 이동 스킬보다 실 드량이 더 중요하다.

실드로 받아내기보단 최대한 피해 야만 한다.

강현은 오른손을 뻗어 디벨롭의 왼 손이 가속하기 전에 막아 냈다. 그 리고 뒤이어 날아드는 디벨롭의 오 른손은 수정 스텟의 효과로 비틀어 냈다.

빙백검과 제왕의 화염은 쓰지 못한 다.

그렇다면 스카텐드에게서 얻은 몽 환검이나,겔로그에게서 얻은 포이 즌 소드를 쓰는 게 좋겠군.

한데 아공간 주머니에 손을 댈 틈

이 없었다.

디벨롭도 강현이 검을 쓰지 못하게 하려고 필사적으로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아까부터 파리같이 잘도 피하는구 나! 걸리기만 해 봐라. 오늘이야말 로 네놈의 목을 분질러 주마!”

“빈 수레가 요란하다더니 딱 그 꼴 이군.”

“뭐라고? 오냐,당장 그 입부터 찢 어 주겠다!”

겉으로는 담담함을 유지하고 있었 지만 상황이 좋지는 않았다.

임모벨 백작에게 배운 격투술은 어 디까지나 보조 기술이다. 당장 승부 를 내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베니스 기사단이 오면 필시 방해를 받을 테니 묘안을 짜내야 했다.

엘레멘탈 웨펀을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만 무기에만 적용할 수 있는 스킬이기에 맨손,맨발에는 쓸 수 없다.

굳이 검이 아니더라도 좋다.

쓸만한 무기가 필요했다.

슈숙! 숙! 쉬익!

연이은 공수 교환 중 강현은 바닥 에 떨어져 있는 자잘한 돌멩이를 발 견했다.

돌멩이도 투척 무기 중 하나로 분 류되니 엘레멘탈 웨펀의 효과가 적 용되지 않을까?

강현은 디벨롭의 마나 클로를 피해

내며 신발 앞코를 돌멩이 근처에 붙 여 보았다.

엘레멜탈 웨펀을 사용하자 돌멩이 에 잠깐이나마 푸르스름한 빛이 머 물렀다.

‘수 속성 효과가 부여됐어. 돌멩이 도 무기로 인식되는 걸지도. 아니면 타인의 손에 있어도 무기이기만 하 면 효과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일 수도 있어. 이건 나중에라도 쓸만하겠군.’ 여태껏 스킬 설명문 그대로의 효과 만 보고 썼었지 응용 부분은 크게 고려하지 않았었다.

응용하지 않아도 적을 처리하는데 엔 문제없었으니까.

어쨌든 무기로만 인식되면 엘레멘

탈 웨펀 효과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게 증명되었다.

그렇다면 무엇을 망설이랴.

강현은 가장 먼저 날아드는 마나 클로를 어깨로 받아 냈다.

과지직!

반사 실드가 작용하며 마나 클로의 위력을 마나 덩어리로 환산해 튕겨 냈다.

반사된 마나 덩어리가 디벨롭의 실 드를 두드리며 그의 실드를 벗겨 냈 다.

강현의 실드 역시 누적된 데미지가 한계치를 넘으면서 벗겨졌고,각자 실드가 없는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동시에 강현의 발이 수 속성 효과를 부여한 돌멩이를 걷어찼다. 돌멩이가 팽그르르 돌며 디벨롭의 종아리에 부딪쳤다.

디벨롭 본인은 느끼지도 못할 약한 공격이었지만 그걸로도 충분했다.

‘수룡의 낙인은 생겼어. 이제 공격 만 한다면……

엘레멘탈 웨펀의 효과에 따르면 ‘낙인이 새겨진 적을 공격하면 효과 가 발동’된다 했다. 낙인이 새겨진 이후라면 굳이 무기로 공격하지 않 아도 된다는 뜻이다.

강현은 주먹을 말아 쥐며 정면으로 마나 클로를 향해 내질렀다.

그를 본 디벨롭이 승리를 예감했 다.

“제 풀에 지친 모양이군! 원하는 대로 갈기갈기 찢어 주마!”

강현의 격투술은 기껏해야 마나유 저 상급 수준의 위력밖에 내지 못했 다.

마나 마스터 수준인 디벨롭의 마나 클로를 이겨 낼 리 없었다.

그러나 막상 두 사람이 경합하자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강현의 주먹에 닿은 순간 디벨롭의 마나가 멈추었던 것이다.

아주 짧은 순간에 불과했지만,마 나 공급이 끊기면서 디벨롭의 마나 클로가 증발했다.

거칠 것이 없어진 강현의 주먹이 디벨롭의 손 위를 스치며 그의 얼굴을 후려쳤다.

빠각!

코뼈 주저앉는 소리가 울리면서 디 벨롭의 몸이 옆으로 기울어졌다. 공교롭게도 절벽 쪽이었다.

알고 싶은 것도 내뱉기 전에 멋대 로 죽으면 곤란하지.

강현이 재빨리 아공간 주머니에 손 을 넣으며 몽환검을 뽑아냈다. 두터운 바스타드 소드가 뽑혀 나옴 과 동시에 디벨롭의 팔을 내리쳤다. 찌걱!

