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119화 (119/381)

119화

빙백검의 날이 겔로그의 실드를 부 수며 목을 꿰뚫었다.

촘촘하게 이어진 푸른 비늘의 결 사이로 핏물이 타고 흘렀다. 단말마조차 없는 죽음이었다. 고꾸라지며 드러난 겔로그의 얼굴 에는 경악만이 남아 있었다.

강현이 겔로그를 쓰러뜨리자 겔로 그의 부하들이 아연질색하며 손을 떨었다.

“게,겔로그 경이 죽었어. 이,이걸 로 3명째야. 3명째라고.”

“폭사도 안 통해,독도 안 통해. 저런 괴물을 어떻게 제거하란 거지?

이럴 줄 알았으면 오는 게 아니었 어. 오는 게 아니었다고!”

일대일에 강한 스카텐드,요단을 이용한 등귀어진 전술,겔로그의 독 검.

모든 게 통하지 않았으며 되려 당 했을 뿐이다.

겔로그의 부하들을 비추는 위선의 거울이 강현에 대한 인상을 쏟아 냈 다.

쏟아지는 말 중에선 괴물,악마, 악귀 등 겁에 질린 단어가 다수 섞 여 있었다.

살아남은 성기사들은 겔로그의 부 하들을 보며 손으로 십자가를 그렸 다.

‘아무리 공포에 질렸다지만 욕 아 닌 욕을 저리 쏟았으니 곧 목이 떨 어지겠군. 신의 품에 돌아가서 회개 하길.’

‘위선의 거울. 참으로 무섭도다. 자 신을 지키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본 심을 숨기는 것인데 여기선 가차 없 이 모든 게 드러나 버리는구나.’ 분위기상 겔로그의 부하들은 죽음 을 면치 못할 듯했다.

한데 성기사들이 예상하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강현은 겔로그의 부하들을 죽이는 대신 빙백검을 늘어뜨리며 겔로그의 독검만을 취했다.

일련의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강현

의 위선의 거울이 내뱉는 말은 짧고 도 강렬했다.

- 방해하지 말도록.

방해했을 경우 어떻게 될지는 말하 지 않아도 알 일이었다.

겔로그의 부하든,성기사들이든 목 을 걸고 방해할 담력이 있는 자는 없었다.

그저 강현이 하는 일을 지켜만 볼 뿐.

강현은 겔로그의 시신을 기둥에 매 달았다.

제물의 존재를 감지한 기둥이 빛에 휩싸이더니 겔로그의 시신과 함께 사라졌다.

동시에 각자의 머리 위에 있던 위 선의 거울이 가루로 변하며 한데 모 여들었다.

오로라마냥 허공에 물결을 이루던 가루들이 곧 사자의 형상을 이루더 니 크게 포효했다.

“쿠오오오!”

거울로 만든 듯한 몸체 때문에 사 방의 물체가 사자의 몸에 비치고 있 었다.

몸체의 부분마다 비치는 것이 달라 음양과 색조가 각양각색이었다. 모자이크 벽화도 이처럼 다채로운 색을 띠진 않으리라.

너무도 다채로운 색 때문에 눈이

어지럽고 두통이 올라온다.

강현은 빙백검의 빙결 오오라로 거 울 사자의 발부터 묶고자 했다.

쩌적!

빙결 오오라가 거울 사자의 네 발 에 적용되었으나 서리가 맺히진 않 았다.

대신 원래 빙결 오오라가 가했어야 할 데미지가 마나 덩어리가 되어 반 사되 었다.

몸 전체가 거울로 이루어진 사자답 게 반사 실드를 달고 있는 모양이었 다.

정석대로라면 위선의 방에 숨겨진 공략법을 찾아야겠지만 고작(?) 반 사 실드라면 그럴 필요가 없다.

강현에겐 쉐도우 리퍼의 외갑이 있 었다.

강현은 반사 실드에 아랑곳하지 않 고 마음껏 마나폭검을 전개했다. 파사삭! 파사삭!

연이은 전투로 마나가 바닥이 났지 만 문제될 건 없었다.

리필 스렛의 효과로 채우면 그만이 었다.

마나가 바닥나면서 뻐근함이 전해 지던 가슴팍에 재차 청량감이 감돌 았다.

마나 파편이 거울 사자의 반사 실 드에 부딪칠 때마다 반사 데미지가 강현에게로 되돌아왔다.

돌아온 반사 데미지는 쉐도우 리퍼

의 외갑 효과로 산산이 무산되었다. 그렇게 세 차례쯤 마나폭검을 적중 시키자 거울 사자의 반사 실드가 벗 겨 졌다.

이후에는 천편일률적인 과정이 뒤 따랐다.

거울 사자가 어떻게든 강현을 물어 뜯으려고 달려들다가 빙백검에 차근 차근 베여 나가는,아주 손쉽게 레 벨 80이상의 몬스터가 사냥되는 광 경이 펼쳐졌다.

결국 거울 사자의 몸이 누적된 데 미지를 버티지 못하고 갈라졌다.

