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127화 (127/381)

127화

서슴없이 느낀 대로 말해 버렸다만 크게 상관은 없었다.

매혹 스킬이 걸린 상대에겐 뭐라 말하든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는 게 증명되었다.

아니나 다를까,나탈리아는 알아서 좋은 쪽으로 해석했다.

“확실히 공국 최강의 검사답게 눈 이 높으신 것 같네요. 저 같은 미인 도 성에 차지 않으신가요? 그럼 제 게 미모 말고도 많은 게 있다는 걸 알려 드려야겠군요.”

결코 겉모습을 두고 추하다고 한 게 아니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알 일이건만 절대 자신이 잘못되었다고는 생각하 지 않는다.

자신이 추하다고 생각할 바엔 내가 눈이 높다고 생각해 버리는 건가.

나탈리아는 자신이 얼마나 유용한 여자인지 보여 주려고 안달이 나 있 었다.

바라는 대로 해 주지.

“디벨롭이 뭘 꾸미고 있는지 말 해.”

“별거 없어요. 그 이세계인 우월론 자가 하려는 일이야 정해져 있죠. 그는 지저감옥의 죄수들을 꺼내서 조직을 새롭게 꾸리려 하고 있어 요.”

“지저감옥이라면 대륙 최악의 범죄 자들만 모여 있는 곳이로군.”

“그런 만큼 실력자들도 많죠.”

“거의 대부분이 이세계인이 아닌, 현지인일 텐데?”

“그가 지금 현지인,이세계인을 따 질 처지는 아니죠.”

조피스 건과 연합 기사단 건.

강현이 관여한 두 가지 사건은 조 직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먼저 브리니아 공국의 조직이 붕괴 되었고,이어서 제국 내의 조직이 붕괴되었다.

듣자 하니 크레인 공국과 하니온 공국에는 조직원들이 거의 없다고 한다.

대부분의 전력이 제국에 쏠려 있었 던 거겠지.

제국을 손에 넣으면 북대륙의 공국 들을 요리하는 거야 일도 아닐 테 니.

내가 조직을 부순 것 때문에 이세 계인 우월론 따윌 내세울 여유가 없 어졌나 보군.

녀석에게서 이세계인 우월론을 빼 면 단순한 테러리스트나 다름없지.

“디벨롭이 지저감옥에 간 건 죄수 들을 포섭하기 위해서겠군.”

“맞아요. 이걸로 된 거죠?”

나탈리아의 팔이 강현의 목을 두르 면서 두 사람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더운 숨결이 맞닿을 즈음.

강현은 고개를 틀어 나탈리아의 귓 가에 대고 속삭이듯 말했다.

“지금 당장 지저감옥에 병력을 파 견해서 디벨롭을 치도록 해.”

“그깟 집사 나부랭이 따윈 제가 지 원을 끊으면 알아서 추락하겠죠. 그 보다 얼른 약속대로……

“디벨롭만 처리하면 시간은 많아. 하루든 이틀이든. 아니면 그 이상이 드 ”

꿀이라도 바른 양 달콤한 속삭임이 었다.

나탈리아는 녹아내릴 듯 흐물거리 며 황홀함에 잠겼다.

“가끔은 안달이란 이름의 향신료도 나쁘지 않네요. 즐거움은 나중으로 미루죠.

나탈리아가 옷을 챙겨 입으며 바깥 으로 나갔다.

그녀가 지저감옥에 병력을 파견하 는 사이.

강현은 유유히 별채 바깥으로 나가 며 아공간에서 빙백검을 꺼냈다.

*

아텐의 북서쪽에 위치한 버려진 로 드의 협곡.

지저감옥은 협곡 가장 안쪽에 있었 다.

용마전쟁 때 인간측 영웅과 마왕이 싸우면서 십수 킬로미터짜리의 깊은 구덩이가 생겼다.

그 구덩이를 개조하여 만든 게 지 저감옥이었다.

구덩이 안쪽 벽은 구멍이 숭숭 뚫 려 있었는데 구멍마다 악질 범죄자 들이 갇혀 있었다.

365일 24시간 내내 먼지바람이 부 는 곳이라 누구 하나 빠질 것 없이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었으며,아래 로 내려갈수록 기온이 내려가서 하 루에도 기력이 다해 죽는 자가 허다 했다.