베어 낸다기보단 갉아 내는 것에 가까운 소리가 났다.

검신이 두꺼우니 자를 때도 무식하 게 잘라질 수밖에 없었다.

디벨롭의 오른팔이 허공에 붕 떴다 가 협곡 아래로 떨어졌다.

강현은 바스타드 소드의 검면으로 디벨롭을 후려치며 도로 평지에 올 려놓았다.

졸지에 피투성이 얼굴을 바닥에 비 비게 된 디벨롭이 살벌한 눈빛을 띠 었다.

“최강현,무엇을 위해서 웨이브의 진실을 알려고 하지? 쿨력,알아도 도움이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일을 위해서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 는 거냐?”

강현은 몽환검을 디벨롭의 목에 붙 이며 무덤덤하게 그를 내려다보았 다.

“지위를 얻고 싶어 친구를 버리는 배신자,지배자가 되기 위해 국가전 복도 마다하지 않는 집사,우월함을 느끼고 싶어 나라 전체를 빈곤하게 만드는 악녀. 형태는 다르지만 모두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 그게 뭘까?”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거냐?”

“단순해. 원하는 게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이지.”

“그럼 네놈이 원하는 건 뭐냐? 그 냥 알고 싶어서라는 말은 대답이 되 지 않아.”

강현이 서늘함을 품은 눈빛을 번들 거리며 짤막하게 한 마디 내뱉었다.

“테라 시스템을 만든 작자에게 도 달하는 것.”

SSS랭크 웨이브 공략 이후부터 계 속 생각했던 게 있다.

당시 비밀방에 있던 석상 사념,세 이아나가 말하길,‘히든 시스템은 현자란 마법사가 만들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테라 시스템도 누군에게 의해 만들어진 것일 터.

테라 시스템이 무엇을 위해 만들어 졌는지,시스템 너머에 어떤 같잖은 의도가 있는 건지.

강현은 그 사실을 파고들었다.

디벨롭은 몸을 웅크리며 실성한 양 웃어 댔다.

“낄낄낄,미친놈. 있는지도 없는지 도 모를 녀석을 만나기 위해서 그 짓거리를 했다고? 만약 그런 놈이 있다고 쳐도 네깟 놈이 뭘 할 수 있지?”

“그건 네 알 바 아니지.”

“말하면 살려 준다는 보장은?”

“대답하지 않으면 지금 당장 죽을 텐데?”

“아직은 죽을 수 없…… 쿨럭쿨력! 살려면 말해야겠군. 말할 테니 최소 한 지혈 정도는 해 주지그래?”

“빨리 말하면 죽기 전에는 포션을 받을 수 있겠지.”

출혈과다로 죽기 전에 말하라는 뜻 이었다.

목에 검이 드리워진 이상 디벨롭에 겐 선택지가 없었다.

게다가 당장 죽이는 게 아니기 때

문에 아직 디벨롭에게도 기회가 있 었다.

디벨롭은 반격의 기회를 엿보며 정 보를 늘어놓았다.

“좋아,말해 주마. 카니발이란 곳을 들어 본 적 있나?”

“전혀.”

“큭크,하나도 모르는군. 이 세상에 는 총 5개의 세계가 있어. 원래 우 리가 살던 세계와 이곳 가이아 대 륙,그 외에도 세 개의 세계가 더 존재하지. 그 모든 세계의 상위세계 가 바로 카니발이란 곳이다. 하위차 원에서 카니발로 가려면 차원의 경 계를 넘어야 하지. 우리 조직은 각 차원에 지부를 둬서 카니발로 넘어가는 자들을 통제해 왔어.”

여태까지 디벨롭의 목소리에 노이 즈는 섞이지 않았다.

거짓은 아니라는 소리였다.

다만 몇 가지 이해가 안 되는 점 이 있었다.

“네 말대로라면 넌 한 차원의 지부 장이었다는 말이 되는 건데,그렇다 면 네 위로 또 다른 우두머리가 있 겠군.”

“처음 만났을 때 그리 말했지 않았 나?”

연합 기사단 창설 때 처음으로 디 벨롭과 마주치고 대화를 나눴었다. 당시 놈은 자신 또한 조직의 수많 은 일원 가운데 하나라 말했었다.

디벨롭은 슬슬 현기증이 오는지 빠 르게 말을 이었다.

“카니발에는 특수한 시스템이 존재 하지. 그 시스템을 이용하면 인공적 으로 신을 만들어 낼 수 있어. 조직 은 인공적으로 신을 만들어 내기 위 해 카니발에 자신들만의 왕국을 세 웠지. 다만 왕국이 통제되려면 네놈 같이 하위차원에서 강해진 자들의 출입을 제한할 필요가 있었지.”

“그래서 차원 지부를 만든 건가?”

“이해가 빠르군. 원래 내 역할은 하위차원에서 카니발로 가는 인물의 통제야,하위차원의 놈들이 무분별 하게 카니발로 넘어가면 왕국을 유 지하기 힘드니까. 그래서 단물을 빨아들일 수 있는 약자들만 보내 왔었 지.”