쩌적! 과르르르!

온몸에 균열이 일어나면서 거울 사 자의 몸이 무너져 내렸다.

부서진 거울 파편 중에서도 입자가 고운 것들은 사방으로 흩날리며 반 짝거렸다.

입자들은 어두운 천장을 배경 삼아 플라네타리움 같은 장관을 만들어 냈다.

그 아래에서 강현은 뚜벅뚜벅 걸어 전리품을 추출해 냈다.

“추출.”

[왕의 두개골]

등급 : 없음

타입 : 없음

특성 : 던전 공략 물품 중 하나.

[미라이언 소환석]

등급 : S

타입 : 소환석

특징 : 반사 실드를 가지고 있는 미라이언을 소환할 수 있다. 손상을 입어도 회수하면 바로 회복된다. 단, 미라이언의 목이 베이거나,몸통이 절단되면 바로 소멸한다.

오랜만에 소환석이 나왔다.

조건부 회복 조건을 가진 석상 낙 인 소환석과 달리,거울 사자,아니 미라이언은 상시 반사 실드를 가지 고 있었다.

몸집도 어지간한 말 저리 가라 할 정도이니 탈것으로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물론 말과는 움직이는 방식이 달라 서 익숙해질 때까지 타 봐야겠지만 말이다.

강현은 전리품을 챙기고 뒤를 돌아 보았다.

겔로그의 부하들과 성기사들은 여 태껏 남아서 강현의 무위를 지켜보 고 있었다.

남고 싶어서 남아 있는 게 아니다.

공략이 끝날 때까진 나갈 수가 없 으니 억지로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이었다.

이제 공략이 끝났으니 위선의 방에 서 나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겔로그의 부하들은 쉽사리 발을 뗄 수 없었다.

‘이,이제 우리 차례인가. 등을 돌 리면 죽어. 그렇다고 맞서 싸우는 것도 무리야. 어떻게 해야 하지?’ 억지로 무기를 쥐고는 있다만 항전 하기 위한 움직임은 아니었다. 어찌해야 할지 몰라 훈련 받은 대 로의 습성이 드러나고 있을 뿐이었 다.

누구든 겔로그의 부하들이 죽을 거 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강현은 빙백검을 3시 방향 문 쪽으로 까딱이며 말했다.

“두 공작에게 가서 전해. 같잖은 수작을 부릴 시간에 목이나 씻고 있 는 게 좋을 거라고.”

겔로그의 부하들은 자신들의 주군

이 모욕당했으나 그 누구도 반박하 지 못했다.

그보다 무기를 버리고 허겁지겁 도 망가기 바빴다.

한 걸음이라도 더 빨리,더 멀리.

지금 당장 도망쳐 봤자 던전 바깥 으로 나가진 못한다.

그들로선 강현이 던전 공략을 마칠 때까지 숨어 있다가 탈출할 수밖에 없다.

강현이 마음이 바뀌어 죽이러 을지 도 모르는 불안 속에서 던전이 공략 되기만을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강현은 그들을 살려 줄 생 각이 었다.

드리안 공작가로 돌아간 그들은 강

현에 대한 인상을 부풀려서 보고할 거고,소문은 급물살을 타듯 위에서 아래로 전해질 거다.

그 과정에서 두 공작파 내에 강현 에 대한 두려움이 부풀려질 건 어렵 지 않게 예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한 수는 막상 내전이 일어났을 때 크게 작용할 것이었다. 반드시 말이다.

이제 던전 보스만 남았나.

내가 가진 게 왕의 갈비뼈,왕의 다리뼈,왕의 두개골 세 부위였지. 남은 부위는…….

강현은 뭘 해야 하지 몰라 엉거주 춤 서 있는 성기사들을 보았다.

“남은 공략물품은 어디 있지?”

성기사들은 눈치를 보듯 메르탱의 시신을 힐끔거렸다.

“저…… 전리품은 단장님의 배낭에 있습니다.”

메르탱이 썩 좋지 않은 모양새로 돌아섰던 터라 시신을 뒤지기가 꺼 려지는 모양이었다.

강현은 익숙한 양 시신의 배낭을 뒤져서 두 부류의 뼈를 꺼냈다. 하나는 척추로 보이는 기다란 뼈였 고,또 다른 하나는 팔뼈였다.

이로써 던전 보스를 소환하기 위한 모든 재료가 모였다.

문제는 뼈를 올릴 왕릉의 제단이 어디 있냐는 건데 그 또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위선의 방이 공략되면서 12시 방 향에 문이 생겨나 있었다.

아무래도 2층에 왕릉의 제단이 있 는 듯했다.

강현은 12시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전에 성기사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공략이 끝나면 그쪽은 케시어로 돌아가서 두 공작파의 습격에 대비 하라고 전해 둬.”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어째서 겔로그가 메르탱을 그리 쉽게 벨 수 있었을까? 곧 내전이 일어나면 보리튼 교의 힘을 얻는 쪽 이 유리할 텐데 말이야.”