디벨롭은 나선형으로 깎아 낸 계단 을 밟으며 지저감옥 아래로 내려갔 다.

간수들은 외부인인 디벨롭을 보고

도 간단한 경례만 취할 뿐 무얼 하 든 신경 쓰지 않았다.

디벨롭의 자유를 허락하도록 베니 스 백작가의 명령이 있었기 때문이 었다.

한참을 내려가던 디벨롭은 지저감 옥 맨 밑바닥에 도달했다.

10개쯤 되는 감옥 중에서 사람이 있는 건 고작 세 곳뿐이었다.

디벨롭은 세 감옥이 한눈에 보이는 위치에 서서 입을 열었다.

“시간은 충분히 주었다. 이제 대답 을 들려주실까?”

감옥에 갇혀 있는 건 악질 중에서 도 최악의 범죄자들이었다.

연구란 명목으로 수백 명을 살해한

흑마법사,금지된 성서를 익힌 이교 도 교주,원래 세계에서 유명한 테 러리스트였던 이세계인.

세 명 다 마나 마스터급의 힘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었다.

이들만 얻을 수 있으면 조직의 재 건은 어렵지 않을 거다.

감옥 안의 사내들은 바라마지 않던 바인 양 디벨롭을 환대했다.

“여기서 꺼내만 준다면 뭐든 해 주 지. 사람을 죽이는 거든,나라를 무 너뜨리는 거든 뭐든 말이야.”

“적발의 애송아,난 위선덩어리 브 리튼 교에게 속아 불구덩이 속에서 살고 있는 가련한 양들에게 진리를 설파할 의무가 있느니라. 국교만 갈아 치워 준다면 실권 따윈 얼마든지 쥐여 주마.”

“가진 자의 것을 빼앗아 없는 자에 게 준다. 내 신념을 위험하게 여긴 우매한 귀족들이 날 여기에 가두었 지. 결국 누가 옳았는지 알려 주고 싶군.”

어두운 구덩이마다 빛에 굶주린 자 들이 독기를 쏟아 내고 있었다. 처음에는 탈출시켜 주겠다는 말을 믿지 않았었다.

그래서 본보기로 조무래기 한 명을 탈주시켜 줬었다.

탈주범은 빌로스 제국 남부까지 가 서 잡힌 모양이지만 그것으로도 이 셋의 마음을 흔들기엔 충분했다.

디벨롭은 복제한 감옥열쇠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협조적으로 나와 줘서 고맙군. 하 지만 그냥은 못 꺼내 주지.”

“족쇄라도 채워야 안심하겠느냐. 세상을 손에 넣고 싶단 것치곤 겁이 많구나.”

“몇 번의 실수를 겪으니 통감하게 되더군. 이상을 이루기 위해선 사람 이 아니라 개가 필요하단 걸 말이 야.”

“이해관계가 일치할 땐 잠자코 악 수나 하는 게 최고란다,애송아. 한 쪽이 개가 되면 남은 쪽이 원숭이가 되기 마련이니까.”

“비루한 꼴로 잘들 지껄이는군. 비

싼 목줄을 가져왔으니 나오고 싶다 면 스스로 목에 차도록.”

디벨롭이 품에서 유리병 하나를 꺼 냈다.

유리병 안에는 굼뱅이와 비슷한 모 습을 한 벌레 세 마리가 있었다. 유리병의 마개를 따서 각 방마다 벌레를 한 마리씩 던져 주었다.

벌레들은 몸을 둥그렇게 말고 있는 상태 그대로 어둠 속을 향해 굴러들 어 갔다.

세 사람 중에서 흑마법사만이 바로 벌레를 알아보았다.

“킥킥,철저하게 준비해 왔구나. 제 노스의 독충이라면 목줄을 운운할 자격이 있지.”

“제노스의 독충?”

“모르나 보구만,전직 교주 나리. 이놈은 말이야 먹은 후에도 몸 안에 서 살아남아서 심장까지 가는 놈이 지. 암수 한 쌍이라서 한쪽이 터지 면 나머지 놈도 터져 버려. 딱 보니 우리에게 준 건 수놈이구만.”

“죽고 싶지 않으면 얌전히 애완견 노릇이나 해라 이 말인가?”