“그렇다면 제국을 집어삼키려 했던 건?”

“그건 내 개인적인 야망이었어. 네 놈 때문에 모든 게 무산되었지만.”

이제야 모든 게 해명되었다.

즉,이 세상은 5개의 하위차원과 1 개의 상위차원이 있다.

조직의 본부는 카니발이라는 상위 차원에서 특수한 시스템을 이용해 신을 만들어 내려 한다.

하위차원의 조직들은 전부 카니발 에 있는 본부의 지부이며,강현과 같은 이질적인 존재들을 차단하고, 본부에 노예들을 제공해 왔다.

결국 제국을 집어삼킨다는 야망은 디벨롭 개인의 것이며,그 또한 조 직의 하수인 중 한 명이었던 것이 다.

인공적으로 신을 만들 수 있다는 건 신에 가까운 능력을 얻을 수 있 는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거다.

디벨롭은 그를 두고 특별한 시스템 이라고만 칭했다.

강현은 몽환검의 날을 세우며 질문 을 이었다.

“특별한 시스템이란 건?”

“쿨력. 크큭,일명 카니발 시스템이 라 불리는 것이지. 말로는 설명하기 힘들어. 확인하고 싶다면 직접 두 눈으로 보도록.”

“카니발로 가는 방법은 뭐지?”

디벨롭이 바지 뒷춤에 달아 놓은

아공간 주머니를 톡톡 건드렸다.

“내가 왜 굳이 크레인 공국에 자리

를 잡았는지 아나? 그건 바로 이 협곡 안에 있는 버려진 로드의 레어 가 경계 너머로 가는 입구이기 때문 이지. 물론 경계의 틈을 열려면 열 쇠가 필요하지만 말이야.”

“열쇠를 넘겨.”

“포션과 교환하지. 그 정도는 서로 납득할 수 있는 교환 아닌가?”

디벨롭의 제안에 있어 노이즈는 섞 이지 않았다.

그가 포션을 필요로 한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허나 디벨롭에게 있어 경계 너머로 가는 열쇠는 목숨줄이나 다름없다. 아무리 포션이 필요하다지만 이리 쉽게 열쇠를 넘겨줄 리 없다.

강현은 몽환검을 거두며 포션 한 병을 꺼내 들었다.

더불어 디벨롭도 아공간 주머니에 서 팔각형 모양의 수정 하나를 꺼냈 다.

교환에 앞서 강현은 열쇠가 맞는지 확인하고자 질문을 날렸다.

“그게 열쇠인 건 맞겠지?”

“목숨이 걸린 거래인데 장난을 할 거라고 보나?”

“말장난할 생각 없어. 열쇠인지 아 닌지 대답해.”

“이게 열쇠야. 확실하니까 포션을 넘겨.”

노이즈가 섞이지 않는 걸로 보아 열쇠인 게 확실했다.

강현과 디벨롭은 손을 맞닿듯 겹치 며 동시에 열쇠와 포션을 교환했다.

디벨롤은 입으로 포션병을 따선 벌 컥벌컥 들이마셨다.

포션의 효과가 돌면서 오른쪽 어깨 부분의 잘린 단면이 아물었다. 동시에 디벨롭이 포션병을 버리며, 근접해 있던 강현의 가슴을 향해 손 을 뻗었다.

“어리석은 놈! 함부로 접근해 온 네놈의 아둔함을 탓하거라!”

역시 마지막에 빈틈을 만들기 위해

열쇠를 건네준 거였다.

디벨롭이 본색을 드러내며 힘껏 손

을 뻗었다.

그러나 강현의 가슴에 닿은 건 아 무것도 부여되지 않은 맨손뿐이었 다.

디벨롤은 마나가 솟지 않았음을 깨 닫곤 크게 당황했다.

“이런 미친! 어째서 마나가 나오지 않지? 어째서!”

“제법 걸쭉한 포션인데 잘도 마시 더군.”

“서,설마 포션에 뭔가를……

물론 뭔가를 넣었다.

데이낙스 남작가에서 받았던 상당 량의 마나 억제제를 말이다.

디벨롭과의 싸움에서 얼추 부상을 입히게 될 거란 건 예상한 바였다. 원래는 방심시키는 용도로 쓰려고 만든 게,어쩌다 보니 거래 재료가 되어 지금의 사태에 이른 것이었다. 가진 패를 모두 다 쓴데다,마나를 쓰지 못하고,본색까지 드러내 버렸 다.

끝내야 디벨롭은 자존심이고 뭐고 다 집어던질 자세로 손을 저었다.

“기,기다려. 아직 내게 이용가치가 있단 걸 증명하겠어. 그러니까…… 강현은 몽환검을 위로 치켜들며 자 비 한 점 없는 한 마디를 내뱉었다.

“이제 다 짖었나 보군.”

차디찬 한 마디가 디벨롭에게 전해

지면서 몽환검이 아래로 떨어졌다. 두꺼운 검날이 거친 파열음을 내며 디벨롭의 몸을 세로로 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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