“그 말씀은 설마……

“처음부터 교단을 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지.”

전쟁에서 신전의 도움은 아주 큰 힘이 된다.

대부분의 전투에서 사망자보다 많 이 발생하는 게 부상자다.

부상자가 얼마나 빨리 회복하여 전 장에 합류하느냐에 따라 무력과 기 동력,병사들의 사기가 달라지기도 했다.

포션이라는 효과 좋은 치료제가 있 긴 하지만 가격과 수량을 감안하면 기사들이 쓰기에도 모자라다.

반면 브리튼 교의 치유마법은 신성 력만 있으면 사용할 수 있다.

굳이 치유마법뿐만 아니라 응급처

치나 일반치료능력 또한 각별한 편 이고 말이다.

막상 내전이 벌어지면 브리튼 교는 반역자인 두 공작파보단 황제파를 도울 거다.

그리될 바엔 미리 브리튼 교의 신 전을 습격해 두는 게 낫다.

겔로그의 경우 이미 머릿속에 브리 튼 교는 적이라고 판단하고 있었기 에 메르탱을 쉽게 죽일 수 있던 거 였다.

그런 세세한 틈을 놓칠 강현이 아 니다.

강현은 성기사들에게 대기하란 제 스처를 취했다.

“이해했으면 공략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도록.”

“역시 저희도 돕고 싶습……

강현은 빙백검의 검면을 검지로 튕 기며 차갑게 말했다.

“방해만 된다고 했을 텐데?”

이곳에 들어오고 나서 누누이 말했 을 터.

실제로 성기사들이 한 거라곤 멋대 로 나섰다가 자멸한 것밖에 없다. 성기사들은 주제넘게 나섰다는 걸 깨닫곤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죄,죄송합니다. 부디 무사 공략을 바라겠습니다.”

“신의 가호가 함께 하길 바라겠습 니다.”

성기사들마저 내보낸 강현은 조용

해진 던전 안에서 감정을 가다듬었 다.

던전만 넘으면 바로 크레인 공국이 다.

디벨롭도 슬슬 김진수를 포함한 간 부들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들었을 거 다.

놈이 아주 숨어 버리기 전에 서두 를 필요가 있었다.

강현은 12시 방향에 생겨난 문으 로 들어가 나선 계단을 통해 2층으 로 올라갔다.

2층 문을 열자 표지판조차 없는 휑한 공간이 나타났다.

있는 거라곤 2미터짜리 특대 관짝 과 기다란 제단 하나가 전부였다.

제단 위에 다섯 종류의 뼈를 사람 모양새로 맞춰서 올려놓았다.

그러자 제단 주변에 붉은 불꽃 덩 어리가 수없이 피어나며 제단을 환 히 밝혔다.

동시에 부위마다 띄워져 있던 유골 사이사이에 부족한 뼈들이 채워졌 다.

치이익!

강현은 제단 앞면에서 연기가 피어 오르는 것을 보곤 고개를 아래로 내 렸다.

어느새 제단 앞면에 인을 지진 듯 시커먼 글자가 생겨나 있었다.

[스켈레톤 킹은 수많은 백성의 원

한이 뭉쳐 생겨났다. 그와 마주하는 자는 부조리함을 겪어야만 한다. 밑 에 제시된 스켈레톤 킹의 저주 중 하나를 고르면 해당 저주가 공략자 에게 적용되며,선택을 마친 후에야 스켈레톤 킹과 싸울 수 있다.]

시커먼 글자 아래론 세 개의 보석 이 생겨났다.

각각 빨강,파랑,노랑의 색을 지 닌 세 개의 보석 밑에는 강현이 입 을 저주에 대해 적혀 있었다.

[굶주림의 저주 : 빨간 보석 위에 손을 올리면 발동한다. 굶주림의 저 주에 걸린 자는 모든 스텟이 10으로 고정,유지된다.]

[탄압의 저주 : 파란 보석 위에 손 을 올리면 발동한다. 탄압의 저주에 걸린 자는 하루 동안 정신을 잃으며 무슨 수를 써도 깨어날 수 없다.]

[궐기의 저주 : 노란 보석 위에 손 을 올리면 발동한다. 100마리의 마 나유저 상급 수준 스켈레톤 전사들 이 일어나 공략자를 공격한다.]

하나같이 성가신 저주들뿐이다.

굶주림의 저주는 아무래도 던전 공 락이 끝난 후에도 스텟이 고정,유 지되는 듯하고,탄압의 저주는 스켈레톤 킹에게 죽여 달라고 목을 들이 미는 바나 마찬가지다.

그나마 전력을 유지할 길은 궐기의 저주밖에 없는 듯했다.

강현은 잠깐의 고민도 없이 세 개 의 보석 중 하나에 손을 올렸다. 고민할 것도 없다.

딱 봐도 여기선 이 저주를 선택하 는 게 낫다.

강현의 손이 닿은 곳은 노란색 보 석이 아닌 푸른색 보석이었다.

즉,하루 동안 정신을 잃어버리는 탄압의 저주를 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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