디벨롭은 독충 암놈이 들은 유리병 을 꺼내서 흔들었다.

“다들 상황파악이 된 것 같으니 한 번만 더 말하마. 계속 감옥에서 썩 을 건지,충실한 애완견이 될 건지 선택하도록.”

의외로 가장 족쇄를 차기 싫어했던

이교도 교주가 가장 먼저 독충을 삼 켰다.

꿀꺽!

“여태까지 먹어 본 벌레들 중에서 최악이군. 다음에 먹일 때는 설탕이 라도 입혀 놓거라.”

“그거 참 고마운 충고로군. 다시 먹일 일이 생기면 그때 가서 고려해 보지.”

디벨롭은 이교도 교주의 감옥문을 먼저 열어 주었다.

어두운 감옥 속에서 지저분한 수염 과 푸석푸석한 장발을 지닌 노인이 걸어 나왔다.

노인의 두 팔엔 마나 봉인 수갑이 채워져 있었으나 그마저도 디벨롭이 열쇠를 꽂아 넣어 풀어 주었다.

한 명이 탈출하자 나머지 둘도 혹 하여 독충을 삼켰다.

남은 두 감옥의 열쇠구멍에도 열쇠 가 들어가면서 의도했던 세 명이 모 두 빠져나왔다.

디벨롤은 천군만마를 얻은 양 활짝 웃으며 두 팔을 벌렸다.

“현명한 선택을 해 줘서 고맙군. 바깥세상으로 복귀한 걸 환영하지.”

“그러고 보니 애송이의 이름조차 못 들었구만. 계속 애송이라 불리길 원하진 않을 테고. 이름이 어떻게 되느냐?”

“디벨롭

“좋은 이름이군. 난 카슈아딘이라

부르거라.”

이교도 교주 카슈아딘을 비롯해 흑 마법사 엘딘,테러리스트 이세계인 압둘까지 통성명을 했다.

디벨롭은 세 사람을 데리고 지저감 옥 바깥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위에서 시끄러운 발소리가 들려왔다.

타다다닥!

얼핏 들어도 수십 명에 달하는 사 람들이 아래로 내려오는 중이었다.

더하여 발소리 사이사이에 갑옷 이 음매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섞여 있 었다.

위를 올려다보니 베니스 백작가의 기사들이 완전무장을 한 채로 내려오는 게 보였다.

기사들이 위에서 디벨롭을 내려다 보곤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저기 있다! 죽여도 되니 사정 봐 주지 말고 단칼에 목을 쳐라!”

분명 디벨롭을 겨냥하고 한 소리였 다.

베니스 백작가가 날 죽이려고 기사 를 보냈다고? 나탈리아 그 계집이 무엇 때문에 날 죽이려 하지? 그녀 가 날 죽여서 얻을 수 있는 건 없 을 텐데?

나를 노리는 자가 개입한 게 분명 해.

벌써 최강현 그놈이 손을 썼단 말 인가.

놈은 이제 막 밀입국한 게…….

머릿속에 의문이 가득 맴돌았다.

그러나 진상을 파악할 여유 같은 건 없었다.

카슈아딘은 수갑 자국이 남은 손목 을 풀며 신성력을 끌어올렸다.

이내 곧 카슈아딘의 손에 보랏빛 기운으로 이루어진 창이 소환되었 다.

“디벨롭,첫 일은 저기 내려오는 머저리들을 핏덩이로 만드는 거겠 지?”

“허락하지. 길을 만들어라.”

“들었나,밑바닥 동문들. 공주마마 처럼 안전하게 지상까지 모셔 달라 는군.”

“몸 풀기로는 안성맞춤이구만.”

세 명의 탈옥수들이 각각 기운을 끌어올리며 나선 계단을 밟고 을라 갔다.

디벨롭 역시 손에 마나 클로를 만 들어 내며 뒤따랐다.

지저감옥을 빠져나가려는 디밸롭 일행과 그를 막으려는 베니스 백작 가.

좁은 나선 계단에서 양측이 충돌했 다.

베니스 백작가의 기사 한 명이 검 에 마나 오오라를 부여하며 외쳤다.

“감옥의 망자들아! 목이 떨어지고 싶어 바깥으로 나왔느냐!”

마나유저 상급 수준의 마나 오오라

가 육신을 세로로 쪼개 버릴 기세로 떨어졌다.

그에 대응하여 카슈아딘이 한 거라 곤 창끝을 살짝 흔든 것밖에 없었 다.

한데 떨어지던 검이 그 창끝을 따 라가듯 멋대로 움직였다.

갑자기 틀어진 검이 기사의 손을 떠나서 허공을 날았다.

물체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창.

브리튼 교 5대 성물 중 하나인 아 슈리엘의 창이었다.

주인 잃은 검이 허무하게 나선 계 단 아래로 떨어졌다.

카슈아딘은 빈손이 된 기사를 향해

창을 내지르며 비아냥거렸다.

“하룻강아지라 이 몸이 누구인지도 모르는가 보구나.”

푸욱!

보랏빛 창이 기사의 몸을 꿰뚫었 다.

그리고 죽은 기사가 고꾸라지기 전 에 흑마법사 엘딘이 손을 위로 까딱 였다.

그러자 죽은 기사의 몸이 검은색 마기로 휩싸이더니 흑갑을 착용한 데스나이트로 변화했다.

죽은 자를 상급 언데드로 만드는 흑마법이었다.

쉐인이 쓰던 시체 조종술이 빛바래 보일 정도로 뛰어난 기술이었다.

더불어 세 명의 탈옥수 중 유일한 이세계인인 압둘은 자신이 바라본 곳에 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 스킬을 지니고 있었다.

압둘이 기사들 사이에 폭발을 일으 키자,그 충격으로 기사들이 손도 못 써 보고 나선 계단 아래로 추락 했다.

세 사람이 능력을 발휘하는 족족 길이 열렸다.

디벨롭은 속도를 늦출 일 없이 시 원하게 내달리며 속으로 확신을 다 졌다.

‘이자들의 힘이 있다면 조직을 재 건하는 건 일도 아니겠어. 이들이 갇히기 전까지 숨겨 두었던 세력들까지 손에 넣고 나면 내전 이후에 비실거리는 제국을 장악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물론 조직을 재건하기에 앞서 최우 선으로 해야 할 일이 있다.

최강현.

그 가증스러운 놈부터 당장 척살해 버릴 것이다.

디벨롤이 이를 바드득 갈아붙였다. 이 세 명이 합공한다면 최강현 그 놈이라도 어쩔 도리가 없을 것이다. 디벨롭의 입가에 조소가 머물렀다. 그렇게 지저감옥 안을 피로 물들이 며 내달리자,디벨롭 일행은 얼마 지나지 않아 지상으로 나올 수 있었 다.

카슈아딘은 아슈리엘의 창을 꼬나 쥐며 말했다.

“근 10년만인가. 바깥 공기가 반갑 기는 처음이군.”

“내 지시에만 잘 따른다면 좀 더 높은 곳의 공기를 마실 수도 있을 거다.”

“반가운 소리이긴 한데 역시 누군 가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건 영 내키 지 않는구만.”

“같은 소리를 반복하게 할 셈인가? 내가 너희들의 목숨을 쥐고 있다는 걸 잊은 건 아니겠지?”

“그게 마음에 안 든단 말이지. 애 송아,잔머리 굴리는 건 잘하는 것 같다만 조심성이 부족하구나.”

카슈아딘이 아슈리엘의 창 끝을 까 딱였다.

창의 힘이 발휘되며 디벨롭이 걸치 고 있던 로브가 위로 치솟았다.

디벨롭의 팔이 로브 소매에 걸려 벗겨지진 않았지만,안주머니에 있 던 유리병이 아래로 떨어지는 것만 은 막을 수 없었다.

아슈리엘의 창이 한 번 더 움직이 면서 떨어지던 유리병이 카슈아딘에 게로 이동했다.

카슈아딘이 제노스의 독충 암놈이 담긴 유리병을 쥐며 비웃음을 흘렸 다.

“크흐흐,중요한 물건은 잘 보관했 었어야지.”

당했다!

‘이 자식! 처음부터 배신할 생각으 로!’

디벨롭은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 듦과 동시에 분노가 치솟았다. 갑작스런 베니스 백작가의 배신 때 문에 경황이 없어 아공간 주머니에 넣지 않은 것이 화근이 되었다.

평소라면 결코 없었을 실수이건만, 최강현 놈에게 신경이 쏠린 사이 약 간의 빈틈이 생겨 버렸다.

이는 디벨롭이 방심한 것이 아니었 다.

디벨롭의 안에 자리 잡은 최강현이 란 존재가 그로 하여금 신중함에 소 홀하게 만든 것이었다.

하나,이제 와서 후회한들 무엇하 리.

일단 유리병을 되찾는 게 급선무였 다.

“당장 유리병을 내놔라. 안 그러면 찢어 버리……

디벨롤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압둘이 선수를 쳤다.

그의 시선이 디벨롤의 코앞에 머무 르더니 폭발 능력이 시전되었다.

퍼영!

디벨롭의 코앞에서 폭발이 일어나 며 열기가 뻗어 왔다.

디벨롭은 황급히 실드를 끌어올려 피해를 입는 것만큼은 면할 수 있었 다.

폭발로 인해 피어난 아지랑이 너머 에서 압둘과 엘딘이 경멸 담긴 눈빛 을 띠고 있는 게 보였다.

암놈이 없는 디벨롭에게 볼일은 없 다는 것처럼 말이다.

카슈아딘은 유리병을 주머니에 넣 으며 조소를 머금었다.

“정말이지 계산이 빠른 친구들이 야. 암놈을 가진 자를 따라야 한다 는 룰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어.”

“크옥,감옥에 갇혀 있던 패배자 따위가 감히……

“뭐,꺼내 준 것에 대해선 감사하 지. 감사의 뜻으로 목숨만은 살려 주마. 어이,흑마법사. 이동마법 정 도는 쓸 줄 알겠지?”

“카슈아딘,네가 암놈을 가졌으니 따르기야 하겠다만 명령조로는 말하 지 마라.”

“아무렴. 저기 애송이와 다르게 개 새끼 취급은 하지 않을 거라 약속하 지.”

엘딘이 무언 영창으로 마법을 시전 했다.

세 사람의 발밑에 있던 그림자가 장막처럼 넓게 퍼지면서 그들을 집 어삼켰다.

그림자가 사라진 직후.

세 사람이 서 있던 자리에는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디벨롭은 허망한 표정으로 서 있을 따름이었다.

너무 열이 뻗친 나머지 말조차 나 오지 않았다.

이 내가…….

지략으로 가이아 대륙 지부의 톱에 올랐던 내가 어찌 이런 꼴을 당해야 하냔 말이다.

질끈 깨문 입술에서 피가 흘렀다.

그리고 핏방울이 흐를 틈도 없이 협곡 너머에서 또 다른 병력이 몰려 왔다.

“맥 단장님! 지저감옥 입구에 누군 가 서 있습니다!”

“붉은 머리다! 저놈이 디벨롭일 터! 놈이 바깥으로 나왔다는 건 선 발대가 당했다는 뜻이다! 전원 방심 하지 마라!”

맥이라면 크레인 공국 유일의 마나 마스터이자 베니스 기사단 기사단장 이었다.

홀로 남은 마당에 마나 마스터가 이끄는 기사단을 상대하는 건 벅차 다.

디벨롤은 부글부글 끓는 감정을 억 누르며 협곡 안쪽으로 뛰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협곡의 길이 울 퉁불퉁하여 말을 타고 이동하는 것 보다 직접 발로 뛰는 게 빠르다는 점이었다.

협곡 안쪽은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어 도망치기에도 적합하다.

어느 길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파악 할 시간조차 아까웠다.

그저 기사단을 뿌리치는 것만 생각 하며 내달렸다.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어느샌가 추 격대의 소리가 들려오지 않게 되었 다.

디벨롭은 협곡 절벽의 갈라진 틈으 로 들어가 숨을 골랐다.

“하아하아,이렇게 될 리가 없는데 어디서부터 꼬인 거지?”

심신이 지친 나머지 머릿속이 정리 되질 않는다.

당장은 숨을 고르는데 집중하자.

크게 숨을 들이마시려던 찰나.

눈앞의 갈라진 틈 너머에서 그림자 하나가 드리워지더니 차가운 목소리 가 들려왔다.

“이제 웨이브의 진실을 말해 보실 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